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85화 〉185회. 지역 리그 승강전 (185/297)



〈 185화 〉185회. 지역 리그 승강전

작년 이맘때쯤이면 1부 리그 승강전을 하고 있었을 때였다. 그리고 8월달쯤에 프러포즈와 결혼식 등이 있었고 말이다.

하여튼 잠깐 있는 여름철 휴식기. 대부분의 선수들은 이때 여름 여행을 떠나거나 한다. 그러나 동국을 비롯한 식구들은 그럴 수가 없었다. 바로 지은의 분만 때문이다.


8월 말이 분만 예정일이었기에 동국과 식구들은 분만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지은과 같이 아기 용품도 살펴보고, 병원에 가서 검사도 받고 하며 정신없이 7월달을 보냈다.


그리고 드디어 지역 리그 승강전이 열리는 8월달이 되었다. 경기 지역  1부 리그 1위 팀 14팀과 지역 리그 강등 팀 2팀이 토너먼트를 치뤄 1, 2등이 승격을 하는 방식이다.

발키리의 첫 상대는 시흥 1부 리그 우승 팀 매화 해토로이다. 다른 우승 팀들처럼 모든 포지션에 선수가 있고, 우투수와 좌투수 선수로 구성되어 있는 팀이다.


전체적인 실력 등급은 대략 E+ 정도 되었다. 다물 우드페커스와 비슷한 수준.

반대로 발키리의 등급은 대략 C~C+ 정도. 작년 12월달에 비해 지아가 D+에서 C로, 벨리나가 E+에서 D로, 현아가 F-에서 F+로 실력이 상승하였다.

팀 실력이 이렇게 차이가 나니 아마 무난하게 이길 것으로 예상이 되었다.

화요일, 발키리의 홈 구장에서 매화 해토로와의 경기가 열렸다. 지역 리그는 1, 2부 리그와 다른 요일에 경기를 하는데, 화요일과 금요일에 경기를 진행한다. 그래서 승강전도 화, 금요일에 경기를 한다.

"자, 자! 긴장들 하지 않았지? 만약 긴장했으면 말해. 내가 주사 한방 놔줄게."

경기에 앞서 더그아웃에서 동국이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농담을 던졌다. 동국이 말한 주사가 무엇을 말하는지 다들 알았기에 모두들 피식 웃었다.


"동국. 동국이야말로 긴장해서 그런지 다리가 후들거리는거 같아. 내가 노폐물이라도 빼줘야 돼?"

"큭큭큭..!"

동국의 농담을 리사가 맞받아치자 다들 큭큭대며 웃었다.

"자자, 다들 화이팅 한번 외치자고. 발키리 화이팅!"

"화이팅!"

화이팅을 외치고 나서 선수들이 수비를 위해 그라운드로 나섰다.


[자, 1회 초, 매화 해토로의 공격으로 시작되겠습니다. 발키리의 선발 투수는 에이스 앤서니 선숩니다. 16경기에 나와서 모두 승리를 거두며 16승 무패, 평균 자책점 0.12를 기록한 탈 리그 급 선숩니다.]

[이 정도 성적이면 지역 리그  선수라고 봐야죠. 아니, 지역 리그에서도 평균 이상은 할겁니다.]

[해토로의 1번 타자가 타선에 들어섭니다. 우익수 김혜수 선수로 시즌 타율 0.301, 출루율 0.342, 장타율 0.413을 기록했습니다.]

[전형적인 1번 타자죠. 3할의 타율에 나갔다 하면 도루를 시도할 수 있는 타자. 발키리의 포수가 AI 포수이기에 도루를 시도한다면 성공할 확률이 높습니다.]

[그만큼 출루를 하게 하면 안되겠군요?]


[그렇죠. 만약 출루를 허용하게 된다면 발키리 입장에선 매우 골치가 아파질겁니다.]


1번 타자 김혜수도 이런 점을  알고 있었고, 경기  감독에게도 여러번 들었다.


'안타를 치던, 몸에 맞던 일단 출루만 하자. 그런 다음 도루를 하게 되면 무사 2루야. 선취점을 먼저 가지고 가는거라고..!'

출루할 각오를 다진 김혜수에게 앤서니가 초구를 던졌다.

슈욱~!


"스트~라잌~!"

[초구부터 강속구를 꽂아 넣는 앤서니 선숩니다! 지금 구속이 135km가 나왔죠?!]

