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60화 〉160회. (160/297)



〈 160화 〉160회.

3월 달을 며칠 앞두고 발키리즈가 구리 발키리 구장을 방문했다. 미리 기다리고 있던 재은이 그녀들을 안내했다.

'와... 직원 분이 엄청 미인이시네...'


발키리즈의 리더인 미나는 재은을 따라가며 그녀의 외모에 감탄했다. 발키리를 검색해본 바로는 여기 감독이 엄청 여자를 밝혀서 선수들을 전부 외모를 따져서 스카우트 하고, 또 모두랑 결혼도 했다고 한다.


아마 지금 자신들을 안내하는 직원도 감독의 아내 중  명이 아닐까 미나는 생각했다.

치어리더 자리 주변에서 공연 장치들을 설치하고 있던 동국이 그녀들이 다가오자 다가가 인사했다.

"어서와요. 거진 1년만에 만나네요."


"안녕하세요, 발키리즈 입니다~!"

동국의 인사에 발키리즈는 단체 인사로 대답했다. 씩씩하게 인사하는 그녀들의 모습에 동국은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여기가 치어리딩을 할 무대인가요?"


같이  발키리즈의 매니저의 질문에 동국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설치한 장비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 네. 한번 확인해 보시고, 필요한 거 있으시면 얘기해 보세요."


동국의 말에 매니저와 발키리즈 멤버들이 이것저것 확인해 봤다. 그러는 사이 재은이 동국의 옆으로 다가서서 작게 말했다.


"근데 저게 다 아냐..?"

"맞아. 저게 우리가 가지고 있는 전부야."

동국의 말에 재은이 어이없단 표정으로 동국을 바라보았다. 아니 저게 단데 뭐가 필요한게 있으면 말을 하란 말인가...



"아, 이 정도면 충분하네요. 저희 리허설 한 번 해보려고 하는데, 괜찮으시죠?"

다행히도 필요한 장비들은 다 있었는지 매니저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매니저의 요청에 동국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 물론이죠. 몇 번이고 해도 괜찮습니다."


발키리즈를 섭외하고 나서 검색을 해본 결과, 그녀들이 진짜 걸 그룹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녀들의 신곡, '발할라'도 들어보았다. 1년 전에 놀이 공원에서 봤던 무대에서의 노래 실력보단 많이 좋아졌지만, 그래도  부르는 편은 아니었다.

다만 뮤직 비디오에서는 그녀들의  실력이 상당히 돋보였는데, 아쉽게도 조회수가 많이 나오진 않아, 잘 알려지지 못한 것 같았다.

따라란~


스피커에서 노래 소리가 나오자, 발키리즈가 안무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했다.

'오우, 역시 춤 실력은 끝장 나는구만.'

그녀들의 춤 실력을  드러내기 위해서 노래는 댄스곡이었는데, 무대가 상당히 화려했다. 그녀들이 얼마나 연습을 했는지 알  있었다.

노래가 다 끝나고 나서 매니저가 무대 동선 같은거라던지, 음향이 제대로 나왔는지 체크를 했다.


"춤을 상당히 잘 추는데?"

"그렇지. 내가 작년에 봤을 때도 춤은 잘 추더라고. 그래서 치어리더로 스카우트 할려고 그랬는데, 이렇게 걸 그룹이 돼버렸네."


발키리의 리허설 무대를 보고 나서 동국과 재은이 떠드는 동안 매니저가 둘에게 다가왔다.

"저희 신곡 어떻습니까..?"

"아, 무대가 상당히 화려하고 보기 좋네요. 많은 사람들 앞에서 무대를 펼치면 금방 유명해 질 것 같네요."

동국의 칭찬에 매니저의 얼굴이 밝아졌다.

"아, 감사합니다. 그럼 치어리딩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혹시 생각해 두신게 있나요?"


매니저의 말에 동국은 고개를 저었다.


"아직 응원가나 구호 같은 것도 제대로 없어서요. 그냥 간단한 동작과 함께 선수 이름이랑 안타, 홈런 정도만 외쳐 주시면 될 것 같아요."

