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03화 〉203회. (203/297)



〈 203화 〉203회.

리사의 투런 홈런으로 발키리가 분위기를 가져온 것처럼 보였다. 요시데는 홈런 때문인지 지은에게 볼넷을 내주었고, 다시 무사 1루의 찬스가 만들어 졌다.

'3회 초의 병살을 만회할 기회야..!'

지아는 그런 생각을 하며 타석에 들어섰다. 여기서 안타를 때린다면 충분히 추가 점수를 만들 수 있었다.


"파울~"


"스트라잌~!"

그러나 요시데가 던진 싱커와 커브로 순식간에 2스트라이크로 몰리게 되었다.


"파울~!"


낮게 떨어지는 체인지업을 겨우 커트 해낸 지아. 그녀는 어떻게든 존에 들어오는 공을 커트 하려 했으나...

[라인... 안쪽에 흐르는 공, 재빨리 2루수 잡아서 베이스 밟고, 1루에~! 아웃! 더블 플레이를 완성 시키는 캐츠우먼!]

[홈런 다음에 병살 플레이... 최지아 선수, 오늘 병살타만 2개째네요.]


'아아아... 정말..!'


전력 질주를 하였으나 공보다 빠르지 못했던 지아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아쉬워 하였다.

어두운 표정의 지아가 더그아웃으로 돌아오자, 벤치에서 서로 투닥거리던 리사와 아연이 그녀의 눈치를 보았다.

두 언니가 그녀의 눈치를 보는지 알아챌 겨를이 없던 지아는 겨울 동안 실력을 상승시키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오빠 불알이 텅텅 빌 때까지 하겠어..!'

원정  라커룸에서 앤서니에게 펠라를 받고 있던 동국은 왠지 모를 오한을 느끼며 사정했다는 걸 지아는 알지 못했다.


동국의 양기를 듬뿍 먹은 앤서니가 4회 말에 삼자범퇴로 이닝을 순삭 시키자 캐츠우먼에서는 투수를 바꾸는 강수를 두었다.

바뀐 투수는 우투수인 릴리로 아마 우타자들인 발키리의 1,2,3번을 무실점으로 막아 보려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이런 캐츠우먼의 전략은 선두 타자로 나선 아연이 땅볼로 아웃 되면서 예상대로 되나 싶었다. 하지만...

[툭 밀어친 타구가 1루수 키를 넘깁니다! 안타! 1사 상황에서 리사 선수가 출루에 성공합니다.]

[밋밋하게 들어온 싱커를 그대로 밀어쳤네요.]

릴리는 싱커볼러이지만 정작 싱커의 위력은 좋지 못했다. 오히려 변화구인 커브나 슬라이더의 위력이 오히려  강했다.


전력 분석을 통해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었던 발키리 타자들은 변화구 대신 싱커나 포심을 노리고 빠르게 승부를 펼쳤다.

지은이도 안타를 치고 나가면서 1사 만루가 된 상황. 타석엔 오늘 병살타만 2개를 친 지아가 들어섰다.


'이번엔 진짜 제대로 친다..!'


지아는 아직도 가랑이 사이에서 동국의 손길이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오히려 동국과 함께 있는 것만 같아서, 정신이  또렷해 지는  같았다.

릴리는 연속해서 싱커를 얻어맞았다는 걸 깨달았는지 초구엔 커브를 던졌다. 확실히 그녀의 커브는 감히 지아, 자신이 노릴만한 구종이 아니었다.


'제발 패스트볼 계열로 던져라... 싱커든 포심이든 상관 없으니깐..!'


다음에 던진 구종은 몸쪽 낮게 들어오는 슬라이더. 다만 유인구로 사용하려 했는진 모르겠지만 볼로 판정이 되었다.


"볼."


심판의 볼 판정에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쉰 지아.


'이럴때 바깥쪽으로 살짝 흘러나가는 싱커를 던져야지? 그렇지? 그러니 제발 싱커..!'

이런 지아의 텔레파시가 통했을까? 딱 지아가 원하는 바깥쪽 싱커가 날아왔다. 지아는 바로 화답하듯 배트를 휘둘렀다.

따악~!

지아가 힘차게 휘두른 배트에 맞은 공은 약간 휘어지는 궤도를 그리며 좌측 라인을 향해 날아갔다.

1루로 뛰면서 지아는 제발 저 타구가 라인 안쪽에 떨어지길 기원했다.


'제발 라인 안쪽, 제발..!'


