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5화 〉145회.
화요일. 동국과 벨리나는 현아를 만나 체험 학습 신청서를 작성하고 장을 본다며 집을 떠났다. 그리곤 학교로 가 신청서를 작성하고, 백화점으로 가서 프러포즈 때 선물할 반지를 구매했다.
한번에 반지를 잔뜩 사니 몇 백이나 되는 거금이 들었지만, 기뻐할 그녀들을 떠올리니 괜찮았다.
한편 동국과 벨리나가 학교로 떠나자 지은이 주섬주섬 외출할 준비를 했다. 평소 집에만 틀어박혀 있는 그녀가 외출을 하려 하자, 앤서니가 이상하게 처다보았다.
"언니야, 어디 가게에~?"
앤서니의 물음에 지은이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이번에 제주도로 가잖니. 그때 우리 자기에게 프러포즈를 하려고."
"어머, 진짜~? 언니, 정말 대단해~!"
동국에게 프러포즈를 한다는 말에 앤서니가 지은에게 멋있다는 눈빛을 보냈다. 그 눈빛에 지은은 우쭐한 마음이 들었다.
"진정으로 연인을 사랑한다면 여자가 먼저 고백을 할 수도 있는거지, 안 그래?"
"응응~! 그렇지~! 완전 멋있어~!"
그렇게 지은이 숙소를 빠져 나가고, 나서 한참 있다가 잠시 허기를 달래러 부엌으로 올라온 리사와 아연이 거실에 앤서니밖에 없자 고개를 갸웃했다.
"앤서니, 지은 언니는 어디 갔어~?"
"웅, 지은 언니~?"
아연의 물음에 앤서니는 지은이 프러포즈를 준비하러 갔다는 걸 비밀로 할까 하다가 그냥 말해 주기로 했다. 동국만 아니면 상관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지은 언니 프러포즈 준비하러 나갔어~"
앤서니의 말에 리사와 아연은 크게 놀랐다. 지은이 프러포즈를 준비 하고 있다니..! 그럼 자신들은 뭐가 된단 말인가..?!
"이 언니, 우리 몰래 그런걸 준비하고 있었단 말이야..?! 그 언니가 혼자만 그러면 우리는 뭐가 돼..! 안 그래, 리사?"
지은이 자신들 몰래 그런 계획을 꾸미고 있다는 사실에 아연이 분개하자, 리사가 떨떠름한 얼굴로 아연의 말에 동의를 했다.
"그, 그래... 그렇네. 우리한테 말해서 같이 준비하면 좋았을텐데..."
리사가 자신을 오묘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아연은 흥분을 한 상태로 계속 뭐라 중얼거렸다.
"그럼 일단 지은 언니가 오면 따지고... 그리고 재은 언니랑... 비올렛 언니는 어떻게 하지..?"
그렇게 중얼거리며 계획을 짜던 아연이 재은에게 전화를 걸었다.
"언니, 지금 뭐해요! 지금 큰일 났어요! 다름이 아니라 지은 언니가..!"
아연의 설명에 할 일 없이 빈둥거리던 재은이 냉큼 집으로 찾아왔다. 그녀는 자신의 분야인 1, 2부 팀들이 비 시즌에 들어가자 할 일이 없어져서 집에서 놀고만 있었다.
집으로 찾아온 재은은 아연과 함께 지은을 흉을 보며 자신들은 어떻게 프러포즈를 준비 해야 할지 고민했다.
"우선 지은 언니는 오면 따지기로 하고,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야돼. 저번에 얘들은 어떻게 했다고 그랬었지?"
"그 때, 얘들이 각자를 상징하는 보석이 있는 목걸이를 선물했다고 했어, 언니. 그, 동국이 맨날 목에 걸고 다니는 목걸이 있잖아."
재은의 물음에 아연이 현재 부인들이 선물했던 목걸이를 설명했다. 아연의 설명에 재은은 금방 동국의 목걸이를 떠올릴 수 있었다.
"아, 그거~ 어쩐지, 맨날 그 목걸이를 걸고 다니는게 이상하긴 했어... 그럼 우린 어떻게 해야 되지..? 우리도 목걸이를 해야 하나..?"
"그러면 너무 번거롭지 않을까..? 목걸이를 2개나 하고 다녀야 하잖아."
"끄응... 그렇네..."
