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1화 〉181회.
"자기, 경찰서 가는거야?"
경찰서에서 연락이 오고 난 이틀 뒤, 이번엔 범인을 잡았다고 연락이 왔다. 그래서 막 경찰서를 방문하려고 할때, 거실 쇼파에 누워 있던 비올렛이 동국에게 물었다.
"어, 누님. 지금 막 범인을 잡았다고 연락이 와서 리사랑 같이 가보게."
그녀는 요즘 각 계열사들에 전문 경영인을 내세우며 약간 경영에서 한발 물러난 상황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았다.
"그럼 내가 법무팀 변호사 불러줄게. 메인 스폰서로 이 정도는 해 줄 수 있지."
"오, 그래주면 고맙고."
리사와 그리고 범인에 대한 기사를 쓸 재은과 함께 경찰서로 가서 담당 형사에게로 갔다. 그리고 거기서 리사는 낯익은 인물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하! 당신이었어?"
"크흠... 이봐, 당신이라니! 그래도 한땐 내가 니 코치였는데!"
리사가 기가 막혀하자, 수갑을 차고선 의자에 허리를 굽힌 채 쭈그리처럼 앉아있던 코치가 목소리를 높혔다.
"조용히 하세요! 지금 뭘 잘했다고..!"
그리고 형사의 호통에 깨깽하고는 다시 쭈그리 모드가 되었다.
"리사야, 누군데 그래?"
범인이 누군지 모르는 동국이 리사를 툭툭 치며 묻자, 리사는 코치를 경멸 섞인 눈빛으로 바라보며 대답했다.
"저 인간, 드라고니안 코치야. 나랑 맨날 싸우던 코치."
"헐..? 진짜? 그 주루 코치? 아니, 진짜 니 다리도 부상 입게 해놓고서 또 이랬단 말이야?"
"어머, 대박..!"
리사의 말에 동국은 분통을 터트리며 같이 코치를 노려봤고, 재은은 놀라하며 기사를 작성할 준비를 하였다.
"아니,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형사님? 진짜 이 사람이 범인이 맞습니까?"
"네, 잡고 보니 피해자 분의 전직 소속 팀 코치더군요. 저희도 놀랐습니다."
동국의 물음에 형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더니 사건에 대해 자세히 설명을 해주었다.
"우선 여기 CCTV 자료들을 보시면 사건 발생 며칠 전에 경기장 및 주변에서 피의자가 찍힌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컴퓨터 모니터로 CCTV 화면을 보여주었다. 과연 형사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에는 사건 당시에 썼던 모자를 쓴 코치가 여기저기를 둘러보는 모습이 포착되었다.
"그 때랑 같은 모자네요?"
"네, 이 모자 덕분에 찾기가 더욱 수월했습니다. 뭐, 모자를 안 썼더라도 주위를 둘러보는 모습이 수상해서 언젠가는 잡혔을 겁니다."
"흐음... 주변 CCTV를 확인하는 모습이 확실히 다른 팬들과는 행동이 다르긴 하군요."
"예, 그것도 경기가 없는 날에 왔으니, 확 눈에 띄죠."
경기가 없는 날이면 경기장 주변은 완전히 한적해진다. 그런 상황에서 저렇게 행동하고 있으면 쉽게 의심받을만 했다.
"그래서 동선을 계속 추적을 해보니, 이 사람이 피해자 분의 전 소속 팀 코치인게 밝혀졌더군요. 피해자 분과 악연이란 사실은 널리 알려져서 저희도 알 정도였으니 쉽게 납득이 가더군요."
형사랑 이렇게 떠들고 있을 때 '나 엘리트요' 라는게 눈에 확 들어오는 남자가 주위를 두리번 거리다가 일행을 발견하고는 다가왔다.
"감독님. 안녕하십니까. 벨벳 그룹 법무팀에서 나온 김철수 라고 합니다."
동국에게 인사를 한 변호사가 자신의 명함을 건냈다.
