소설리스트

〈 224화 〉224회. 스프링 캠프 (224/297)



〈 224화 〉224회. 스프링 캠프

강릉 드라고니안과의 연습 경기 이후로 벨벳 발키리는 다른 지역 리그 팀들과도 몇 번 연습 경기를 가졌다. 연습 경기에서 확실히 앤서니가 선발일 때는 안정감 있게 경기를 풀어갔지만, 벨리나가 선발일 경우 상대적으로 피 안타가 많이 나왔다.


스프링 캠프의 마지막 일정으로 일본 프로 팀과의 연습 경기가 남았다. 일본 리그는 대략 지역 리그와 전국 리그 사이 정도 되는 수준으로, 발키리와 연습 경기를 하는 상대는 한심 네코미미이다.

일본 양대 리그 중 하나인 센트럴 리그의 강팀 중 하나인 한심 네코미미는  이름 대로 선수들 모자와 헬멧에 고양이 귀가 부착되어 있는 독특한 팀이다. 귀여운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선수들도 주로 귀여운 인물들로 영입을 하는 팀이다.


한심 네코미미의 경기장에서 열리는 연습 경기. 일본 팀이라서 그런지 네코미미를 응원하는 몇몇 팬들이 눈에 띄었다.


"네코미미 힘내라! 네코미미 힘내라!"


그들은 선수들의 유니폼을 입은  머리에는 네코미미의 상징 고양이 귀 모자를 쓰고 있었다.

팬들의 모자와 선수들의 모자를 바라보던 동국은 저들의 고양이 귀가 상당히 인상 깊었다.


"우리도 저렇게 등에 그려진 날개를 실체가 있게 할까..?"

발키리의 유니폼에는 발키리라는 이미지와 비슷하게 등에 날개가 그려져 있다. 동국은 네코미미처럼 실제 날개를 부착할까 고민되기 시작했다.


"오빠... 헛소리 하지 마."

동국의 혼잣말을 들었는지 지아가 한마디 했다. 만약 유니폼에 날개를 부착했다간 자신은 수치사를 할게 뻔했다.

지아의 정색하는 표정에 동국은 이 아이디어를 조용히 삭제했다.


'쩝... 괜찮은 거 같은데...'


네코미미는 좌완 투수인 이시아와 우완 투수인 웬디라는 선수를 보유하고 있다. 네코미미의 에이스인 이시아는 전국 리그 출신이고, 웬디는 메이저 출신이다.

오늘 연습 경기에 출전하는 네코미미의 선발 투수는 2선발인 웬디이다. 4가지 구종을 지니고 있는데 투심과 슬라이더가 좋은 선수이다.

1회 초, 웬디는 발키리의 1,2,3번 타자들을 삼자 범퇴로 처리하였다.

"수준이 어떤 거 같아?"


동국의 물음에 타자들이 자신들의 생각을 이야기 했다.


"뭐, 그럭저럭? 그래도 경기 중에 안타 1개는 치겠지."

"나도 충분히 공략할  있다."

살펴본 바에 따르면 웬디의 실력은 B+ 등급. S-인 리사야 당연히 공략이 가능할테고, 아연도 그녀의 말대로 안타 1개 정도는 뽑아낼 것이다.


"난 여보야가 사랑을 충전해 줘야 칠 수 있을  같은데~"

"..."

"..."


그런 와중에 지은은 동국의 팔에 앵기며 약한 척을 하였다. 그녀의 애교에 지켜보고 있던 아연과 리사는 할 말을 잊었다.

"오, 그래? 그럼 다음엔 내가 충전해 줄게~"


"히히, 알았어~"


동국과 지은이 서로 꽁냥 대는 걸 보고서 아연과 리사는 서로 속닥댔다.

"어휴, 난 저렇게 애교 부리는  진짜 못  거 같아... 어떻게 저렇게 자연스럽게   있지..?"

"나도 동감이다... 난 저런 건 평생 못 하겠군."

