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0화 〉210회.
김수정은 경남 지역 리그 팀인 부산 북이들의 주전 외야수로 활약 했다. 대략 OPS가 0.65 정도 되는, 평균에 약간 못 미치는 타격 능력을 지녔다.
2할 7푼의 타율과 3할 초반의 출루율. 이 정도 타격이라면 수비 포지션에 따라 지역 리그에서 계속 활약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수비가 되질 않았다. 수비 포지션 중 가장 쉬운 포지션인 좌익수이지만 그마저도 그녀는 잘 하질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감독에게 대들 정도로 성격적인 부분에서 문제가 있다고 소문이 나니 그 어느 팀에서도 그녀를 받아 주려 하지 않았다.
그나마 1부 리그 몇몇 팀들이 좌익수가 아닌 1루수로 그녀를 영입하려고 연락하긴 했다.
"하아... 자기... 1부 리그로 가야 하는 걸까..?"
지역 리그 팀들에게서 연락이 오지 않는 것 때문에 마음이 심란한 김수정이 자신의 집 부엌 식탁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녀의 물음에 그녀의 애인이 멋쩍게 웃으며 대답했다.
"뭐, 불러 주는 팀이 없다면 어쩔 수 없지 않을까..? 이대로 은퇴를 할 순 없잖아."
"흐... 뭐, 그렇지."
애인의 말에 수정은 피식 웃고서 술잔에 소주를 따르던 한번에 마셨다. 소주의 쓴 맛을 느끼며 그녀는 착잡한 표정으로 안주를 먹었다.
자유로운 분위기에 오구만큼이나 놀길 좋아했던 그녀에게 감독은 너무 억압적이었고 강압적이었다.
그랬기에 감독과 김수정의 충돌은 불가피한 것이었고, 결국 이렇게 FA 미아가 된 것이다.
그렇게 애인이랑 술을 마시며 고민을 하고 있을 때 그녀의 휴대폰으로 한 통의 전화가 왔다.
"으흥~? 여보세요~?"
약간의 기대감. 그리고 설마 하는 마음으로 전화를 받은 수정.
[아, 거기 김수정 선수 되십니까?]
"네, 맞는데요. 누구신가요?"
[아, 저는 경기 리그 벨벳 발키리 단장, 이재은 이라고 합니다.]
"네?! 아, 네, 단장님. 말씀하세요."
지역 리그 단장이란 말에 술이 확 달아난 그녀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저도 모르게 공손한 자세로 통화를 이어갔다.
맞은 편에 있는 애인이 이상하게 그녀를 쳐다보거나 말거나 그녀는 굽신거리며 통화를 하였다.
[다름이 아니오라 저희 발키리에서 김수정 선수를 플레잉 코치로 영입을 하고 싶어서 이렇게 전화를 드리게 됐습니다.]
"플레잉... 코치요..?"
재은의 말에 어리둥절한 수정. 선수면 선수고 코치면 코치지 플레잉 코치는 또 뭐란 말인가.
[네. 타격 코치로 코치 활동도 하시면서 동시에 선수로 경기에 출전을 하는 거죠.]
"그, 그럼 제가 1루수로 뛰는 건가요..?"
제안이 들어온 1부 리그 팀들처럼 포지션이 1루수인지 묻자 재은은 저도 모르게 웃고 말았다.
[아, 죄송해요. 저희 팀 1루수가 리사인데 가능하시겠어요..?]
"네? 리사요? 그, 그럼..."
발키리의 1루수가 미녀 거포로 유명한 리사란 말에 수정은 설마 하며 재은의 말을 기다렸고, 재은은 그녀가 원하는 대답을 들려주었다.
[당연히 수정 선수의 포지션인 좌익수죠.]
"아,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단장님!"
좌익수 불가 판정을 받았던 자신에게 좌익수 포지션으로 출전하게 한다는 말에 수정은 고개를 여러번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
[연봉이랑 세부 조항을 위해 만남을 가져야 하는데 구리로 올라오실 수 있으신가요?]
