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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7화 〉137회. 현아 (137/297)



〈 137화 〉137회. 현아

확실한건 아니지만 동국이란 감독은 주로 예쁜 여자들을 뽑는거 같았다. 그리고 현아는 자신이 예쁘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주위에서 자신의 외모에 대해 칭찬도 하지만 동시에 질투도 상당히 하기 때문. 더군다나 그녀는 고아였기에, 그런게 더 심했다.


'막 숙소에서 감독이 날 덮치면 어떡하지..? 다른 선수들도 있고, 부인들도 있으니 그럴 리가 있겠냐만은... 아냐, 부인이 여러명인걸 보면 여자를 많이 밝히는 성격일 수도 있어..!'


현아는 그렇게 동국을 판단했고, 실제로 그 판단은 어느 정도 맞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당장 성인이 되고 나서  길이 막막한 것도 현실이었다.


그녀는  문제를 자신 혼자 고민할게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도 물어 봐야 겠다고 생각하며 잘 준비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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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이 되서 현아는 우선 같은 방을 쓰는 동생들에게 이 고민에 대해 물어보았다.

"와... 언니 부럽다~ 그럼 이제 성인이 되고 난 이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는거 아냐..?"

"맞아, 맞아~ 거기 가면 숙식 걱정은 안 해도 되고, 오구 선수니까 육상 선수보단 돈도 많이 받을거잖아."

동생들이 부러워 하자, 현아는 자신이 걱정하고 있는 부분을 강조했다.


"그렇지만, 그 동국이란 사람이 어떻게 대할지는 모르는 거잖아. 막말로 날 어떻게 해보려고 그러는 거면 어떡해."

"그러면 그 사람이랑 결혼해 버려~  오빠는 내가 봤을 땐 돈도 많고, 잘생겼던걸! 아, 나도 그런 오빠랑 결혼하고 싶다~"


한 동생의 말에 현아의 머리가 복잡해졌다.  동국이란 사람은 이미 유부남이었고, 부인도 3명이나 있었다. 더군다나 그 사람의 평소 성격이 어떤지는 잘 몰랐다.


하지만 동생들의 말도 충분히 이해가 갔다. 불확실한 미래에 안정적인 삶을 살아가려면 그녀들 입장에서는 결혼도 하나의 해답이었다.

"야! 결혼이란 게 그렇게 쉽니. 그리고 그 오빠는 유부남이야! 벌써 부인도 3명이나 있다고."

"헐..? 진짜..? 그럼 부인들끼리 서로 싸울거 아냐... 그럼 난 싫어..."


뒤죽박죽인 그녀들의 의견에 결국 학교  시간이  된 현아가 최종적인 의견을 물었다.


"그래서 너네 들의 결론이 뭐야. 괜찮다는거야, 아니면 안 괜찮다는 거야?"

"음... 난 찬성!"


"나도 찬성. 우리 입장에서야 숙식 제공에 안정적인 직장만 해도 감지덕지지."


"오구를 한번도 안 해서 잘리면 어떡해?"


"어, 음... 그건 나도 잘..."

결국 대체로 긍정적이란 걸 확인한 현아는 학교로 등교했다.
학교에서는 친구들에게 고민을 털어놓고 싶었지만, 슬프게도 그녀에겐 마땅히 고민을 털어놓을 만한 친구가 없었다.


대신 고민을 털어 놓으면 비꼴 여자들은 많았다.

'얘, 잘됬다~ 숙식 제공이면 감지덕지 아니니~?"

'맞아~ 이참에 취집해, 그냥~ 유부남이면 어때~'


분명이 이렇게 비꼴게 틀림 없었다. 현아는 마땅한 친구가 없다는 현실에 한숨을 내쉬고선 육상부 감독님께 상담을 하기로 결정했다. 그분이라면 충분한 조언을 해주실 것이었다.

"오구 팀 감독이 그런 제안을 했다고?!"

"네, 정확히는 감독 겸 구단주가요."


육상부 감독을 만난 자리에서 그녀는 감독에게 상담을 요청했고, 어제 있었던 제안에 대해 털어놓았다.

