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4화 〉154회.
1회 초가 끝이 나고 선수들이 들어오자, 동국이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특히 깔끔하게 타자들을 처리한 벨리나를 안아주었다.
"벨리나, 연습한 보람이 있는데~? 아주 멋있었어."
"감사해요, 오빠. 저도 얼떨떨 하네요."
"동국, 방금 전 타자들 실력이 어느 정도 였어? 마지막 타자는 꽤나 실력이 있어 보였는데?"
동국이 벨리나를 칭찬하고 있을때, 리사가 다가와서 타자들의 실력에 대해 물었다.
동국이 타자들의 능력치를 대략 알 수 있는 기능이 생기자마자 선수들에게 이 사실을 알렸기 때문에, 각자 자신들의 실력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자신의 능력치와 상대의 능력치를 비교하게 되었는데, 리사의 말에 벨리나도 은근 궁금해 하는 눈치다.
"어... 확인 안 해 봤는데..."
"뭐어? 감독이 되서 그런 것도 확인을 안 했단 말이야? 경기 하는 동안 뭐하고 있었어?"
리사가 황당해 하며 목소리를 높이자, 동국이 멋쩍어했다.
"아니, 열심히 재은 누나랑 중계하고 있었지. 다음에 확인해 볼게..."
1회 말이 되서 현아가 타석에 들어서게 되었다. 긴장한 표정이 역력한 현아의 모습에 동국이 그녀의 등을 두드려 주었다.
"긴장하지 말고, 현아야. 연습경기니까 편하게 해. 우선 2스트라이크까지 공을 최대한 지켜봐. 알았지?"
"으응, 오빠."
현아가 타석으로 향하자, 이번엔 지아가 동국에게 슬그머니 다가왔다.
"오빠, 상대 선발 투수는 몇 등급이야?"
"음... 보자..."
동국이 선발의 능력치를 보기 위해서 투수를 집중해서 바라보았다.
[노은지(투수) : E+]
"음, 벨리나랑 같은 E+이네. 지아 너가 D+이니깐 좋은 성적을 낼 수 있겠네."
"흐흐, 이거 자신감이 뿜뿜 생기는구만~!"
동국의 말에 지아가 실실 웃으며 배트를 휘둘러댔다. 그 모습에 피식 웃은 동국은 다시 재은에게로 돌아갔다. 동국이 다가오자 그동안 댓글들을 살펴보던 재은이 동국에게 질문을 던졌다.
"아, 감독님이 오셨네요. 그럼 질문을 드려 보겠습니다. ID shstjfch님께서 주현아 선수의 장점이 뭐냐고 질문을 해주셨습니다. 주현아 선수의 장점에 대해 설명해 주신다면..?"
"우리 현아 선수는 우선 육상부 출신인만큼 발이 무척 빠릅니다. 그리고 동시에 도루 재능도 있고요."
동국의 말에 재은이 모니터를 바라보며 말했다.
"하지만 아무리 발이 빠르고 도루를 잘 할 수 있다고 해도 우선 출루가 가능해야겠죠?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뭐, 그 부분이 관건이긴 합니다만, 현아 선수가 그래도 공을 맞추는덴 어느 정도 소질이 있습니다. 그러니 그 부분만 어느 정도 보안을 하면 충분히 좋은 선수가 될 자질이 있습니다."
"그러길 바라며 현아 선수의 첫 타석을 한번 지켜보겠습니다."
좌타자 타석에 들어선 현아가 마운드에 선 투수를 바라보며 배트를 꽉 쥐었다. 그녀는 그러며 동국의 말대로 우선은 기다리면서 공을 바라보기로 하였다.
"스트라잌~!"
"스트라이크~!!"
이런 현아의 마음을 아는지, 아니면 그냥 현아를 얕보는 건지 연달아 직구를 존 안쪽으로 꽂아 넣었다.
"하와이안 투수 노은지 선수가 연속으로 스트라이크를 잡습니다. 아주 자신감이 넘치는 피칭이군요. 반대로 현아 선수는 방망이를 한번도 휘두르지 않고 있습니다. 프로의 빠른 공에 긴장한 걸까요?"
재은의 질문에 동국이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서 자신의 지시 사항을 말했다.
