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9화 〉159회. 개막 준비
4인조 걸 그룹 '발키리즈'. 그녀들은 연예 기획사 연습생 출신이었는데, 연습생에서 떨어지고 나서 그녀들 스스로 모여 만든 그룹이었다. 어찌 보면 인디밴드와도 비슷했다.
그녀들은 직접 자신들은 홍보해 가며 행사를 뛰었는데, 처음에 그녀들의 외모와 몸매에 혹했던 사람들도 그녀들의 노래를 듣고서는 별로 불러주지 않았다.
그녀들은 춤 실력은 뛰어났지만, 가수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노래 실력은 뛰어나지 않았다.
그래도 그녀들의 외모와 몸매, 춤 실력으로 노래 실력은 커버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 한 중소 기획사에서 계약 제안이 들어왔었다.
발키리즈는 감격스러워 하며 계약을 맺었고, 몇 달 뒤 앨범을 발표했다. 하지만 노래만 나오는 앨범으로는 그녀들의 장점을 선보일 수가 없었고, 그 때문인지 음악 차트에서 반응도 없었다.
어찌저찌 행사를 뛰어도, 앨범을 제작하고, 연습하는데 든 비용을 생각하면 적자였다. 그래도 그녀들은 열심히 활동을 이어갔다.
"여보세요?"
동국이 전화를 걸자 청아한 목소리로 한 여자가 전화를 받았다. 아마 그때 리더였던 여자가 아닐까.
"거기 발키리즈 맞습니까?"
"어, 네. 걸 그룹으로 활동하고 있는 발키리즈, 리더 미나입니다만, 실례지만 누구신지..?"
의아해 하는 목소리로 그녀가 묻자, 동국이 자기 소개를 했다.
"아, 전 벨벳 발키리 팀 감독인 동국이라고 합니다. 작년에 놀이 공원에서 만났었던..."
"아, 네~ 그, 치어리더 구하시던..!"
동국의 설명에 기억이 난 듯 미나의 목소리가 커졌다.
"네, 네. 맞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저희가 이번에 홈 개막전에 발키리즈를 치어리더로 섭외를 하고 싶은데, 혹시 3월 첫째 주 월요일 날 시간이 됩니까?"
남주시 오구회에서 배려를 해준건지, 아니면 우연인지는 모르겠지만, 1부 리그 개막 경기를 홈에서 치룰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구리 경기장의 첫 개시를 바로 할 수 있게 되었다.
"아, 잠시만요. 저희 일정을 관리하시는 사장님 바꿔 드릴게요."
'흠... 저번에 봤을 땐 자기들끼리 활동하는거 같았는데, 어디 기획사에 들어갔나..?'
동국은 사장이란 사람이 전화를 받을 때까지 잠깐 생각을 했다. 만약 그녀들이 본격적으로 걸 그룹으로 활동하게 된다면 동국 입장에서는 나중에 전속 치어리더로 채용하기가 어려워 진다.
"여보세요. 발키리 감독님이시라고요?"
"아, 네. 벨벳 발키리 감독인 동국입니다."
"네, 유명하신 분이 전화를 주셨네요. 3월달 첫째 주 월요일 말씀하셨죠?"
"네, 그때가 저희 발키리 홈 개막전이라서 특별히 치어리더를 모셔오고 싶어서요."
동국의 말에 사장은 속으로 반색했다. 벨벳 발키리가 어느 정도 유명한 팀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렇게 치어리더를 부를 정도라면 그래도 꽤나 관중들이 많은 팀일터.
아직 인지도가 별로 없는 발키리즈가 비록 치어리딩이긴 해도 공연을 한다면 인지도가 상승할 터였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치어리딩 뿐만 아니라 공연까지 해야 했다.
"저기, 감독님...? 저희가 말이죠..."
그렇게 동국과 사장이 여러 협의를 통해 섭외를 마쳤다. 발키리즈는 경기 전에 축하 공연을 하기로 했고, 치어리딩을 할 춤과 노래를 고르기 위해 한번 방문하기로 하였다.
