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8화 〉208회. 코치 선임
코치 선정에 관한 회의를 하기 위해 관계자들이 모두 모였다.
"자, 우선 가장 중요했던 감독을 이렇게 선임을 했으니 이제 코치들을 모아야 돼. 우선 어느 코치를 먼저 구하는게 나을까?"
"우리 팀은 투수들이 상대적으로 약하니까 투수 코치부터 구해야 되지 않을까?"
동국의 말에 재은이 예전부터 생각하고 있었는지 즉답을 내놓았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비록 현아가 구멍이긴 하지만, 나머지 타자들은 다 C급은 되니깐요. 반대로 투수진은 에이스인 앤서니가 C+에 벨리나 언니가 D급이니 지역 리그 급은 아니에요."
나연의 설명에 꾸벅꾸벅 졸고 있던 델루나가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하아암... 저기... C급이니 D급이니, 이건 무슨 소리야..? 선수들을 임의대로 평가한거야..?"
"아, 그건 선수들 오구 실력 등급이야. 내가 선수들의 실력을 알파벳으로 볼 수 있거든. A로 갈수록 실력이 좋은 선수란 뜻이야, 누나."
"... 에엥~? 그런게 가능해?! 완전 짱인데?"
동국의 말에 델루나는 한 박자 늦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무언가 특별한 능력들을 가지고 있는 감독들이 있다는 소문은 들어 본 델루나 였지만, 그게 동국일 줄은 몰랐다.
"후훗, 그게 다가 아니야. 내 최대 장점은 바로..."
"바로..?"
"섹스를 하면 할 수록 여자들의 능력이 상승한다는 거지!"
"뭐어..?! 그런 변태 같은 능력이 있다니..."
"크흠..! 아, 아무튼 내 특성 덕분에 선수들은 꾸준히 능력이 상승하고 있어. 그리고 그건 선수 뿐만이 아니라 다른 여성들에게도 해당 되는 능력이지."
"... 설마 나도..?"
동국에 말에 델루나는 자신의 배를 쓰다듬으며 물었고, 재은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언니도 동국과 섹스를 자주 하다 보면 점차 감독으로서의 능력이 향상될 거에요. 애초에 동국의 특성을 염두에 두고 영입한 거니깐요."
"뭐야, 그러면 애초에 나랑 섹스를 할 생각이었다는 거잖아?! 이, 이런..."
재은의 말에 델루나는 그동안 동국을 유혹하기 위해 자신이 해왔던 행동들이 파노라마처럼 떠올랐다.
'아아... 내 흑역사야...'
"서, 설마..?"
점차 붉어지는 얼굴로 델루나가 말하자 동국이 고개를 끄덕였다.
"후후, 나랑 재은 누나는 누나가 날 유혹한다는 걸 알고 있었지."
"아아아..."
자신의 유혹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는 말에 델루나는 엄청난 부끄러움을 느꼈다.
"아앙, 난 몰라..!"
빨개진 얼굴을 손으로 가린 채 발을 동동 굴리는 그녀의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본 동국은 샛길로 빠진 회의를 다시 진행하였다.
"자, 다시 돌아와서, 투수 코치부터 구하는 데는 이견이 없지?"
"응."
"네."
"...으응..."
"그럼 우선 나연이 뽑아온 투수 코치 리스트를 한번 보자고. 흠... 나연아, 여기 있는 코치들이 다 우리 팀 코치로 올 의향이 있대?"
코치 리스트를 살펴보던 동국이 나연에게 묻자 나연이 고개를 저었다.
"아뇨, 그건 아니고요, 한 2명 정도..."
"그래? 그럼 한 번 약속 잡아놔 봐."
동국이 슬며시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왠지 모를 기분 나쁜 느낌을 받은 재은이 손을 들어 동국을 막았다.
"자, 잠깐..!"
"왜, 누나?"
"내가 만나 볼게. 그러니 너는 다른 일 해."
"엥? 그래도 구단주인 내가..."
"왜, 이번에도 만나서 3일 동안 뒹굴다 오게?"
재은의 싸늘한 목소리에 동국이 헛기침을 했다.
"크흠... 그건 어쩌다 보니..."
"다른 구단들에서도 구단주가 이리저리 나서지 않아. 이런 건 다 단장이 알아서 하지."
"쩝... 그래, 알았어. 단장님이 알아서 하세요~"
면접을 하며 여러 여자들을 만나보려 했던 동국은 재은의 방해에 결국 계획을 포기하기로 하였다.
