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3화 〉133회. 지아의 모교 방문
아침을 먹고 나서 동국과 일행은 주변 명소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우선 근처에 있는 유명한 폭포를 보고, 오래된 사찰도 구경했다.
그렇게 주위의 유명한 관광지를 보고 난 뒤, 저녁으로 회를 먹으며 밤바다를 구경했다. 그런 일정을 마치고 나서 하루가 끝이 났다.
그 동안 아직까지 프러포즈의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던, 재은은 결국 동국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잠을 자자 실망감에 한숨을 내쉬었지만, 그걸 알아챈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일요일이 되서 별장을 떠나 다시 남주시로 되돌아온 일행은 재은을 집에 다가 내려다 주고 숙소에 도착했다.
"아흐... 피곤하다, 피곤해~"
집 안으로 들어오며 지아가 기지개를 피며 중얼거렸다. 그에 아연이 자기도 그런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딱딱한 바닥에서 자니, 잘 때 불편해 죽었어. 특히나 여려명이서 같이 자니..."
"자자. 각자 짐들 챙겨 가."
동국의 말에 각자 자신들의 짐을 챙겨 각자의 방으로 향했다. 동국은 입었던 옷들과 쓰레기들을 구분했다. 여행을 가서 섹스를 많이 해서 그런지 젖었던 옷들과 속옷들이 많았다.
'그나마 토요일 날 이후로는 섹스를 안 해서 이정도지...'
여자들의 속옷과 옷들을 한가득 집어 세탁기에 넣고선, 가지고 온 쓰레기들을 분리수거 하였다. 그렇게 짐들을 정리하고 있는 동국에게 비올렛이 다가왔다.
"사위, 난 이만 가볼게."
"아니, 벌써요, 누님? 저녁이라도 먹고 가지..."
그녀가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집으로 떠난다고 하니, 동국이 아쉬워 하며 만류했다. 하지만 비올렛은 고개를 저었다.
"나도 아쉽긴 한데, 그래도 집에서 쉬는 게 덜 피곤하지. 기사도 불렀고 말이야. 그나저나 구리에 땅 사는 건 어떻게 할거야? 거기로 결정이 난건가?"
"예, 거기로 하기로 결정했어요. 이제 가서 계약서만 작성하면 될 것 같아요."
"그래? 그럼 나도 이제 집을 매물로 내놓아야 겠네. 계약하는 거는 내가 알아서 할까? 부지 명의 부분도 있고, 세금 같은 문제도 있어서 많이 복잡할텐데."
비올렛의 말에 동국은 잠깐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비올렛과 벨리나의 돈으로 땅을 사는 거니 별 문제는 없었다.
"그래요. 계약 할 때 어떻게 잘 좀 해서, 스폰서 계약 같은 것도 받아 주면 좋구요. 그럼 나중에 경기장과 숙소를 이전하면 땅 임대에 관해 누님이랑 계약을 해야 되는 건가?"
"후후~ 그렇지~ 나중에 뭘 요구할지 벨리나랑 상의를 해봐야 겠는걸~ 벨리나랑 인사를 하고 바로 갈게~"
그렇게 말한 비올렛은 동국의 사타구니를 슥 만지더니 2층의 벨리나의 방으로 향했다. 그녀의 씰룩거리는 뒷모습을 바라본 동국은 한번 웃고선 마저 하던 일을 하였다.
그리고 화요일날, 비올렛으로부터 땅 매입을 완료했다는 연락이 왔다.
"사위~ 땅 매입 계약서는 다 작성했어~"
"수고하셨어요, 누님. 금액은 그 금액대로 구매 한건가요?"
"아니이~ 그건 아니고, 20억 깎아서 깔끔하게 250억으로 하기로 했어. 그리고 발키리에 시 차원에서 내년에 10억원 정도 스폰서 지원을 하기로 했어. 지금은 10억이지만, 나중에 발키리가 상위 리그로 승격되면 금액을 늘리기로 했어. 잘 했지~?"
비올렛의 말에 동국의 인상이 환해졌다. 20억을 깎은 것도 대단하고, 10억이나 스폰서 지원을 받게 된 것도 대단했다.
"예, 누님. 잘 하셨어요~"
"후후... 내가 이정도지..."
물론 비올렛이 직접 계약을 주도한 게 아니라 밑에 있는 변호사를 시켰겠지만, 굳이 그런 걸 따질 필요는 없었다.
"그나저나 그럼 지금 살고 있는 집은 언제까지 비워줘야 되는건가요?"
