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3화 〉153회. 연습 경기
새해가 지나고 며칠 동안 동국은 최대한 현아와 가까이 있으려고 노력을 했다. 그리고 그보다 더 많은 시간을 부인들과 섹스를 하는데 보냈다.
특성의 성능이 2배가 됐다는 게 확실히 호감도에도 영향을 미치는지, 여인들의 섹스 요구가 확실히 늘었다.
그래도 현아와 함께 있는 시간이 늘어서 그런지 부쩍 현아와 가까워 진게 느껴졌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던 중, 2월달이 되서 다시 한번 제주도로 내려갔다. 이번엔 스프링 캠프였다.
지난 11월 때 예약을 했었던 펜션을 다시 숙소로 삼아, 같은 아카데미를 예약 했다.
"리사 선수, 훈련이 잘 되고 있나요?"
"네, 겨울 동안 지하 훈련실에서 훈련을 하다가 이렇게 따뜻한 제주도에서 훈련을 하니, 아주 좋네요."
결혼을 하고 나서 재은은 프리랜서 기자 일을 그만 두고 발키리의 내외적인 일들을 담당하기로 했다.
특히 자신의 장기를 살려 홍보 쪽 일을 많이 했는데, 지금 하고 있는 동영상 촬영도 그 중 하나다.
재은은 발키리 선수들이 훈련하는 장면이나 일상적인 장면을 찍어서 너튜브의 발키리 채널에 올리는 일을 하고 있다.
초반 벨벳 그룹과 연계하여 이벤트를 진행하고, 인지도가 있는 리사와 지은 덕분에 구독자나 조회수는 지역 리그 팀들에 비하면 적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규모가 생겼다.
"아연 선수, 내일 있을 부곡 하와이안과의 연습 경기에 대해 각오 한마디 해주세요."
"꼭 팬 여러분들께 좋은 모습 보여 드리겠습니다!"
"뭔가 목표 같은 건 없나요? 예를 들면 2안타를 때리겠다던지..?"
재은의 말에 아연이 잠깐 동안 생각을 하더니 진지한 표정으로 목표를 말했다.
"그래요, 내일 2안타를 달성하겠습니다."
"... 뭔가 너무 약한거 아닌가요..? 제가 2안타라고 말을 했으니, 3안타를 치겠다던가, 아니면 홈런을 치겠다던가..."
재은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목표를 다시 설정하도록 유도했지만, 아연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네! 2안타를 치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전 남은 훈련을 하러 가야 해서..."
아연이 줄행랑을 치자, 재은이 그녀의 뒷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며 입맛을 다셨다.
"아쉽네요... 목표를 높게 잡아서, 실패하면 벌칙 같은 걸 하게 할려고 그랬는데 말이죠... 그럼 이번엔 내일 선발 투수로 나서게 될 벨리나 선수를 만나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재은은 열심히 선수들을 만나며 영상을 촬영했고, 그날 저녁에 영상을 편집해서 너튜브에 올렸다.
"팬들 반응은 어때?"
동국이 영상 작업을 가지고 온 노트북으로 하고 있는 재은의 등 뒤로 다가가 그녀를 껴안았다.
동국의 손이 슬금슬금 자신의 가슴을 주무르자, 그 손길에 약한 신음을 내뱉으며 너튜브 상황을 설명했다.
"흐읏... 팬들 반응이야 똑같지. 리사 팬들은 어서 빨리 리사가 부상을 극복하고, 활약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하지. 지은이 관련해서는 지은이를 옹호하는 팬들과 비난하는 팬들이 맨날 싸우고 있고. 으읏... 현아를 보고선 왜 이렇게 초짜를 영입했냐고 난리고, 나머지 선수들은 그냥 예쁘다고 외모 칭찬하고..."
"내 얘기는 없어?"
동국이 자신에 대해 묻자, 재은이 동국과 관련된 댓글들을 보여주었다.
[남자들의 공공의 적인 동국 감독은 각성하라!]
[아, 부럽다... 저 형은 번갈아 가면서 하겠지..?]
[우리 지은이를 임신시키다니..! 이 나쁜 놈! 나중에 경기장에서 보자!]
