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93화 〉193회. (193/297)



〈 193화 〉193회.

장안 캐슬걸즈 역시 1번 타자인 지아의 출루를 억제하는게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괴물,  자체인 리사를 거르지 않았다가 어떻게 됐는지 앞선 팀들이 결과를 보여주었다.

1,2차전에서 리사가 거둔 성적은 6타수 5안타 3타점 이었다. 타점만 보면 적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녀가 얻은 득점은 7득점이나 되었다. 5안타 중에 2개의 2루타와 1개의 홈런이 있는걸 보면 고의 사구로 내보내는게 오히려 이득이었다.

지아의 현재 실력은 C 등급. 캐슬걸즈의 선발 투수인 데스티니의 등급인 D 등급보다 높았다.


동국으로부터 자신의 실력이 더 좋다는 말을 들은 지아는 자신감을 가지고 타석에 임했다.

[데스티니 선수의 구종 구사율을 보시면 싱커가 37%, 포심이 23%로 직구 계열이 전체의 60%를 차지합니다. 거기에 커브와 슬라이더가 각각 2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싱커 덕분에 땅볼 비율이 높은 선수죠. 포심인 줄 알고 배트를 내밀면 공이 살짝 가라 앉으면서 땅볼이 되고 말죠. 최지아 선수도 데스티니 선수의 싱커를 조심해야 할겁니다.]


'싱커를 주로 던져서 땅볼을 유도하는 투수... 그러나 나에겐 그저 밋밋한 공일뿐..!'

딱~


좌타자의 바깥쪽으로 살짝 휘는 싱커를 지아가 그대로 밀어쳤다. 그에 2루수가 몸을 날렸다.


[2루수 옆을 빠져 나가는 타구! 안타, 안탑니다!! 선두 타자가 안타를 치고 나가는 벨벳 발키리!]


[아, 다음 타자가 리사 선수라는걸 생각하면 캐슬걸즈 입장에서는 위기에요!]

리사와 정면 승부를 했을 때 장타 이상을 맞을 확률 50%. 승강전만 따졌을 때  정도이니 리그 기록으로 봤을 때는 그 이상이었다. 확률적으로 봤을 때 그냥 리사를 고의 사구로 내보내는 것이 더 안전한 선택이었다.

그러나 캐슬걸즈의 선택은 리사와의 정면 승부 였다.

[캐슬걸즈가 리사 선수를 고의 사구로 내보내지 않는군요. 점수를  주겠다는 굳은 의지가 느껴집니다.]

[장타를 대비해서 수비수들 모두가 뒤쪽으로 이동했네요. 단타를 맞더라도, 장타는 허용하지 않겠다는거죠.]


[타석에 들어서는 리사 선수는 32경기에서 무려 20개의 홈런을 때려 낼만큼 파워가 대단한 선숩니다. 2루타보다 홈런이 무려 4배나  많은 타자죠.]


[메리 선수가 10홈런이나 때려냈다고 했을 때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리사 선수는 정말...]


'흠... 날 거르지 않았다는  후회하게 해주겠어..!'


타석에 들어선 리사는 마운드에  있는 데스티니를 바라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선제 투런 홈런을 날려서 초반부터 분위기를 확 잡는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루에 있는 지아를 체크한 데스티니가 빠르게 리사에게 공을 뿌렸다.

슈우욱~

그녀가 던진 초구는 몸쪽 싱커. 지아에게 싱커를 던져 안타를 맞긴 했지만, 데스티니는 또다시 싱커를 던졌다.

'흐으, 이정도 싱커는 싱커도 아니지...이!'


따악~!

리사가 친 타구가 높은 포물선을 그리며 좌측 담장을 향해 날아갔다.

[잡아 당긴 타구~!!! 좌익수 뒤로~!! 좌익수 뒤로~!! 좌익수!! 잡아내는군요!! 좌익수가 공을 잡았습니다!! 주자, 황급히 1루로 귀루합니다.]

[아..! 좌익수 조용희 선수가 정말 명품 수비를 펼쳤습니다~! 담장을 살짝 넘어가는 타구를 그대로 건져내네요~ 진짜 2점짜리 호수빕니다.]