전화를 끊은 동국은 경기장 내부에서 훈련을 하고 있는 선수들을 바라보았다. 투수들이 공을 던지면 타자들이 그 공을 치는 연습을 하고 있는데, 외야에서는 현아가 수비를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있다.
"그러고 보니 얘들 장비도 사 줘야지."
상점 창에 새롭게 추가된 장비들을 떠올린 동국은 상점 창을 열었다. 거기에 나와 있는 장비들의 개 당 가격은 500만원.
타자는 방망이와 오구화, 글러브, 보호구 등 모두 필요하니 한 명당 장비 가격이 2000만원이나 든다.
투수야 그냥 글러브만 있으면 된다고는 하지만, 모든 선수들, 지은까지 포함하면 총 장비 값으로 1억 천 만원이나 든다.
"아이씨... 겁나 비싸네... 그래도 사야 겠지..?"
다행이 지금 재정이 17억 넘게 있어서 살수 있었지, 아니었으면 장비를 돌아가며 착용하게 했었을 것이다.
'진짜 선수들이랑 결혼한게 다행인가...'
결혼을 했기에 이렇게 연봉을 안 줘도 상관없지,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연봉을 줘야 됐었을 것이다.
아무리 연인 사이라도 각자의 재산은 터치하지 않으니 말이다. 결혼을 했으니 이렇게 생활비 명목으로 연봉을 주지 않을 수 있었다.
경기장 한 구석에서 장비들을 구매하니, 환한 빛과 함께 장비들이 나타났다. 이리저리 만져보며 장비들을 확인한 동국이 선수들을 불렀다.
"얘들아! 일로 와봐~!"
동국의 부름에 선수들이 어슬렁 거리며 모여들었다.
"여보, 무슨 일이야?"
선수들을 바라보며 코칭을 하고 있던 지은이 대표로 동국에게 물었다. 이제 임신 한지 3개월 정도 된 지은은 아직 임신 초기라 그런지 배가 나오진 않았다.
그래서 지금은 임시 코치로 선수들에게 지도를 하고 있었다. 물론 정식 코치가 아니라서 동국이 봤을 땐 별로 효과가 없어 보였지만, 노는 것보단 나았다.
저 멀리 외야에서 수비 연습을 하던 현아까지 오자, 동국이 한쪽에 놓여 있는 장비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번에 내가 새로 마련한 장비들이야. 타자들은 종류별로 1개씩 가져가고, 투수들은 글러브만 가져가."
"장비..? 장비 다 있잖아..?"
리사가 의아해 하며 자신이 끼고 있는 글러브를 들어올리자, 동국이 고개를 저으며 설명했다.
"이 장비들은 일반 장비들보다 훨씬 더 좋은거야. 자그마치 개 당 5백만원이나 된다고."
"뭐어?! 5백만원?!"
동국의 말에 선수들을 촬영하기 위해 나와 있었던 재은이 깜짝 놀라 소리쳤다. 아니, 그럼 저게 다 얼마란 소린가..?! 그리고 그런걸 직원인 자신이랑 상의도 없이 마구 사다니..!"
"너, 미쳤니~!! 어떻게 나랑 상의도 없이 저렇게 마구 샀어! 저게 다 얼마야..."
재은이 다가와 동국의 어깨를 찰싹 찰싹 때리며 소리치자, 동국은 아차 싶었다. 전체적인 구단 살림을 관리하는 재은이랑 그래도 상의라도 했어야 했는데, 그만 충동적으로 구매를 하고 말았다.
"어, 누나. 그건 미안해. 하지만 이 장비들은 비싸긴 해도 돈 값은 한다고..."
"아무리 그래도 개 당 5백만원이 말이 되니! 방망이가 아무리 비싸도 몇 십만원인데, 5백만원이라니! 진짜 어디서 사기 당했구만..!"
재은이 동국에게 마구 잔소리를 하는 동안 선수들은 재은의 눈치를 보며 각자 자신들 걸 챙겼다.
"흠... 꽤 좋아 보이는데..?"
"아무렴 그래야지. 가격이 그렇게 비싼데..."
