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89화 〉189회. (189/297)



〈 189화 〉189회.

1사 1루 상황. 벨리나는 타석에 있는 박만영이 번트를 대지는 않을 꺼라 생각했다. 다음 타자가 메이든헤어의 최고 타자, 정주현이기 때문이다.

'일단 초구는 눈 높이의 직구.'

한번 간을 보기로  벨리나는 그대로 하이 패스트볼을 던졌다.


"파울~"


기다렸다는 듯 배트를 휘두르는 박만영. 그러나 타구는 뒤쪽으로 가는 파울이 되었다.


파울이 되자 박만영은 얼굴을 구겼고, 벨리나는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직구를 노리나보군... 그럼 스크류볼만 던진다...'

"파울~"

좌타자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스크류볼에 박만영이 배트를 휘둘러봤지만 파울이 되고 말았다.

[박만영 선수가 2 스트라이크로 몰리는군요.]

[초구에 방망이를 휘두른게 아쉽네요. 그 공은 높았거든요? 벨리나 선수가 지금 제구가 흔들리고 있지만 그녀의 주무기인 스크류볼은 공략하기가 쉽지 않은 공입니다.]


'여기서 하나 뺀다..!'


명백하게 타자가 불리한 상황에서는 스트라이크 같은 공에 무조건 배트가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벨리나가 1사 2루의 위기에서 박만영을 삼진으로 돌려세웁니다!]


[바깥쪽으로 하나 빠지는 스크류볼이었는데, 박만영 선수가 참아 내질 못했네요.]

[발키리 입장에선 한숨 돌리긴 했습니다만 아직 위기가 끝난 것은 아닙니다. 바로 다음 타자가 정주현 선수이기 때문인데요.]


[그렇습니다. 2회 말에 장타를 때려내며 선취 타점을 올렸죠. 벨리나 선수는 조심해야 합니다.]


하지만...

딱~!


벨리나가 유인구로 던지려고 했던 커브가 약간 몰리자 정주현은 여지없이 배트를 휘둘렀다.


[아아~! 좌익수 뒤로 떨어지는 타구! 장타 코스~! 좌익수가 빠르게 쫓아가 송구하지만 정주현은 여유 있게 2루에 도착합니다! 1점차까지 추격하는 상록 메이든헤어~!! 스코어 5대 4를 만듭니다~!!]

 빠른 현아가 쫓아가 봤지만 타구 속도가 상당히 빨라 잡을  없었다.

다음 타자를 그래도 뜬공으로 처리한 벨리나는 어두운 표정으로 더그아웃으로 되돌아 왔다.

"벨리나 언니~! 괜찮아~!! 내가  막아 줄게~"

동국과 캐치볼을 하며 몸을 풀고 있던 앤서니가 벨리나를 위로했다. 그에 벨리나는 쓸쓸한 미소를 지으며 벤치에 앉았다.

"현아야, 앤서니랑 캐치볼 좀 해줘. 난 손이 아파서  못하겠다."

앤서니가 살살 던지긴 했지만, 그래도   위력이 어디 가는건 아니었기에 동국의 손은 빨개져 있었다.


"타순이 5번 타자부터니 1점 더 도망가고 앤서니에게 넘겨 주자! 알았지~?"

"어, 나만 믿으라고~!"

동국의 외침에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각오를 다졌다. 그러나...


[잡아냅니다~!! 홍창화가 몸을 날려 리사의 타구를 잡아냅니다~!! 홍창화의 슈퍼 점프~!! 1루를 향해가고 있던 리사 선수는 어이없다는 표정이군요.]


[아, 그렇죠. 홍창화 선수! 정말 대단하네요. 오늘 아주 공수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어요.]


리사가 친 타구가 크고 빠르게 우측 담장으로 향했고, 모두 다 장타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 홍창화가 날아 올라 이 타구를 낚아 챘다.

[좌익수, 제자리에서... 잡아냅니다. 3아웃! 발키리의 마지막 공격이 이렇게 끝이 납니다.]


[발키리는 1사 상황에서 리사의 타구가 두고두고 아쉽겠네요.]