"하하, 그건 아니고요, 사실 제가 2스트라이크까진 공을 지켜보라고 지시했습니다. 현아 선수는 제 지시를 따른거고요."
"흠... 그렇다고 합니다, 시청자 여러분. 그러니 이번 공을 유심히 봐 봅시다. 투수, 제 3구!"
다시 한번 날라오는 빠른 직구에 현아가 배트를 휘둘러봤지만 파울이 되었다. 손에서 느껴지는 울림을 견디며 현아가 장갑을 다시 가다듬었다.
'땅볼이 되더라도 빠른 발로 내야 안타를 만들 수 있다고 오빠가 그랬지... 그리고 그걸 위해 일부러 좌타로 연습을 한거고... 인플레이 타구만 만들자..!'
그 후 계속해서 배트에 공을 맞추긴 하였지만, 힘에서 밀리며 파울이 되었다.
"제 6구, 헛스윙, 삼진 아웃. 현아 선수가 떨어지는 변화구에 헛스윙 하며 삼진으로 물러납니다."
"흠... 그래도 지금까지 한 3번인가요? 3번 정도 계속 파울을 만들어 냈거든요. 이 정도면 괜찮아 보입니다."
"아,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댓글들 반응은 별로 호의적이지 않습니다만..."
"크흠. 전 현아 선수 칭찬을 해줘야 되서 잠시..."
동국이 자리에서 일어나 더그아웃으로 돌아가는 현아에게 다가갔다.
"아, 오빠. 어떻게든 인플레이 타구를 만들려고 그랬는데 어렵네요..."
"괜찮아. 2스트라이크 상황에서 그 정도면 잘 한거야. 다음엔 더 잘하면 되지."
현아를 위로한 동국이 이어 타석에 들어설 준비를 하는 지아에게 외쳤다.
"넌 안타 쳐야 된다!"
"환호성 지를 준비나 하고 있으셔~"
지아가 자신만만하게 타석에 들어서자 동국은 피식 웃고선 다시 재은에게로 되돌아갔다.
"현아 선수 칭찬해 주고 왔습니까?"
"네, 많이 아쉬워 하더군요."
동국이 자리에 앉자 재은이 댓글 하나를 읽었다.
"감독님, 여기 ID 어띵 님께서 '현아 선수는 원래 좌타가 편해서 좌타인가요?' 라고 질문을 하셨는데요, 어떻습니까?"
"아, 사실 현아는 그전까지 오구를 한번도 안 해봤기 때문에 순백에 가까운 선수죠. 그래서 아무래도 좌타가 우타보다 더 유리하니, 좌타로 가기로 했습니다."
"오, 그런거군요~! 자, 다음 타자는 2번 타자인 최지아 선숩니다. 지난 2부 리그에서 아주 엄청난 활약을 펼치며 인생 역전의 드라마를 써 내려간 선수죠."
"이번 겨울 동안 열심히 훈련을 했기 때문에 이번 타석은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투수 와인드업, 쳤습니다! 쭉쭉 뻗어나가는 고오옹~!! 그대로 담장 밖으로~!! 솔로 홈런! 최지아~!!"
지아는 투수의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으러 들어오는 직구를 그대로 받아 쳐 버렸다. 이 라인드라이브성 타구는 그대로 담장을 넘겨버렸다.
"아~ 대단합니다. 제가 봤을 땐 일반적인 구장이라면 펜스 직격 2루타로 보여지거든요? 근데 보시다시피 여기가 일반 경기장이 아니다 보니 이 타구가 그대로 넘아가버렸네요."
"최지아 선수 본인도 넘어간게 얼떨떨 한지 1루로 빠르게 뛰다가 넘어간걸 확인하고선 속도를 늦추네요."
"전 지아 선수 축하해 주러 잠시 가보겠습니다."
동국이 더그아웃으로 향하자, 재은은 시청자들의 반응들을 살폈다.
[가버려엇~!!]
[이야, 이게 그대로 넘어가버리네~ 최지아 짱~!!]
[투수도 어이없어 하네...]
[엌, 감독 지아랑 껴안는 거 너무 꼴 보기 싫다]
중계용 카메라에 잡힌 것처럼 동국은 더그아웃으로 힘차게 걸어온 지아를 껴안아 주었다.
