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4화 〉174회.
언론을 통해 발키리의 성적과 더불어 리사의 성적이 화재가 되자, 여기에 불똥이 튄 구단이 있으니 바로 리사의 전 소속 팀이었던 강릉 드라고니안이다.
아연의 전 소속 팀들이야 워낙 여러 팀들이고, 또 그녀의 잔 부상 때문에 별로 출전도 못 해서 애정이라던가 인지도가 별로 없었다.
하지만 리사는 드라고니안의 프랜차이즈 스타였고, 팀의 에이스였다. 강릉을 대표하는 스포츠 스타였기에 리사가 부상으로 인해 방출 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슬퍼했었다.
그리고 그 리사가 다시 부활에 성공하자, 사람들은 축하해 하면서도 한편으론 이렇게 일찍 회복한 리사를 너무 성급하게 방출한 것이 아니냐며 구단을 비판했다.
더군다나 리사의 빈자리를 전혀 메꾸지 못하면서 드라고니안의 성적은 3승 5패로 하위권이었다.
리사의 대체 선수로 들어온 1루수는 리사의 기량에 한참을 미치지 못했고, 그렇다고 기존의 다른 선수들이 뛰어난 것도 아니었다.
결국 리사가 혼자 이끌던 팀에 리사가 없어졌으니 팀의 성적이 떨어지는건 당연지사였다.
"자네, 이걸 어떻게 할꺼야!! 지금 여론이 어떤 줄 알아! 자네하고 나하고 사이좋게 손 잡고 이 팀을 당장 꺼지라더군."
드라고니안 감독의 호통에 리사와 사이가 안 좋았던 코치가 고개를 숙였다. 감독은 그런 코치를 보며 속이 답답해져 갔다.
사적으로 친한 코치 편을 몇 번 들다 보니 이 놈이 기고만장해서 결국 대형 사고를 치고 말았었다. 리사가 큰 부상을 입었다는 소식에 감독은 눈 앞이 캄캄해 지는 것 같았다.
자신이 봐도 코치가 잘못했지만, 이미 리사는 은퇴 수준의 큰 부상을 입은 상태. 결국 감독은 리사 대신 코치 편을 들었다.
그렇게 리사를 완전히 버린 감독은 이제 리사가 다시 부활하자 뒤늦게 그것을 후회하고 있었다.
'내가 왜 진작에 리사 편을 들지 않아서... 그냥 꼬리 자르기 식으로 이 놈을 내쫓을까..?'
코치를 찌른다고 팀의 실력이 좋아지는건 아니지만, 적어도 팬들의 분노는 어느 정도 가라 앉힐 수 있었다.
"이 사태를 해결하려면 자네가 희생하는 수밖에 없네. 그러게 왜 그런 무리한 짓을 해서... 내, 단장님께 말을 할테니, 퇴직금이나 받아 가시게."
감독이 막 코치 해고를 단장에게 건의하려고 할때, 코치가 황급히 말을 했다.
"가, 감독님! 제가 이 일을 해결하겠습니다!!"
"해결..? 자네가 뭔 수로?"
코치의 말에 감독이 발걸음을 멈추고선 어이 없는 표정으로 코치를 바라보았다. 지가 타임 머신을 타고 과거의 자신에게 귀싸대기를 날리면서 말리지 않는 한, 이 사태를 해결할 방법은 없었다.
"리사를 대체할 1루수를 구하는게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지금 그 방법은 실패하지 않았습니까?"
"그렇지. 싼 맛에 데리고 오긴 했지만, 딱 그 정도지."
"그럼 반대로 리사의 실력이 다시 떨어지면 되는거 아니겠습니까! 그러면 팬들의 관심도 다시 사그라 지겠죠."
코치의 말에 감독은 저 놈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다는 걸 깨달았다.
"자네가 뭔 수로 그러겠다는 거야. 뭐 리사 다리라도 다시 부러트리게?"
"흐흐, 그것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음흉하게 웃는 코치의 모습에 감독은 진절머리가 났다. 그러면서 한편으론 마지막으로 기회를 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뭐, 나에게 피해만 안 준다면야... 그리고 그 오만한 년도 별로 마음에 안 들기도 하고 말이지...'
"크흠..! 난 아무것도 못 들었네. 1달 뒤에 다시 보지. 그만 나가 보게."
