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46화 〉146회. 제주도 캠프 (146/297)



〈 146화 〉146회. 제주도 캠프


일주일 동안 여러 일들이 있고 나서 드디어 11월, 제주도 캠프 일이 되었다. 일요일에 미리  있었던 재은, 현아와 함께 동국과 발키리 선수들은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인천공항으로 가는 시간보다 훨씬 빠르게 제주도에 도착을 하고, 제주도를 빠져 나오자, 경기도와는 다른 따뜻한 날씨가 일행을 반겼다.

"와아... 날씨 따뜻해애~! 여기가 바로 제주도~!"

제주도에 도착하자마자 들뜬 앤서니가 주위를 둘러보며 소리쳤다. 말은 안 하지만 현아도 상당히 들떠보였다.


"지아, 너는  안 들떠."


동국이 지아를 바라보며 묻자, 지아가 어이없이 쳐다보았다.

"오빤 날 뭘로 보는거야..? 그리고 나 이미 제주도에 한번 와 봤어."


"아, 그래..?"


다른 여자들도 제주도에 한번 씩 왔었는지, 그렇게 들뜨거나 신이 난 분위기가 아니였다. 오히려 잠깐 비행기를 탔다고 기지개나 피고 있었다.


사실 동국은 현실에서도 한번도 제주도에 가보지 못해서 은근히 들뜬 상태였다. 근데 다른 사람들은 시큰둥 하니, 티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크흠. 일단 렌터카를 준비해 놨으니깐, 예약한 펜션으로 가자고."


미리 공항 주차장에서 대기하고 있던 렌터카 직원에게 차를 받았다. 9명이 넉넉하게 탈 수 있는 미니 버스에 가지고 온 짐을 싣고서 펜션으로 향했다.


동국이 예약한 펜션은 해안 가까이에 위치한 펜션으로 복층 건물을 통째로 빌렸다. 인원이 인원이니 만큼 건물을 통째로 빌려야 했던 것이다.

"이야~! 이 펜션을 우리만 쓴다고?"

"그래, 사람이  명인데... 이 정도는 해야지, 구할 수 있어."


펜션을 통째로 빌리느라 돈이 꽤나 나가긴 했지만, 그만큼 할인도 해주었기에 다행이었다. 그리고 애초에 모아둔 돈이 이제 많아지기도 했고.

"방들은 2인 1실이니깐, 각자 알아서 정하고, 지아 너는 현아랑 같이 생활하면서 많이 도와줘."


"어, 알았어."

아직 어색한 현아를 위해, 그래도 같은 학교 선배였던 지아를 붙혀주었다. 거기에 같은 외야수이니 현아가 배울게 많을 것이다. 물론 최근 지아가 하는 행동을 보면 오히려  좋은 거만 배울 수도 있었지만 말이다...


"자기~! 그럼 자기는 누구랑 같은  쓸거야~?"


지은이 은근히 기대감을 가지며 동국에게 물었다. 그에 여자들의 시선이 동국에게로 집중됬다.

"나? 난 남는 방에서 지내야지. 2인 1실이니깐 방이 하나 남잖아."


"어, 그렇네..?"

방 배정은 각자 방을 골라서 현아와 지아, 리사와 아연, 재은과 벨리나, 그리고 지은과 앤서니가  방을 쓰게 되었다.

펜션은 그래도 돈을 쓴 보람이 있는지, 꽤 좋았다. 기본적인 가구들도  준비되어 있었고, 창 밖에 보이는 풍경도 좋았다.

"이야~ 바다가 아주 예쁘네..."

동국이 거실에 나있는 창문을 통해 보이는 풍경에 감탄사를 내뱉자, 앤서니가 동국과 팔짱을 끼며 말했다.


"그러게에~! 진짜 조금만 날씨가 더 따뜻했으면 물놀이도 하는 건데~"

"저번 별장 여행  많이 했잖아."


"그래도오~ 제주도에서 물놀이 하는건 또 다르지이~"


앤서니와 동국이 사이 좋게 이야기하자 방에서 짐을 정리하고 거실로 나온 지은이 그 모습에 얼른 앤서니의 반대편으로 달려가 동국과 팔짱을 꼈다.

"둘이 무슨 이야기 하고 있었어~?"

"어, 여름에 별장에서 물놀이 했던거. 그 때 앤서니가 바다로 떠내려   했잖아."