"아, 예. 벨벳 발키리 감독 동국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 드리겠습니다."
"열심히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독님."
동국이 건내는 손에 고개를 숙이며 악수를 하는 변호사. 그 모습에 동국을 바라보는 형사의 눈빛이 조금 달라졌다.
"오구단 이름이 벨벳 발키리던데, 벨벳 그룹이랑 단순한 관계가 아닌가 보네요..?"
"여기 감독님께선 회장님 사위 분 되십니다."
"아아, 그러시구나..."
형사의 눈빛에 괜히 어깨가 으쓱한 동국. 그런 동국을 리사가 한심하게 바라보는 사이 형사가 사건에 대해 계속 설명했다.
"통장 내역을 보니 금지 약물 브로커에게 접근을 해서 약물을 샀다는게 드러났습니다. 아마 산 약물을 시중에서 파는 식혜에 넣은 모양이더군요."
"프로팀 코치가 금지 약물을 다른 선수에게 악의적인 의도로 먹이려고 했다니... 죄질이 악하군요."
변호사가 고개를 숙이고 있는 코치를 힐끔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러나 코치의 죄는 이 뿐만이 아니었다.
"어떻게 약물 브로커랑 알게 됬는지, 다른 선수에게도 약물을 먹였는지도 조사를 해봐야 겠지만, 더 큰 범죄가 따로 있었습니다."
"약물보다 더요..?"
"네, 바로 자동 오구단의 한민주 선수에게 돈을 보냈더군요."
형사의 충격적인 말에 형사의 말을 듣고 있던 동국과 코치를 째려보고 있던 리사, 그리고 신나게 기사를 작성하고 있던 재은까지 모두 놀랐다.
"아, 아니, 그럼 한민주 선수의 사구가 의도적이란 말씀입니까..?"
동국이 정신을 차리고 형사에게 되묻자, 형사가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래 보입니다. 자세한건 한민주 선수도 불러서 조사를 해봐야 알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코치가 모르는 선수에게 돈을 보낼 이유가 없겠죠."
"하, 당신 정말 악질이었구나?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리사의 말에도 코치는 그저 묵묵부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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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후에 재은의 기사로 사건이 알려지자 많은 오구 관계자들과 팬들은 큰 충격에 휩사였다.
전 소속 팀 코치가 선수에게 일부러 약물을 먹이려 하고, 부상을 유도했을 수도 있다는 보도에 많은 사람들이 코치와 드라고니안에 대해 비판을 했다.
재은의 기사에 드라고니안 구단은 서둘러 주루 코치를 자르고 구단은 모르는 일이라고 잡아땠다.
감독 역시 처음에는 코치 단독으로 한 일이라고 주장했으나, 이후 코치의 진술로 감독 역시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결국 자진 사퇴를 하였다.
한민주에 대한 의혹 역시 이후 조사에서 사실로 밝혀져 자동 오구단은 즉각 벨벳 발키리와 리사에게 사과를 하고 그녀를 방출하였다.
나중에 전해진 소식으로는 코치는 감옥에 수감되었고, 한민주는 벌금형에 처해졌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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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사가 복귀하고 난 이후로 발키리는 순풍을 탄 배처럼 승리를 이어갔다.
이미 리그의 절반을 치룬 시점에서 2위 팀인 다물 우드페커스와 승점이 18점이나 차이날 정도로 우승이 기정 사실이었다.
그렇기에 동국은 가끔 경기를 빠지고 나연과 지역 리그 승강전에서 맞붙을 다른 1부 리그 1등 팀들의 경기를 보러 가거나, 아니면 경기 지역 리그 경기를 보러 가기도 했다.
5월 달의 어느 날, 동국은 나연과 함께 경기 리그 팀인 용인 제일 크라운즈와 성남 매그파이의 경기를 보기 위해 성남에 있는 매그파이 홈 구장으로 향했다.
