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88화 〉188회. (188/297)



〈 188화 〉188회.

동점이 되서 더그아웃의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특히 2실점을 한 벨리나의 표정이 안 좋았다. 아무래도 토너먼트이다 보니 부담감이 더 큰 것 같았다.

"다시 앞서나갈 수 있으니깐 기운 내! 특히 벨리나! 축 처져있지 말고 자신감을 가져!"

동국은 분위기를 끌어 올리기 위해 박수를 치며 목소리를 높혔다. 특히 벨리나에게 더 관심을 가졌다.

마음 같아선 평상시처럼 버프라도 넣어 줄텐데, 그러면 선수들을 지시할 사람이 없어서 못 하고 있었다.

'지금 상황에서 한  흐름을 끊어 줘야 되는데...'

지금 경기장의 분위기는 메이든헤어의 동점으로 인해 그들에게로 넘어간 상태였다. 분위기가 완전히 넘어가기 전에 도망가는 점수를 만들어 내서 분위기를 다시 이쪽으로 가져와야 되는데 타순이 좋지 않았다.


[2루수 잡아서 1루에~! 아웃입니다! 연속해서 땅볼로 2 타자를 잡아내는 이명아! 2아웃!]

리사의 차례가 되자, 동국이 리사의 어깨를 잡고 말했다.

"리사야, 장타  방 부탁한다."


자칫 부담스럽게 느낄 수도 있었지만 그녀는 피식 웃었다.


"동국. 나 리사야. 내가 여유 있게 그라운드 한 바퀴 돌고 올게."

당당하게 홈런을 치고 오겠다는 그녀의 말에 동국은 든든함을 느꼈다.


"그래,   때리고 와."


[2아웃 상황에서 타석에 리사 선수가 들어섭니다. 오늘 안타와 2루타를 쳤습니다.]

[2아웃 상황이니 리사 선수는 아무래도 큰 거  방을 노릴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고 리사 선수는 실제로 언제든지 홈런을 때릴  있는 타자구요. 이명아 선수는 신중하게 공을 던져야 합니다.]

이명아가 초구로 던진 공은 바깥쪽 슬라이더였다. 볼이 되긴 했지만 존이랑 어느 정도 가까운 유인구였다.

'나랑 그래도 승부를 하겠다는건가... 나야, 좋지..!'


혹시나 투수가 자신을 거르지 않을까 걱정했던 리사는 이명아가 그대로 승부를 하는 것처럼 보이자 진지하게 타격 자세를 잡았다.

[바깥쪽!! 아, 빠졌군요. 2볼이 됩니다.]

[타자의 카운트에서 과연 이명아 선수가 어떤 공을 던질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순간 리사의 머릿속에 며칠 전에 들었던 나연의 이명아에 대한 분석 설명이 떠올랐다.


'카운트가 몰리게 되면 이명아는 자신보다 약하다고 생각되는 타자에겐 직구, 강하다고 생각되는 타자에겐 체인지업을 주로 던진다고 그랬었지...'

직구 타이밍에 배트를 휘둘렀다간 땅볼이 되거나 헛스윙이 될 확률이 높은 구종이 체인지업이었다. 그러나 알고 치기에는 체인지업만한 구종이 없었다.

'왔다!! 체인지업!!'

직구처럼 오다가 슬쩍 가라앉는 궤적을 확인하며 리사의 배트가 벼락 같이 휘둘러졌다.


[좌익수 방면입니다!! 좌익수 뒤로!! 좌익수 뒤로~!!! 좌측 담장을 넘어갑니다~!!! 리사의 솔로 홈런!!! 메이든헤어의 추격을 뿌리 치고 다시 앞서 나가는 벨벳 발키립니다!!]

[아, 맞자마자 넘어갔다는 걸 그 누구도 의심하지 못했어요. 그만큼 엄청난 타구가 나왔습니다.]

리사 역시 공을 타격하자마자 이 타구가 넘어갔다는  직감했다. 가볍게 배트를 땅에다가 내려 놓은 리사가 천천히 베이스들을 돌기 시작했다.

기가 꺾인 듯 질린 표정으로 리사를 바라보는 메이든헤어의 더그아웃과 침묵에 빠져 있는 홈 팬들.

