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98화 〉198회. (198/297)



〈 198화 〉198회.


[1회 말, 1아웃 상황에서 발키리의 2번 타자는 리사 선숩니다. 여기서 과연 파이어우먼즈가 1회  발키리처럼 리사 선수를 거를까요?]

캐스터의 질문에 해설 위원이 고개를 갸웃했다.


[글세요... 파이어우먼즈는 이대연 선수 다음이 평균에 못 미치는 성적을 낸 한다희지만, 발키리는 비록 오늘이 복귀 전이지만 다음 타자가 신지은 선수란 말이죠...

발키리야 여유 있게 한다희 타자와 승부를 하면 되지만, 신지은 선수는 그렇게 여유 있는 타자가 아니죠. 다만 리사 선수와 승부를 하더라도 정면 승부는 하지 않을꺼라고 봅니다.]


이런 해설 위원의 생각과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던 리사는 윤서빈이 던진 초구를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걸러도 상관 없다는 태도군.'


[구속이 145km까지 나왔습니다만... 존에서 많이 벗어났죠?]

[그렇죠.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갔어요. 저 정도 코스라면 제가 타석에 있었어도 골라 냈을 거 같네요.]

[오호, 정말입니까~?]


[네, 언제 공이 지나갔는지도 모를테니깐요. 하하!]


캐스터와 해설 위원이 서로 농담 따먹기를 하고 있을 동안에도 리사와 윤서빈의 싸움은 계속되고 있었다.

우연인지 실력인지, 윤서빈의 강속구가 바깥쪽으로 꽉 차게 들어가는 걸 보며 리사는 자신의 목적을 확실히 정해야 됬다. 바로 이대로 볼을 골라내 볼넷으로 나갈건지, 아니면 보더라인에 걸친 공이더라도 치고 나가야 하는지 이다.

'나는 과연 지은 언니를 믿나..?'

지은이 해결을 해줄 거라 믿는다면 자신은 그냥 볼넷으로 걸어 나가도 된다. 하지만 오늘 경기가 거진 1년만의 경기라는 걸 생각한다면 자신이 장타를 때려 내야 하는게 맞을 수도 있었다.


리사는 요 근래 지은의 모습들을 떠올려 보았다. 동국과의 회복 섹스 후 그녀는 베테랑 답게 전력 분석 회의에도 성실하고 열정적으로 참석 했으며, 훈련도 열심히 하였다.

'이런 언니를 못 믿을 수가 없지...'


비록 그녀의 성격이 괴팍하긴 했지만 말이다.


[결국 공이 빠졌다는 판단과 함께 볼넷을 내주고 마는 윤서빈 투수. 이러면 1사 1루 상황에서 신지은 선수가  1년만에 복귀 전을 치루는 군요.]

[1년 전에는 일산 레이크걸즈의 중심 타자로 예선 결승전을 치뤘었죠. 당시 홈런도 때리는  활약을 했습니다만 아쉽게 장안 캐슬걸즈에게 패하고 말았었죠.]


[예쁜 딸을 출산하고 돌아온 그녀. 과연 복귀 전에서 어떤 활약을 펼칠지 기대가 됩니다.]


선발 투수 윤서빈은 타석에 들어오는 신지은을 바라보며 고개를 내저었다.

'출산한지 아직 2달이  되지 않은 여자를 경기에 내보내는  누구 생각인지...'

더군다나 체력 소모가 가장 많은 포지션인 포수인 그녀가 윤서빈은 걱정스러웠지만, 한편으론 다행스럽게도 생각했다.

'분명히 제 컨디션은 아니겠지... 아마 AI 포수보단 낫다고 생각하고 내보낸거겠지.'

그러나  안일한 생각은 불과 몇  뒤 완전히 바뀌게 되었다.


윤서빈이 자신 있게 뿌린 강속구. 가운데로 몰리긴 했지만 제 컨디션이 아닐 그녀가 치기엔 무리라고 생각한  공.

따악~!


그 공을 지은은 기세 좋게 때려냈고, 높게 멀리 뻗어 가는 타구를 바라보며 홈 팬들은 점차 기대감을 가지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초구... 쳤습니다!!! 쳤어요!!! 담장, 담장, 담장~!!!! 넘어갑니다~!!! 신지은이 1년만의 복귀전, 첫 타석에서 선제 투런포를 신고합니다!!]

