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8화 〉158회.
"초구 타격, 2루수 쪽으로 흘러가는 땅볼, 타자가 열심히 달려봅니다만 공이 더 빨랐습니다. 1아웃."
"보아하니 직구를 노리고 있었던 거 같았는데, 공이 몸 쪽으로 바짝 붙어오는 코스였죠?"
[씁... 아쉽네, 지역 리그의 클라스를 보여 줄려고 그랬는데.]
[클라스는 무슨... 1회 초에 탈탈 털린 주제에...]
[저 ㄴ은 1번 타자란 게 초구 타격 ㅇㅈㄹ...]
1번 타자가 초구 땅볼로 아웃되고, 좌익수 육연아 선수가 타석에 들어섰다. C+급 좌타자로 해녀들에서 2번째로 강한 선수이다.
'C+급의 앤서니와 C+급의 타자의 대결이라... 그나저나 현아쪽으로 타구를 날려줬으면 좋겠네. 그래야 실력이 늘텐데.'
동국은 그런 생각을 하며 두 선수의 대결을 지켜보았고, 그런 동국의 바램을 육연아가 들었는지, 앤서니의 바깥쪽 슬라이더를 밀어쳤다.
"1앤 2의 상황. 밀어친 타구. 높게 뜬공, 좌익수 낙구 지점을 포착하는데, 어, 어! 놓쳤어요! 타자 주자 서둘러 1루 밟고 2루로! 그사이 좌익수, 겨우 공을 주워서 2루로 던져요! 2루에~!! 세잎! 세잎이네요."
[엌 ㅉㅉㅉ 쟨 무슨 엑스걸이냐? 경기 당 실책을 한번 씩은 해야 속이 후련했냐!]
[앞으로 좌타자들은 다 밀어치고, 우타자들은 다 잡아 당기겠네...]
현아의 실책에 댓글 창은 다시금 난리가 났다. 너무나 평범한 플라이였기에 더욱 속이 답답해 했다.
"댓글창 보니깐 팬 여러분들이 많이 답답해 하시는데, 걱정하지 마십쇼. 원래 지아도 초창기 땐 저랬습니다. 근데 지금은 많이 좋아졌으니, 현아도 시간 지나면 좋아 질겁니다."
동국의 말에 시청자들이 다들 긴가민가 했다. 저렇게 초짜를 어떻게 단기간 내에 1부 리그 급으로 만들겠다는 건지 의문이었지만, 동국의 말대로 이미 지아라는 전례가 있었기에 납득이 안 가는 건 아니었다.
[그렇긴 한데... 솔직히 못 믿겠단 말이지...]
[우리 오빠 못 믿어요? 저는 믿어요, 오빠~!]
[아님 혹시 관련 특성이라도 있나..?]
[그럴 수도...]
"그리고 제가 현아 선수 수비를 위해서 일부러 앤서니 선수에게 우타자 몸쪽, 좌타자 바깥쪽 위주로 던지라고 지시했습니다. 다들 사이다 하나 씩 가지고 오세요."
[뭐어?!]
[이런 미친...]
[편의점 갔다 옵니다~]
댓글창이 다시 난리가 났지만, 동국은 그보단 현아가 앞으로 어떻게 할지가 더욱 고민이었다.
과연 현아가 동국의 마음을 받아 줄지가 앞으로 그녀의 처우를 가를 것이었다.
'만약 현아가 내 특훈 없이도 성장한다면 야 괜찮지만 그러지 못할 가능성이 더 높으니...'
물론 지금 당장은 거절하더라도 계속 지내다 보면 동국의 특성 덕에 결국 관계를 가질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당장 올해 승격은 어려워 지는 것이었다.
"쳤어요~! 좌익수 쪽으로, 좌익수~! 잡았어요! 2루 주자 태그업! 여유롭게 홈으로 들어오네요. 1점 만회한 제주 해녀들, 점수는 3-1 입니다."
[쟤는 어깨도 약하네...]
[발이 빨라서 수비 범위는 넓을 거 같은데, 어깨가 저 모양이면 홈 보살은 힘들겠네.]