[예, 1부 리그에선 볼 수 없는 강속구죠. 김혜수 선수도 놀랐는지 반응도 못 하네요.]

'어억... 생각보다 더 빠르잖아...'


구속에 주눅이 든 타자를 요리하는건 몇 번이나 해왔던 일이기에 앤서니는 포심으로 2스트라이크를 잡은 다음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슬라이더로 여유롭게 헛스윙 삼진을 잡았다.

"좋아..!"

첫 타자를 산뜻하게 삼진으로 돌려 세운 앤서니가 주먹을 불끈 쥐고선 작게 중얼거렸다. 털레털레 원정팀 더그아웃으로 되돌아가는 타자의 모습을 보니 자신감이 마구 생겼다.


[김혜수 선수가 3구 삼진으로 물러난 가운데, 다음 타자는 좌익수 안치영 선숩니다. 시즌 타율 0.275, 출루율 0.336, 장타율 0.516를 기록하였고, 6개의 홈런을 때려냈습니다.]


[한방이 있는  있는 타자죠. 과연 앤서니 선수의 포심을 쳐낼  있을지 궁금합니다.]


안치영이 타격 자세를 취하자, 앤서니는 더그아웃에 있는 지은을 바라보았다. 이제 만삭이  그녀는 외출을 삼가야 되기 때문에 원정 경기에선 따라오지 못하지만, 지금은  바로 앞, 홈경기장에서 경기를 하기에 충분히 나올 수 있었다.


'하..! 내 직구를 노린단 말이지..?'


가소롭게도 타자는 앤서니의 직구를 노리고 있었다. 지은의 사인에 기가 찬 앤서니는 타자가 원하는 대로 직구를 던져 주기로 마음 먹었다.

'어디 한번 칠테면 쳐봐라..!'


앤서니는 힘차게 와인드업을 취하고선 공을 뿌렸다.

딱~


[초구! 높게 뜬공! 좌익수, 제자리에서, 잡았습니다. 2아웃!]

[지금 보면 안치영 선수가 앤서니 선수의 포심을 노리고 있었던거 같거든요? 근데 지금 구위에 완전히 밀렸어요.]

공을 칠 때부터 밀렸다는 걸 느낀 인치영은 표정을 구기며 1루로 설렁설렁 뛰어가다가 타구가 잡히자 뭐라 중얼거리더니 그대로 더그아웃으로 되돌아 갔다.

'흥..! 쨉도 안되는게..!'

그런 안치영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코웃음을 날린 앤서니. 그리고 이런 앤서니를 바라보며 해토로의 가장 강력한 타자인 손아영이 타석에 들어섰다.


[손아영 선수가 타석에 들어서니 관중들이 그녀의 이름을 연호하며 응원하는군요.]

[손아영 선수의 실력을 보면 그럴 수 밖에 없죠.]

[해토로의 3번 타자 손아영 선숩니다. 시즌 타율 0.345, 출루율 0.408, 장타율 0.514를 기록하였고, 10개의 홈런을 때려냈습니다.]

[32경기에서 두자리 수 홈런이란건 정말 대단한거죠. 시흥 리그의 최고의 타잡니다.]


이런 성적을 거둔 만큼 손아영은 자신감에 가득  있었다. 비록 마운드에  있는 앤서니가 남주 리그에서 엄청난 활약을 펼쳤지만 자신이 안타를 못 때릴것이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딱 보니 자신감에 넘쳐서 직구만 던질 표정이군. 그래, 한번 던져봐라. 내가 그대로 날려버려 주지..!'


'하..! 얘도 내 직구를 노린다는 거지..? 오냐, 한번  봐라..!'


서로의 생각이 맞아 떨어진 상황. 앤서니는 힘차게 공을 뿌렸고, 손아영도 힘차게 배트를 휘둘렀다.

딱~!


[쳤습니다! 우익수 뒤로, 우익수 뒤로! 우익수~!! 잡아 내는군요! 우익수가 뒤로 가는 타구를 잡아 냈습니다!! 우익수 최지아 선수의 환상적인 수비!! 손아영 선수, 한 손을 번쩍 들고서 1루를 돌다가 좌절하는군요.]


때린 순간 제대로 걸렸다는걸 깨달은 손아영은 그대로 한 손을 번쩍 들며 1루로 뛰어 갔다. 타구를 보아하니 각도가 낮아 펜스를 직격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우익수인 지아가 자신의 키를 넘어가는 타구를 그대로 점프해 잡아내자 환호하던 원정팬들은 입을 떡 벌렸고, 반대로 발키리 팬들은 지아의 이름을 외치며 박수를 보냈다.