"아, 당연히 가야죠! 아무 때나 괜찮습니다!"
그렇게 생각지도 못했던 발키리 단장과의 통화가 끝이 나고 수정은 기쁨의 환호성을 질렀다.
"예에에에~~쓰~!!! 1부 리그 안 가도 된다~!!"
"자기, 어떻게 된거야? 지역 리그 팀에서 오퍼가 온거야?"
애인이 궁금해 하며 묻자, 수정은 그를 와락 끌어 안고선 소리쳤다.
"그래! 경기 리그 팀인 벨벳 발키리에서 날 좌익수로 쓰겠대!!"
"어머, 정말? 잘됐다~!"
"후후, 비록 플레잉 코치긴 하지만 경기에 나갈 수 있다는게 어디야. 자기, 기분 좋은데 우리 침대로 갈까..?"
수정이 애인의 가슴팍을 더듬으며 유혹하자, 애인이 수정을 공주님 안기로 안고서 안방으로 향했다. 곧이어 그녀의 안방에서는 여러 신음 소리가 흘러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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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 벨벳 구장을 찾은 수정은 곧 통화를 했던 발키리 단장인 재은을 만날 수 있었다.
"지금 저희 팀 좌익수인 현아가 아직 지역 리그 수준이 되질 않아요. 그래서 현아가 실력이 상승할 때까지 스탑갭으로 김수정 선수를 필요로 한답니다."
"그럼 경기 출전은 어느 정도로..?"
"일단은 반반 정도 생각하고 있긴 한데 김수정 선수의 경기 실력과 코치 능력을 판단해서 김수정 선수가 더 많이 출전할 수도 있어요."
타격 코치가 있으면 경기 중 팀의 전체적인 타격 능력이 일정 부분 상승하게 된다. 여기서 현아를 대신해 그녀가 선수로 뛸 때와 코치로서 전체적인 팀 타격 능력 상승치를 비교해서 더 높은 상황에 따라 그녀를 활용한 계획이다.
다만 그녀가 알고 보니 코치직이 천직일 정도로 코치 능력이 뛰어나지 않는 한 선수로 활용하는 게 더 이득일 터였다.
"일단 연습장으로 가서 한번 체크를 해보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아, 넵! 물론입니다."
그렇게 재은을 따라 지하에 있는 연습장으로 향한 수정. 연습장에는 여러 발키리 선수들이 훈련을 하고 있었다.
'우와..! 저 사람이 바로 리사..! 저 사람은 신지은 이잖아? 확실히 다들 예쁘긴 하네.'
"음..? 재은 언니, 이 분은 누구셔?"
지아의 물음에 재은이 수정을 소개하였다.
"아, 이 분은 타격 코치 후보 분 이셔. 이름은 김수정."
"김수정 이라고 해. 반갑다."
"아, 네. 최지아 라고 해요."
수정이 내민 손을 맞잡고 악수를 한 지아. 수정은 지아 말고도 다른 선수들과도 인사를 나눈 다음, 본격적으로 자신의 몸 상태를 보였다.
"어때, 리사야. 몸 상태는 괜찮아 보이지?"
재은의 물음에 수정이 타격 하는 자세를 유심히 살펴본 리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뭐, 나쁘지 않네. 별 문제 없어 보여."
"지은 언니는 어떻게 생각해?"
"뭐, 나도. 그나저나 우리 여보야에게 왜 이렇게 여자들이 꼬이는 거지? 기분 나빠..."
"... 뭐, 괜찮다니 다행이네."
그 후 메디컬 체크까지 완료한 수정은 1년 1억 5천에 계약을 완료하고 발키리의 선수 겸 타격 코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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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투수, 타자 코치까지 영입한 상황에서 이제 남은 건 주, 수비 코치였다.
"주루 코치보단 우선 수비 코치를 알아보는게 더 낫겠지?"
아직 뽑지 않은 주루 코치와 수비 코치 선임에 관한 회의 자리에서 동국이 묻자, 재은이 조심스럽게 말하였다.
