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00화 〉200회. (200/297)



〈 200화 〉200회.

1차전을 승리로 마무리 하고 나서 동국은 선수들과 직원들, 그리고 파견 온 의료진들과 치어리더들과 함께 회식을 하였다.

"발키리의 승리를 위하여~!"

""위하여~!""

왁자지껄하게 음식을 먹는 선수들을 뒤로 하고 동국은 우선 의료진들에게 다가갔다.

"맛있게 드시고 계시죠?"


"아휴, 정말 맛있게 먹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감독님. 저희까지 신경 써주시고."

"하하, 앞으로  부탁 드린다는 의미죠."

동국은 그렇게 말하며 슬쩍 플로렌스의 옆에 앉았다. 그녀는 밝은 분위기의 회식 자리와는 안 어울리게 어두운, 그러면서 약간 초조한 표정이었다.

"플로렌스 씨, 잘 지내시...진 못한 표정이네요. 무슨 일 있어요?"

"네? 아..."

동국의 물음에 맞은편에서 천천히 고기를 먹고 있던 의사가 살짝 놀라면서 말했다.


"어? 감독님, 우리 플로렌스 선생과 아시는 사이셨나봐요?"

"아아, 옛날에 리사가 부상 입었을때, 병원에서   만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알게 됬어요."

"아아~ 그러셨구나."

의사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고기를 먹기 시작했다. 천천히 음미하면서 먹는 모습이 꼭 미식회에 온  같았다.

"저, 개인적인 일이 있어서 먼저 일어나 보겠습니다. 그럼..."

플로렌스는 휴대폰으로 시간을 계속 확인하더니 꾸벅 인사를 하고서 자리에서 나왔다. 서둘러 식당을 빠져 나가는 그녀의 모습에 동국은 어리둥절 하였다.


"뭐지... 플로렌스 씨에게 뭔 일 있어요? 저번에 봤었을 때도 표정이 좋진 않았었는데?"

"아~ 플로렌스 선생의 여동생이 많이 아프거든요. 그래서 지금 병원에 입원해 있습니다."

동국의 물음에 의사가 식당 입구를 힐끔 바라보고는 대답해주었다.


"그래서 저렇게 간호해주러 간거에요?"

"네, 그렇죠. 지극정성이에요. 듣자 하니 하나밖에 없는 가족이라고 하더군요. 다만..."


"다만..?"


"다만 불치병이라서 돈이 꽤나 든다는거죠. 저~기 벨벳 병원에서도 발병 원인과 치료법을 모른다고 하니, 말 다한거죠. 그래서 그냥 자신이 다니는 병원에 입원 시켜서 직접 보살피는 거에요."

"허어... 그런 일이..."

하나 뿐인 가족이 원인 모를 불치병에 걸려서 입원해 있으면 마음이 안 좋긴 하겠지. 그래서 저렇게 계속 표정이 어두웠었구만...



"언제 한번 병문안이라도 가봐야 겠네요."


동국은 그  의사와 응급구조사와   더 떠든 다음에 치어리더들이 모여 있는 자리로 이동했다.


"다들 많이들 먹고 있습니까?"


동국이 웃으며 묻자, 리더인 미나가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하하, 저희가 몸매 관리 중이라서요..."

"오, 이런..."


확실히 그녀들이 먹은 고기의 양이 적긴 했다. 그 때, 발키리즈의 막내인 모모가 다른 테이블에서 열심히 고기를 흡입하고 있는 앤서니를 부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하아... 나도 저렇게 고길 엄청 먹고도 몸매 유지하고 싶다... 어쩜 저렇게 많이 먹는데도 몸매가 저렇게 좋지..?"

그녀의 중얼거림에 다들 공감이 가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야 앤서니는 살이  가슴이랑 엉덩이로 가기도 하고... 또 나랑 섹스를 하니깐...'

동국은 그런 생각을 하다가 문득 궁금한 점이 생겨 물었다.

"음... 춤 연습을 하면 칼로리가 많이 소비되지 않나요..?"


"그렇긴 합니다만... 그렇다고 기름진 음식을 먹거나 하면 안돼서..."

"하하, 그렇군요."

동국은 그 뒤로 그녀들과 이런 저런 대화를 하였다. 그러면서 그녀들의 사정을 좀 더 자세히 알게 되었다.

