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78화 〉178회. 1부 리그 (178/297)



〈 178화 〉178회. 1부 리그

"하하, 임대요? 글세요... 일단 한번 리사에게 말은 해보겠습니다. 예, 예~"


"이적 말입니까? 이적은 안될 것 같습니다. 저희가 지역 리그 승격이 목표인지라 리사가 필요해서요. 30억이요? 아니, 돈이 중요한게 아닙니다."


리사의 활약이 이어질수록 상위 리그 팀들에서 문의 전화가 많이 왔다. 대부분 자신의 구단으로 리사를 이적 시켜 달라는 내용이었는데, 이적료를 몇십 억까지 불렀다.


그러나 리사를 다른 팀으로 보낸다는 건 말도 안되는 소리였기에 동국은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하지만 1 시즌 입대 같은 경우에는 생각해볼 가치가 있었다. 지금 리사가 리그에서 엄청난 활약을 보여주고 있긴 하지만, 냉정하게 말해서 닭 잡는데 소 잡는 칼을 쓰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차라리 임대료를 받고 1 시즌 입대를 시키는 것이  효율적일  있었다.


동국은 임대에 관해 논의하기 위해 리사와 재은, 나연을 서재로 불러들였다.


"요즘 들어서 리사에 관해서 이적이나 임대 문의가 많이 오고 있어. 이적이야 어림없는 소리지만, 1시즌 임대 같은 경우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거 같아서 말이야. 우선 각 팀들이 제시한 조건들을 보고 각자의 의견을 말해봐봐."

동국이 나눠 준 자료들을 찬찬히 훑어보는 여인들.

"가장 좋은 조건이 1 시즌 임대에 10억이네요."

나연의 말에 동국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경북 리그 팀인 대구 호걸들에서 제안한거지. 올해가  나우라서 세게 질렀어."


윈 나우(win now). 지금 당장의 성적을 최우선으로 하는 것으로 보통 우승 적기라고 판단했을때, 고액의 선수를 데리고 오거나 유망주를 트레이드해 즉시 전력감을 데리고 오는 등, 모든 걸 쏟아 붙는 걸 말한다.

대구 호걸들도 지금 현재 가장 약한 부분인 1루수를 임대를 통해 보안해 우승을 노리는 것이었다.

"다른 리그 팀들도 엇비슷한 금액으로 불렀고... 동대문 카우즈는 5억에 자기네 2군 선수 1명을 맞임대를 해준다고..?"

"어, 우리 팀의 1루가 비는 걸 염두에 둔거지. 2군이라고 해도 우리랑 같은 1부 리그 선수니깐."

오구는 등록 선수가 상당히 적다. 투수 2명에 타자 5명, 거기에 타자 백업 1명이 최대이다. 따라서 각 팀들은 하위 리그에 2군 팀을 운영하고 있는데, 서울 리그 팀인 동대문 카우즈도 하위 리그인 1부 리그에서 2군 팀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래서 2군 선수들을 한번 봤는데, 딱히 마음에 드는 선수가 없더라고. 또 임대라서 1 시즌 만에 다시 갈텐데 그랬다간 우리 팀의 전력이 노출될 수도 있고 그래서 난 별로야."


자칫 잘못하다간 동국의 특성이 알려질 수 있기 때문에, 카우즈의 제안은 다른 팀들 같았으면 상당히 매력적인 제안이었겠지만, 오히려 발키리에게는 흥미 없는 제안이었다.


"리사야,  생각은 어때?"

리사가 아무 말이 없자, 동국이 리사의 의견을 물었다. 그에 리사가 무표정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동국."


"어, 어..?"

"난 이 팀을 떠나고 싶지 않다... 하지만 동국, 너가 원한다면..."

별 감정 없이 말하는 리사. 그러나 그녀의 눈동자는 슬퍼보였다. 동국은 그녀가 바로 작년에 소속 팀에서 버려졌다는 걸 깨닫고는 아차했다.


"하하, 그, 그럴리가. 그냥 이런 제안도 있다~ 이런거지. 자, 그냥 없던 일로 하자고. 내가  거절 의사를 밝힐테니. 그리고, 리사야? 우리 잠깐 산책이라도 나갈까?"