[아, 정말... 클래스는 변하지 않죠?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이 맞는 순간 홈런임을 직감했어요. 그만큼 큰 타구였습니다.]


[신지은 선수, 홈 팬분들에게 손을 흔들며 여유 있게 베이스를 돕니다. 반대로 윤서빈 선수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주저 앉았네요.]

[실투성 공을 신지은 선수가 놓치지 않았죠. 이런 클래스가 있는 타자들을 상대할 때는 투수들은 항상 조심해야 합니다.]

"좋았어, 언니. 실력, 녹 쓸지 않았는데?"

홈에서 기다리고 있던 리사가 지은을 맞이하며 주먹을 내밀자, 지은이 씨익 웃으며 내민 주먹을  하고 쳤다.


"보아하니 투수가 내가 복귀전인걸 알고 일부러 한가운데로 준거 같애. 그래서 그 호의를 거절하지 않았지."

지은이 마운드에서 인상을 찡그리고 있는 윤서빈을 바라보며 농담을 하자 리사가 큭큭 웃었다.

더그아웃에 들어서자 격하게 자신들을 환영해 주는 가족들을 보며 지은은 자신이 경기에 복귀했다는  실감했다.


홈런을 맞아 제구가 더 흔들렸는지, 윤서빈은 지아에게 볼넷을 허용했다. 지아는 포수의 실력이 낮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에 도루를 시도, 성공하면서 득점권 기회를 만들었다.


그러나 윤서빈의 강속구에 현아가 헛스윙 삼진을 당하고, 아연이 내야 뜬공으로 물러나면서 더 이상의 추가 득점은 나오지 않았다.

2회 초, 앤서니는 삼진 2개를 얻어내며 이닝을 깔끔하게 막아냈다. 그리고 2회 말, 리사의 2루타, 지은의 고의 사구로 무사 만루가  상황에서 지아의 타석이 되었다.

[무사 만루의 상황에서 타석에는 리그에서 11개의 희생타를 기록한 지아 선숩니다.]

[11개의 희생타는 경기 지역 리그는 물론이고, 전국 지역 리그들에서도 가장 많이 기록한 개숩니다. 아마 지아 선수는 여기서 희생 플라이를 의식하겠죠.]


[그럼 반대로 파이어우먼즈는 어떻게든 땅볼이나 삼진을 유도해야 겠군요.]

[그렇죠. 삼진이면 좋고, 땅볼 나와서 병살로 이어지면 베스트죠.]

지아 역시 가벼운 마음으로 타구를 외야로만 보낸다는 생각으로 타격에 임했다. 그러나 140이 넘는 공은 아무래도 무리였을까.



틱~


[아, 높게 뜬공. 1루수가 잡을 채비... 잡았습니다! 최지아 선수가 내야 뜬공으로 허무하게 아웃 되고 마는군요.]


[그러게요. 아무래도 공을 띄우려고는 했는데, 너무 빗맞고 말았던 거 같습니다.]

[그래도 아직 1사 만룹니다. 발키리에게는 아직 기회가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다음 타자는 주현아 선수죠. 파이어우먼즈는 여기서 병살을 노릴겁니다.]


해설 위원 말대로 현아는 잇따라 존에 박히는 강속구에 대처를 못 하다가 살짝 몸쪽으로 꺾기는 슬라이더에 땅볼을 치고 말았다. 그리고 이 타구는 그대로 병살로 이어지고 말았다.


"오, 이런... 무사 만루를 날리다니... 이건 좀 큰데..."


벨리나는 현아의 타구가 병살로 이어지는 걸 바라보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이닝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서 바로 특훈실로 달려갔다.


무사 만루의 절호의 기회를 날려먹으면서 경기의 분위기가 파이어우먼즈로 넘어갔다. 선두 타자로 나선 이대연을 고의 사구로 내보내고 나서, 앤서니가 한다희에게 안타를 허용한 것이다.