그렇게 재은이 여러 코치들과 면접을 하면서 활동하고 있을 때 선수들 역시 여기저기에서 들어오는 광고들을 찍으며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뛰어난 성적과 더불어 연예인 같이 아름다운 외모를 지니고 있는 발키리 선수들은 여러 광고주들이 탐낼 만한 자원들 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재은이 투수 코치들의 면접을 모두 마치고 동국을 찾아왔다.
"면접은 다 끝냈어?"
"어, 여기 최종 보고서야. 한번 보고 결정해줘."
동국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재은이 내민 보고서를 받아 펼쳐 보았다.
'흐흐, 분홍 머리 여자가 예뻤는데... 그 여자로 선택해야지.'
동국의 이런 생각은 곧바로 사라지게 되었는데, 보고서에는 이름과 사진 같은 신상 정보는 없고, 오직 실력과 경험적인 내용만이 있었다.
"뭐, 뭐야, 누나?! 왜 얼굴 사진이 없어?"
동국이 당황하며 묻자 재은이 호호 웃었다.
"요즘은 블라인드 면접이 대세라잖니~ 그래서 우리도 한번 시도해보려고~"
재은은 그렇게 말하면서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동국을 내려다 보았다.
'후훗... 얼굴 보고 뽑을 니 속셈을 내가 모를까봐~ 아무리 특성 때문에 섹스를 해야 된다지만 그래도 너무 많은 건 좋지 않지.'
"끄응..."
동국은 침음을 삼키며 보고서를 읽어 보았다.
1번 코치는 지역 리그 선수 출신으로 꽤나 좋은 선수 시절 커리어를 가지고 있었다. 은퇴를 하고 나서 바로 코치 생활을 시작했다.
'흠... 코치로 재직할 당시 투수들의 실력은 나쁘지 않았는데, 재직 전과 비교 했을 때 별반 차이가 없네..?'
실력 면에서는 그렇게 특출나 보이진 않았다.
면접을 통해 확인한 그녀의 성격적인 부분은 자신의 커리어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고, 드센 부분이 있다고 한다.
"한마디로 오만한 면이 있다는 거지?"
"뭐, 약간..? 선수들을 대할 때 강압적인 부분도 있는거 같더라고. 위계질서를 명확하게 하는 부분도 있고."
"음..."
우리 팀의 투수들은 앤서니와 벨리나. 앤서니는 어린 아이 같은 순수한 정신을 가지고 있고, 벨리나는 가끔 씩 불안한 모습을 보일 때가 있었다.
이런 투수들에게 이런 성격을 지닌 코치가 왔을 때를 한번 상상해 보았다.
'분명 앤서니는 맨날 힘들다고 징징 거릴꺼고, 벨리나는... 잘 따르긴 할 거 같긴 한데... 안 좋은 경기 결과를 얻었을 땐 별로 도움은 안 되겠네.'
"1번은 그렇게 마음에 들진 않네... 실력도 평범한 거 같고, 성적은 우리 팀과는 안 맞는 거 같아."
"오, 그래?"
"어, 우리 팀은 가족 간의 즐거운 훈련 분위기인데 이런 코치가 오면 너무 딱딱해져."
동국의 말에 재은은 알 수없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동국은 왠지 불안감을 느꼈다.
'호, 혹시 이 여자가 내가 눈 여겨 본 분홍 머리 여자는 아니겠지..?'
2번 코치는 1번에 비해서 선수 시절 커리어는 그리 좋지 못했다. 전성기 때 1부 리그까지 진출한게 다였다. 어떻게든 오랫동안 선수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구종들은 연마했지만, 그렇게 효과를 보지는 못했다고 한다.
결국 은퇴를 하고 코치로 활동하게 된 그녀는 선수 시절 다양한 구종들을 익힌 경험을 선수들에게 전수하는데 소질이 있다고 한다. 또 선수들이 스스럼 없이 다가올 만큼 선수들과의 관계가 좋다고 한다.
'다양한 구종을 가르칠 수 있고, 거기에 선수들과의 관계도 좋다고..? 딱 우리 팀에 어울리는 코친데?'
현재 앤서니와 벨리나 모두 던지는 구종이 많지 않았다. 그나마 앤서니는 너클볼을 추가하면 4가지 구종을 던질 수 있지만, 벨리나는 3가지 밖에 없었다.
지역 리그를 대비해서 새로운 구종을 추가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던 동국에게는 상당히 적합한 부분이었다.
다만 코치를 맡게 된 전과 후를 비교했을 때 투수들의 성적이 오히려 더 떨어졌다고 한다. 이 때문에 여러 소속 팀에서 금방 잘리게 되었고, 지금은 연락이 오는 구단이 별로 없어 그냥 백수로 지내고 있다고 한다.