반대로 1루 베이스를 밟고 2루로 향할 때는 완전히 반대되는 분위기였다. 자리에서 일어나 방방 뛰는 발키리 팬들과 카메라로 연신 사진을 찍어대는 사람들. 그리고 환호성을 내지르는 발키리 선수들.

"좋았어, 리사! 기어이 한 건 했구나!"


대기 타석에서 리사를 기다리고 있던 아연이 큰소리를 내며 리사에게 팔꿈치를 내밀었다.


"이 정돈 간단하지."

가볍게 팔꿈치 하이파이브를 한 리사가 더그아웃에 들어서자 기다리고 있던 선수들이 그녀를 격하게 환영해 주었다.


"언니!! 언니가 해줄 거라 믿었어!"


"사랑해 언니!!"


리사의 머리를 연신 두들기는 선수들 사이에서 벗어나니 동국이 두 팔을 벌리고선 그녀를 맞이했다.


"오,  사랑 리사!!"

동국은 리사를 격하게 끌어 안았다. 그에 리사는 살짝 부끄러웠는지 몸을 비틀어 보았지만, 동국은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다. 그에 리사는 살짝 얼굴을 붉힌 채로 동국의  안에 가만히 있었다.

발키리 쪽으로 넘어간 흐름은 계속 이어지는 듯 했다. 메이든헤어의 선두 타자가 안타를 치고 나갔지만, 그 다음 타자가 병살을 치며 분위기가 가라 앉았다.

[잡아 당긴 타구! 라인 안쪽입니다!! 우익수가 빠르게 타구를 쫓아가지만 최지아는 이미 1루를 지났습니다!! 2루, 2루에 여유 있게 들어가는 최지아 선수! 선두 타자로 나서 2루타를 때려냅니다!]


지아는 이명아의 몸쪽 슬라이더를 잡아 당기면서 안타를 만들어 냈다. 타구의 코스가 라인을 타고 나아가는 장타 코스였기에 지아는 여유롭게 2루에 안착할  있었다.


"자, 현아야. 편안하게 땅볼 하나 만들고 와. 지아가 발이 빠르니깐 부담감 갖지 말고."

"응, 알았어!"


동국이 그녀의 엉덩이를 툭툭 토닥이며 현아의 긴장을 풀어주었다. 다부진 표정을 하며 타석에 들어선 현아는 동국의 기대대로 2루 주자인 지아가 홈으로 들어 올 수 있는 땅볼 타구를 만들어 냈다.

점수가 4-2가 된 상황에서 발키리의 득점은 계속 이어졌다. 2사 상황에서 리사를 고의 사구로 내보낸 이명아는 아연과 지아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해 1점을 추가로 내준 것이다.


[좌익수 앞에 떨어지는 타구!! 2루 주자, 여유 있게 홈으로 들어옵니다! 스코어 5대 2! 발키리가 점수 차를 3점으로 벌립니다!]

[이 정도면 거의 쐐기 점수죠. 지금 메이든헤어에게 2이닝이 남았는데 3점차를 극복하기는 쉽지 않거든요?]

[벨리나 선수의 5이닝 당 평균 자책점이 2점대 초반인  생각하면 더욱 그럴 것 같습니다.]

해설 위원의 말에 캐스터가 벨리나의 자료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시청자들의 실시간 댓글도 발키리가 이대로 이길 것 같다는 의견이 대부분 이었다.


- ㅅㅅㅅㅅ 이대로 발키리 승~


- 지아 1루에서 세레머니 하는데 너무 귀엽다 ㅎㅎ

- 득점을 하고도  시크한 표정~! 눈나  죽어~


- ... 아직 모르는거다... 메이든헤어의 트리오 무시하지 마라...


응~ 수고~


- 벨리나 방어율 2점대~ 이미  점수 다 줬음~


모두가 이대로 발키리의 낙승을 예상했지만 4회 말이 되자 분위기가 이상하게 바뀌었다.

[안타, 안탑니다!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 선두 타자가 출루하는 상록 메이든헤업니다!]

[일단 선두 타자가 출루를 했어요. 메이든헤어는  기회를 살려야 됩니다.]