[주현아 선수를 영입한 것도 외모만 보고 뽑았다는 썰이 있는데 사실인가요..?]
"보다싶이 질투 아니면 욕밖에 없어."
"... 이 정도면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겠군..."
그래도 발키리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건 상당히 좋은 현상이었다. 당장 작년만 해도 홈 구장이 구석에 처박혀 있어서 관중들도 별로 없었으니 말이다.
"우리 팀 만한 스타성 넘치는 팀이 또 없지."
"다들 유부녀긴 하지만 말이야."
동국의 말에 바로 대꾸를 하는 재은. 그런 재은을 바라본 동국이 씨익 웃더니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
"그럼 동국의 부인인 이재은씨. 같이 부부 관계나 가질까~?"
"으읏... 아직 날도 다 안 저물었는데에~"
재은은 앙탈을 부리면서도 선선히 동국을 따라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 모습을 현아가 구석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다음날, 부곡 하와이안과의 연습 경기가 아카데미 경기장에서 열렸다. 하와이안 팀은 전라도 쪽 1부 리그 팀으로, 리그에서 중위권 정도 되는 팀이다.
"자, 감독님. 오늘 선발 투수는 벨리나 선수죠?"
오늘 연습 경기를 실시간 중계를 하고 있는 재은이 동국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에 동국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네, 우리 팀의 우완 투수인 벨리나 선수가 오늘 연습 경기 선발로 나섭니다."
"벨리나 선수는 2부 리그에서는 한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지난 경기 컵 대회 2차전에서 처음으로 선발로 경기에 나섰었죠."
동국의 말을 받아 재은이 벨리나에 대해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그 때는 생소한 스크류 볼로 타자들을 상대했지만, 부족한 부분도 많이 있어서 결국 패전 투수가 됬었습니다. 지난 비 시즌 동안 많이 실력이 상승했다고 보십니까?"
"네, 벨리나 선수가 이번 겨울 동안 아주 절치부심 했습니다. 아주 하루도 연습을 거른 날이 없을 정도에요. 그러니 이번 연습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 주리라 믿습니다."
"네, 그러면 오늘 선발 라인 업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선발 투수는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벨리나 선수고요, 타자 라인 업은 1번에 좌익수 주현아, 2번에 우익수 최지아, 3번에 2루수 장아연, 4번에 1루수 리사, 그리고 5번에 AI 포수 입니다."
1번에 가장 실력이 떨어지는 현아가 배치되자 여러 우려의 목소리가 댓글로 작성되었다.
[1번에 주현아?? 연습하는 거 보니깐 아예 2부 리그 선수 급도 아니던데?]
[연습 경기라고 현아 경험치 먹이려나 보네. 일단 공을 치는게 목표닷!]
[오늘 라인 업 : 1번 좌익수 주현아, 2번 ...]
"댓글들을 보니깐 1번에 주현아 선수가 배치된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많네요. 무슨 의도로 1번에 배치한 건가요?"
댓글들을 본 재은이 동국에게 질문을 던졌다. 이에 동국이 한쪽에서 배트를 휘두르고 있는 현아를 바라보며 대답을 했다.
"몇몇 분들이 말씀 하셨다시피 이번 경기는 연습 경기니까 최대한 많은 타석에 현아 선수가 들어설 수 있게 배치했습니다. 겨울 동안 열심히 훈련을 했습니다만 실전만한 훈련이 없으니깐요."
"그렇군요. 자, 이제 경기가 시작됩니다. 먼저 발키리의 수비로 경기가 진행됩니다. 하와이안의 1번 타자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하와이안의 1번 타자는 우익수인 채주연 선수입니다. 지난 시즌 0.297의 타율, 0.342의 출루율을 기록한 컨택형 타잡니다."
마운드에 선 벨리나는 침착하게 타석에 들어선 타자를 바라보았다. 비록 연습 경기이긴 하지만 지난 겨울 동안 갈고 닦았던 실력을 선보일 시간이었다.
'우선 초구 스트라이크부터...'
"벨리나 선수 초구로 좌타자 몸쪽 깊숙하게 공을 찔러 넣습니다. 아주 완벽한 스트라이크였어요!"
