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34화 〉134회. (134/297)



〈 134화 〉134회.

다음날 동국과 지아는 그녀의 모교를 방문하였다. 모교에 도착해서 지아는 감회가 남달라 보였다.


"하아... 이렇게 후배들을 격려하러 오니 느낌이 다르다..."

"저번에 한 번, 학교를 방문했었다고 하지 않았어?"


동국이 몇 달 전을 떠올리며 지아에게 물었다.  때는 지아가 본가에서 며칠 머물고 있었을때로, 고교 감독님을 뵙고, 친구들도 만났다고 했었다.

"그 때는 그냥 졸업생으로 감독님을 뵌거고, 지금이랑 같아..?!"


지아는 이상한 소리 하지 말라는 듯 동국을   바라보고는 교문을 통과했다. 한미고는 그래도 운동부가 있는 만큼 운동장이 상당히 넓었는데, 그 한편에서 오구부가 운동을 하고 있었다.

"감독님~!"

지아가 한편에서 선수들을 바라보고 있던 감독을 향해 외치자, 감독이 고개를 돌려 동국과 지아를 바라보았다.

"오, 지아 왔구나!"


지아가 온 걸 확인한 감독이 밝게 웃으며 지아를 맞이하였다. 그리곤 함께 온 동국에게도 인사를 건냈다.

"반갑습니다, 감독님. 결혼식 이후로 오랜만이군요."

"허허, 그래요. 발키리가 지역 리그 예선에서 활약하는 모습은 아주 인상 깊었습니다. 그 정도라면 내년에 경기 리그 승격은 거의 기정사실이겠던걸요. 허허."

"하하, 열심히 노력을 해야죠."

동국과 이야기를 나눈 감독이 눈치를 보며 운동을 하고 있던 선수들을 불러모았다.

"자자, 모두 집합!"

""집합!""

감독의 부름에 모두들 빠르게 모였다. 지아와 안면식이 있는 2, 3학년들은 앞에 서 있는 지아에게 간간이 눈인사를 건냈고, 신입생인 1학년들은 거의 전설과도 같은 지아를 신기하게 쳐다보았다.

'저기  선배가  최지아 선배란 말이지..?'


'예쁘긴 진짜 예쁘네...'


'어떻게 고등학교 때 그렇게 못했는데, 프로 가서 잘 할 수가 있지..?'

'나도 지아 선배처럼 프로 가서 성공할 수 있을까..?'


"자, 1학년 학생들은 모를 수도 있지만, 여기 있는  사람은 작년 졸업생인 최지아 선수다. 2부 리그 팀인 발키리에 입단해 매우 뛰어난 활약으로 팀을 1부 리그로 승격시켰지."

감독은 그렇게 지아를 선수들에게 소개했다. 감독의 소개에 지아는 쑥스러운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뒷머리를 긁적였다.


"다들 어제 말한 대로 최지아 선수에 대해 알아왔을꺼라 생각한다. 그럼 우선 자리를 이동해 지아 선수의 경험담에 대해 들어보자."

그렇게 말한 감독은 선수들과 일행들을 이끌고 한켠에 마련된 정자로 향했다. 정자는 비교적 크긴 했지만, 모든 선수들이 다 앉기엔 넉넉하지 못했다. 결국 연차 낮은 1학년들이 서있어야 했다.

"자, 우선 프로에 입단해 어떻게 체계적으로 운동을 했는지, 고교 시절관 뭐가 달랐는지부터 설명해 주렴."

감독의 말에 지아는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지 난감했다. 사실 그녀가 딱히 체계적으로 운동한게 없기 때문이다.


'그냥 알아서 한 거밖에 없는데... 오빠도 딱히 오구에 대한 훈련 지식이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깐...'

결국 지아는 어떻게든 살을 붙여서 설명을 해주기로 마음먹었다.


"우선 고교에서는 감독님이나 코치님들이 일일이 훈련량을 정해주지만, 프로에는, 특히 내가 속한 발키리에는 그런게 없어. 각자 자율적으로 훈련을 하는데, 내가 주로 한 훈련은..."