몇 달 전 개막식 때 행사 이후로 여러 곳에서 행사 문의가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여러 활동들을 하면서 인지도를 높여 갔다고.


"그때 저희가 약간 노래에 대한 자신감을 가진 거 같아요. '아, 드디어 우리 노래가 통하는구나' 하는... 근데 그게 아니었어요."

댄스 대신 노래의 비중을 높이면서 무대에 대한 반응이  좋아 졌다고. 뒤늦게 이 사실을 깨달았을  이미 문의 전화가 거의 끊긴 상태였다.

"흑...  제 욕심이죠... 그냥 댄스 컨셉으로 계속 갔어야 했는데... 괜히 노래를 부른다고... 흐윽..."


어느새 설움이 복받쳤는지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흘리는 리더이자 보컬 담당인 미나. 그런 그녀를 옆에 있던 제니퍼가 토닥이며 달랬다.

"어, 언니. 울지마... 우리도 다 찬성한 일이잖아. 이제부터 다시 시작하면 되는거지."

그런 그녀들을 바라보며 동국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과연 얘들이 나랑 섹스를 하면 노래 실력이 상승할까..?'

동국의 특성은 [양기보충]. 섹스한 상대에게 양기를 주는 특성이다. 이 양기란 거 덕분에 선수들의 실력이 상승해서 발키리가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양기보충]이 선수들에게만 해당되는 건 아닌  했다. 동국과 섹스를 하고  이후부터 비올렛의 업무 능력이 상승했다고 그녀가 밝혔으니깐 말이다.


'흠... 한번 확인해 볼 필요는 있겠는데...'


*
*
*


발키리의 2차전 상대는 성남 매그파이를 꺾고 올라온 용인 제일 크라운즈이다. 리그에서 4위를 차지한 중상위권 팀이다.


평균에서 평균 이상은 하는 선발진과 평균 이상인 중심 타자들을 보유한, 무난하게 강한 팀이다.


제일 크라운즈의 홈 구장에서 열린 본선 2차전. 크라운즈의 선발 투수는 2선발 케인이었다. 포심과 슬라이더, 커브, 싱커를 던지는 그녀는 평균 이상의 변화구를 던지는 C급 우투수이다.

발키리의 막강 타선이라면 충분히 공략할  있는 그런 선수... 라고 벨리나는 생각 했었다.


[1루수, 여유 있게 잡아서 1루 베이스를 밟습니다! 쓰리 아웃!! 케인이 발키리의 막강 중심 타선을 삼자범퇴로 처리합니다!]


[하하, 케인 선수가 아주 파이팅 넘치게 포효를 하는군요. 확실히 발키리의 타선을 삼자범퇴로 처리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죠.]

"저기... 오늘 컨디션 안 좋은거 아니죠?"

벨리나가 주섬주섬 포수 장비를 작용하는 지은에게 다가와 묻자 지은이 그녀를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야, 나 못 믿어? 나, 신지은이야. 그리고 타자는 원래 3번 중에 1번만 이겨도 이기는 게 타자야~ 아직 2번 남았어."

"그렇긴 한데... 제가 실점하는 것보다 더 많이 득점을 해야 이기니깐요..."

벨리나, 자신의 실력이 아직 지역 리그 급은 안된다는 걸 잘 알기에 그녀는 불안해 했지만, 지은은 자신만만하게 그녀를 다독였다.

"야, 나 못 믿어? 나, 신지은이야~ 내가 던지라는 대로, 던지라는 구종으로 던지면 너도 할 수 있어. 빨리 나와. 연습 투구 해야지."

확실히 지은은 귀신 같은 볼 배합으로 투수들을 리드 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동국이 상황 봐서 앤서니를 불펜으로 투입할  있다고도 했으니, 자신은 그저 전력 투구를 하면 될 거라고 벨리나, 자신을 다독였다.

그리고 확실히 지은의 투수 리드는 대단했다.

[툭 건드린 공, 2루수, 여유 있게 잡아서 1루에, 아웃입니다! 1아웃!]

[스크류 볼이 아주 예리하게 바깥쪽으로 휘어져 나가네요. 김연아 선수가 커트를 하려고 한 것 같은데, 존 안쪽으로 타구가 굴러갔어요.]


3할 3푼의 타율을 기록한 B등급 김연아도,

[헛스~윙!! 삼진 아웃! 라라 선수가 삼진으로 물러납니다!!]