그렇게 재은과 아연이 고민하자, 옆에서 둘을 바라보고 있던 리사가 한마디 했다.
"그냥 그 목걸이에 다가 보석만 추가하면 안돼..?"
리사의 말에 둘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물론 그래도 되긴 한데..."
"뭔가 좀 임팩트가 없지 않아..?"
둘도 리사가 말한 방법을 생각하지 않은 건 아니였지만, 뭔가 그러면 기존의 얘들에게 묻혀 가는 느낌이라 조금 그랬다.
"그냥 보석만 따로 사서 목걸이에 다가 추가해 주자고. 목걸이 보니깐 보석들을 쉽게 끼울 수 있는 구조더만."
"끄응... 그래, 그러자..."
리사의 말에 결국 수긍을 한 재은이었다. 그러자 아연도 동의를 하였다. 그렇게 선물 결정은 끝이 났고, 다음으로는 비올렛에 관한 문제였다.
"비올렛 언니에게도 말은 해보는게 좋겠지..?"
"그래, 언니. 그 언니도 프러포즈를 할 마음이 있을 수 있잖아."
비록 비올렛이 벨리나의 새어머니긴 하지만 동국과 연인 사이란 건 여기 있는 사람 중 모르는 사람이 없었고, 그녀가 동국의 아이를 가지고 싶어할 정도로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당연히 프러포즈를 할 마음이 있을 수 있었다. 비록 세간의 시선 때문에 떳떳하지 못하더라도 말이다.
"그럼 내가 한번 전화 해 볼게."
재은이 비올렛에게 전화를 걸자, 몇 번의 연결음이 들리고 나서 비올렛이 전화를 받았다. 그녀가 전화를 받자, 재은이 사정을 설명하고 프러포즈를 할 건지 물었다.
"... 그래서 저희가 지금 프러포즈를 하려고 하는데, 언니도 할꺼에요..?"
"아, 당연히 해야지. 그보다 지은이, 걔 참 웃기네. 혼자만 프러포즈를 하려고 하다니..."
"그렇죠..? 아니, 그런걸 계획하면 주위 사람들에게 알려서 같이 할 생각을 해야지..."
재은의 물음에 비올렛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프러포즈 계획에 참가를 한다고 했다. 그렇게 지은에 대한 뒷담화를 하고 나서 비올렛과 재은은 보석을 사러 갈 날짜를 정했다.
"그럼 내일 뵐께요~"
"그래, 그리고 지은이에게는 서운하다고만 말해. 따졌다가 서로 싸울라. 내가 나중에 한마디 할게."
그렇게 전화를 끊고 나서, 셋은 자신을 대표할만한 보석이 무엇이 있을지 서로 떠들면서 인터넷으로 찾기 시작했다.
한편 지은은 백화점에서 분홍색 커플 팔찌를 사고선 히히낙낙 했다. 자신을 상징하는 분홍색 보석이 박혀 있는 팔찌는 서로 벗어날 수 없다는, 수갑과 같은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후후, 이걸로 우리 자기는 나에게서 벗어날 수 없어~ 히히~!'
그렇게 팔찌를 사들고 기분 좋게 집으로 돌아온 지은은 재은과 아연, 리사에게 잡혀서 방으로 끌려갔다.
"야~! 니들 왜 그래, 갑자기~!"
얘네들이 갑자기 왜 이러는지 모르는 지은이 어이없어 하자, 재은이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도 모르다니...'
"언니, 언니 그거 동국이에게 프러포즈 할려고 산거죠?"
아연이 지은에게 따지자, 지은이 씨익 웃으며 자신이 산 포장된 팔찌 박스를 들어 올렸다. 그러고는 뿌듯해 하며 자랑을 하기 시작했다.
"아, 이거~ 그래, 이번 제주도 캠프 때 자기에게 프러포즈를 하려고. 이건 자기와 내가 절대 떨어질 수 없게 서로를 속박하는 팔찌지~"
분위기 파악 못하고 자신이 산 팔찌를 자랑하는 지은의 모습에 아연은 점점 열이 올랐다. 지은 만큼이나 성격이 예민한 아연이 화를 낼 기미가 보이자, 리사가 먼저 선수를 쳤다.
"지은 언니. 우리 조금 서운해. 프러포즈를 준비할 때 우리에게도 말을 해서, 같이 준비를 할 수도 있잖아."
"으음~? 뭐, 그럴 수도 있긴 한데..."