동국의 간단한 요구에 발키리즈는 곧바로 시범을 보였다. 미리 다른 치어리더들의 응원 영상을 보았는지, 그녀들은 어색함 없이 응원을 했다.

"리사! 홈런!! 짝짝~ 짜짜짝~!!"


"최지아, 안타~!!"

발키리즈가 율동과 함께 응원 구호를 외치자, 경기장 안에서 연습을 하고 있던 선수들이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이 정도면 충분하네요. 전혀 어색하지가 않아요."


"하하, 감사합니다. 얘들이 다른 치어리더 분들 영상을 많이 보고 연습을 했어요."

동국의 칭찬에 매니저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러더니 슬쩍 동국에게 제안을 해왔다.

"그보다 오구에는 시구나 시타가 있지 않습니까... 혹시 저희 얘들이 하면  될까요?"

"시구요?"

"네, 어떻게...  될까요?"

매니저의 제안에 동국은 고개를 끄덕였다. 개막전 시구이니만큼 특별하긴 하지만, 딱히 할 사람도 없고, 요청도 없었다.

"상관 없습니다. 그렇게 하시죠."


"하하, 감사합니다!"

동국이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자, 매니저의 얼굴이 환해졌다. 보아하니 어떻게든 발키리즈의 인지도를 높이고자 노력하는게 보였다.



"이 참에 한번 내려가서 해보시는게 어떻겠습니까?"


"아, 그래도 될까요?"

"물론이죠."

동국의 제안에 발키리즈가 경기장 내부로 들어섰다. 선수들이 아니면 경기장 안으로 들어오기 힘든 만큼 그녀들은 여기저기를 둘러보며 신기해 했다.

"음? 무슨 일이야? 여기까지 내려오고?"


동국이 발키리즈 일행을 이끌고 안으로 들어오자 지은이 의아해 하며 물었다. 그에 동국이 사정을 설명했다.

"아, 여기 발키리즈 분들이 개막전에서 시구랑 시타를 하기로 해서. 한번 해보시라고."

"그래..? 얘들아, 잠깐 휴식~!"


연습을 하던 선수들이 자리를 비켜주자, 발키리즈 멤버들이 마운드로 향했다.


"어어, 생각보다 머네요..."

타석이랑 마운드가 생각보다 멀자, 미나가 당황해 하며 말했다.

"일단 시구랑 시타를 할 멤버들부터 정해보시겠어요?"

동국의 말에 멤버들끼리 가위바위보를 했다.  결과 리더인 미나가 시구를, 도도하게 생긴 채은이란 멤버가 시타를 하기로 했다.


"자, 우선..."


동국이 미나의 시구 연습을 도와주러 가까이로 다가가려 하자, 벨리나가 슬쩍 동국의 앞을 가로 막고선 미나에게 가르쳐 주기 시작했다.

그에 마운드에서 밀려난 동국이 타석을 바라보자, 거기에도 이미 아연이 달라붙어서 배트를 휘두르는 걸 알려주고 있었다.


'씁... 어떻게 한번 친해지려고 했는데...'


동국이 아쉬워 하면서 고개를 돌리자, 씨익 웃고 있는 지은과 눈이 마주쳤다. 그에 속으로 허탈하게 웃었다.

"여보. 애 아빠가 그렇게 다른 여자랑 붙어 있는건 보기 좀 그렇지?"


지은이 스윽 다가와서 동국의 허리를 감싸자 동국이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끄응..."

"우리, 걸 그룹 하는 분들은 계속 걸 그룹 하게 놨두자고."

지은이 그렇게 말하며 동국의 엉덩이를 꽉 쥐었다.

*
*
*

지은의 훼방으로 발키리즈에게  작업을 못 걸고 난 뒤, 드디어 남주시 1부 리그 개막일이 다가왔다.


동국은 선수들의 가족들, 그러니깐 처갓집 식구들을 초대했다. 멀리 강릉에서 온 리사와 아연의 가족들과, 지아의 가족들을 전망 좋은 자리로 안내했다.


"여기에 앉으시면 됩니다."


"음, 알았네."


