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02화 〉202회. (202/297)



〈 202화 〉202회.

감독 후보로 델루나가 결정되자 동국은 바로 선수들에게 델루나에 대해서 설명을 했다.


"그러니깐... 바지 감독으로 생각하면 되는거야..?"

아연의 질문에 동국이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렇지."


바지 감독을 선임한다는 말에 일부 자기 주장이 강한 선수들은 마음에 들어하는 눈치였다.


"흠... 그렇단 말이지... 하긴, 강릉 시절의 감독은 참 참견하는 것도 많고, 별로였지..."


"나도 찬성~!"

리사와 앤서니, 지은이 그런 선수들이었다. 리사와 지은은 그간 감독들과 충돌했었던 경험 때문에, 그리고 앤서니는... 감독이 와서 훈련하라고 잔소리 하지 않을 거 같아서 좋아하는 것 같아 보였다...

"그래도 감독님이 전문성이 없으면 좀 그렇지 않을까요..?"


"아, 그래도 게으르긴 해도 전문적인 지식은 충분하다고 하니까 그 부분에 있어서는 걱정 하지 않아도 됩니다."

벨리나처럼 우려하는 선수도 있었다. 그리고 나머지 선수들은 별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럼 나연이가 한번 만나자고 약속 잡아 줄래?"

"네, 알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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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츠우먼 홈 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3차전. 스타 캐츠우먼은 리그에서 3위를 기록한 강팀이다.


사실 3차전까지 올라온 다른 팀인 수원 사성 위치즈도 리그에서 2위를 기록한 강팀으로 어느 팀이든 만만한 팀이 없었다. 오히려 1위 팀인 인천  레이디스가 1차전에서 사성 위치즈에게 패배해서 탈락한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캐츠우먼의 선발 투수는 에이스인 좌완 요시데 선수이다. 12승 7패를 기록했으며, 평균 자책점은 2.12를 기록한 B급 선수이다.


4가지 구종을 가지고 있는 싱커볼러 인데, 특히 커브와 체인지업이 리그 정상 급으로 평가 받는다.

그래서 인지 1회 초, 발키리의 중심 타자들은 모두 땅볼로 아웃 되고 말았다.

"어후... 커브가 완전 존 위에서 아래로 뚝 떨어지는데... 와, 씨..."


"훗,  정도 공을 공략 못해서 어떻게 지역 리그에서 활약 하겠다는 거냐."


"뭐래, 지도 요시데 체인지업에 땅볼 쳐놓고선..."


"으읏..! 이, 이건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다..!"


"지랄한다..."

아연과 리사가 요시데의 구종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지은도 1루 땅볼로 아웃 되면서 1회 초가 마무리 되었다.

1회 말.

[밀어친 타구~!! 라인, 안쪽에 떨어집니다!! 페어볼~!! 우익수 빠르게 쫓아가 봅니다만 타자 주자 1루 돌았고, 2루에~!! 여유 있게 도착합니다! 김하연의 2루타!]

1사 상황에서 캐츠우먼의 2번 타자인 2루수 김하연이 2루타를 치며 실점 위기가 찾아 왔다.

바깥쪽 백도어 슬라이더를 김하연이 밀어쳤는데, 타구가 아슬아슬하게 라인 안쪽에 떨어진 것이다.


캐츠우먼은 다음 타자인 박호연이 좌익수 방면으로 외야 플라이를 날리면서 쉽게 선취점을 획득했다.

[1회 말부터 캐츠우먼이 그래도 쉽게 선취점을 얻는군요.]


[확실히 캐츠우먼이 강팀이긴 하죠. 포수만 조금 약할 뿐 다른 포지션들은  평균 이상이니 말이죠.]


1회 말이 끝나고 2회 초가 시작되려 할때, 지은이 동국에게 다가와서는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여보... 나 젖 나오려고 그러는 거 같은데..."


"크, 크흠..! 그럼 얼른 짜줘야 겠구만..?!"


동국이 지은과 함께 더그아웃을 빠져 나가자 앤서니와 아연, 리사도 같이 따라 나섰다. 그렇게 횅해진 더그아웃에는 몇몇 선수들과 너튜브에 올릴 영상을 촬영하고 있는 재은과 나연 밖에 없었다.


