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86화 〉186회. (186/297)



〈 186화 〉186회.

'줄구장창 싱커만 던지려나...'


해토로의 선발 투수, 허옥순의 주무기는 땅볼을 유도하는 싱커다. 그러니 발이 느린 자신에게 땅볼을 유도해서 아웃을 잡을 거라고 리사는 생각했다.

'일단 한번 봐 볼까...'


과연 허옥순의 싱커가 어느 정도 수준일지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하고자 한 리사. 그녀의 예측대로 허옥순은 싱커를 던져 스트라이크를 잡았다.

[초구를 그대로 지켜본 리사 선숩니다.]

[아마 허옥순 선수의 싱커가 어느 정도일지 확인해 본 거 같네요.]

[한번 고개를 끄덕인 리사 선수가 다시 타격 자세를 취합니다.]

리사의 행동에 여러 실시간 댓글들이 달렸다. 그만큼 리사의 타석은 모든 시청자들이 집중하는 순간이었다.

- 리사 눈엔 허옥순 싱커는 싱커도 아녀~


- 빠중 2구 홈런


빠중 2구 내야 땅볼

- 위에 두 사람 평행 우주 사냐? 왜 빠른 중곈데 결과가 달라.




리사가 여유로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자 허옥순은 불안감에 휩사였다.


'또 싱커 던지면 바로 홈런 맞는 거 아냐..? 변화구로 유인을 한번 해봐야 겠다...'


낮게 떨어지는 커브를 던져 리사의 배트를 유혹한 허옥순. 그러나 리사의 배트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볼."


"볼."


잇따라 던진 유인구에 반응하지 않아 2볼 1스트라이크가 되었다. 카운터가 몰리게 되자 결국 벤치에선 고의 사구를 지시하였고, 리사는 그렇게 약간은 허무하게 1루로 걸어나갔다.

리사가 1루로 걸어가자 해토로의 1루수 손아영이 그녀를 맞이하였다.

"어우야, 홈런 타자 오셨어? 홈런 타자라 그런지 1루로 걸어오네."


1회 초에 리사가 했던 말에 짜증이 났던 아영은 리사가 고의 사구로 1루로 오자 괜히 비꼬았다.

그러자 리사는 피식 웃었다.

"야, 일단 출루부터 하고 말하자."


"두고 보라고. 내가 멋지게 저 담장을 넘겨버릴거니깐."


리사의 말에 인상을 찌푸린 아영이 타자를 바라보며 수비에 집중하였다.


[결국 고의 사구로 내보내는군요.]

[허옥순 선수가 너무 겁을 먹은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선두 타자에게 볼넷은 별로 좋지 않거든요.]

리사가 1루로 슬렁슬렁 걸어나가자 그제야 허옥순은 뭔가 긴장감이 풀린 느낌을 받았다.

'어휴... 저런 얘가 왜 이런 데서 뛰는거야...'


리사가 가고 나서 아연이 타석에 들어섰다. 그러자 허옥순은 상대적으로 아연이 만만해 보였다.

'타율 9할이 넘는 타자에 비하면 타율 5할 정도야... 2번 중에 1번은 못 친다는 소리잖아?'

사실 타율 5할 역시 괴물 같은 실력이지만 앞서 나온 타격의  덕분에 아연은 조금 묻힌 감이 있었다. 그러나 아연은 절대 투수가 만만하게 볼 타자가 아니었다.

[잡아 당긴 타구!! 좌익수 뒤로, 좌익수 뒤로! 아, 펜스 맞고 떨어집니다! 1루 주자 2루 밟고 홈으로, 타자 주자 2루! 아, 1루에서 멈춥니다. 장아연 선수가 1타점 적시타를 칩니다!]

아연은 초구로 들어온 싱커를 그대로 걷어 올렸고, 쭉쭉 뻗어나간 타구는 그대로 외야 펜스를 직격하였다.


타격한 순간 홈런인줄 알았던 아연이 여유롭게 걷기도 하였고, 좌익수의 펜스 플레이가 빨라 그녀는 2루까지 가진 못했다.


하지만 선취점을 올린 건 사실이었기에 아연은 홈 관중들에게 손을 흔들며 팬들의 응원에 화답했다.


아연이 장타 같은 1루타를 때리고 나서 지아 역시 안타를 때려 무사 만루가 되었다. 그리고 여기서 동국의 고민이 시작되었다.

"현아에게 강공을 요구 해야 할까..?"


현아에게 적시타를 요구하는  너무 현실성이 없었고, 결국 내야 땅볼이냐 삼진이냐 의 고민이었다.


해토로 수비수들은 시즌 동안 남주 리그의 다른 팀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외야수들까지 모두 내야로 내려와 압박 수비를 하고 있었다.