희생 플라이를 치고서 더그아웃으로 돌아가는 3번 타자. 그녀의 등급이 B등급으로 앤서니보다 높다는 걸 감안하면 희생 플라이는 나쁘지 않았다.
4번 타자를 2루수 땅볼로 처리하면서 1회 말이 끝이 났다. 앤서니는 더그아웃으로 되돌아 가면서 침울한 표정으로 뛰어오는 현아의 뒤통수를 한대 때렸다.
"아야~!"
"애 그렇게 침울해~ 기운내, 현아야~!"
앤서니의 위로에 현아가 고개를 숙였다.
"그렇지만... 그동안 연습한 성과가 별로 없는거 같아서..."
"흠..."
그렇게 말하고선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는 현아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앤서니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냥 즐기면서 하면 될텐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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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 해녀들과의 경기는 난타전 양상으로 펼쳐졌다. 초반 3점이나 실점한 해녀들 선발 투수 허윤아는 그 뒤로 리사나 아연은 물론이고, 지아에게까지 얻어 맞았다.
반면에 수비에서는 현아가 실책을 반복하며 주자들이 나갔고, 그러면서 한점씩 헌납했다.
물론 그렇다고는 해도 그리 많은 점수를 내주진 않았지만, 확실히 팬들에게 임팩트가 큰 건 사실이었다.
동시 접속자가 공격 때 와 수비 때가 확 차이가 날 정도였다. 팬들이 현아의 실책 때문에 이닝 초만 보는 것이었다.
'하아... 오늘도 이렇게 실책을 많이 하다니...'
경기가 끝이 나고 숙소로 돌아온 일행. 현아는 침대에 누워서는 오늘 경기에서 있었던 실책들을 곱씹으며 우울해 했다.
그리고 그럴수록 동국의 고백 아닌 고백이 계속 떠올랐다. 섹스만 해도 실력이 는다니...
그럼 더 이상 이렇게 실책을 안 저질러도 되고, 타격에서도 어느 정도 성과를 낼 것이었다. 팬들에게 욕도 그만 먹고 말이다.
업로드 되어 있는 오늘 경기 영상을 보니 절로 한숨이 나왔다. 자신이 봐도 엉성한 수비였고, 팬들은 욕하기 바빴다.
그렇게 현아가 한숨만 내쉬고 있을때, 앤서니가 방으로 들어왔다.
"현아~ 뭐하고 있어~?"
"어, 앤서니 언니..."
현아가 침대에 엎드려 있던 자세에서 상체를 일으키자, 앤서니가 다가와서 그녀의 핸드폰 화면을 쳐다보았다.
"뭐야, 오늘 경기 영상 보고 있었어?"
"으응... 내 수비 장면 좀 보게..."
그러고 보면 앤서니는 현아, 자신의 실책 때문에 안 줘도 될 실점을 여러번 했으니, 짜증이 날만 한데도 경기 내내 인상 한번 찌푸린 적이 없었다.
"뭘 그런걸 보고 있어~ 보면 괜히 마음만 안 좋을텐데~"
"그, 오늘 미안해, 언니. 나 때문에 실점도 많이 했는데..."
현아가 뒷머리를 긁으며 미안해 하자, 앤서니는 손사래를 쳤다. 앤서니에게는 오늘 경기는 연습 경기 그 이상도 아니었고, 설사 정규 경기였어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을 것이었다.
"됐어~ 신경 안 써도 돼~ 그보다 너, 동국에게 고백 받았다며?"
앤서니의 말에 현아가 그녀의 눈치를 살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아가 부인들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그러긴 했지만, 그거야 모르는 일이었다.
"와아~! 잘됬네에~! 그럼 둘은 언제 섹스 할꺼야~?"
그러나 앤서니는 전혀 불편한 기색이 없었다. 오히려 손바닥을 마주 치며 밝게 웃기까지 했다.
"아, 아직 고민 중이라서..."
그에 오히려 현아가 당황해 했다. 그런 현아의 표정과는 상관 없이, 앤서니는 그녀가 고민 중이라는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왜애~? 동국이랑 섹스하면 기분 좋은데? 너도 어서 해봐~ 기분도 좋지만 실력도 빨리 늘어~"
"그렇긴 한데..."