"이 둘은 어느 정도의 계약 조건을 원한대?"
"1번은 지역 리그 코치들 수준에서 약간 높은 정도? 그리고 2번은 원하는 조건은 딱히 없었고, 1부 리그 수준이라도 상관 없대."
"오, 그래?"
"응, 그래서 결정했어?"
재은의 물음에 동국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난 2번 코치를 선택하겠어. 2번 코치가 실력이나 성격 부분에서 우리 팀과 잘 맞는 거 같아."
"오호..? 정말로?"
동국의 대답에 오묘한 미소를 짓는 재은. 그런 재은의 모습에도 동국은 선택을 바꾸지 않았다.
"그래, 그럼 2번 코치에게 계약 하자고 연락 할게. 그리고 이건 그 2번 코치에 대한 신상 정보야."
재은이 따로 준비한 문서를 동국에게 건네자 동국은 긴장되는 마음으로 문서를 확인했다.
'오예~! 그 분홍 머리 여자다~!'
동국이 확인한 문서에는 마음에 들어 했던 분홍 머리 여자의 사진이 담겨져 있었다.
'역시 얼굴이 예쁜 여자가 성격도 좋지. 암...'
동국이 흐뭇한 미소를 띄며 문서를 보는 걸 바라보며 재은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2번 코치에게 연락을 하였다.
2번 코치는 비엔나 라는 이름을 가진 여자로, 분홍 머리에 분홍색 눈동자를 지닌 몽환적인 분위기의 여성이다.
동국을 비롯한 직원들, 그리고 감독과 선수들을 만나는 자리에서 비엔나는 고개를 꾸벅 숙이며 인사 하였다.
"이번에 발키리 투수 코치를 맡게 된 비엔나 라고 합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짝짝짝짝~!""
선수들의 박수를 받으며 상견례를 마친 그녀는 앤서니, 벨리나와 일일이 면담을 하며 그녀들에 대해 알아갔다.
"어때요, 우리 투수들은?"
상담이 끝나고 동국이 그녀에게 소감을 묻자 그녀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느낀 점을 이야기 했다.
"우선 앤서니 선수는 상당히 천진 난만 하더군요."
"하하, 그게 앤서니의 매력이죠."
동국이 미소를 지으며 웃자, 비엔나 역시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듣자하니 앤서니 선수는 훈련을 별로 안 한다는데 사실인가요..?"
"아, 네. 앤서니는 훈련 하는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요. 얘가 워낙 천재라서 별로 훈련은 안 해도 좋은 성적이 나오기도 하고, 너무 많이 시키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올 것 같아서 내버려 두고 있습니다."
"아, 예..."
팀의 에이스인 선수가 훈련에 성실하지 않다는 소리에 비엔나의 머릿속이 복잡해 졌다. 내년을 생각하면 그녀 입장에서는 걱정이 안 될 수가 없었다.
"그래도 내년이면 지역 리그인데 훈련을 좀 더 시켜야 되지 않을까요..?"
비엔나가 걱정스레 묻자, 동국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사실... 우리 앤서니는 너클볼을 던질 줄 압니다."
"... 네? 너클볼이요?"
"네. 지역 리그 때 써먹으려고 그동안 봉인해 두고 있었죠. 코치님께서 선수 시절에 여러 구종들을 연습하시면서 너클볼도 던지신 적이 있으시다면서요?"
"아, 네... 잠깐 그랬었죠... 다만 배팅볼 수준이라서 그만뒀지만요..."
"아무튼 앤서니에겐 일반적인 선수들의 훈련을 생각하지 마시고, 음... 마치 어린 아이랑 놀아 준다고 생각하시면 편하실 겁니다. 놀이 형식으로 말이죠."
"네... 구단주 님..."
비엔나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동국의 말에 수긍을 하였다.
"벨리나는 어떤가요?"
"아, 상당히 성실한 선수더군요. 매일 그렇게 열심히 훈련을 하는 선수는 제 코치 생활 중에서 별로 보지 못했을 정도에요."
비엔나의 칭찬에 동국이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벨리나가 성실하긴 하죠. 훈련적인 부분은 알아서도 잘 할 선숩니다. 다만 앤서니랑 자신을 비교하는 경향이 있어서 그 부분을 좀 신경 써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네, 구단주 님."
"그리고 구종이 3가지 밖에 없어서 좀 단조로운 부분이 있습니다. 구종을 좀 더 추가했으면 좋겠어요."
"네, 알겠습니다."
비엔나는 구단주가 이래저래 참견 아닌 참견을 별다른 이견 없이 받아 드렸다. 순순히 자신의 말에 수긍하는 그녀의 모습에 동국은 속으로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