"뭘 그렇게 고민을 해, 여보. 그냥 현아에게 맏겨~ 어차피 지금 점수 못 내도 나중에 낼 수 있잖아."

고민하고 있는 동국에게로 지은이 다가와 그의 등에 손을 얹었다.

"음... 하긴, 그것도 그래. 아직 1횐데 말이야."

동국의 강공 지시에 현아는 풀 카운트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다. 그리고 그녀가 친 땅볼 타구를 잡은 2루수가 바로 홈으로 송구를 하였고, 아쉽게도 아연은 아웃 되고 말았다.


1사 만루에서 5번 AI 타자가 고의적인 삼진으로 물러나고, 2아웃 상황에서 다시 리사가 타석에 들어섰다.

[과연 해토로가 리사 선수를 고의 사구로 내보낼까요?]

[글세요...  정면 승부를 할 것 같습니다.]

해설의 말에 캐스터가 깜짝 놀라 반문했다.


[아니, 왜요? 리사 선수의 타율이 9할이 넘는데도요?]


[그렇긴 합니다만 지금은 토너먼트지 않습니까? 1회부터 이렇게 밀리게 되면 경기 이길 수 없어요. 그리고 리사 선수를 넘긴다고 해도 다음 타자가 펜스를 때린 아연 선수고요.]

[과연 해토로 벤치에서 어떤 판단을 내릴지... 아, 정면 승부 하는군요!]

[그래요, 해토로가 승격을 하려면 이렇게 승부를 볼 줄 알아야 합니다.]


- 그날, 해토로는 리사와 정면 승부를 하면 안됐었다...



- 빠중 만루런.


- 헛스윙 삼진 가즈아~!!

실시간 댓글들이 요란한 가운데 허옥순이 신중하게 초구를 던졌다.


[스트라이크를 집어 넣는 허옥순. 지금 싱커로 보이죠?]


[네, 싱커네요. 가운데에서 아래로 살짝 휘었는데, 존을 통과했다는 심판의 판정입니다.]


초구로 스트라이크를 잡은 허옥순은 2구 커브로 또다시 유인을 해보았지만 볼이 되었다.

[아, 살짝 빠졌다는 판정입니다! 1볼 1스트라잌.]

[허옥순 선수, 아쉬울만 하지만, 표정 변화가 없네요. 과연 베테랑 답습니다.]

'보아하니 커브는 유인구로만 사용할 생각인가보군...'

리사는 허옥순의 투구 패턴을 예측하며 싱커를 노려야 겠다고 생각했다. 비록 싱커가 땅볼을 유도하는 구종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장타로 못 만드는 구종이라고  수는 없었다.

[3구, 쳤습니다!! 투수 옆 스쳐 지나가는 타구! 1, 2루수 모두 잡을 수 없는 중전 안탑니다!! 2루 주자 홈을 밟았고, 1루 주자 마저 홈으로~!! 세잎~!! 세잎입니다!! 리사의 2타점 적시타로 다시 앞서 나가는 벨벳 발키리! 스코어 0-3 입니다!]

[아, 땅볼을 유도하는 것까진 좋았는데, 타구에 힘이 제대로 실렸네요. 코스도 워낙 좋기도 했구요. 이런 코스면 내야수들이 어쩔 수가 없죠.]


"우와아아~!!"


홈 팬들의 환호성을 담담히 들으며 1루에서 멈춘 리사는 물끄러미 1루수 손아영을 바라보았다.


"뭐, 뭘 봐!"

"흐흐, 아무것도 아니다."


슬쩍 입꼬리를 올린 리사가 고개를 저으며 시선을 타자에게로 돌렸다. 그런 리사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손아영의 마음은 부글부글 끓었다.

2회에는 양 팀 다 삼자 범퇴로 마무리 된 가운데, 3회  발키리에게 위기가 찾아왔다. 앤서니가 연속 안타를 허용해 무사 만루가 된 것이다.

“잘 있었냐?”

안타를 치고 1루로 온 손아영이 리사에게 한마디 했다. 그에 피식 웃은 리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잘 있었다.”


“지금 무사 만루인데 기분이 어때?”

“흐, 기껏해야 1점만 내겠지.”


“후후, 마음껏 그렇게 생각하라고. 우리 팀은 이번에 역전할 테니 말이야.”

[무사 만루, 해토로의 절호의 찬스가 찾아온 가운데 타석에는 4번 타자 포수, 차은서 선수가 들어섭니다.]

[차은서 선수는 여기서 최소한 외야 플라이라도 쳐야 됩니다. 지금 이 기회를 살리지 못하면 언제 다시 득점 기회가 찾아올지 모릅니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동국이 마운드를 방문했다.

"앤서니."

"응..."


동국이 그녀의 이름을 부르자 앤서니가 시무룩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지은이 타자가 노리는 구종을 사인으로 알려줬는데도 불구하고 지은은 다른 구종을 선택하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비록 단타기는 하지만 연속 안타를 허용하고 말았다.