1회 말이 되어 발키리의 선발 투수인 앤서니가 마운드 위에 올랐다. 상위 리그 강팀과의 경기에서 D+ 등급인 벨리나를 내보낼 수 없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선택이다.


오늘 네코미미 타선을 상대한 결과에 따라 앤서니가 너클볼의 봉인을 풀지가 결정이 될 것이다. 만약 너클볼을 쓰지 않더라도 그래도  막는다면 굳이 너클볼을 사용할 필요가 없지만, 그렇지 못한다면 너클볼을 사용해야 할 터이다.


'아끼다 똥  수도 있지만, 어차피 2선발인 벨리나의 실력이 최소한 C급 이상이 되지 못한다면 우승을  하는건 매한가지니깐...'

네코미미의 1번 타자는 우타인 사토야 라는 선수이다. B+ 등급의 전형적인 리드오프 이다.

타자가 타석에 들어오는 것을 바라보며 동국은 생각에 잠겼다.


'그러고 보면 앤서니는 너클볼을 빼면 구종이 3가지 밖에 없잖아..?'


포심, 커브, 슬라이더. 현재 앤서니가 던지는 구종들이다. 지금까지야 앤서니의 구위로 찍어 눌렀다지만 앞으로는 그럴 수 없게 된다. 그러니 우타자를 상대할 구종이 필요한 것이다.


"투수 코치 님, 앤서니에게 다른 구종을 가르친게 있습니까?"

동국이 투수 코치인 비엔나에게 다가가 묻자 비엔나가 살짝 얼굴을 붉히며 대답했다.

"네에, 서클 체인지업이랑 스플리터를 가르쳤어요..."


동국이 다가오자 비엔나는 왠지 음란한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며칠 전의 강렬한 경험 때문인지 그가 다가오기만 해도 그날의 기억이 떠오르며 아래쪽이 간질거리는 느낌이다.


이런 비엔나의 상황을 모르는 동국은 그저 앤서니가 2가지 구종이나 새로 배웠다는게 놀라웠다. 물론 앤서니의 특성이 구종 습득을 빠르게 할  있다는 거지만, 그전까진 3가지 구종만 사용했기 때문이다.


'맨 처음에 내가 가르쳐 줄 때는 그저 그랬는데, 확실히 투수 코치가 전문적으로 가르쳐 주니까 다르긴 다르네.'

맨 처음 앤서니를 만났을  동국은 여러 오구 동영상들을 가지고 앤서니에게 구종들을 가르쳐 주었다. 그 때는 3가지 구종에 너클볼을 배우는 것으로 끝이 났지만 지금은 비엔나 덕에 더 많은 구종들을 배울  있는 것이다.


'그나저나 벨리나가 슬라이더를 배우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앤서니가 다른 구종을 배우고 있는지는 처음 알았네...'

요즘에 주로 특훈을 받고 있는 3인방과 코치들이랑 관계를 가진다고 다른 여자들에게 관심을  가진건 아닌지 반성이 든다. 여태까지 앤서니가 새로운 구종을 배우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니...

"그, 앤서니가 구종을 배운지 얼마나 됐습니까..?"


동국은 앤서니에 대해 자책하며 비엔나에게 물어보았다. 그러자 그녀는 곰곰이 생각을 해보다가 대답했다.

"한... 3일 됐나요..."

"아, 3일 이나요... 엥, 3일이요..??"


반사적으로 대꾸하던 동국은 이내 3일이란 말에 깜짝 놀랐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3일 밖에  걸렸다니..?

"스윙~! 스트라잌 아웃~!!"


마침 앤서니가 네코미미의 1번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 세웠다. 동국은  모습을 보고선 비엔나에게 물었다.


"방금  구종이 서클 체인지업 인가요..?"


"어... 자세히는 안 봐서 모르겠는데, 아마 맞을거에요. 앤서니가 어쩜 그렇게 구종을 빠르게 익히는지 깜짝 놀랐다니깐요~!"