"아, 일단 내가 매물로 내놓긴 했는데, 사겠다는 사람들이 워낙에 많아서 호가가 점점 오르고 있어~ 일단 구리 시에는 1달 이내에 금액을 납부하겠다고 했으니, 그때까지 가장 비싸게 부른 사람에게 팔아야지 뭐. 근데, 사위. 그럼 경기장이랑 숙소 이전은 언제 할꺼야? 그리고 공사할 때 어디서 머물려고..?"
"우선 나중에 겨울 캠프를 갈 때 공사를 할려고 하는데요... 그 때, 숙소를 비우니 공사를 진행해야죠."
물론 게임 시스템으로 경기장과 숙소를 이전하기에 원한다면 바로 할 수 있지만, 그랬다간 사람들이 위화감을 느끼기에 동국은 선수들이 캠프에 갔을 때 이전을 할려고 했다.
"그래..? 그 캠프를 갈 날짜를 알아야지 내가 언제 집을 비울 수 있는질 알지. 그래서 언제 갈 예정이야?"
"뭐, 언제 가도 상관은 없긴 한데... 그럼 11월 첫째 주에 가죠."
"그럼 충분하겠네."
그렇게 통화를 하던 동국은 비올렛에게 벨벳 그룹의 내년 발키리 스폰서 계약에 대해 물어보았다.
"아, 누님. 내년에 벨벳 그룹의 스폰서 계약을 갱신해야죠. 올해야 그냥저냥 경기장을 조금 보수하는 걸로 퉁 쳤지만, 내년부턴 정식으로 지원을 해줘야죠."
"그래, 그럼 내가 언제 한번 숙소에 갈 일 있으면 계약서 들고 찾아갈게. 벨벳 그룹 회장이 직접 계약을 하러 가는거니깐 영광으로 생각해~"
"흐흠~ 그럼 난 누님이랑 섹스 할 때 계약을 체결해야 하겠는걸. 최대한 많이 받아내려면 말이야."
동국의 말에 비올렛은 마구 박아대던 와중에 계약서를 내밀면 어떤 얼토당토한 계약이라도 사인을 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우웃... 그건 너무 반칙이지~ 그냥 계약이 끝나고 하면 안될까~?"
"하하, 그건 그 때 가봐서요. 그럼 나중에 만나요."
"그래, 조만간 찾아갈게."
전화를 끊고 나서야 동국은 비로서 발키리가 구리로 이전을 한다는 걸 실감을 했다. 이제 이 산골에서 벗어나 접근성이 좋은 곳으로 이사를 가게 되는것이다.
'남주시도 좋긴 하지만, 여기 위치는 너무 외졌지... 아니, 애초에 왜 이런 곳으로 스타팅을 하게 한거야..?!'
동국은 속으로 게임 개발사에게 투덜대며 기지개를 폈다.
지금 동국은 계속해서 발키리의 마지막 남은 자리인 우익수를 찾고 있었다. 하지만 괜찮은 선수들은 별로 없었고, 있어도 다 몸값이 너무 높았다.
같은 실력이라도 외모가 돋보이면 몸값은 2배에서 3배가량 더 높았으니, 발키리의 입장에서는 감히 감당할 수 없었다.
뛰어난 실력을 지닌 선수이자 외모도 아름답고, 거기에 포지션도 포수인 지은이 1부 리그 팀에서 10억을 받은 것도 사실 1부 리그라서 그 정도 받은 것이지, 원래대로 지역 리그에서 머물렀다면 훨씬 많은 돈을 받았을 것이다.
그런 지은을 발키리에 입단시킨것도 순전히 지은이 동국에게 한 눈에 반해서 그런거지, 아니었으면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결국 우리 팀 형편엔 실력 떨어지는 선수를 데리고 와서 특훈을 통해 키우는 수밖에 없지..."
그렇게 동국이 선수 영입에 대해 몰두하고 있을때, 서재 방에 지아가 들어왔다.
"오빠~!"
"음? 왜 그래, 지아야. 왜 그렇게 신이 났어..?"
서재 방에 들어온 지아의 표정이 밝자 동국은 무슨 좋은 일이 있어 저러나 의문이 들었다. 하던 게임에서 좋은 아이템이라도 뽑혔나..?
"고교 감독님께 전화가 왔는데, 나보고 학교에 방문해서 후배들을 상대로 격려를 해주면 어떻겠냐고 부탁을 하셨어~!"
"오, 그래..?"