그리고 심판의 페어 볼 선언이 나오자 지아는 원정 팬들의 함성을 들으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2루를 향해 뛰었다.


'됐다, 됐어..!'


2루 베이스를 밟고 선 지아는 그 어느 때보다 환한 미소를 지으며 팬들을 향해 한 손을 번쩍 들어올렸다.

지아의 2루타 이후 현아의 땅볼 타구  2루에 있던 지아가 들어오면서 점수는 6-1까지 벌어졌다. 그러자 동국은 5회 말에 앤서니 대신 벨리나를 올리기로 결정하였다.


그러나 인간은 남의 실패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다고, 벨리나는 선두 타자에게 2루타를 허용하였다. 그리고 다음 타자가 희생타를 쳐서 아웃 카운트 1개와 점수를 맞바꾸었다.

여기까진 괜찮았다. 하지만...

[잡아 당긴 타구~!!! 담장을 훌쩍 넘어가는 추격의 솔로포!!! 점수 6대 3으로 캐츠우먼이 희망의 불씨를 살려 나갑니다!!]

정하리의 솔로포.

[높은 공 타격!! 센터 쪽, 센터 쪽, 담장~!! 넘어갑니다!!! 백투백 홈런!!! 점수 6대 4!!]


[아, 이러면 모르는데요? 솔직히 5회 초까지만 해도 점수 차가 5점이나 벌어져서 경기 이대로 끝이 나나 싶었거든요? 근데 캐츠우먼이 막판 뒷심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기세를 제대로 탔어요!]

김하연의 홈런으로 점수 차가 2점으로 좁혀지자 동국은 헐레벌떡 마운드를 방문했다. 연속해서 홈런을 얻어 맞아서 그런지 벨리나의 표정은 완전히 표백제로 새하얗게 변한 옷과 같았다.


"오, 오빠..."

그런 벨리나의 표정을 보고는 동국은 우선 아무 말 없이 그녀를 꽉 안아주었다. 그녀가 동국의 품에서 어느 정도 진정이 되자 동국은 지은에게 상황을 물었다.


"여보, 지금 상황이 어때? 벨리나가 제구가 안되는 거야?"


"어, 음... 아직 몸이 덜 풀린 것도 있긴 하지만, 그것보다는... 벨리나 실력이 캐츠우먼의 타선을 막지 못하는게 가장 커..."


지은이 동국의 품에 있는 벨리나를 부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한 설명에 동국은 자신의 투수 교체를 후회했다.

'벨리나가 그래도 1이닝 정도는 막을  알았는데...'

앞서 5회 초에 캐츠우먼에서 요시데 보다 실력이 떨어지는 릴리를 올렸다가 난타 당한 걸 뻔히 보고서 같은 실수를 했다는 것에 동국은 제 자신에게 화가 났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고,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벨리나가 5회 말을 막아 내야 했다.

"일단 스크류볼 사용을 늘리는 거 어때? 그래도 지금까지 안타를 허용한게 다 포심이나 커브였잖아."


"응, 일단 그렇게 해야지, 여보."


물론 스크류볼만 계속 던지다간 얻어 맞겠지만, 지금은 그런걸 가릴 때가 아니었다. 어떻게든 아웃 카운트를 늘려야 되는 상황이었다.


[빗맞은 타구! 2루수 잡아서 1루에 던집니다. 2아웃!]


[동국 감독이 마운드를 방문한 이후로 스크류볼 사용이 크게 늘었네요.  3개를 던졌는데 2개가 스크류볼 이었어요. 아마 계속해서 포심과 커브가 맞고 있으니 스크류볼로 타자들을 상대할 모양입니다.]

[하지만 스크류볼은 결국 커브인줄 알았는데 커브가 아닌 구종이거든요? 그렇담 커브를 던져야 할텐데 말이죠...]

확실히 스크류볼이 생소한 구종이긴 하지만 그 구종을 던지는 투수는 D 등급의 벨리나였다. 그녀보다 등급이 높은 타자들이 충분히 칠  있다는 의미였다.

[밀어친 타구! 1루수 옆을 빠져 나가면서 안타가 됩니다!]

[스크류볼이 약간 밋밋하게 들어왔는데, 허정희 선수가 그걸 놓치지 않았네요.]

[5회 말, 2사 후에 다시 출루에 성공하는 캐츠우먼! 과연  팬들에게 드라마 같은 역전승을 선물할  있을지..!]


다음 타자인 5번 타자 유나는 오늘 안타가 없었다. 그래서 벨리나는 이번 타자에서 끝내자는 마음가짐으로 전력 투구 하였다.