지아가 열심히 자신이 무슨 훈련을 주로 했었는지에 대해 학생들에게 설명을 하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동국의 눈에는 그녀가 열심히 부풀리고 있는게 훤히 보였다.


'어이구... 팀에서 연습량이 적은 순위에서 앤서니랑 1, 2등을 다투면서... 그러고 보면 초반엔 아주 열심히 훈련을 했는데, 요즘엔 왜 이렇게 훈련을 안 하지..?'

동국은 학생들에게 그럴싸하게 설명하고 있는 지아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분명 초창기에는 아주 열심히 운동을 했다. 보고 있던 동국이 감탄할 정도로.

그러나 어느 순간 그녀는 훈련을 그리 열심히 하지 않았다. 훈련에 열정적이지 않은 앤서니에게 게으름이 전염된걸까..?

하지만 사실, 이건 동국의 특훈 때문이었다. 지아는 이미 자신의 실력이 자신의 원래 잠재력과 한계를 뛰어 넘었다는 걸 깨닫고 있었다. 그래서 아무리 훈련을 해도 실력이 늘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이다.

반대로 동국과의 특훈은 그런 한계치에 다다른 자신의 실력을 적게 나마 상승시켜주니, 당연히 훈련은 소홀히 하고 특훈만 하게 된것이다.


그리고 이는 벨리나도 마찬가지라서, 그녀는 요즘 실력을 상승시키기 위해 매일 동국과 특훈을 하고 있었다. 그녀도 훈련 만으론 한계가 있다는 걸 깨달은것이다.

"음..!  들었지? 그럼 이번엔 고교 때 어떻게 훈련하는게 좋을지 설명을 해주렴."

"고교 때요..? 으음..."

감독의 요청에 생각에 잠긴 지아는 다시 말을 지어내기 시작했다.

"우선  생각엔 고교 시절엔..."


다시 지아가 가장 기본적이고 누구나 아는 이야기를 아주 그럴싸하게 학생들에게 설명을 해주자, 지루해진 동국은 모여 있는 학생들의 외모를 찬찬히 살펴보았다.

'으흠... 얘도 아니고, 쟤도 아니고... 오우..! 완전 오구 잘하게 생겼는걸..? 얼굴이 아주 다부지게 생겼군... 저 학생은 근육이 장난이 아니구만..!'

그렇게 학생들을 살펴보던 동국은 문득 그녀들이 다들 체격이 성인 장정만 하다는  깨달았다. 그리고 다들 식성이 좋아 보인다는것도...


'하..! 이거 식비가 엄청 깨질 거 같은데... 그냥 무한 리필 집 가야 되나..?'

하지만 이미 지아에게 말도 다 해놨고, 예약도 해놓은 상태였다. 결국 동국은 계획을 그대로 진행 시키는 수밖에 없었다.

'에휴... 그래, 지아가 저렇게 좋아하는데... 그깟 돈이야...'


그렇게 당연한 이야기를 진지하게 설명한 지아는 상당히 뿌듯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끝냈다. 그래도 이렇게 학생들에게 설명해주는게 상당히 기분이 좋은듯 했다.


"자, 이제 너희들이 궁금한 점을 질문해보렴."

감독의 말에 여러 학생들이 손을 들었다. 지아가 그 중 한 학생을 지목하자, 그녀는 궁금했던 점을 질문하기 시작했다.

"우선 프로에 입단하려면 어느 정도 실력이 되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어, 일단 내가 생각했을 땐 말이야..."


그렇게 여러 질문들이 나오는 동안 동국은 계속 서 있는 1학년 학생들이 안타까워 한 학생에게 자리를 양보하고서 정자를 나왔다.


"그래도 학교 하난 좋네..."

정자에서 나온 동국은 주위를 살펴보며 천천히 둘러보기 시작했다. 운동부가 있는 학교는 뭐가 다른지, 여기저기 여러 시설들이 있었다.

"오호... 이런 것도 있단 말이야..?"


그렇게 주위를 살피며 감탄하던 동국의 눈에 운동장 트랙을 돌고 있는 육상부로 보이는 학생들이 눈에 띄었다.