선두 타자로 나선 3번 홍창화가 벨리나의 몸쪽 포심을 그대로 잡아 당겨 안타를 만들어 냈다. 홍창화의 등급은 D 등급으로 충분히 안타를 맞을 수 있었다. 그러나...

[아..! 볼넷! 볼넷입니다! 결국 볼넷으로 출루하는 김동압니다!]

[아, 이건 발키리 입장에선 조금 아쉽겠네요. 김동아 선수랑 충분히 승부를 봤어야 됐는데 말이죠.]

벨리나가 제구가 흔들렸는지 E 등급의 김동아에게 볼넷을 허용하고 말았다. 이로서 무사 만루의 위기 상황이 되고만 것이다.

"벨리나, 김동아에게 볼넷을 내주면 어떡해."


"죄송해요..."

마운드를 방문한 동국이 벨리나에게 뭐라 잔소리를 하려 했으나, 시무룩한 벨리나의 표정을 보고는 입을 다물었다.

"... 너무 긴장하지 말어. 지금 3점차야. 너무 제구에 신경 쓰지 말고, 맞춰 잡는다고 생각해. 스크류볼 너무 아껴 쓰지 말고. 알았지?"

"네, 오빠..."

"뭐하면 앤서니라도  풀게 할까?"

동국의 말에 벨리나는 잠깐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렇게 해주세요. 제가 어떻게든 4회는 마무리 지을게요."

"그래, 알았어. 평소처럼 행동하면 충분히 막을 수 있어."

더그아웃으로 되돌아온 동국은 벤치에 앉아 음료수를 마시고 있는 앤서니를 불렀다.

"앤서니! 5회에 나가야해! 나랑 몸 풀자!"

"어? 어, 알았어~"

동국과 앤서니가 더그아웃 앞으로 나와 캐치볼을 할 준비를 하자 캐스터가 이를 발견했다.


[앤서니 선수가 몸을  준비를 하는군요. 아마 투수를 교체할 것 같습니다.]

[네, 지금 벨리나 선수가 흔들리고 있으니 빠르게 투수를 교체하겠다는 거겠죠. 다만 앤서니 선수가 몸을 풀어야 되니 벨리나 선수가  위기를 해결해야 합니다.]

벨리나보다 더 실력이 뛰어난 앤서니이기에 비록 화요일에 경기를 나섰다고 해도 벨리나보다 더 까다로울 터였다. 그렇기에 메이든헤어로서는 어떻게든 벨리나가 마운드에 있을  역전을 해야 했다.

[수비수들은 모두 전진 배치 되었군요. 점수를 내주지 않겠다는 의지가 보입니다.]

[반대로 메이든헤어는 어떻게든 점수를 내야죠.]

벨리나가 던진 공이 높은 곳에서 우타자 몸쪽으로 휘어져 떨어졌다. 그녀의 주무기인 스크류볼이었다. 타자가 쳐도 좋은 타구가 나오기 힘든 코스.


틱~

그러나 타석에 있던 타자는 이미 번트 자세로 자세를 변경한 상태였다. 그리고 그 전에 1루 주자와 2루 주자가 모두 스타트를 끊었다.

타자의 번트에 벨리나가 얼른 공을 잡았을 땐 이미 1루 주자가 2루에 거의 다다른 상황이었다. 결국 1루로 송구를  타자 주자만 아웃 시켰다.

[유상화 선수가 번트 대기 어려운 코스였는데 아주 잘 대줬습니다.]


[그렇습니다. 벨리나 선수가 던진 구종이 스크류볼이라서 더욱 번트 대기 힘들었을텐데 말이죠. 귀중한 점수를 내줬습니다.]

[자, 이제 1점 따라붙어서 5-3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1아웃을 잡긴 했지만 여전히 주자가 득점권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박만영 선수가 여기서 적시타를 때리면 진짜  경기, 모릅니다.]


[타석에는 오늘 3타수 1안타를 친 박만영 선수가 들어서겠습니다. 1득점에 병살타가 있습니다.]

벨리나는 타석에 들어오는 타자를 바라보며 반드시 삼진으로 잡아내겠다고 의지를 불태웠고, 반대로 박만영은 어떻게든 적시타를 쳐서 점수 차를 좁히겠다고 다짐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