"나, 갔다 올게."

"어, 언니... 가서 홈 밟고 와."


지아가 동국과 선수들이 빠져 나간 문을 한번 바라보고는 타석으로 향했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서 다시 더그아웃으로 돌아왔다.


"... 가서 아연 언니 불러올게."

잠시  아연이 약간의 짜증을 내며 더그아웃으로 복귀했다.

"아휴..! 정말..!  투수랑 몇 구만에 아웃됐어?"


아연은 동국과의 스킨십이 빨리 끝난 것이 아쉬워 괜히 투덜댔다.

"어... 5구? 언니, 5구 정도면 오래 버텼지..!"

"어, 5구나 버텼었어..? 그래..? 그 정도면 오래 버텼네... 흠흠... 야, 그래도 현아 봐봐! 저렇게 계속, 어? 볼넷으로 출루하네..? 이게  일..?"


기대도 안 했던 현아가 첫 출루에 성공하자 아연이 놀라워 하며 중얼거렸다.

"언니 지금 현아 무시한거지? 현아는 절대 출루할 리가 없을 꺼라 생각한거지? 나중에 현아한테  일러야지~"

"야! 너, 그러기만 해봐..! 내가 가만 안둬..!"


"에베베~"

지아의 놀림에 아연이 그녀를 손가락질 하며 타석에 들어섰다.


'아이씨... 현아가 알면  오래 삐질텐데...'


은근, 아니 상당히 소심한 면이 있는 현아가 이 사실을 알면 분명 일주일 넘게 의기소침해 있을게 분명했다.

아연은 다시 한번 지아에게 눈을 부라리고는 타격 자세를 취했다.

[최지아 선수가 장아연 선수에게 장난을 친걸까요? 보기 좋네요.]


[같은 가족이니 사이가 좋을 수 밖에요.]

[그러고 보면 발키리는  구조가 독특합니다. 대부분의 선수가 같은 남자와 결혼을 하지 않았습니까? 이 점이 불화가 될 가능성도 있지만, 현재 팀 분위기를 보면 서로 관계가 끈끈하게 만들어 준 것 같군요.

아, 앗! 1루 주자 뜁니다!! 2루, 2루에서!! 세잎!! 세잎입니다!! 도루에 성공하는 주현아 선수! 단숨에 1사 1루에서 1사 2루가 됩니다!]


[주현아 선수가 타격 실력은 많이 부족하지만, 도루 능력 하나는 정말 발군이네요. 요시데 투수가 좌 투수라서 도루 하기 더 힘들었을텐데 말이죠.]

[이러면 장아연 선수의 부담이 한결 가벼워지죠. 외야 플라이, 아니 내야 땅볼을 쳐도 주현아 선수는 홈에서 살 수 있을겁니다.]

아연은 2루에서 유니폼에 묻은 흙을 털어내는 현아에게 엄지 척을 날렸다. 그에 환하게 웃는 현아. 그런 현아의 모습에 아연은 마음이 왠지 불안해 졌다.

'아, 씨... 진짜 이 놈의 입이 방정이지..! 왜 그런 말을 해가지고...'

그래도 타석에서의 부담감은 어느 정도 줄어든  사실이었다. 아연은 요시데의 커브를 툭 쳐서 2루에 있던 현아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역시 현아는 빨라..! 리사 같았으면 분명 홈에 들어올 생각도 안 했겠지. 그나저나 미리 현아에게 가서 잘못했다고 말해야지... 안 그러면 지아에게 약점 잡힐지도 몰라.'

아연이 솔직하게 현아에게 자신의 실언을 고백한 덕분에, 현아의 의기소침과 우울함이 일주일에서 3일로 줄어들게 되었다고 한다.


 사실을 듣게 된 리사에게 비웃음을 당한  덤이었다.


2회 말, 1사 상황에서 캐츠우먼의 1번 타자 정하리가 안타를 치고 나갔다.


다음 타자인 김하연의 타격 자세를 살펴보던 지은은 문득 1루에 나가있는 정하리의 베이스 간격이 많이 벌어져 있다는 걸 깨달았다.