감독이 은연중에 허락을 하자, 코치가 고개를 꾸벅 숙이고선 감독실을 나갔다. 방을 나서는 코치의 머릿속이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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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부터 타순의 변화가 생겼다. 바로 현아를 1번 타자로 배치한 것인데, 현아는 이를 부담스러워 했다.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난 타율도 낮은데..."
"현아야, 이건 너가 무조건 출루를 해라, 이런 의미가 아니야. 그냥 너의 타석 경험치를 늘려 주는 작업일 뿐이야. 지아 봐봐. 그녀는 작년 동안 1번 타자로 나서서 얼마나 성장을 했니. 너도 충분히 할 수 있어."
동국의 설명에도 현아의 부담스럽단 표정은 바뀌지 않았다. 출루율 100%인 리사 대신 자신이 1번 타자로 나선다는 게 남들 보기에 부끄러웠다.
"끄응... 그게 더 부담스러운데..."
"실력적인 부분이?"
"응... 만약에 팀이 지게 된다면 왜 내가 톱 타자인지에 대해 말이 많을 거 같아..."
"그럼 실력을 더욱 늘리면 되지. 일로와, 내가 실력을 늘려줄게~"
"흐으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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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다물 우드페커스의 홈 경기장인 다물 경기장 입니다. 지금부터 다물 우드페커스 대 벨벳 발키리, 벨벳 발키리 대 다물 우드페커스의 3차전 경기를 중계해 드리겠습니다.]
4월 첫째 주 월요일에 열린 다물 우드페커스와의 원정 경기. 다물 우드페커스는 지난번의 2연패에 대한 설욕 겸 벨벳 발키리의 9연승을 저지하기 위해 각오를 다졌다.
"발키리 타선이 바뀐건 알고 있지? 1, 2, 5번 타자만 아웃 시키면 무실점으로 막을 수 있다. 오늘은 우리가 승리하는 날이다. 알겠나!"
"넷!!"
[벨벳 발키리의 타순 알려드리겠습니다. 1번에 좌익수 주현아, 2번에 우익수 최지아, 3번에 2루수 장아연, 4번에 1루수 리사, 5번에 AI 포수입니다.]
[이번에 타순이 대대적으로 바뀌었는데, 타율, 출루율이 10할인 리사 선수가 하위 타순인 4번에 배치되고, 가장 성적이 떨어지는 신인, 주현아 선수를 1번에 배치했습니다. 이는 주현아 선수의 경험치를 쌓아주려고 하는 것 같네요.]
[연승을 이끌게 했던 타순을 변경한 동국 감독. 과연 그 결과는 어떻게 될지 궁금하네요. 자, 1회 초, 벨벳 발키리의 공격이 시작됩니다. 1번 타자 주현아 선수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주현아 선수가 3월 초에 비하면 지금은 실력이 상당히 늘었거든요? 아직까지 타격이 그리 좋지는 않지만, 최근 3경기에서 평균 타석 당 투구 수가 5개를 넘어갑니다.
그만큼 타석에서 끈질기단 말이죠. 그 덕분에 최근 3경기에서 볼넷이 5개나 됩니다. 그 전 5경기에서는 볼넷이 1개도 없었는데 말이죠.]
[지금 타석에서도 상당히 끈질긴 모습을 보여주네요. 지금 2스트라이크 상황인데 주현아 선수가 계속 커트를 하고 있어요. 제 6구! 아, 볼이 되는 군요. 포크볼이 바깥쪽으로 아주 잘 떨어졌는데 이 공 참아냅니다.]
3번이나 파울을 만들어낸 현아가 투수의 회심의 일구였던 바깥쪽 포크볼을 간신히 참아냈다.
현아의 배트가 나오다 말자 선발 투수 김가연은 아쉬움을 드러내며 입맛을 다셨다.
[이렇게 커트를 잘 하는데 유인구에도 속지 않으면 투수 입장에서는 심히 답답하거든요.]
[하하, 김가연 선수의 표정도 말씀하신 것처럼 답답해 보이네요.]
결국 현아는 8구째에 포심을 쳐서 2루 아웃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자신의 역할은 다 해냈다고 봐도 무방했다.
"오늘 투수 어때보여?"