자신이 모르는 내용이 나오자 지은은 약간 기분이 나빠졌지만, 오히려 가슴을 더욱 밀착시키며 동국에게 말했다.

"그랬어~? 그 이야기 좀 자세히 말해줘봐~"


"아, 그게 어떻게  일이냐면..."

그렇게 지은에게 여름에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해 주는 동안 일행들이 짐을  풀고서 거실로 모였다.


"동국. 이제 뭘 해야 되지?"


"어, 우선 점심을 먹고 나서 오구 연습장으로 가자고."


근처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나서 동국은 일행을 이끌고 미리 예약을 해둔 오구 연습장으로 향했다.

보통  많은 1부 팀, 아니면 돈이 좀 적은 지역 리그 팀들이 날씨가 좋은 해외로는 가지 못하고 그나마 따뜻한 제주도로 스프링 캠프를 꾸린다.

그래서 제주도에는 이런 팀들을 위한 시설들이 많이 있었다. 평상시에는 오구 아카데미로 운영하다가 스프링 캠프 용도로 대여해 주거나, 심지어 지역 팀들이 자신들의 경기장을 빌려주기도 했다.

동국이 예약을 해놓은 곳은 대형 오구 아카데미로 실내 시설 뿐만 아니라 작게 나마 연습 경기장까지 마련되어 있는 곳이다.


"오, 나쁘지 않은데?"


"그렇네. 이 정도면..."


자주 스프링 캠프를 갔었던 리사와 지은의 평가에 동국이 속으로 으쓱했다.  정도 시설이면 돈과 더불어 팀의 명성까지 있어야 예약을  수 있었지만, 11월 달이라는 상당히 이른 시기에 대여를 해서 구할  있었다.

"자, 여기 이 분은 아카데미 원장님이셔. 일단은 현아의 기본기를 가르치기 위해 모셔왔는데, 나머지 얘들도 궁금한게 있으면 물어봐도 상관없다고 하셔."


"반가워요, 여러분~"


동국의 소개에 아카데미 원장이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그녀는 중년의 여성으로 오구 선수로 활약하다 은퇴해서 고향인 제주도에 아카데미를 차린 사람이다.

현아는 기본기부터 배워야 되기 때문에 특별히 동국이 초빙한것이었다.

'다른 얘들이 가르쳐도 되긴 하지만, 걔네도 자기 훈련도 해야 하니깐...'

소개가 끝이 나고 각자 훈련을 하기 시작했다. 리사와 아연은 알아서 훈련을 하기 시작했고, 벨리나는 앤서니를 데리고 장비 사용법을 알려주고 있었다.


그리고 지아는 현아와 원장에게 지도를 받았는데, 주로 원장의 지도를 지아가 시범을 보이고, 현아가 따라하는 방식이었다.

마지막으로 지은은 동국 옆에 붙어 있었다.


"누난 왜 연습 안 해요..?"

"나 임신했잖아. 항상 조심해야지~"

지은이 자신의 배를 쓰다듬으며 말하자, 동국은 고개를 끄덕였다. 임신 때문인지 요즘에 지은은 섹스도  하려고 그랬다. 대신 밤에 방을 찾아오는건 여전했는데, 그냥 옆에서 자기만 했다.

다만 그 때문에 섹스를 하러 찾아오는 여자들이 조금 어색해 하기도 했다. 다 같이 섹스를 하면 안 어색한데, 홀로 잠옷을 입고선 멀뚱히 쳐다보고 있으니...


"언니, 임신 테스트기로 확인 해봤어?"

같이 있던 재은이 지은에게 물어보자 지은이 고개를 저었다. 임신 테스트기는 섹스  10일 정도가 지나야 임신 여부를 확인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섹스를 하고 나서 아직 10일이 지나지 않았다.


"아니, 아직. 그래도 이번 주에 한번 확인 해봐야지."

"그렇구나..."

지은이 임신을 한다는 소식은 재은에게도 많은걸 생각하게 하였다. 아직 자신이 임신을 할 나이는 아니지만, 결혼을 하게 되면 지은과도 같이 살게 될텐데, 집에 아기가 생기는 것이었다.


"자기~ 우리 여기서 서있지 말고 어디 앉아 있자."


"그래, 그러자."