전망 좋은 테이블 석으로 자리를 마련한 동국과 나연. 주변을 보아하니 경기장의 절반 정도가 관중으로 채워져 있었다.
"경기장 반 정도 채워져 있으면 하루 관중 수입이 얼마나 될려나..."
"적게 잡아도 700~1000만원 정도 하지 않을까요?"
동국이 관중들을 바라보며 중얼거리자, 나연이 대충 계산한 금액을 말했다.
"그럼 한 달에 얼만거야... 한... 6천에서 8천만원? 어휴, 이러니 진정한 프로는 지역 리그부터 라는 말이 나오지..."
"거기에 광고나 스폰서 단가도 달라지고, 유니폼 같은 굿즈도 판매하니깐요."
현실로 치면 1부 리그는 퓨처스 리그 정도 되고, 지역 리그는 KBO 리그 정도 되었다. 그러니 1부 리그와 지역 리그는 거의 절대적인 차이를 보였다.
"아, 경기 시작하네요."
경기가 시작되자 나연은 미리 준비한 분석용 카메라를 작동시키고 경기를 유심히 지켜보았다.
진지한 표정으로 경기를 관찰하는 나연. 그런 나연의 의상은 연분홍빛의 몸에 착 달라 붙는 반팔 티에 레깅스 형태의 바지를 입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의상이 몸에 붙는 스타일이라서 그런지 그녀의 굴곡진 몸매가 그대로 드러났다.
특히나 도드라져 보이는 그녀의 가슴이라던가 각선미 넘치는 다리는 주위의 사람들이 힐끔거리며 쳐다보게 만들었다.
그런 상황에서 나연은 괜히 팔짱을 끼며 가슴을 강조한다던가, 다리를 한번 씩 꼬는 등의 행동을 하였다.
'흠... 점점 복장이 뭐랄까... 유혹하는 느낌이야...'
동국 역시 한번 씩 그녀를 힐끔거리며 초창기 때를 생각해 보았다. 처음에는 그녀의 이미지에 맞게 단정하게 입었던거 같은데, 날이 가면 갈수록 점차 몸매를 드러내는 옷을 주로 입었다.
특히나 리그의 성적이 압도적이 되가면서 둘이서 다른 팀들의 경기를 지켜보러 갈 때면 더욱 그러한 경향이 있었다.
'음... 날 좋아하나? 하긴 그럴 만도 하지~'
나연과 같이 생활하게 된 지가 벌써 2달이 넘었다. 그 사이 그녀가 일상에서 보던게 다른 여자들과의 섹스이니 절로 주위 환경에 동화가 되었을 수도 있다.
동국의 특성이 특성이니만큼 동국에 대한 호감도도 절로 상승을 했을 거고 더군다나 요즘은 같이 경기를 보러 돌아다니기까지 하니, 생각해보면 호감도가 안 오를리 없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동국은 아직 나연에게 접근하지 않고 있었는데, 이미 감당해야 될 여자가 많기도 하고, 무엇보다 아연이 나연을 밀착 마크 하고 있었다.
항상 동국이 나연에게 집적대지 않는지 감시하고 있는 아연은 지금처럼 둘이서 상대 팀들의 전력을 분석하러 경기를 보러 가는 것도 상당히 경계하였다.
그런 아연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작 나연이 동국에게 접근을 하니 아이러니 하였다.
"감독님! 출출한데 치킨에 맥주 한잔 어때요?"
나연이 동국의 팔에 엉겨 붙으며 제안했다. 그녀가 팔을 잡아 당겨서 그런지 팔에서 뭉클한 감촉이 느껴졌다.
"어, 음. 그럴까?"
"네! 어서 사러 가요!"
치킨을 사러 자리에서 일어난 동국과 나연. 나연은 잡고 있던 동국의 팔을 놓지 않고, 오히려 팔짱을 끼며 더욱 밀착했다.
그녀의 얼굴이 살짝 붉어진듯 했지만, 동국은 아무 말 하지 않고, 내버려 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