무리 지어 트랙을 돌고 있는 학생들은 여학생들이었는데,   유독 눈에 띄는 한 학생이 보였다.


검은 머리의 학생들 가운데  학생만 분홍빛이 살짝 있는 흰머리였기 때문이다. 언뜻언뜻 보이는 그녀의 외모도 상당히 뛰어나 보였다.

"흠... 상당히 예뻐 보이는데, 학생들에 가려서 잘 보이질 않는군..."

아쉬움에 혼잣말을 중얼거린 동국은 천천히 운동장 앞에 있는 단상 위로 올라갔다. 단상 위에서는 운동장이 훤히 보였는데, 가려져 있던 흰머리 학생의 얼굴도 얼추 보였다.


"호오..! 엄청난 외모다..!"

약간 분홍빛이 있는 흰색 머리에 가녀린 턱선, 오뚝한 코, 거기에 약간 붉은 눈까지. 얼굴 상을 보면 약간 여우상이었지만, 그렇다고 비올렛처럼 요염하고 섹시한 분위기는 아니였다.  나이 때처럼 순수한 분위기였다.

몸매는 육상 선수여서 그런지 상당히 슬렌더한 몸매였다. 팔과 다리 등에 근육을 보면 운동도 열심히 한 것 같았다.

운동장 트랙을  바퀴  학생들은 곧이어 한쪽에 모여서 단거리 달리기를 준비했다. 몇 번 학생들이 전력 질주를 하고 나서, 흰머리 학생의 차례가 되었다.

땅 소리와 함께 그녀는 달리기 시작했고, 그 속도는 생각보다 훨씬 빨랐다. 어마어마하게 빠르게 달리는데, 옆에서 달리던 선수와의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었다.


"이야... 저 정도면 남자보다 빠르겠는걸..?"

물론 실제로 남자 육상 선수보다 빠르기야 하겠냐만은, 어쨌거나 그녀의 스피드는 엄청났다. 거의 100m에 11초? 정도는 되 보였다.


감독으로 보이는 사람이 뭐라 외치자, 선수들이 뿔뿔이 흩어졌다. 아마 점심을 먹으러 가는거 같았는데, 고개를 돌려 오구부 학생들이 있는 정자를 바라보니 지아가 아직까지 학생들의 질문을 받고 있었다.


바로 식당으로 출발할 기미가 보이지 않자, 동국은 서둘러 단상에서 내려가 흰머리 학생에게 다가갔다.


"저기, 학생?"

"네..?"

"잠깐 이야기 좀 할  있을까요?"


동국의 말에 그녀는 동국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약간 경계하는 눈빛을 보였다. 하기사 갑자기 처음 보는 남자가 다가와 말을 거는데 경계하지 않으면 이상했다.


"아, 난 이런 사람입니다."


동국이 지갑에서 자신의 명함을 꺼내 그녀에게 건내자, 그녀가 명함을 받고선 확인했다. 그러곤 동국이 오구단의 감독 겸 구단주란 사실에 의아한지 고개를 갸웃했다.

"전 오구 선수가 아닌데요..? 오구부는 저기 있어요."


그러면서 지아가 있는 정자를 가리킨 그녀에게 동국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하하, 물론 방금 전에 학생이 달리는 걸 봤으니, 당연히 학생이 오구 선수가 아니라 육상 선수인걸 알지요. 다만, 혹시 오구 선수가 되어볼 생각이 없나요?"

"네에..?"

동국의 제안에 그녀는 큰 눈을 꿈뻑꿈뻑 거렸다. 갑자기 자신에게 접근해 육상 선수인 자신 보고 오구 선수가 돼볼 생각이 없냐니...

"물론 학생이 달리는 걸 보아하니 육상 선수로도 성공할 거처럼 보이지만, 혹시나 해서 말을 걸었어요. 학생 체형을 보면 오구 선수로도 성공할 거처럼 보이거든."

동국의 새빨간 거짓말에 그녀는 귀가 솔깃한지,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에 희망이 생긴 동국이 재빨리 말을 이었다.

"우선 어디 앉아서 이야기를 나눌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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