"이야~!바로 환호성을 지르게 만드는구만~! 아주 멋있어!"
"하핫~! 봤지? 이게 나의 실력이야~ 더 기뻐해도 좋아~"
동국의 칭찬에 바로 우쭐거리는 지아였다.
"지아가 이러면 내가 너무 부담스러운데..?"
다음 차례인 아연이 배트를 들고선 중얼거리자 지아가 씨익 웃었다.
"언니, 여기서 나보다 못하면 나랑 타순 바꿔."
"음..? 그럴까? 난 2번이 더 좋은데?"
지아의 말에 아연이 오히려 반색하자 순간 멈칫한 지아.
"어, 음...아, 아니야. 됐어."
"칫, 아쉽네."
그러나 아연은 지아와 약속을 했었어도 타순을 바꿀 수 없게 되었다.
"자, 3번 타자 장아연 선숩니다. 컵 대회에서 처음 발키리 소속으로 뛴 선수죠. 그 동안 부상으로... 쳤습니다! 높게 뜬공~!! 우익수 뒤로, 우익수 뒤로~!! 담장 넘어가버립니다~!! 백투백 홈런~!! 장아연!!"
아연이 지아와 마찬가지로 초구를 당겨 쳐 그대로 담장을 넘겨버린 것이다. 지아가 초구 직구를 받아친 걸 생각하고선 변화구를 노렸는데, 그 노림수가 그대로 적중한 것이다.
"아, 우리 감독님, 여기로 오려다가 아연 선수가 홈런 쳐서 다시 더그아웃으로 향하네요.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폈네요."
재은의 말대로 지아에 이어 아연이까지 홈런을 만들자, 더그아웃의 분위기는 완전 최고조였다.
"후훗~ 이 정돈 아주 가뿐하지~"
아연이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행동했지만, 얼굴 표정에는 숨길 수 없는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그에 선수들이 너도나도 날려와 그녀의 이곳저곳을 두들겼다.
"언니, 아주 멋있어~!"
"역시 아연이다~"
"아, 자, 잠깐만 아, 아파아~"
아연을 향한 축하는 그녀가 통증을 느껴 선수들에게서 빠져 나갈 때까지 계속됬다.
이런 발키리의 더그아웃과는 상관되게 하와이안의 분위기는 상당히 차분했다. 그녀들로서는 이번 연습 경기를 통해 지난 시즌과의 달라진 점, 그리고 보안해야 할 점들을 찾는게 더 중요했지, 승패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물론 홈런을 맞은 당사자는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지만 말이다.
지아, 아연보다 더 네임드가 있고 실력도 월등한 리사가 타석에 들어서자 투수는 피해 가는 피칭으로 일관했다.
"아, 결국 스트레이트 볼넷이군요. 백투백 홈런 이후에 리사 선수에게 볼넷을 내줍니다."
"아무래도 지아 선수나 아연 선수에 비해서 실력이 훨씬 뛰어난 리사 선수이니 만큼 투수로선 부담스러웠을겁니다. 다만 이번 경기가 연습 경기이니 만큼 도망가는 피칭은 상대 팀 입장에서는 아쉽겠네요."
리사가 볼들을 골라내고 있을때, 재은이 있는 자리로 돌아온 동국이 해설을 했다.
"다음 타자는 5번 AI 차례군요. 이쯤에서 우리 시청자 분들의 질문들에 답변을 해보도록 하죠. ID 리사짱짱걸 님께서 질문을 해주셨는데, '리사 선수 부상은 다 완쾌된건가요?' 라고 질문을 하셨네요. 어떻습니까, 리사 선수 부상은?"
"아, 보시다시피 이제 다 나았습니다. 다가올 시즌에는 충분히 멋진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겁니다."
"네에, 은퇴까지 생각할 정도로 심각하다고 알려진 부상이었는데, 이토록 빨리 나아서 정말 다행이군요. 아, 말씀드리는 순간 타자가 2루 쪽 땅볼을 쳤군요, 2루 아웃, 그리고 1루까지. 더블 플레이. 이렇게 길었던 1회 말이 끝이 났습니다. 최지아, 그리고 장아연 선수의 백투백 홈런으로 발키리가 2점 앞서게 됬습니다. 광고 보고 오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