"볼."


"볼."


"스트라이크~"

"볼."

"파울~!"

"파울~!!"


"볼."

그러나 마음이 너무 앞선건지, 아니면 유나가 공을 잘 골라낸건지 볼넷으로 내보내고 말았다.

[5회 말, 2사 만루 상황. 타석에는 1번 타자 정하리 선숩니다. 오늘 4타수 2안타 1홈런을 기록하였고,  홈런이 바로 방금 전에 때려낸 홈런이란 말이죠.]

[그렇죠. 아직 홈런을 쳤던 감각이 남아 있을겁니다. 정하리 선수가 5홈런을 때려낼 만큼 갭 파워가 있는 타자니 아직 남아 있는 감각을 되살려 장타를 노릴테고, 벨리나 신지은 배터리는 이 점을  활용해서 헛스윙을 유ㄷ...]

따아악~!!!


외야에서도 들릴 정도로 커다란 타구음이 들리자 지아는 바로 펜스를 향해 뛰기 시작했다.


'아이씨... 제발 넘어가지 마라, 제발..!'

열심히 달리면서, 열심히 기도를 하던 지아는 펜스를 밟고서 그대로 점프하였다.


농구 선수를 해도 좋을 만큼 높이 점프하며 지아는 글러브를 낀 팔을 쭉 뻗었다. 그러나...


'아..!'


타자가 친 타구는 이러한 지아의 노력이 무색할 정도로 여유 있게 외야 관중석 상단에 꽂혔다.


높게 점프하고 나서 떨어지던 지아의 눈에 한 손을 번쩍 들고 1루 베이스를 도는 타자와 더그아웃에서 뛰쳐나와 홈으로 달려 나가는 상대 팀 선수들, 그리고 미친듯이 환호하는  팬들의 모습이 보였다.

 뒤에서도 들리는 팬들의 함성을 들으며 지아는 펜스에 몸을 기대 주저 앉았다.

[간다, 간다, 간다~!!!!! 굿바이~!!!! 굿바이~!!! 굿바이~!!!! 정하리가, 캐츠우먼의 톱 타자 정하리가, 팀을 결승으로 이끄는 홈런을 때립니다!!! 이런 드라마가, 영화 같은 결과가 이곳 캐츠우먼 홈 경기장에서 펼쳐졌습니다!!]


잘 들어갔다고 생각한 스크류볼이, 잘 떨어졌다고 생각한 그 공이 저 멀리 외야 관중석에 떨어지자 벨리나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낙하 지점을 바라보았다.


홈런 볼을 주운 누군가가, 아마 캐츠우먼 팬이라고 생각되는 사람이 홈런 볼을 높게 들고서는 덩실덩실 춤을 추는 모습이 벨리나의 눈동자에 잡혔다.


'아아아...'

끝내기 홈런을 맞았다는 사실보다 자신이 1이닝 동안 5점이나 벌어져 있는 점수 차를 막지 못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슬펐던 벨리나는 고개를 떨구고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그렇게 발키리의 올해 오구 경기는 이렇게 마무리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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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캐츠우먼, 정하리의 드라마 같은 끝내기 홈런으로 역전승!!!]

경기 지역 컵 대회 본선 3차전에서 5회 말에만 6득점을 한 캐츠우먼이 6-7로 결승전에 진출하였다.


1회 말에 먼저 점수를 얻은 캐츠우먼은 이후 5회 말까지 점수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사이 벨벳 발키리는 2회에 1점, 4회에 2점, 그리고 5회 초에 3득점에 성공하며 스코어를 6-1까지 벌려 놓았다.


5점이라는 넉넉한 점수 차에 발키리는 에이스 앤서니를 일찍 내리고, 대신 벨리나를 올렸다. 그러나 이 이른 투수 교체는 결과적으로 매우 큰 오판이었다.


벨리나는 선두 타자로 나선 허정희에게 2루타를 맞은데 이어 정하리, 김하연의 백투백 홈런을 얻어맞으며 무너지기 시작했다. 이후 점수가 6대 4인 2사 만루 상황에서 정하리의 역전 만루 홈런이 터지며 경기가 끝이 났다.

5타수 3안타 2홈런을 기록한 정하리와 5타수 2안타 1홈런을 때려낸 김하연의 활약이 돋보인 캐츠우먼 이었다.

반면 4이닝 1실점한 앤서니의 호투나 5타수 2안타 1홈런을 때려낸 리사의 활약이 빛을 바랬다.

데일리 MVP로 선정된 정하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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