세 가족이 자리에 앉자 어색함만이 맴돌았다. 서로 관련이 별로 없는 사이면 그냥 인사만 하면 됬지만, 같은 사위를 두고 있는 관계인지라 모른 척 하기도 그랬다.

특히나 리사네랑 아연네는 서로 어느 정도 아는 사이지만, 지아네 부모님이랑은 초면이었다.

"근데, 장인어른들은 안 오셨네요..?"


장모님들과 아연의 여동생만이 온 걸 두고서 동국이 묻자, 리사의 어머님이 손사래를 쳤다.

"아휴~ 그 양반은 오늘도 낚시하러 갔어~ 아주 낚시꾼이야, 아주~ 진짜 동해 용왕님이 납치해 갔으면 좋겠네."

리사의 어머님이 진절머리 난다는 듯 인상을 찌푸리자 동국이 어색하게 웃었다.

"우리는 뭐, 바깥양반 일 해야지. 그래서 딸내미랑 둘이서만 서울 구경 왔어~ 근데 경기장이 아주 괜찮네~? 전에 경기 영상 보니깐 그렇게 좋아 보이진 않았는데?"

아연의 어머님이 경기장을 둘러보며 살짝 감탄했다. 확실히 5억원을 투자해서 업그레이드를 하니, 그래도 볼만 해졌다.

"하하, 이번에 새로  들여서 업그레이드를 좀 했습니다."

동국이 아연의 어머님과 대화를 나눌 동안 아연의 동생은 계속 경기장을 둘러보고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장나연. 나이는 23살로 현재 강원 쪽에 있는 대학의 4학년이라고. 차분한 머리 스타일에 안경을 써서 상당히 꼼꼼해 보이는 인상이었다.


아연의 갈색 눈동자와는 다르게 보라색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는데, 현실이었다면 바로 핏줄이 다른가 의심을 했겠지만, 여기는 게임 속이므로 딱히 의미가 있지는 않다.


다만 아연과의 공통점은 갈색 머리라는 점, 그리고 가슴이 D컵은 되 보이는, 몸매가 좋다는 점이 있다.


"우리 처제는 경기장이 많이 신기한가봐..?"


동국의 물음에 나연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친언니랑 리사 언니가 오구 선수여서 그런지 오구에 관심이 많아요."


"그래? 그럼 오구 선수가 될 생각은 안 해봤어?"


동국의 물음에 나연이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제가 오구에 재능이 없어서요... 초등학교 이후로 관뒀어요. 그래서 지금은 전력 분석 같은 걸 주로 하고 있어요."


"얘 희망 진로가 오구 구단 프런트야. 어떻게, 여기 발키리는 구단 직원 안 구하나..?"


아연의 어머님이 은근슬쩍 동국을 찔러보았다. 그에 동국이 속으로 웃었다. 나연처럼 예쁘고 몸매 좋은 여자는 언제든 환영이었다.

"아, 그럼 경기 끝나고 한번 면접을  볼까요?"


동국의 말에 아연의 어머님이 활짝 미소를 지었다. 졸업을 앞둔 딸내미가 형부의 구단에서 일하면 얼마나 좋겠는가. 언니가 많이 도움도 줄테고 말이다.


다만 어머님과는 대조적으로 나연의 인상은 그리 좋지 못했다.


"이 년아, 왜 이렇게 죽상이야..! 형부네 구단에 취직하면 얼마나 좋아! 형부랑 언니가 다 봐줄텐데!"


"엄마, 난 정정당당하게 취직하고 싶어. 이건 너무 지인 찬스잖아."


인상만큼이나 자신의 실력에 자신감이 있는지, 그녀가 껄끄러워하자 동국이 웃으며 말했다.


"흐음? 난 아직 직원으로 받아들인게 아닌데? 면접에서 떨어질 수도 있어요~?"

"아니, 그게 무슨 소리야~? 그냥 해본 소리 아니었어?"


"장모님. 그래도 오구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는 있어야죠."


동국의 말에 아연의 어머님이 되물을 동안 나연은 떳떳하게 면접에 합격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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