남들은 한 구종을 익히는데 짧게는 몇 달, 길게는  년이나 걸리는데 반해 앤서니는 그녀의 특성 덕분에 며칠만에 저렇게 완성도 있는 구종을 익힌 것이다.

"허..! 정말 대단하네요..."


동국은 앤서니에 대해 감탄하면서도 한편으론 슬라이더를 연마하고 있는 벨리나가 떠올랐다.

'벨리나는 슬라이더를 익히는데 몇 달이 걸리고 있는데, 앤서니는 고작 며칠이라... 이거 참...'


진짜 만약 벨리나가 정신력이 약하거나 자격지심이 심한 여자였다면 앤서니랑 비교돼서 버티지 못 할 것이다. 물론 앤서니랑 비교하는 면이 없잖아 있긴 하지만, 벨리나가 남 부럽지 않게 살아서 그 정도이지 아니었으면 더하면 더했을 것이다.


"저, 저기..."


동국이 그렇게 벨리나에 대해 생각하고 있을  옆에 있던 비엔나가 동국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네? 왜 그러세요?"

"혹시... 다시 그... 특훈을 할 수 있을까 해서..."


발그레한 표정으로 동국에게 말하는 비엔나의 모습에 동국이 씨익 웃으며 대답해 주었다.

"흠... 제가 남는 시간 때가..."


동국이 비엔나와 시간 때를 정하고 있을 때, 앤서니는 다음 타자를 상대하고 있었다. 네코미미의 2번 타자는 좌타 거포인 스미레. 1루수인 그녀는 실력이 A급일 만큼 상당히 강한 선수이다.

포수인 지은이 봤을 때 스미레는 오직 직구만 노리고 있었다. 아무래도 연습 경기, 그것도 실전에서는 한번도 상대할 일이 없을 투수이다 보니 다른 변화구들은  버리고 오로지 직구만 노리는 것 같았다.


'그럼 어디 한번 스플리터를 구경해 볼까..?'

직구를 노리고 있는 선수에게 직구처럼 오다가 살짝 떨어지는 스플리터를 던진다면 십중팔구 땅볼이나 헛스윙이 나올 수 밖에 없다.


딱~!


물론 잘 떨어졌을 때 이야기긴 하지만 말이다.


"아, 잡아 당긴 타구가 우익수 앞에 떨어집니다. 안탑니다."


"이번에 새로 익힌 스플리터를 던지려고 한 것 같은데  떨어졌을까요..? 스미레 선수가 바로 쳐버리네요."

- 그래도 나쁘지 않게 떨어진 거 같은데... 역시 스미렌가...


- 앤서니 정도면 충분히 지역 리그에서도 활약할 수 있는데, 문제는 벨리나지...

- 공을 던질 때마다 출렁거리는 무언가... 오우야~


네코미미의 3번 타자 아코는 타석에 들어서며 앤서니의 구종에 대해 생각했다.


'사전에 알려진 구종은 포심, 커브, 슬러브. 그런데 서클 체인지업과 스플리터가 추가됐다... 흠, 이번에 새로 익힌건가..?'


듣기로는 구위로 윽박지르는 파워 피쳐라고 하였는데, 막상 투구하는  보니 구위도 그렇지만 제구도 나쁘지 않았다. 완성형 투수랄까..? 물론 센트럴 리그에서는 평범한 수준이지만.

어쨌거나 이번에 새로 익혀서 그런지 다른 구종에 비해서 아직까지 그리 위력적이진 않아 보였다. 아코는 그래서 앞선 스미레처럼 포심을 우선 노리기로 하였다.


'흠... 얘도 직구 노리네..?'

아코의 타격 자세를 '관찰'한 지은은 그녀가 포심을 노린다는  캐치했다. 그렇담 변화구를 던져야 할텐데 방금 전에 스플리터를 던졌으니, 이번엔 서클 체인지업을 던지도록 하게 했다.