'하..! 저거 봐라..?  보아하니 도루를 할려고 하는거 같은데... 내가 있는데 감히..?'


지은은 앤서니에게 피치아웃을 지시했다. 지금 타자가 전 타석에서 2루타를 쳤던 김하연이니 주자를 견제해서 도루 하지 못하게 하는 것보단 주자를 없애는 게  나았다.

[오늘 타격 컨디션이 좋아 보이는 김하연 선수 앞에 주자가 나가 있습니다. 캐츠우먼 입장에서는 여기서 1점 달아나고 싶을ㄱ, 아앗! 피치아웃!! 주자 뛰었고, 2루에서!! 아웃!! 아웃입니다!!]

[아, 이러면 분위기가 확 죽죠... 아마 주현아 선수가 도루에 성공하는 걸 보고 자극 받은 것 같은데, 아쉽게 됐네요.]

[발키리의 포수인 신지은 선수를 생각하지 못했던 거 아닌가 싶네요.]


허망한 표정으로 더그아웃으로 되돌아 가는 정하리를 지은이 웃으며 바라보았다.


"짜식... 1아웃 고맙다."


3회에  팀 다 1번의 병살타를 치면서 분위기가 투수전 양상으로  때, 4회에 선두 타자로 나선 아연이 안타를 치고 나갔다.


""리사!! 홈런!!""

원정 팬들은 답답한 이 흐름 속에서 리사가  시원한 한 방을 때려주길 기대했다. 반면 홈 팬들은 3회와 마찬가지로 그녀가 병살타를 치기를 희망하고 있었다.


[리사 선수가 계속 요시데 선수의 체인지업에 범타를 쳐서 아웃이 됐단 말이죠. 과연 이번에도 요시데 선수가 체인지업을 던질까요?]


[던질 확률이 높긴 한데... 지금이 세 번째 타석이란 말이에요, 이 정도 되면 패턴에 변화를 줘야죠. 안 그러면 크게 당할 수 있습니다.]


해설 위원의 말대로 리사는 요시데의 체인지업을 노리고 있었다.


'함 던져 봐라..! 내가 그대로 담장  구경 시켜주지..!'

[관중석에 떨어지는 파울이 되네요. 리사 선수, 끈질기게 버티고 있습니다.]

[이제 던질만한 구종이 별로 없긴 한데, 아직까지 체인지업을 안 던졌거든요? 이제 체인지업을 던져야 할 때가 온 거 같습니다.]

[제 6구..!]

'왔다..!'


가운데에서 바깥쪽으로 살짝 가라앉는 궤적으로 공이 날아오자 리사의 배트가 벼락 같이 휘둘러졌다.


따악~!!

[높이~ 떠오른~ 타구~!! 그대로, 넘어갑니다~!! 리사 선수의 투런포!! 스코어 3대 1!! 발키리가 역전에 성공합니다!!]

""리사!! 리사!! 리사!!""

멋진 궤도로 담장을 훌쩍 넘어간 타구에 원정 팬들은 목청이 터져라 리사의 이름을 외쳤다.

리사 역시 역전에 성공했다는 흥분감 때문에 2루 베이스를 돌면서 자신의 가슴을 두드리며 팬들을 향해 함성을 질렀다.

"내가!! 리사다!!"

""우와아아아~!!""

그러나 홈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아연의 표정을 보자 순식간에 방금 전에 한 행동이 부끄러워 졌다. 리사가 팬들을 향해 함성을 지르는 모습을 보고서 웃음을 참던 아연은 리사의 얼굴이 붉어진게 보이자 웃음이 터졌다.

"내가, 리사다! 크크킄..! 내가, 리사닷, 크하하하핰~! 그래, 니가 리사 해라~ 큭큭큭."

"... 그만 해..!"

"알았어, 리사 선수. 킥킥."

"으윽..."


더그아웃에 있는 다른 선수들과 사람들의 표정을  리사는 어디 쥐구멍이라도 숨고 싶은 기분이었다.

'내가 미쳤지...'

그 후 리사는 한동안 세레머니를 자제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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