[아, 이번에도 스크류 볼이에요! 라라 선수, 아주 어리둥절한 표정이네요. 분명 커브라고 생각하고 배트를 휘둘렀는데, 공이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니 그럴 수 밖에요.]

12개의 홈런을 때려낸 B급의 라라도 아웃 처리하자 벨리나는 신기한 기분이 들었다.

'확실히... 전이랑은 다른 기분이야..!'

전에도 지은이 벤치에서 타자들이 노리는 구종을 알려 주긴 했지만,  정도는 아니었다. 기존에 계속 AI 포수만 써오던 그녀로선 지은의 리드는 완전 신세계였다.

3번 타자인 채은아도 범타로 처리하며 1회 말을 삼자범퇴로 끝낸 벨리나는 더그아웃으로 돌아가며 지은에게 존경스러운 눈빛을 보냈다.


"언니, 정말 대단해요..!"


"야, 나, 신지은이야~ 나만 믿으면 너도  할 수 있어. 아, 여보~ 우리 얼른 특훈실 가자~"

벨리나는 동국에게 달라붙는 지은을 웃으며 바라보았다.


2회에도  팀은 득점 없이 끝이 나며 생각 외로 투수전 양상으로 흘러갔다. 그리고, 3회 초. 선두 타자로 리사가 타석에 들어섰다.


[2,3,4번으로 이어지는 발키리의 타순입니다. 발키리 입장에서는 여기서 뭔가 한 방이 터져 줬으면 하는 바램을 가질텐데 말이죠.]

[그렇죠. 여러 사람들의 예상 외로 지금 투수전 양상이란 말이죠? 이러한 분위기에서 리사 선수의 큰 거 한 방이면 분위기를 완전히 발키리 쪽으로 가져갈 수 있습니다.]

[1회에 큼지막한 타구를 날린 것을 보면 리사 선수의 컨디션이 나빠 보이진 않았단 말이에요. 과연 리사 선수가 장타를 날릴 수 있을지..!]

케인은 발키리의 강타자들을 상대로 변화구 위주의 피칭을 하였다. 그녀의 변화구가 상대적으로 괜찮은 것도 있고, 반대로 그녀의 패스트볼 계열이 위력이 약한 부분도 한 몫 했었다.


그러나 불펜도 아닌 선발 투수가 변화구 위주의 피칭을 계속 하기엔 사실상 무리였다. 변화구가 제대로 꺾이면 모를까, 밋밋하게 들어가는 경우도 충분히 있기 때문이다.

따악~!!

[밀어친 타구~!! 우익수 뒤로! 우익수 뒤로~! 담장, 넘어갑니다~! 리사의 선제 솔로포! 리사 선수의 솔로포로 1점 앞서 나가는 벨벳 발키리! 점수 1대 0 입니다!]

[케인 선수의 실투를 리사 선수가 놓치지 않았네요. 지금은 슬라이더가 가운데로 몰렸죠?  공을 리사 선수가 밀어친게 그대로 담장을 넘어가네요.]


발키리 팬들이 원하던 큰 거 한 방이 터지자 원정 응원석은 팬들의 함성으로 가득 찼다. 치어리더들은 방방 뛰며 팬들의 호응을 이끌어 냈고, 흥분한 팬들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마구 손을 흔들어 댔다.

그 뒤로 팬들은 한동안 자리에서 앉지 못했는데, 댐에 구멍이 나서 무너지듯 연달아 안타가 터졌기 때문이다.

[걷어 올린 타구!! 담장, 담장!!! 아, 담장 맞고 떨어집니다! 그러나 신지은 선수는 여유 있게 2루에 도착합니다.]

[툭 밀어친 타구! 2루수 옆을 스쳐 지나갑니다! 2루 주자 여유 있게 홈에 도착하며 스코어 2대 0이 됩니다!]


[아앗! 기습 번트! 주현아 선수가 기습 번트를 댔습니다! 투수 서둘러 달려가서,  더듬었습니다!! 그 사이 주현아 선수는 이미 1루에서 세잎! 세잎입니다!]

[아, 이렇게 되면 무사 만루에요. 케인 선수의 표정이 완전히 무너졌네요.]


결국 제일 크라운즈는 무사 만루에서 투수를 교체할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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