[도망가려는 발키리를 붙잡은 메이든헤어! 과연 5회 말, 역전의 드라마를 써내려   있을지! 저희는 잠시 후에 돌아오겠습니다.]

5회 초에 추가 점수를 내지 못하게 되면서 발키리 입장에선 상당히 힘들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선 앤서니가 5회 말을  막아 내는 수 밖에 없었다.

"앤서니... 여기서  막으면 경기 끝나고 돼지갈비 무한 리필 집 간다..!"

동국의 비장한 목소리에 앤서니의 눈이 반짝였다.

"저, 정말..? 돼지갈비를 마음껏 먹을 수 있다는 무한 리필 집..?"


상상만 해도 군침이 도는지 침을 꿀꺽 삼키는 앤서니. 언제 한번 고기를 좋아하는 앤서니를 위해 무한 리필 식당을 갔었다. 앤서니 혼자서 거의 10인분을 먹어치우자 동국은 식당 사장에게 너무 눈치가 보여서 그 이후로는 가지 않았는데, 오늘 가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그까짓 사장 눈치가 대수랴..! 여기서 승격을 해야되는데..!'

"그러니 꼭 세이브 올리는거야. 알았지?"

"응~!! 알았어~!!"


각오를 다지며 더그아웃을 벗어나는 앤서니. 그녀의 뒷모습이 마치 사냥을 하러 나가는 암사자 같았다.


[5회 말, 상록 메이든헤어의 마지막 공격이 시작되겠습니다. 발키리의 마운드는 앤서니 선수로 교체되었습니다. 16경기 선발로만 나와 16승 0.12의 평균 자책점을 기록한 초특급 선숩니다.]

[빠른 강속구, 낙차  커브, 각이 좋은 슬라이더까지. 뭐하나 빠지지 않는 탈리그급 선수죠. 다만  시즌에는 선발로만 나와서 과연 잘 막아낼지 변수가 있긴 합니다.]


[그렇지만 타순이 좋습니다. 메이든헤어의 선두 타자는 4번 김동아 선숩니다. 오늘 경기에선 볼넷으로 출루해 득점이 있었습니다.]


[메이든헤어 입장에선 김동아 선수가 무조건 출루하는게 중요합니다.]

마운드에서 타자를 바라본 앤서니는 타자의 얼굴에서 어떤 각오를 읽었다.

'흥... 저 얼굴은 딱 몸에 맞고 나가겠다는 얼굴이잖아~? 그렇겐 안되지~'

그 전에 몇  일부러 몸에 맞아 출루하는 선수들을 겪어 왔던 앤서니였기에 이번엔 아예 여지를  주기 위해 바깥쪽으로만 승부 하기로 마음 먹었다.

[바깥쪽 변화구로 스트라이크를 잡는 앤서니 선숩니다. 김동아 선수가 바라만 보는군요.]

[백도어 슬라이더였는데, 저렇게 바깥쪽에서 존으로 슬쩍 들어오는 공은 타자가 칠 수가 없죠.]

[2구, 헛스윙~! 낙차 큰 커브에 헛스윙 하고만 김동아 선숩니다.]

[아주 폭포수 커븝니다. 떨어지는 폭이 상당하네요.]


순식간에 2 스트라이크가 되자 김동아는 배트를 짧게 잡으며 어떻게든 공을 맞추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흥~! 과연 이것도 칠 수 있을까~'

길게 끌지 않고 빠르게 앤서니가 공을 뿌렸다. 그녀가 던진 공이 바깥쪽에서 점차 존을 향해 휘어져 떨어졌다.

부웅~!


[헛스윙~!! 삼진 아웃!! 김동아가 3구 삼진으로 물러납니다! 1아웃!]

[이야~! 이번 공은 예술이에요! 지금 보시면 바깥쪽에서 대각선으로 낮게 떨어지는 슬라이더였거든요?

아마 김동아 선수에겐 초구와 같이 존을 통과하는 백도어 슬라이더로 보였을거에요. 근데 공의 궤적을 보면 존 밑을 통과하는 코스란 말이에요.

이러면 우타자에겐 가장  코스라서 안 그래도 배트를 짧게 잡은 김동아 선수가 맞출 수가 없는 코스죠.]