"음... 현아야,  오구 잘 하니..?"

"아뇨... 한번도 안 해봤는데요..."


"그럼 뭘 그런걸 가지고 고민을 해? 그냥 계속 육상을 하렴. 너 지금 성적도 잘 나오잖아. 이대로 계속 가면 시 대회 뿐만 아니라 전국 대회 입상도 노릴 수 있어."

확실히 지금 현아의 성적이라면 충분히 활약이 가능했다. 육상계에서 성공까진 모르더라도 실업  정도는 들어갈 것이었다.


다만...

"감독님, 그렇긴 한데 제 사정이 그렇게 여유롭지가 않잖아요... 조금 있으면 보육원에서 나와야 하고, 돈  길이 막막해 지는걸요. 체대에 가기도 힘들고요."

"끙... 그렇긴 하다만..."


현아가 지금 무엇 때문에 고민을 하고 있는지 감독은 잘 알았다. 그리고 그래서 더욱 안타까웠다. 누구보다 빛나는 재능을 가지고 있는 아이인데 고아라는 것 때문에 이렇게 생계를 걱정해야 한다니...

"그럼 일단 오구부에 한번 가보자. 가서 발키리가 어떤 구단이고, 너가 오구를 잘 할 가능성이 있는지부터 확인해 보자."


감독의 말에 현아와 감독은 운동장 한편에서 열심히 운동을 하고 있는 오구부로 향했다. 오구부 감독이 한켠에서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자, 육상부 감독이 오구부 감독을 불렀다.

"오감독~!"


"음..? 육감독,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잠깐 이야기  할 수 있을까?"

육상부 감독은 그러면서 현아를 가리켰다. 그에 오구부 감독은 의아해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 상관 없지. 일단 들어와."

오구부 감독이 육상부 감독과 현아를 오구부 감독실로 안내했다. 감독실 안의 의자에 앉게 한 오구부 감독이 자신도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자, 그래서  이야기가 뭐야? 육상부 에이스까지 데리고 와서."


"오감독, 혹시 발키리 라고 아나?"

육상부 감독이 오구부 감독에게 현아에게 입단 제의를 한 발키리 구단에 대해 묻자, 오구부 감독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 잘 알지. 발키리 창단 멤버가 우리 오구부 학생이야. 최지아 라고... 어제는 지아가 우리 오구부 학생들 격려한다고 학교를 방문 했었지. 감독이랑 같이 말이야."

오(구부)감독의 말에 육(상부)감독은 어떻게 발키리 감독이 현아를 발견했는지 짐작이 갔다. 아마 최지아 라는 선수와 함께 왔다가 우연히 현아를 발견하게 된거겠지.

"사실은 말일세..."

육감독이 어제 있었던 동국의 입단 제의에 대해 이야기 하자 오감독의 얼굴이 흥분으로 인해 붉으락푸르락 했다.

"하! 내가 우리 오구부 학생들이 어떠냐고 했을 땐 가만히 있다가, 정작 육상부 선수에겐 입단 제안을 했단 말이야?!"

오감독이 흥분을 하며 화를 내자, 육감독은 속으로 아차했다. 오구부 학생이 아닌 육상부 학생이 오구 팀에 제안을 받았다는 사실을 간과한것이었다.

자존심이 상한 오감독이 붉어진 얼굴로 현아에게 말했다.

"학생, 오구를 해본적이 있나? 혹시."


"아, 아뇨... 없는데요..."

"발키리 감독도 그걸 알고..?"


"네, 말씀 드렸어요."


"그런데도 입단 제의를 계속 했고..?"

"네에... 상관 없다고..."


쾅~!


현아의 말을 다 듣고 나서 오감독이 책상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아니, 오구를 한번도 안 해본 얘를 데리고 가겠다는 건 도대체 뭔 심산이지..? 하긴,  생각이 있으니까 제안을 한거겠지. 지아도 오구를 잘 하는 편은 아니였으니..."