지은의 말에 셋은 실내에 있는 휴게실로 향했다. 거기서 날이 저물 때까지 시간을 때우고 있어야 겠다고 동국은 생각했다.


현아는 거의 처음으로 오구에 대해 배우기 시작했다. 미리 동국이 현아가 오구의  초짜라는  말했기에 원장은 처음부터, 기초적인 거부터 가르쳤다.


"음, 그래요. 그렇게 하는겁니다. 우선 지아 선수가 먼저 시범을 보일까요?"

원장의 말에 지아가 원장이 가르친 내용을 선보였다. 그 모습을 현아가 집중해서 바라보았다.

"자, 현아 선수. 한번 해보세요."


원장의 말에 현아가 움직였다. 그녀의 움직임을 관찰하며 원장은 미숙한 부분들을 지적했고, 현아는  지적에 맞게 하나하나 수정해 나갔다.

그렇게 열심히 훈련을 한 현아는 저녁 즘이 되자 기진맥진해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휴게실에서 시간을 때우고 있던 동국이 원장에게 다가가 현아에 대해 물었다.

"우리 현아는 어떻습니까? 잘 따라 오던가요?"

동국의 물음에 원장이 턱을 쓰다듬으며 널브러져 있는 현아를 바라보았다. 자질은 평범해 보이지만, 그래도 끈기와 열정이 있어서 나쁘지 않게 보였다.


"네, 뭐, 자기가 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더군요. 어떻게든 하나 더 배우려고 하는 학구열이 돋보였습니다."


현아가 열심히 수업을 들었다는 말에 동국이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방출 거부권이라는 조건 때문에 혹시나 설렁설렁 하지 않을까 걱정을 했었는데, 열심히 한다니 다행이었다.

'다만 자질은 그렇게 없어 보입니다만...'

원장이 보기에 현아는 열정과 의지는 있지만 재능이 없는 선수였다. 이런 선수를, 그것도 생 초짜를 입단시킨 동국의 생각이 뭔지 원장은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자신은 그저 단기 코치일 뿐이라서 참견하진 않았다.

"그럼 내일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아, 네. 열심히 가르치겠습니다."


그렇게 원장과 인사를 나눈 동국은 일행을 이끌고 횟집에 가서 회를 잔뜩 시켰다.


"자, 열심히 운동을 했으니 마음껏 먹으라고~!"

"아싸아~! 고마워, 동국~!"

동국의 외침에 눈을 반짝인 앤서니가 마음껏 주문을 하기 시작했다. 역시 아무리 여자라고 해도 운동을 막 끝낸 선수들의 식욕은 엄청났다.

선수들이 먹는 걸 보며 식당 주인은 신이 났고, 종업원들은 회를 나르기 바빴다. 그리고 동국은 그 모습에 속으로 식은땀을 흘렸다.

'아, 이거 내가 잘못 생각했네... 아무 생각 없이 횟집에 오는게 아니였어...'


그래도 구리시 스폰서와 벨벳 스폰서 계약으로 돈은 많으니 그냥 기분 좋게 먹기로 마음먹은 동국이었다.

"현아야, 오늘 훈련 어땠어? 어려운 부분은 없었고?"


동국은 이번에 처음으로 오구 훈련을 받은 현아에게 훈련에 대해 물었다. 그에 회를 마구 먹어대던 현아가 입에 있던 회를 꿀꺽 삼키고서 대답을 했다.

"원장님께서 친절하게 가르쳐 주셔서 좋았어요. 다만 이렇게 훈련해서 언제 1부 리그 선수들 수준이 될지 걱정이 들긴 해요."

현아가 동국의 눈치를 살짝 보며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하자, 동국이 웃으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렇게 조급해할 필요 없어.  방법이 있으니까 말이야. 지금은 그저 기본기를 다지면서 우리 가족의 분위기에 익숙해 지기만 하면 돼."

"가...족인가요..?"


"그래, 가족. 너도 이제 우리 가족인거지."

동국의 말에 현아가 고개를 푹 숙였다. 고아 출신으로 그동안 얼마나 고생을 했던가. 그런 자신에게 가족이라고 동국이 말하자, 약간 감정이 북받혔다.


"그러니 여유를 가지고 훈련에 임해. 알았지?"

"응, 오빠..!"

현아가 눈에 맺힌 이슬을 훔치며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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