선두 타자를 삼진으로 잡은 앤서니는 이후 5번 타자 역시 3구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그리고 오늘 경기의 마지막 타자.

[빠르게 카운트를 잡은 앤서니 선숩니다. 반대로 박만영 선수는 2 스트라이크로 몰렸습니다.]

[상당히 공격적으로 피칭을 하는 것 같으면서도 타자의 심리를 잘 이용하고 있어요. 타자들이 앤서니 선수가 던진 유인구에 여지없이 배트를 휘두르고 있어요. 좀 더 침착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2 스트라이크로 몰린 타자에게 침착함을 요구하기란 상당히 힘든 일이었다.

[헛스윙~!!! 경기 끝~!! 앤서니가 단 9개의 공으로 3타자를 삼진으로 돌려 세우며 팀을 4강으로 이끕니다!!]


"좋았어~!!!!"

바깥쪽으로 빠지는 슬라이더를 좌타 박만영이 배트를 내밀며 커트를 하려 했으나 아슬아슬하게 닿지 않았다.

타자가 그렇게 스윙을 하며 아웃 당하자 앤서니는 어퍼컷 세레머니를 하며 기쁨을 표시했다. 그 기쁨이 승리를 해서 기쁜 건지 아니면 무한 리필 집에 가서 기쁜 건지는 그녀만이 알겠지만 말이다.


[[발키리, 메이든헤어를 5-4로 간신히 제압!]


오늘 열린 경기 지역 리그 승강전 8강전에서 벨벳 발키리가 상록 메이든헤어를 꺾고 4강전에 진출했다.


초반 최지아와 장아연의 희생타로 발키리가 2점을 먼저 앞서나갔다. 그러나 곧바로 2회 말, 메이든헤어가 정주현의 2루타와 홍창화의 희생타로 동점을 만들었다.


이후 3회에 터진 리사의 솔로 포와 4회 초, 최지아의 2루타와 주현아의 1타점 땅볼, 2사 만루 상황에서 최지아의 1타점 적시타로 발키리가 점수를 5-2로 벌려 놓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대로 발키리가 낙승하는 분위기였지만 4회 말이 되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선두 타자 안타와 볼넷으로 무사 만루가 된 상황에서 유상화의 스퀴즈 번트로 1점을 따라붙은 메이든헤어는 2사 2루 상황에서 정주현의 2루타로 발키리의 턱 밑까지 추격했다.

5회 초, 도망가는 점수를 만들지 못한 발키리는 선발 투수인 벨리나를 내리고, 앤서니를 마무리로 올리는 강수를 두었다. 그리고 이 강수가 완벽하게 성공하게 되었다.


발키리의 에이스, 앤서니는 단 9구로 세 타자 모두 삼진으로 잡으며  위용을 마음껏 뽐냈다.

2안타 2타점을 올린 최지아 선수와 3개의 삼진을 기록한 앤서니의 활약으로 발키리가 결국 승리를 가져가게 되었다.

한편 수원에서 열린 장안 캐슬걸즈와 송도 마블즈의 경기에선 장안 캐슬걸즈가 0-4 완승을 거두어 다음 주 화요일 구리에서 벨벳 발키리와 장안 캐슬걸즈가 맞붙게 되었다.


이재은 기자.]

집에서 지은과 같이 있던 재은이 쓴 기사를 읽어본 동국은 휴대폰에서 시선을 때고서 앤서니를 바라보았다.

"히히~ 맛있다~"

"그래, 그래. 맛있게 먹어."


앤서니는 벨리나가 구워주고 있는 고기를 아주 맛있게 먹고 있었다. 벌서 그녀가 먹은 고기의 양만 해도 6인분은 넘어가고 있었다.

다른 선수들도 적어도 각자 2인분씩은 먹었으니 주변 손님들의 시선이 다들 놀라워 하는 시선이었다.


경기장 근처에 있는 식당이어서 그런지 경기를 관람했던 오구 팬들 역시 있었고, 그들에게 팬 서비스를 하며 7명이서  20인분을 먹어치웠다.


그래서 그런지 나중에 기념 사진을 찍을  본 식당 사장의 표정이 그리 밝아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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