"자, 자. 오감독. 일단 흥분  진정시키게.  앞에서 지금 뭐하는 건가. 우리 얘, 기 죽이려고 그러나?"

육감독이 오감독을 진정시키자, 그제야 오감독이 심호흡을 하며 흥분을 가라앉혔다. 확실히 현아를 보니 약간 주눅이 들어 있어 오감독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흠흠. 미안해, 학생. 내가  흥분해가지고... 못난 모습 보였군."


"아, 아닙니다..."


"그래서 이렇게 온건 학생 오구 실력이 어느정돈지 알고 싶어서 찾아 온건가?"

오감독의 말에 육감독이 찾아온 이유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우리는 발키리란 팀이 어떤 팀인지도 잘 모르고, 동국이란 감독이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지 않는가. 그리고 자네 말대로 현아가 과연 오구를 잘 할지도 의문이고."

"흠. 일단 발키리 팀이 올해 생긴 신생팀이란건 알고 있나? 창단 하고 첫 선수가 바로 우리 오구부의 백업 선수였던 최지아 였지. 당시엔 나조차도  다른 잘하는 선수들을 놨두고, 만년 백업인 지아를 스카우트 해갔는지 몰랐지만, 현재는 우리 오구부에서 가장 성공한 선수네."


"그럼 그만큼 육성 능력이 뛰어나다는 거구만?"


오감독의 설명에 육감독이 질문하자, 오감독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지아가 내가 보지 못한 잠재력이 있었는지, 아니면 발키리 감독이 육성 능력이 엄청난건진 잘 모르지만 말이야. 다만 그 이후로 우연찮게 오구 경기장에서 에이스  선수를 발굴했다는 거야.  일화는 상당히 유명한데, 옆자리에 앉은 여자랑 우연찮게 친해지게 되고, 그 여자를 자신의 경기장에 초대해 재미 삼아 공을 던지게 했는데, 엄청난 실력을 보였다는 거지."

"허..! 그거 사실인가..?! 마치 영화 같구만..."

"그렇지? 나도 그렇게 생각하네. 선수 보는 눈이 탁월한건지, 아니면 운이 억세게 좋은건지... 하여튼 그 선수가 발키리의 에이스지. 전문가들 의견으론 지역 리그에서도 활약할 선수라더군."

"지역 리그..!"


지역 리그란 말에 육감독과 현아는 상당히 놀랐다. 오구에 대해 잘 모르는 그들도 지역 리그 팀들은 들어 봤을 정도로 지역 리그부터는 많이 활성화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럼 만약... 발키리 감독이 선수 보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하면... 우리 현아가 그럴 수도 있겠군..?"

육감독이 현아를 바라보며 말하자, 오감독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인정하긴 싫지만 동국의 전적을 보면 의외로 가능성이 높았다.

"그리고 대학 리그에서 별다른 실력을 보여주지 못한 투수 1명을 영입하고, 지역 리그에서 상당히 유명했지만, 불의의 부상으로 은퇴 위기에 빠진 리사를 영입, 마지막으로 유리 몸으로 만년 유망주인 아연 선수를 영입했지."


"그 리사 말인가..?"

리사란 이름은 들어 본적이 있는 듯 육감독이 되묻자, 오감독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네, 강릉에서 활약한 그 리사네. 부상만 아니었으면 1부 리그 팀에  이유가 없는 선수지."

"그런 팀에서 우리 현아를 데리고 가려 하다니... 그만큼 현아의 잠재력이 대단한 걸까..?"


육감독과 오감독의 말에 현아의 마음이 복잡해졌다. 그렇게 대단한 팀에서 자신을 원한다는 것에 기쁘면서도 한편으론 자신이  기대에 부흥할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


"지금은 학생들이 있으니 안되고, 나중에 수업 다 끝나고 날 찾아오게. 생뚱맞게 육상부 에이스가 발키리에 입단 제의를 받았다는 사실을 알면 학생들이 얼마나 심란하겠나. 방과 후에 한번 오구를 얼마나 잘 하는지 테스트를 해보자고."

오감독의 말에 육감독과 현아는 방과 후를 기약하며 감독실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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