타석에 들어서는 지아의 물음에 현아가 말했다.
"오늘따라 포크볼이 더 잘 떨어지는 거 같애."
"흠... 그래 알았어."
현아의 말을 귀담아 들은 지아. 과연 타석에서 김가연이 던진 포크 볼은 상당히 좋아 보였다.
"스윙~! 스트라잌~"
순식간에 2스트라이크로 몰린 지아. 그녀는 배팅 박스에서 물러나서 장비를 점검하며 생각을 정리했다.
'2스트라이크니깐 유인구 1개 던지겠지..? 슬라이더는 아닐테고, 그렇담 포크볼이겠지...'
그리고 이런 지아의 생각을 읽었는지, 김가연은 바로 바깥쪽 낮은 코스로 포심을 꽂아 넣었다.
"스트라잌~ 아웃~!"
[루킹 삼진! 김가연이 최지아를 3구만에 돌려 세웁니다! 2아웃!]
[지아 선수의 얼굴을 보면 지금은 유인구를 생각하지 않았나 싶네요. 보통은 그게 맞거든요.
그런데 이런 생각을 읽었는지, 김가연 선수가 아주 과감하게 스트라이크를 집어 넣었어요. 제구도 아주 잘 돼서, 아마 쳤더라도 파울이거나 땅볼이었을 겁니다.]
기세가 오른 김가연은 3번 타자로 나선 아연과도 정면 승부를 펼쳤다. 그리고 아연이 친 타구가 펜스 앞에서 잡히면서 삼자 범퇴 이닝을 만들어 냈다.
의기양양하게 홈 팬들의 환호성을 받으며 더그아웃으로 되돌아 가는 김가연. 그런 김가연을 리사가 아니꼽게 바라보았다.
"홈런을 때렸어야지, 이 년아! 거기서 잡히면 어떡해!"
리사가 아연에게 잔소리를 하자, 아연이 어이 없이 바라보았다.
"야, 누가 홈런을 마음대로 쳐, 어..."
아연이 버럭 소리를 질렀으나 이내 점차 목소리가 작아졌다. 바로 앞에 마음대로 홈런을 치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
"너는 가서 동국 좆이나 더 빨고 와."
그렇게 말하고선 오만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린 리사가 수비 하러 나가려 할 때 동국이 그녀를 불렀다.
"리사, 그 말은 이제 잦이는 필요 없단 말이야? 이제 리사, 니 몫까지 아연에게 주면 되나..?"
동국의 말에 풀이 죽어 있던 아연이 반색하며 외쳤다.
"그래! 난 너처럼 홈런을 마음껏 못 치니깐 내가 니 몫까지 열심히 빨게!"
"어, 어..? 아니, 그게 아니라..."
동국과 아연의 말에 당황한 리사가 말을 더듬으며 해명을 하려고 했으나, 경기가 진행되려 하자 제대로 말도 못하고 그라운드로 향했다.
고개가 축 처진 리사의 뒷모습을 바라본 아연이 동국에게 엄지 척을 하고선 따라 더그아웃을 나섰다.
"하여튼 리사는 너무 기준치가 높은게 탈이야..."
자신이 당연하게 하니, 남들도 당연히 할 줄 안다고나 할까..? 리사는 약간 그런 경향이 있었다. 전 소속 팀에서 선수들과 사이가 그리 좋지 않았다고 그랬는데, 이런 리사의 마인드도 한 몫 했을 거 같았다.
"흥..! 동국의 자지는 내가 가장 많이 빨건데..!"
리사와 아연의 대화를 들었는지 지은이 팔짱을 끼며 투덜거렸다. 이제 임신 5개월이 되어 배가 커진게 눈에 보였다.
몇 개월 동안 섹스를 하지 못해서 지은은 상당히 예민한 상태였다. 물론 임신 때문에 그런 것도 있긴 하겠지만, 동국이 봤을 때 그녀는 현재 욕구 불만 상태였다.
'흠... 그러고 보니 이제 섹스를 해도 상관 없지 않나..?'
임신 초기야 유산의 위험이 있다니 하지 않았지만, 이제 임신 중기에 들어섰으니 조심히만 하면 상관 없을 듯 했다.
'흐흐, 어디 오늘 밤에 한번 해봐야 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