넘어갈꺼라 확신을 했던 리사는 여유롭게 1루를 향해 뛰다가 좌익수가 타구를 잡아내자 걸음을 멈추며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허... 저걸 잡아냈단 말이야..? 하, 참..!"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더그아웃으로 돌아가는 리사. 그런 리사의 뒷모습을 아연이 속으로 웃으며 바라보았다.

'큭큭... 짜식~ 홈런인줄 알고 여유 부리다 아웃되는게 웃기다, 웃겨~ 아마 지금쯤 팬 게시판에 리사의 움짤이 나돌고 있겠지? 킥킥.'

타석에 들어선 아연은 안도와 기쁨이 뒤섞인 표정을 짓고 있는 투수를 바라보았다.

'흐흐, 아주 리사를 뜬공으로 잡았다고 기뻐하는 꼴을 보라지... 이럴 때 내가 딱~! 홈런을 날려 줘야지~ 그러면 리사,  년이 아주 열 받아 죽겠지~? 어디, 이번에도 싱커를 던지려나~?'

아연은 홈런을 치고 나서 리사에게 으스댈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기분이 좋아졌다.

아연의 생각대로 데스티니의 초구는 역시 싱커였다. 다만 코스가 몸쪽에서 바깥쪽으로 바꼈을 뿐이었다.


'으히힛~ 벨벳 구장에 온 걸 환영한다~!'

따아악~!!


[1사 1루의 상황에서 3번 타자 장아연 선숩니다. 장아연 선수 역시 상당히 강타자 인데요, 리그에서 16개의 홈런을 때릴 정도... 아아~!!! 우측 담장!! 우측 담장!! 담장, 넘어갑니다~!!! 담장을 훌쩍 넘어가는 대형 홈런이 터졌습니다!!]

"우와아아아~!!!"


리사의 타구가 담장 앞에서 잡혀서 아쉬워 하던 홈 팬들은 엄청난 크기의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아연의 타구에 마구 함성을 질러댔다.


'흐흐흐~ 바로  맛 아닙니까~'


까마득하게 날아가는 타구를 확인한 아연은 1루로 뛰며 더그아웃을 바라보았다. 거기에는 박수를 치며 기뻐하는 벨리나와 지은, 그 모습을 촬영하고 있는 재은, 그리고 무표정하게 박수를 치고 있는 리사가 있었다.

아연이 리사를 바라보며 씨익 웃어주자 리사의 눈썹이 꿈틀했다.


베이스들을 다 돌고 홈을 밟은 아연은 홈에서 기다리고 있던 지아와 하이파이브를 하고서 의기양양하게 더그아웃으로 들어왔다.

"아연아! 한  날려줬다며! 장하다, 정말!"

특훈 방에서 앤서니와 현아에게 버프를 넣어주고 있던 동국이 소식을 듣고 더그아웃으로 나와 아연이와 지아를 맞이했다.


"후후~ 노리고 있던 싱커를 던지길래 바로 신고식 해줬지~"


동국과 포옹한 아연은 이어 다른 사람들과도 하이파이브를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리사에게 다가간 아연.


"리사야. 내가 너 대신 홈런 날려 줬다. 잘했지?"

아연이 실실 웃으며 말하자, 리사의 표정이 와락 구겨졌다.

"그래... 잘, 했다..."


평소 오구에 대한 프라이드가 강하다 못해 오만할 정도인 리사에게 아연이 이렇게 깝죽대자 리사는 속에서 열불이 터졌다.

'끄응..! 이 년이 정말..! 두고봐... 내가 꼭 홈런, 아니 만루 홈런 치고 만다..!'

2회 초.
1사 1루 상황에서 메리의 타석이 되자 캐슬걸즈 팬들은 한껏 기대감을 가지고 경기를 지켜보았다.


'여기서 메리가  방만 때려주면..!'


'...동점이야..!'

직구를 노리고 있는 메리에게 앤서니는 커브와 슬라이더로 승부를 보았다. 그러나 메리는 노리고 있지 않던 구종이라도 충분히 칠  있는 타자였고, 더더군다나 그 공이 실투였을 땐 더욱 그러했다.

따악~!

앤서니가 던진 커브가 가운데로 몰리자 메리는 주저 없이 방망이를 휘둘렀고, 그녀가 친 타구는 큰 포물선을 그리며 우측 담장으로 날아갔다.

[큰 타구!! 우익수 뒤로~!! 우익수 뒤로~!! 우익수우~!!!]

우익수인 지아가 타구를 쫓아 열심히 뛰어갔다.