"흐음~? 뭐가 고민인거야~?"
앤서니의 물음에 현아가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동국은 좋지만 아직은 너무 이른 것 같다, 괜히 훈련이 힘드니 쉬운 길로 가려는 거 같다, 등등...
"뭐야, 별거 아니잖아~ 뭘 그런 걸로 고민하고 있어~"
현아의 고민을 다 들은 앤서니가 가볍게 말하자, 현아는 순간 울컥했다. 자신은 앞으로의 미래가 달린 고민을 하고 있는데 가볍게 여기다니...
"우선 동국이 좋으면 지금부터 하나 나중에 하나 뭐가 달라~? 그리고 섹스도 하고 훈련도 계속 열심히 하면 되지~ 뭘 이런 걸로 고민하고 있어~"
앤서니의 말에 뭔가 반박을 하려던 현아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앤서니의 말이 납득이 갔기 때문.
"그럼 난 동국이랑 섹스 해야 되서 이만 가볼게~"
앤서니가 그리 말하고선 방을 나서자 현아는 그런 앤서니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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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달 중순이 되서 동국은 시즌 개막을 준비하느라 바빴다. 구리 시와 협의를 해서 경기장 바로 앞에 버스 정거장도 만들고, 버스 노선도 추가 했다.
또한 시내 곳곳에 광고판도 설치했다. 광고는 선수들 사진을 위주로 제작 했는데, 마치 유명 걸 그룹 광고 같았다.
거기에 추가로 5억원을 들여 경기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했다. 이제는 제법 1부 리그 팀 다운 경기장이 되었다.
"이제 팬들도 몇 천명이 와도 상관 없군. 제발 만원 관중이 들어차면 좋겠네..."
꽤나 커진 경기장을 바라보며 중얼거리던 동국은 이내 치어리더로 생각을 뻗쳤다.
"아직 전속 고용까진 무리지만 홈 개막전에는 불러 볼만 하지."
치어리더가 있으면 우선 눈이 좋지만, 경기 내외로 좋은 점들이 있었다. 우선 치어리더들의 응원을 받아 경기력, 특히 공격력이 좋아진다. 경기 외적으로는 관중들의 수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아직 1부 리그라서 관중들로부터 입장료를 받지는 못하지만 지역 리그부터는 입장료를 받을 수 있게 된다.
그래서 그런지 1부 리그에서는 치어리더가 거의 없지만, 지역 리그만 되도 치어리더는 필수였다.
"하긴 그러고 보면 치어리더 보단 코치랑 감독이 먼전데..."
1부 리그 팀들은 감독에 코치진들이 다 갖춰져 있음은 물론이고, 심지어 2부 리그 팀들도 코치가 있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동국은 아직 코치들을 알아보지 않고 있었는데, 그 이유는 현아와의 관계가 정립되지 않아서 이다.
'뭐든 한명 한명 관계를 매듭 지어야 새로운 여자를 들이든가 하지... 뭐, 아직까진 우리들끼리 해도 충분한 것도 있고...'
그냥 실력 위주로 코치들을 구성하면 됐지만, 동국은 코치들도 외모 위주로 뽑을 생각이었다.
동국의 특훈이나 경기 중간 중간에 버프를 해줄걸 생각하면 어느 정도 깊은 관계는 필수적이었지만 말이다.
"아무튼 발키리즈에게 전화를 걸어볼까..?"
작년 봄이였나, 여름이었나... 하여튼 그때, 동국은 앤서니, 지아와 함께 놀이공원으로 놀러 갔었다. 그리고 저녁 공연에서 발키리즈란 4인조 걸 그룹을 보게 되었다.
각자 개성이 있으면서 아름다운 외모에, 쭉쭉 빵빵한 몸매에 동국은 나중을 위해 연락처를 받아 뒀었다.
그리고 거진 1년이 지나 처음으로 연락을 하게 된것이다.
"그때 보니깐 춤은 잘 추는데 노래를 못했었지... 지금도 걸 그룹으로 활동하고 있으려나..."
뚜루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