리사가 서운함을 드러내자 지은은 그다지 내키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뭐, 리사의 말이 맞긴 하지만 지은은 굳이 그러고 싶진 않았었다.
내심 그녀들을 자신의 경쟁자라고 보고 있기 때문. 동국의 시간은 유한하고, 자신은 최대한 많이 동국과 함께 있고 싶었다.
"우리는 서로 가족 아니겠어? 근데 서로를 경쟁자로 바라보면 동국이 얼마나 슬프겠어."
"하, 하... 그렇지..? 미, 미안해. 내가 너무 들떠서 너네를 생각을 못했다. 앞으로 그러지 않을게..."
리사가 동국을 들먹이며 은근히 말을 하자, 지은이 바로 사과를 하였다. 만약 자신이 그녀들을 경쟁자로 본다는 걸 동국이 알아서 실망을 한다면, 자신은 상당히 절망스러울 것이었다.
"좋아, 앞으로 안 그러면 되지. 우리 내일 비올렛 언니랑 같이 목걸이에 추가할 보석을 사려고 하거든? 언니도 같이 갈래?"
지은이 빠르게 사과를 하자, 리사가 자신들의 계획을 이야기 하며 지은에게 함께 할지를 물었다. 그러면서 리사가 추가적으로 설명을 하자, 지은은 바로 자신도 따라 갔겠다고 말했다.
"그래, 그럼 그렇게 알고 있어."
지은의 방을 나오며 아연은 투덜댔다.
"에잉..! 팔찌는 팔찌대로 사고, 목걸이에는 또 숟가락을 얻겠다니..!"
"에휴, 넌 좀 그만 투덜거려. 우리가 만약에 보석을 선물을 했는데 지은 언니만 없어봐. 그럼 동국이 이상하게 생각할거 아냐."
아연이 계속 투덜대자, 재은이 한마디 했다. 그녀도 지은의 행동이 마음에 안 들긴 했지만, 그래도 빠르게 사과를 했으니 이만 넘어가려 했다.
"히잉... 알았어..."
*
*
*
장을 바온 동국은 재은이 집에 있자 반가워 했다. 그녀가 연락도 없이 집에 온건 전례가 별로 없었기 때문.
"재은 누나, 어쩐일이야? 연락도 없이?"
"어, 어? 야, 내가 못 올 때 왔니~! 그냥 올 수도 있지 뭐..."
동국의 물음에 대답에 궁색해진 재은이 되려 성을 냈다. 과민 반응 하는 재은의 행동에 고개를 갸웃한 동국은 그냥 넘어갔다. 확실히 재은 말대로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한것.
반대로 벨리나는 재은의 반응, 그리고 뒤에서 약간 눈치를 보는 리사와 아연의 모습에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으흠..? 이거..?'
그리고 이러한 위화감은 다음날 리사와 아연, 지은이 외출을 한다고 하자 확신이 되었다.
"쇼핑을 하러 간다고?"
"으, 응~ 자기야. 이렇게 셋이랑 재은이, 비올렛 언니랑 같이 쇼핑을 하기로 했어."
동국의 물음에 지은이 상당히 어색하게 대답했다. 사랑하는 동국에게 거짓말을 한다는 사실 때문인지, 그녀가 자연스럽게 행동하지 못하자, 보다 못한 리사가 말했다.
"뭐, 이것 저것 사기로 했어. 그럼 갔다 올게~!"
다른 얘들은 안 데리고 가냐고 물어 보려 했던 동국은 묻기도 전에 서둘러 나가는 그녀들의 뒷모습을 그저 이상하게 바라볼 뿐이었다.
"허, 참 내... 뭘 그렇게 서둘러 가는지... 벨리나, 너는 안 따라 가도 돼?"
동국은 혹시나 그녀들이 벨리나나 다른 여자들을 따돌리는게 아닌가 걱정이 들었다. 동국이 걱정스럽게 묻자, 벨리나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전 안 간다고 말 했어요. 앤서니는 살거 없다고 안 간다고 그랬고, 지아는 게임 하느라 바쁘더라고요."
"흐음... 그래..? 그보다 지아, 이것은 맨날 게임질이네..! 안 되겠어, 내가 한마디 해야지..!"
동국이 지아의 방으로 향하자, 벨리나는 그런 동국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속으로 웃었다.
'제주도에서 일어날 일들이 기대가 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