"투수가 저런 코스로 공을 꽂아 넣으면 타자는 꼼짝을 할 수가 없죠~! 제구가 아주 완벽했어요!"
동국과 재은은 벨리나가 깔끔하게 스트라이크를 집어 넣자 신이난 목소리로 떠들었다.
"노볼 2스트라이크 상황에서 제 3구! 헛스윙 삼진 아웃~!! 벨리나 선수가 1번 타자를 완벽하게 돌려세웁니다!"
"아~ 첫 타자에게 삼구삼진~! 그것도 마지막 공은 좌 타자의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스크류 볼이었어요~! 타자가 어떻게든 공을 맞추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닿을 수 없었네요."
"벨리나 선수, 첫 타자를 삼진으로 잡고 나니 얼굴이 한결 편안해 졌네요. 자 2번 타자인 좌익수 구유자 선수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구유자 선수, 타율이 0.241 밖에 되지 않지만, 장타율이 5할에 가까운 타잡니다. 그만큼 한방이 있다는 거죠."
"그렇군요. 그런 만큼 벨리나 선수도 장타를 조심해야 겠습니다."
벨리나는 이번에도 초구로 스트라이크를 집어 넣었고, 타자가 배트를 휘둘러 파울로 만들어냈다.
"초구로 바깥쪽 낮게 직구를 던졌는데, 유자 선수가 파울로 만듭니다. 아, 확실히 힘이 느껴지네요."
"네, 다만 저 선수가 변화구에 약점을 가지고 있으니 이제 변화구로 승부를 봐야죠."
동국의 말대로 다음 공으로 던진 커브에 맥을 못 추는 타자. 벨리나는 그런 타자에게 연속 커브를 던져 가볍게 삼진을 잡아냈다.
"자, 두 타자 연속 삼진입니다. 확실히 저번 컵 대회와 비교를 했을 때 많이 달라졌다는 게 느껴집니다."
"네, 그렇죠. 하지만 이번 타자와의 승부가 어떻게 되냐가 벨리나 선수가 얼마만큼 성장을 했는지 알 수 있을겁니다."
"타석에 3번 타자 1루수 허태연 선수가 들어섭니다. 허태연 선수는 어떤 선수이죠?"
재은이 동국에게 설명을 부탁하자, 동국이 미리 준비한 기록지를 보면서 대답을 해주었다.
"허태연 선수는 지난 시즌 하와이안을 이끌었던 선수죠. 타율 0.356에 출루율 0.370, 장타율 0.578의 OPS가 9할이 넘어가는 선숩니다. 홈런도 2개가 있는 선수죠. 이 선수와의 대결이 오늘 벨리나 선수의 가장 큰 시험대라고 보시면 됩니다."
허태연이 타석에 들어서서 벨리나를 노려보자, 벨리나는 순간 기가 죽는 걸 느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도 타자를 노려보며 기 싸움에서 밀리지 않도록 노력했다.
'타자와의 기 싸움에서 밀리면 반은 지고 들어가는거야..!'
타자의 표정을 보니 큰 거 한방을 노리고 있는게 눈에 훤했다. 벨리나는 그 점을 생각하고선 초구로 스크류 볼을 던지기로 마음 먹었다.
'직구 대신 변화구다..!'
좌 타자인 허태연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공에 타자가 배트를 휘둘렀지만 파울이 되었다.
"허태연 선수, 한번 맘 먹고 휘둘러 봤습니다만 파울이 되고 말았습니다. 타이밍을 보면 직구를 노린거 같죠?"
재은의 질문에 동국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지금까지 벨리나 선수가 초구로 직구를 던졌으니, 한번 노려본거죠. 그리고 벨리나 선수는 그걸 역 이용해서 스크류 볼을 던진거고요."
"흠, 그렇군요. 제 2구, 쳤습니다! 높게 뜬공~! 우익수 최지아 선수가 가뿐히 잡아서 아웃을 시킵니다. 쓰리아웃! 1회 초가 마무리 됩니다."
1회초, 발키리의 수비는 벨리나가 깔끔하게 삼진 2개를 만들며 삼자범퇴로 마무리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