'담장 근처다..! 충분히 잡아낼 수 있어..!'

발에서 흙이 밟히자 워닝 트랙이란  깨달은 지아는 그대로 담장을 향해 점프했다.


터억~!


글러브에서 느껴지는 무거운 감촉에 지아는 미소를 지었다.

[잡아냅니다~!!!! 슈퍼 캐치이~!!! 이걸 잡아내는군요! 아앗, 우익수 곧바로 1루로 쏩니다!! 주자 아직 귀루를 못했어요!! 1루, 1루에에~!!! 아웃!! 아웃입니다!!! 홈런성 타구를 더블 플레이로 둔갑시키는 최지아 선수!!]


타구를 잡고 나서 주자가 2루 베이스 근처에 있다는 걸 확인한 지아는 바로 1루로 송구를 했고, 그녀의 강한 어깨 덕에 공이 주자보다 먼저 1루에 도착했다.


[담장에서 타구를 잡아낸 것도 대단하지만, 주자의 위치를 확인하고서 송구를  것도 정말 대단하네요. 아주 수비 센스가 돋보입니다.]

[반대로 1루 주자였던 황재희 선수의 주루 플레이가 상당히 아쉽습니다. 홈런이라고 판단하고서 너무 기뻐하던 나머지 타구를 끝까지 확인을 하지 못했어요.]


"좋았어! 지아야~!!"


앤서니는 더그아웃 입구에서 기다렸다가 지아가 오자 그녀를 껴안으며 기쁨을 표시했다.


"음하하~! 이 정도는 기본이지~!"

앤서니의 품에 안겨 으스대는 지아의 귀여운 모습이 그대로 재은의 카메라에 담겼다.  영상을 보고 많은 팬들이 흐뭇한 미소를 지을게 예상이 되었다.

지아의 호수비로 경기의 흐름이 완전히 발키리 쪽으로 넘어 왔다. 곧이어 이어진 2회 말 공격에서 지아와 리사의 연속 안타로 1점을  달아난 발키리는 3회 말 1사 만루의 상황에서 현아의 땅볼 타구로 점수를 0-4로 벌렸다.


선두 타자로 나선 지아를 땅볼 처리한 캐슬걸즈는 이후 리사와 아연의 타석에서 모두 고의 사구로 내보내면서 현아에게 병살타를 유도했다. 그러나 현아가 열심히 뛴 덕분에 더블 플레이는 면하면서 1점을 추가하게 되었다.


장안 캐슬걸즈는 이후 4회 초에 메리의 2루타와 배지나의 희생 플라이로 한  만회하고, 4회 말의 1사 만루 상황을 무실점으로 막으면서 경기의 흐름을 가지고 오려 애썼다.

그러나 5회 초.

[5회 초, 2사 1루 상황에서 타석엔 장서연 선숩니다. 오늘 2타수 무안타 1볼넷을 기록했습니다. 2볼 2스트라이크.]

[장서연 선수가 어떻게든 살아 나가야 캐슬걸즈는 작은 희망의 불꽃을 이어 갈 수 있습니다.]


[반대로 발키리 입장에서는 이대로 경기가 끝나길 바라겠죠?]


긴장한 표정인 타자를 바라보며 앤서니가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자신감이 넘치는 표정으로 공을 뿌렸고 타자는 배트를 휘둘렀다.

부웅~!

[헛스위~잉~!! 삼진 아웃!! 경기 끝~!! 최종 스코어 1-4로 벨벳 발키리가 승리하며 승격에 성공합니다!! 반대로 장안 캐슬걸즈는 올해도 코 앞에서 승격을 놓치게 되네요.]

앤서니가 삼진으로 마지막 아웃 카운트를 잡자 홈 팬들은 기쁨의 환호성을 질렀고, 반대로 혹시나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던 원정 팬들은 승부가 확정되자 고개를 떨궜다.


"승격! 승격이다~!!"

"드디어 지역 리그다~!!"

"이얏호~!"

동국을 비롯한 더그아웃에 있던 관계자들, 그리고 그라운드에 있던 선수들은 서로를 얼싸안으며 기쁨을 만끽했다. 미리 준비되어 있던 폭죽이 터지며 노을 져 가는 하늘을 가득 수놓았다.

그렇게 벨벳 발키리는 창단 2년만에 지역 리그로 승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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