[여기서 무사 만루가 되는군요! 2회 말, 발키리는 무사 만루의 찬스를 살리지 못했는데, 과연 파이어우먼즈는 다를지 궁금합니다.]

[파이어우먼즈 입장에서는 여기서 최소 추격하는 점수, 1점을 얻어 내야만 합니다.  그러면 분위기를 다시 내줄  있습니다. 여기서 흐름을 타야만 해요.]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포수인 지은은 타석에 들어오는 타자를 주의 깊게 '관찰'했다.


'음... 어깨나 발의 위치, 팔꿈치의 높이... 역시 직구, 그것도 하이 패스트볼을 노리는건가.'


앤서니가 던질 수 있는 구종은 포심, 슬라이더, 커브. 그리고 너클볼. 여기서 너클볼은 아직 공개할 생각이 없으니 뺀다면, 3개의 구종  2개의 구종이 아래로 떨어지는 움직임을 가지고 있다.

커브야   것도 없고, 슬라이더도 앤서니의 궤적은 슬러브 성이기에 횡적 움직임 뿐만 아니라 종적 움직임도 가지고 있다.

하여튼 떨어지는 공을 쳐서 뜬공을 만들 확률보다는 땅볼이 될 확률이 높은 바, 타자는 당연하게도 직구를 노리는 수 밖에 없었다.


'그러면 한번 직구를  봐야지, 후후... 물론 볼이지만...'


부웅~

"스트~ 라잌~"

앤서니가 던진 하이 패스트볼에 타자의 배트가 헛돌았다. 차분하게 보면 분명 높은 볼이었지만, 자신이 원하는 구종, 코스로 오다 보니 타자가 참을 수가 없었다.

"오우~ 완전 홈런  기센데?"


"크흠..!"


타자의 힘찬 스윙을 보고서 지은이 중얼거리자 타자가 헛기침을 하였다. 그러거나 말거나 지은은 계속 타자의 타격 자세를 '관찰'했다.


'팔꿈치가 약간 내려간 걸 보면 이번엔 낮은 공이 올꺼라고 생각한 건가?'


높은 공 다음에 낮은 공. 아주 정석적인 볼 배합이었고, 실제로 많은 포수나 투수들이 그렇게 던진다. 그러나 지금 포수 마스크를 쓰고 있는 지은은 그런 일반적인 포수가 아니었다.

'흐흐, 이럴  다시 높은 공을 주면..?'


부웅~


"스트~ 라잌~!"


비슷하지만 좀  낮은, 존에 살짝 걸치는 코스로 날아오는 포심에 타자의 방망이는 또다시 헛돌았다.

두 번이나 (거의) 같은 코스, 같은 구종을 던지자 타자는 씩씩 대며 배트를 꽉 쥐고는 타격 자세를 잡았다. 누가 봐도 높은 직구를 노리고 있는 모습이었다.

'여기서 뚝 떨어지는 커브를 던지면 헛스윙 삼진이겠지만... 지금 상황에선 병살이 더 좋겠지.'


앤서니가 던진 공이 바깥쪽 높은 코스로 날아오자 잔뜩 노리고 있던 타자는 눈을 부릅뜨며 배트를 매섭게 휘둘렀다.


그러나 바깥쪽으로 오던 공을 급격히 몸쪽으로 꺾여 들어갔고, 배트 안쪽에 맞은 공은 배트에 금을 내고는 다시 튕겨져 나왔다.

[전진 배치 되어 있던 2루수가 바로 타구를 잡아서 홈으로! 그리고 1루로~ 아웃입니다!! 더블 플레이!! 여기서 더블 플레이가 나오는군요!!]


[희생 플라이를 노리고 있던 타자에게 높은 공 승부... 아주 과감하고 효과적인 승부였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몸쪽으로 휘어져 들어오는 높은 슬라이더... 바깥쪽 직구를 노리고 있는데 몸쪽 슬라이더가 들어오면  맞을 수밖에 없죠.]


[무사 만루에서 2사 2루로 바뀐 상황. 앤서니 투수는 한결 여유로운 마음가짐으로 다음 타자를 상대할 수 있겠네요.]


캐스터의 말대로 앤서니는 다음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 세우며 무사 만루의 위기를 무실점으로 극복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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