동국이 쩔쩔매며 리사와 함께 나가자 나연은 속으로 아쉬웠다. 그녀가 봤을 때 1 시즌 임대는 상당히 괜찮은 제안이었기 때문.

"왜, 아쉬워?"

나연의 속마음이 표정으로 드러났는지, 재은이 그녀에게 물었다.


"네, 살짝요. 리사 언니가 엄청난 활약을 하고 있지만, 굳이 없어도 리그 우승을 하는덴 문제가 없으니깐요."

"뭐, 그렇긴 한데, 어쩌겠어~ 이게 우리 팀인데. 내가 봤을  우리 팀은 이적 같이 우리 선수가 떠나는 일은 절대 없어. 들어오면 들어왔지."


재은은 그렇게 말하며 남아있는 자료들을 정리했다.


*
*
*

다물 우드페커스와의 4차전. 발키리는 시작부터 선취점을 내주며 시작했다.

김서빈의 안타와 유민아의 볼넷으로 1사 만루가 된 상황에서 포수 한태연의 희생 플라이로 1실점을 한것이다.


반면 발키리의 공격은 그리 쉽게 풀리지 않았다.

2회 초, 리사의 볼 넷 이후 현아의 병살타.

3회 초, 지아의 안타 이후 도루 실패. 다시 아연의 안타와 리사의 볼넷으로 만루가 만들어 졌지만, 현아가 안타에 실패하며 무득점.

잇따라 발키리가 득점에 실패하는 사이, 우드페커스는 3회 말, 5번 타자 나아지와 1번 타자 최원주의 연속 안타로 1사 만루를 만들었고, 김서빈의 희생 플라이로 다시 1점 더 달아났다.


"끄응... 너무  풀리는데..?"

홈을 밟고선 기뻐하는 우드페커스의 2루 주자, 나아지의 모습에 동국이 침음을 내며 중얼거렸다.


"지아의 도루 실패가 좀 컸지. 도루를 성공 했으면 베스트긴 한데, 하지 않았으면 그래도 1점은 얻었을 꺼 아냐."

"에휴... 그렇긴 하지. 그것 때문에 지아가 너무 신경 쓰면 안 되는데..."

그러나 이런 동국의 걱정이 사실인지 지아는 선두 타자로 나서서 안소연에게 3구 삼진으로 허무하게 아웃 되고 말았다.

"씨이..!"

장비와 방망이를 거의 던지다시피 놓은 지아는 벤치에 앉아서 아쉬움을 달랬다.

"지아야. 마음을 가라 앉혀. 흥분하면 할수록 더  좋아. 릴렉스~"


지은의 말에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진정시키려 노력한 지아. 그러는 사이 다시 2사 만루에 현아의 타석이 되었다.

'이 분위기, 내가 살린다..!'


지아가 도루 실패한 것 때문에 자책하고 있었지만, 사실 현아야 말로 마음이 심란했다. 2회에 병살타, 3회 2사 만루에서 땅볼 등, 항상 2사 만루에서 그녀의 타석이 돌아 왔고, 그때마다 거의 땅볼로 물러났다.

"스트라잌~"

좌투수 안소연이 던진 초구는 바깥쪽 포심이었다. 그녀는 현아와의 승부 내내 바깥쪽만 집요하게 던졌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로 보였다.

두 번째 공.
 가운데로 들어오는 것 같은 궤적. 하지만 현아는 속지 않았고, 곧이어 공은 바깥쪽으로 빠져 나갔다.

"볼."


'이번엔 속지 않는다고..!'


여지껏 안소연이 던진 슬라이더에 배트를 내밀었던 현아였지만, 더 이상 속지 않았다.

투수가 다시 한번 슬라이더를 던졌지만, 미동도 하지 않는 현아. 그에 안소연은 바깥쪽에 꽉 차는 직구를 던져 2스트라이크를 잡았다.


"파울!"

"파울!"


"볼~"

"파울~!"

 뒤론 계속 지루한 싸움이 이어졌다. 직구는 커트하고, 슬라이더는 흘려보내니 풀 카운트까지 되었다.


짜증으로 물든 안소연. 그런 그녀에게 포수인 한태연이 체인지업 사인을 보냈다.