선수들의 반응이 좋은 거 같자, 동국은 잽싸게 재은에게서 벗어나 말했다.
"이거 쓰면 실력이 5%는 상승한다고 하더라. 그러니까 아껴써. 알겠지?"
동국의 말에 다들 긴가민가 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선수들이 자신들의 장비들을 챙겨서 다시 훈련을 하러 가자, 재은이 다시 잔소리를 재개하려 했다.
그런 재은의 모습에 동국은 얼른 재은을 양 손으로 들고선 집으로 향했다. 아무래도 침대에서 대화를 해야 할 것 같다.
저녁 때가 되서 훈련을 끝낸 선수들이 집으로 돌아왔다. 그녀들은 동국이 새로 가져온 장비들에 대해 떠들었다.
"확실히 공이 좀 더 멀리 뻗는 느낌이야."
"달리기 속도도 더 빨라진거 같애..."
"흠... 몇 달 전에 동국이 나에게 타격 능력이 5% 상승하면 어떨거 같냐고 물었었는데 이 장비 때문인가..?"
선수들이 집으로 돌아오자, 저녁 준비를 하고 있던 동국이 마중을 나왔다.
"어서와. 빨리 씻고 와서 밥 먹어."
"동국~! 오늘 저녁 메뉴는 뭐야아~?"
앤서니가 동국에게 달려가 껴안으며 묻자, 동국이 웃으며 대답했다.
"오늘 메뉴는 갈비찜이야."
"오오~! 고기~!"
"좋지? 그러니 어서 가서 씻어."
"응~! 알았어~!"
고기란 말에 신이 난 앤서니가 2층으로 올라가고 나머지 선수들도 각자의 방으로 향했다.
선수들이 씻고 내려왔을 때는 동국과 재은, 그리고 퇴근한 비올렛이 먼저 먹고 있었다.
재은은 동국에게 시달려서 약간 지친 기색이었지만, 얼굴에서 빛이 나고 있었고, 비올렛은 그런 재은을 부럽게 바라보며 동국에게 은근한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어휴~ 우리 재은 동생 얼굴이 아주 반질반질 하네~? 얼마나 한거야~"
비올렛이 부러워하자, 재은이 어색하게 웃었다. 동국이 자신의 잘못을 알긴 아는지, 평소보다 더욱 열심히 섹스를 했다.
그리고 그러면서 사과를 하니, 재은은 받아 줄 수 밖에 없었다. 안 그러면 자신이 기절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앞으로 금액이 큰 건 나하고 상의해. 알았어?"
"어, 알았어..."
그렇게 식사를 하던 중, 동국이 선수들에게 장비에 대해 물어보았다. 사실 비싼 돈 주고 사긴 했지만, 막상 크게 실력이 는 게 체감이 안되면 돈만 날린 것이기 때문이다.
'효과가 있어야 할텐데... 아니면 일단 샘플로 1개씩만 살걸 그랬나...'
그러나 이런 동국의 걱정이 무색하게 선수들은 하나같이 장비를 칭찬하고 나섰다.
"그거 엄청 좋던데? 가벼워서 그런가 배트 스피드도 빠른거 같은데, 타구도 더 멀리 뻗어."
"내 달리기 속도도 더 빨라진거 같아, 오빠."
"투구 할 때 왠지 더 편해진 느낌이에요."
선수들의 말에 동국의 안색이 환해졌다. 5%라 그래도 체감이 되는거 같아 다행이었다.
"그래? 5백만원 값어치를 할 꺼 같아?"
"아, 이 정도면 충분하지~! 근데 몇 달 전에 우리에게 5% 어쩌고 그랬었잖아. 그게 이거야?"
아연의 말에 동국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대략 5% 정도 실력이 상승한다고 하길래 너희들에게 물어본거야. 5%라 그래서 적은 거 아닌가 했는데, 그래도 괜찮은 거 같네."
장비를 사준 이후로 선수들은 한결 실력이 상승한 모습을 너튜브를 통해 선보였다.
그리고 그로 인해 1부 리그의 다른 팀들의 시름이 더욱 깊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