"앤, 긴장 해야지. 지금 경기는 리그 경기가 아니라, 토너먼트야. 절대로 지면 안되는 경기."

"응..."

"최소한 2, 3번 타자와의 승부에서는 지은 누나  듣자, 알겠지?"

"응, 알았어~"

"그래, 좋아."


앤서니의 다짐을 받은 동국이 그녀의 엉덩이를 툭툭 두드려 주고는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 어휴... 나도 앤서니 궁뎅이 두드리고 싶다...


- 나도...

- 님들 내가 다 댓글 캡쳐해 놈. 신고 ㄱㄱ


실시간 댓글에 동국에 대한 부러움과 신고 글이 이어지는 가운데 앤서니는 타자가 노리는 직구 대신 커브로 승부를 보았다.


[빗맞은 타구! 1루수 잡아서 2루로, 그리고 다시 1루로! 더블 플레이! 3-4-3으로 이어지는 더블 플레이가 나오는군요! 하지만 그 사이 2루 주자가 홈을 밟으면서 1점 만회에 성공하는 해토롭니다. 스코어 1-3.]

앤서니는 무실점엔 실패했지만, 병살타를 유도해내며 빠르게 2아웃을 잡았고, 이어진 5번 타자도 뜬공으로 마무리 하였다.

"앤서니."


"응, 언니."

더그아웃으로 돌아온 앤서니를 지은이 무표정한 눈빛으로 불렀다. 지은이 투수가 자신의 말을 안 듣는 것에 민감하다는 걸 잘 아는 앤서니는 잠자코 지은의 잔소리를 들었다.


"너라면 삼자 범퇴로 막을  있다는  잘 알지?"

"..."


"앤서니, 고집을 부릴 때가 있고, 안 부릴 때가 있어. 한번만 더 그래봐. 그땐 내가 여보에게 말해서 너만 고기 못 먹게 할꺼야. 알아 들었어?"


지은의 엄포에 앤서니의 표정이 사색이 되었다. 세상에 고기를 못 먹게 한다니..! 앤서니가 황급히 고개를 끄덕이자 그제야 지은이 굳어있던 표정을 풀고서 조심스럽게 벤치에 앉았다.


3회 말, 무사 만루 상황에서 지아의 희생 플라이, 4회 말 1사 상황에서 리사의 2루타 이후에 나온 아연의 희생 플라이로 1-5로 달아난 벨벳 발키리.

하지만 5회 초.

[아! 공이 옆으로 튕겼습니다! 옆으로 튕겼어요!  사이 1루 주자 2루로 여유롭게 들어갑니다! 이러면 무사 2루에요!]

선두 타자에게 볼넷을 내준 5회 초, 앤서니가 던진 슬라이더를 AI 포수가 제대로 잡지 못하면서 무사 2루가 되고 말았다.

"우씨~! 짜증나..!"


그 광경에 짜증이 난 앤서니가 마운드의 흙을 발로 박박 찼다. 실책 때문인지 앤서니는 내야 땅볼로 1점을 실점하고 나서 다음 타자에게 또다시 볼넷을 내주고 말았다.


"앤서니, 릴렉스~!"

"릴렉스~?"

앤서니가 흥분한 것 같자 마운드를 방문한 동국. 앤서니가 동국의 말에 고개를 갸웃하자, 동국은 말을 바꿨다.

"침착하라고. 앤서니."

"아, 침착하라고~ 동국, 뭘 그렇게 어려운 말을 써?"

"어, 음... 앞으로 쉬운 말 쓸게. 그보다 앤서니, 진정해. AI 포수니깐 어쩔 수 없잖아."

"그치만~ 짜증나는건 어쩔 수가 없는걸~"


"에휴, 앤서니. 침착하고 빨리 경기를 끝내자. 그래야 내가 맛있는 한우 사주지."

"한우~?!"

동국의 말에 짜증이 서려있던 앤서니의 표정이 확 밝아졌다.


"그래, 그러니 어서 끝내자. 알았지?"


"응~! 알았어~!!"


[감독이 무슨 말을 했길래 앤서니 선수의 표정이 저렇게 밝아졌을까요?]


[글세요... 아마 보너스를 더 준다는  아닐까요..?]

[과연 보너스의 힘으로 이 위기를 잘 마무리 할 수 있을지..?!]

1사 1루 상황에서 앤서니는 고기를 먹겠다는 일념으로 2번 안치영에게 땅볼을 유도, 병살 처리를 하며 경기를 끝냈다.

"동국~! 나 부위 별로 먹을래~!!"


"그래, 그래. 알았어. 내가 예약해 놨으니까 어서 가서 먹자고."


"아, 맛있겠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