'흠... 여기서 체인지업이라... 하긴 계속 포심, 슬라이더만 던졌으니, 한번 허를 찌를 수 있겠지...'


안소연은 고개를 끄덕이고선 와인드업을 취했다.

그녀가 던진 공을 빠르게 파악한 현아.

'여기서 가운데라고..?! 그렇담 체인지업이다..!'


사실 그냥 에라 모르겠다 라며 던진 가운데 직구일 수 있지만, 현아는 자신의 감을 믿었다. 그리고 그녀의 생각대로 공은  가까이에서 스르륵 가라 앉았다.

"볼! 볼넷!"

"좋았어..!"


심판이 볼넷을 선언하자, 현아는 작게 주먹을 쥐고선 1루로 걸어 나갔다.


'아이씨...'

반대로 안소연은 이닝을 끝내지 못했다는 생각에 짜증이 났다. 더군다나 만루인 상황이었기에 밀어내기가 된 것이었다.

그렇게 1점 만회한 벨벳 발키리. 그리고 다음 타석은 바로 지아의 타석이었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사실상 이번에 역전의 마지막 기회였기에, 지아는 더욱  각오를 다졌다.

'다음 타자가 아연 언니니 굳이 안타를 칠 필요는 없어...'


그랬기에 지아는 존을 좁게 설정하고, 확실한 공만 치기로 마음 먹었다.


"볼."

"볼~"

연달아 바깥쪽 유인구를 던진 안소연. 그러나 지아는 꿈쩍 하지 않았다.

'아이씨, 저 년은  왜 저러는거야... 평상시엔 그냥 치더만...'


만루인데다 다음 타자가 아연이었기에 안소연으로서는 볼넷을 내주면 절대 안됐었다.


'일단 가운데로 집어 넣으라고..? 왠지 느낌이 안 좋은데...'

포수의 직구 사인에 불길한 감정을 느낀 안소연. 그랬기에 그녀는 고개를 내젓고선 대신 체인지업 사인을 보냈다.


몇 번의 실랑이 끝에 결국 체인지업을 던지기로 한 안소연은 그대로 공을 던졌다.


가운데로 오다가 슬쩍 가라 않는 궤적. 그러나 안소연이 의도한 것보단 더 빨리 가라않았다.

"볼~!"


3볼이 되자, 포수는 다시 포심을 요구했고, 안소연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변화구의 제구가 제대로 되질 않으니, 카운트를 잡으려면 어쩔 수 없었다.

'제발 지켜봐라..!'


보통 3볼 상황이 되면 타자들은 의식적으로 1구 정도는 지켜보기에 안소연은 지아가 그냥 공을 흘려보내기를 기원했다.


그리고 지아 역시 원래는 지켜보려 했었다. 그러나  가운데로 오는 공은 너무 먹음 직 스러웠다.

'에라 모르겠다..!'


고민은 짧았고, 행동은 신속했다.
지아는 그대로 벼락같이 배트를 휘둘렀다. 그리고 공이 배트에 맞는 순간 아무 느낌도 들지 않았다.


'아..!'


스윙을 한 지아는 잠시 가만히 있다가, 이내 배트를 발키리 더그아웃쪽으로 집어 던졌다.

"우와아아아아~!!!"


"홈런! 홈런이다!!"

맞는 순간 모두가 홈런임을 직감할 정도로 제대로 맞은 타구였다.

"좋았어, 지아야!"

"아주 멋졌어, 언니!"

홈에서 그녀가 오길 기다리고 있었던 리사와 현아가 지아가  플레이트를 밟자, 그녀의 머리와 등을 두드리며 지아를 축하해 주었다.


점수 4대 2. 드디어 발키리가 역전에 성공하였다.

분위기가 완전히 발키리 쪽으로 넘어왔는지, 4회 말, 벨리나는 선두 타자에게 안타를 허용했지만, 바로 다음 타자에게 땅볼을 유도하며 병살타로 만들었다.


5회 초, 1사 만루에서 지아의 희생 플라이로    달아난 발키리는 5회 말, 다시 더블 플레이를 유도하며 경기를 끝냈다.


최종 스코어 5-2. 우드페커스는 발키리에게 첫 승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날려먹었고, 발키리는 지아의 만루 홈런으로 연승을 계속 이어 나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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