"오, 이런... 저게 잡히다니..."


"나였으면 지아가 잡을  없게 넘겼어."

그대로 주저 앉은 손아영에게 리사가 슬쩍 한마디를 던지고선 더그아웃으로 뛰어갔다. 리사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본 손아영은 이내 씩씩대며 원정팀 더그아웃으로 갔다.


앤서니가 더그아웃으로 들어오자 지은이 그녀에게 잔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앤서니! 타자가 직구를 노리고 있는데 직구를 던지면 어떡해? 그럴 땐 변화구를 던지라고 내가 누누이 말했지!"

"아, 언니~! 그래서 안타를 안 맞았잖아~ 안타 안 맞았으면 됐지~"


앤서니가 지은의 팔에 매달려 애교를 부리자, 잔소리를 잔뜩 준비해둔 지은이 너털웃음을 지으며 잔소리를 그만 두었다.


"오, 지아! 나이스 수비였어~!"

동국이 한 손을 내밀어 지아를 반기자, 지아가 우쭐한 표정을 지으며 손을 내밀어 하이파이브를 하였다.

"훗~ 이정도 쯤이야~ 기본이지~"

"언니, 정말 멋졌어~!"

"하핫, 그러니~? 너도 열심히 연습하면 나처럼 될 수 있어~"

현아의 한마디에 지아의 콧대가 더욱 높아졌다. 그녀는 벤치에 앉아 열심히 현아에게 자신의 활약상을 떠들어 댔다.

[1회 초가 삼자범퇴로 끝이 나고, 이제 1회  벨벳 발키리의 공격이 시작됩니다. 해토로의 선발 투수는 에이스, 허옥순 선숩니다.]

[허옥순 선수는 지역 리그에서 활약하다 나이가 들면서 1부 리그로 내려온 선수죠. 상당히 베테랑인 선숩니다.]

[16경기에 선발로 등판에 12승 4패를 기록하였고, 평균 자책점은 1.86 입니다.]

우투수인 허옥순은 싱커가 주무기로, 타자가 친 타구 중 70%가 넘는 타구가 땅볼이 되는 땅볼 투수다. 실력 등급은 D급으로 1부 리그 에이스 정도 되었다.


시흥 리그 에이스에 맞설 발키리의 선두 타자는 남주 리그 MVP인 리사 선숩니다.]

캐스터가 타석에 들어서는 리사를 소개하자 해설 위원이 흥분을 하며 떠들었다.

[이 선수야 말로 상위 리그 선수가 하위 리그에서 뛰면 어떤 성적을 내는지 여실히 보여준 선수에요! 타율이 0.937, 출루율이 0.987, 장타율이 2.536! 이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 성적입니까!]

[그 밖에 20개의 홈런과 53타점, 80득점을 기록한 괴물 타자죠. 1.5경기  1개의 홈런, 1 경기 당 1.7개의 타점, 2.6개의 득점을 올렸단 계산이 나오죠.]

마운드에 서 있는 허옥순도 리사의 이런 성적을  알고 있었다. 사전 브리핑에서 듣기도 들었거니와 자신이 지역 리그에서 활약했던 적이 있었기에, 지역 리그에서 팀을 홀로 이끌었던 리사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 해토로에 있는 그 누구보다도 더  알았다.


'이런 타자를 그냥 고의 사구로 내보내지 않고, 한번 간을 보라고..?'

그렇기에 리사와 승부를 하라는 벤치의 지시가 불안하긴 하지만 한편으론 이런 벤치의 지시가 어쩔 수 없다는 것도 그녀는  알았다.


1번 타자를 계속 출루 시키게 되면 남주시의 다른 팀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결국엔 질 수밖에 없었다.

[리사 선수를 고의 사구로 내보내지 않고 그대로 승부 하는군요.]

[아무래도 꼭 승리해야 되는 경기이다 보니 승부수를 띄운 것 같네요. 리사 선수가 엄청나긴 하지만 매번 출루에 성공한 선수는 아닙니다.  3번인가..? 뜬공으로 아웃 된 적이 있어요. 물론 다 펜스 앞에서 잡히긴 했지만 말이죠.]

[1.3%의 확률에 기대를 거는 해토로! 과연 승리의 여신이 미소를 지어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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