모교를 방문해서 후배들을 격려 하는 거라... 보통 이런 건 성공한 선배가 하는건데, 그래서 그런지 지아가 상당히 들뜬 모양이었다.
하긴 지아의 모교인 한미고는 그리 명문이 아니었고, 기껏 해봐야 2부 리그 선수 몇 명이 나왔을 뿐인 학교였으니, 지아 정도면 성공했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럼 언제 가기로 했는데?"
"아무때나 상관 없으시대. 그냥 미리 연락을 주라고 하시더라고. 그래서 말인데, 오빠..."
"음..? 왜?"
지아가 뜸을 드리며 동국을 힐끔 쳐다보자, 동국이 왜 저러는지 궁금해 했다. 아무래도 뭔가 부탁할게 있어 보였다.
"오구부 후배들에게 밥을 사고 싶은데, 오빠가 같이 가주면 안될까..?"
지아가 동국의 눈치를 보며 부탁하자 동국은 시익 미소를 지었다. 후배들을 챙기고자 하는 마음이 기특하기도 하고, 그리 큰 부탁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 물론 가능하지. 지아, 너가 한 활약이라면 얼마든지 그 정돈 해 줄 수 있지. 그럼 내일 한번 학교를 방문하고, 너네 집도 들려서 장인 장모께 인사도 들이자."
동국이 시원하게 허락하자 지아의 얼굴이 환해졌다. 오구부 얘들이 먹성이 좋다는 걸 생각하면 밥 한 끼 사는 것도 의외로 돈이 많이 들테지만 동국이 흔쾌히 허락해주자, 그녀는 기뻐하며 동국에게 달려가, 그를 껴안았다.
물론 동국은 기껏해야 여학생 들이라며 그녀들의 먹성을 과소평가 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그럼 감독님께 연락 드릴께~"
지아는 그렇게 말하며 신나게 서재 방을 벗어났다. 동국은 그런 지아를 미소 지으며 바라보았다.
'그러고 보면 지아가 고교 시절 실력이 안 좋아서 더 저렇게 기뻐하는거 일수도 있겠다...'
고교 시절 제대로 경기에 나서지도 못하고, 그저 빈자리가 생기면 그 구멍을 막았던 땜 빵 선수였기에, 후배들에게 격려를 해준다는게 그녀에게는 어찌 보면 성공의 증명이라고도 볼 수 있었다.
책상 의자에 앉은 동국은 지아의 부모님께 전화를 들어 안부를 묻고, 내일 집을 방문한다는 걸 알렸다.
"여보세요, 아, 어머님, 그간 안녕하셨어요? 다름이 아니라 이번에 지아가 모교인 한미고를 방문해서 후배들을 격려하기로 했거든요."
동국의 말에 지아의 어머님이 놀라며 반문했다.
"으음? 그거 진짠가? 그런건 성공한 사람들만 하는건데..."
"예, 성공한 선배들만 하는거죠."
"우리 지아가 많이 기뻐했겠구만..!"
"하하, 예. 그렇죠. 그래서 방문해서 격려도 하고 밥도 사주려고 합니다."
"그래? 그거 잘 생각했어. 지아도 가서 생색도 내야지. 근데 너무 비싼 곳은 가지마, 얘들이 식성이 얼마나 좋은데."
"하하, 얘들이 먹는다면 얼마나 먹겠어요, 그래도 여고생들인데... 그리고 지금까지 지아가 팀에 얼마나 많은 활약을 했는데 그 정도를 못 해주겠어요."
지아의 어머님이 그동안 봐왔던 지아의 먹는 양이라던가, 지아의 친구들의 식성을 생각하며 동국에게 충고를 했지만, 동국은 편견에 휩싸여서 그 말을 대충 흘려들었다.
"그나저나, 그럼 오는 김에 집에도 한번 들르겠네?"
"예, 예. 당연히 댁에도 방문을 해야죠."
"그래, 그럼 내가 맛있는 저녁밥 해 놓겠네."
"하하, 맛있는 저녁 기대하겠습니다. 그럼 그 때 뵙겠습니다. 예, 예~"
지아의 어머님과 통화를 하고 난 다음에 동국은 어느 정도 가격대가 있는 근처 음식점들을 알아보기로 마음먹었다. 지아가 성공했다는 걸 보이기 위해선 가격이 싼 음식점이나, 무한 리필 집 같은 곳은 좀 부족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나중에 영수증을 받고서 얼마나 놀랄지 상상도 하지 못한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