"저기, 동국아. 우리, 주루 코치랑 수비 코치를 따로 뽑지 말고, 주·수비 코치로 하면 어떨까..?"
따로 따로 코치를 두지 말고 한 코치가 같이 맡자는 말에 동국은 어리둥절 했다.
"엥? 그럴 수가 있나..?"
"어, 상대적으로 주루 분야가 덜 중요하니까 수비 코치가 주루도 같이 담당하는 경우가 많이 있어."
"음... 근데 굳이 우리가 그래야 할까..?"
동국의 물음은 타당했다. 구단 재정이 모자라지 않는 상황에서 동국 입장에서는 여자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았다.
거기에 따로 할 경우 주루와 수비 부분에서 각각 버프를 받지만, 함께 할 경우엔 통합적으로 버프를 받기 때문에 그 양이 상대적으로 적다. 그래서 팀 전력으로 생각 했을 때 주루 코치와 수비 코치를 따로 두는게 더 좋다.
"그렇긴 한데, 사실 지은 언니가 더 이상 여자를 늘리는 꼴을 못 보겠다고 해서... 다른 여자들도 마찬가지고..."
여자들 입장에서 동국 주위에 여자가 느는 건 그만큼 경쟁자가 더 많아진다는 의미이다. 그렇지만 팀 입장에서 꼭 필요한 일이기에 그동안 참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주루 코치는 그렇게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었기에, 영입하는 것을 반대하는 것이다.
"흐음... 그렇긴 해도 지아나 현아를 생각하면 주루 코치가 있는 편이 좋은데..."
주루 코치를 뽑자는 동국과 굳이 뽑을 필요가 없다고 반대를 하는 여자들 사이의 줄다리기는 며칠 동안 계속 되었고, 결국 여러 여자들의 힘에 밀린 동국이 패배하였다.
결국 수비 코치가 주루 코치를 역임하기로 하였고, 수비적인 능력과 주루 능력이 뛰어난 사람을 모집하였다.
그렇게 주·수비 코치로 뽑힌 사람은 에일리 라는 여자로 수비 능력 하나는 인정 받았지만 타격 능력은 젬병이라서 최대 커리어가 1부 리그인 사람이다.
별다른 커리어가 없었기에 일찍 은퇴를 하고 나서 코치 자리를 알아보고 있던 중 이번에 발키리의 주·수비 코치로 발탁이 되었다.
이렇게 모든 코치를 선임하였다. 각 코치들의 연봉은 감독인 델루나가 1억, 투수 코치인 비엔나가 5천 만원, 주·수비 코치인 에일리 역시 5천 만원 이다. 플레잉 코치인 김수정은 1억 5천을 받기로 하였다.
여기서 델루나는 가족 취급이었기에 연봉을 지급하지 않기로 하였다. 델루나가 반발 아닌 반발을 하였으나 동국은 가뿐하게 묵살하였다.
선수들 내년 연봉도 정하였는데 지아, 벨리나가 각자 1억에서 2억으로 상승하였다. 앤서니는 1억에서 3억으로 대폭 상승하였다.
아연은 1억 5천에서 3억으로 인상되었고, 리사도 3억에서 5억으로 연봉이 올랐다. 임신 때문에 제대로 활동을 못한 지은은 연봉을 받지 않기로 하였다.
위 선수들의 연봉을 다 합치면 대략 15억 정도 되지만, 델루나 때와 마찬가지로 그녀들은 받은 돈을 제대로 사용도 못 한 채 생활비를 관리하는 동국에게로 돈을 넘겼다.
오직 4천에서 1천 만원이 인상된 현아만이 돈을 받을 수 있었다.
그 밖에 단장이 된 재은의 연봉이 2억원이 되었고, 나연의 연봉도 3천에서 4천 만원이 되었다. 물론 재은의 연봉은 고스란히 동국에게로 넘어갔다.
마치 신기루처럼 연봉이 동국에게로 넘어가자 많은 여자들이 한동안 동국과 말을 섞지 않았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