서클 체인지업은 스크류볼처럼 역회전으로 떨어지는 궤적을 지닌다. 다만 스크류볼처럼 많이 휘지는 않고, '살짝' 변화를 준다. 그래도 역회전성 궤적이 있기에 반대 손 타자에게 효과가 좋다.

지은의 사인에 바로 투구 준비를 하는 앤서니. 1루 주자인 스미레가 도루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은 전혀 안 한 채 와인드 업 자세를 취했다.

슈욱~

직구와 비슷한 궤적으로 날아가는 공. 그러나 어느 순간 느려지기 시작하더니 우타자 바깥으로 슬쩍 가라앉았다.

부웅~!


아코는 기세 좋게 헛스윙을 하였다. 그러고는 지은의 글러브 위치를 확인하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허..! 체인지업 인가..? 나쁘지 않은데..?'

직구인줄 알고 속아 헛스윙을 하고서는 나쁘지 않다고 평가하는 아코. 그녀는 그래도 다음에 다시 체인지업이 온다면 칠 자신이 있었다.

다시금 타격 자세를 취하자 앤서니가 공을 던졌다. 몸쪽 낮을 곳을 향해 날아오는 공. 타자가 눈을 빛내며 배트를 휘둘렀다.

틱~

공이 아코의 예상했던 궤적보다 더 떨어졌다.  때문에 공이 배트의 밑부분에 맞았다. 빗 맞은 타구가 2루를 향해 튕겨졌고, 2루수인 아연이 타구를 잡고서 2루 베이스를 밟았다.

"아웃!"

그리고 곧바로 1루로 송구, 1루수인 리사가 여유롭게 포구 해 타자도 아웃시켰다.

"아! 4-3 병살타네요! 방금 전 구종은 스플리터 였죠?"


"아, 네. 그래 보입니다. 스미레 선수에게 안타를 허용했는데, 기죽지 않고 바로 또 던져서 좋은 결과를 유도해 냈습니다. 정말 대단하군요."


나연은 진짜 빈말이 아니라 정말 앤서니가 대단해 보였다. 자신이 알고 있는 투수들 중에 앤서니처럼 새로운 구종을 빨리 배우는 선수는 없었다. 물론 대부분의 투수들을 인터넷으로만 접해서 잘 모를 수도 있지만, 앤서니가 엄청 빠르게 배웠다는 것 만은 분명했다.

"이렇게 많은 구종들을 수준급으로 던질  있다면 지역 리그에서도 에이스급 활약이 가능 하겠네요."

"네, 기대가 됩니다."


1회 말이 병살타로 끝이 나고, 2회 역시 양 팀 다 점수를 내지 못하며 마무리 되었다. 발키리는 삼자범퇴로 공격이 끝이 났고, 네코미미는 2아웃 상황에서 1번 타자 사토야가 안타를 치고 나갔지만, 다음 타자의 타구가 지아의 글러브 속으로 빨려 들어가며 끝이 났다.


무난하게 투수전으로 흘러가던 분위기는 3회 초 리사가 안타를 치고 나가면서 바뀌었다.


딱~!

"쳤습니다! 2루수 옆을 스쳐 지나가는 안타, 안탑니다!"


"아, 선두 타자가 출루에 성공했습니다. 이번 이닝 기대해도 좋겠는데요?"

투심을 쳐서 그런지 땅볼 타구긴 하였지만, 그래도 힘을 제대로 전달했는지 타구 속도가 빨랐다.  덕분에 2루수가 잡지 못했다.

선두 타자에게 안타를 허용했지만 네코미미의 선발 투수인 웬디는 그리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연습 경기 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리사는 그녀도 인정하는 타자였다.

'뭐, 다음 타자에게 병살 유도하면 되니깐...'

그리고 이런 생각은 다음 타자인 지은 역시 염두에 두고 있었다. 리사가 발이 빠른 선수가 아니기에 어지간한 땅볼은 병살타로 연결되기 쉬웠다.


'흥..! 그래서 내가 못 칠소냐~!  짬밥이 얼마나 되는데..!'


따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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