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26화 〉126회. (126/297)



〈 126화 〉126회.

밥을 다 먹고 나서 벨리나에게 지은이 사과를 했는지 물었다. 벨리나의 표정이 밝았던 걸 생각하면 사과를 했을 거라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확인은 해야 했다.

"아, 네. 지은 언니가 사과를 했어요. 자신이 너무 무례했다고 미안하다고 하더라구요. 근데 사과를 하면서 표정이 밝던데, 오빠가 언니에게 뭐라고 말 한거에요?"


"아아. 지은 누나가 자기는 너무 임신이 하고 싶다는거야, 그래서 내가 긍정적으로 생각해 본다고 그랬지."

"네에..? 정말로요..?"


동국의 말에 벨리나는 믿기 힘든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지은은 리사와 더불어 팀 내에서 가장 핵심적인 타자다. 특히 그녀가 포수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러했다.


그러한 위치에 있는 선수가 임신을 하게 한다고..? 그것도 이제 막 입단했는데..? 벨리나는 동국이 지은의 어리광에 무리한 결정을 하는게 아닌지 걱정이 됬다.


"뭐, 생각을 해보니까 지은이 없어도 1부 리그 정도는 충분히 우승할 자신이 있잖아. 지역 리그 승강전도 해 볼만 하고. 물론 아직까지 생각만 하고 있어. 우익수도 뽑아야 되고, 무엇보다..."

동국이 스윽 벨리나에게 다가가 그녀의 엉덩이를 웅켜쥐었다.


"흐흣..!"

"우리 벨리나가 실력이 많이 상승을 해야지... 안 그래..?"

"그, 그렇죠... 히잇..!"

동국의 손가락이 벨리나의 엉덩이 골을 쓸어 올리자 벨리나가 신음을 냈다.

"후훗, 벨리나, 빨리 출발할 준비 해야지. 재은 누나가 많이 기다리겠다."


동국이 가고 나서 벨리나는 애액이 찔끔 나온 것 같아 서둘러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여성진들이 다 외출 준비를 끝내자, 다같이 지하 주차장으로 향했다. 동국이 버스 운전석에 앉자 지은이 빠르게 조수석에 앉았다.


"음..? 그냥 편한 뒷좌석에 앉지..?"

"싫어~ 난 자기 옆에 앉을래~"

지은의 말에 동국은 어깨를 으쓱했다. 뭐, 굳이 그러고 싶다면야.

비올렛은 자리에 앉으며 옆에 앉은 벨리나에게 속삭였다.

"얘, 저기 지은이란 얘는 맨날 저렇게 동국에게 애교를 부린다니..?"

"네, 어머니. 거의 동국 오빠 껌딱지에요."

그러면서 지은이 얼마나 동국에 대해 집착이 심한지 설명을 했다. 벨리나의 설명에 비올렛은 질린 표정으로 조수석에 앉아 있는 지은을 쳐다보았다.

"어휴... 완전 미친년이네..."

"하하, 약간 그렇죠... 아, 그것보다 지은 언니가 동국의 아기를 가지고 싶어 한대요."

"뭐어..?"

벨리나의 말에 비올렛이 크게 놀랐다.  년이 동국의 아기를 가지려고 한다고..? 나보다 먼저..?

비올렛의 나이가 이제 벌써 35살이다. 내년이면 36살이고, 내일모레면 이제 40대가 되는 것이었다.


이런 상황이니 그녀는 슬슬 아기에 대해 생각을  가질 수가 없었다. 비록 동국이 어쨌거나 딸의 남편, 즉 사위이니 동국의 아기를 가지기엔 힘들  있었지만 말이다.

사업적 성공과 사회적 지위 향상을 위해 벨리나의 아버지에게 일부러 접근했던 걸 생각하면, 동국의 아이를 가지는 건 피해야 했지만, 나이가 나이인지라 점점 조급한 마음이 들었다.

더 나이를 먹으면 아이를 가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 고민이 많은데, 이런 상황에서  지은이란 년이 나보다 먼저 아이를 가지려고 한다고..?

'이거... 나도 빨리 가져야 되나...'

비올렛이 고민하는 듯한 표정을 짓자, 벨리나의 입이 점차 벌어졌다.

"설마, 어머니도 아기를 가지시게요..?"


"왜? 나는 가지면 안되니? 내 나이가 벌써 35살이야. 조금 있으면 마흔이라고."


"그렇긴 하지만..."

"조금만 나이 먹어도 노산이야. 그러면 임신이 위험해 진다고."

"아니, 회사는 어떻게 하실려고요..? 주위 시선은요? 아무리 어머니가  새어머니라서 호적 상 남남이라고 해도, 제 어머니잖아요. 동국 오빠는 사위고요. 저희야 그냥 넘기지만,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겠어요."

"아~이! 내가 그걸 모르겠니? 그걸 아니까 이렇게 고민을 하고 있지! 안 그랬으면 벌써 아기 가졌어!"

벨리나의 걱정에 비올렛이 짜증을 냈다. 그녀라고 이러한 점들을 몰랐겠는가. 다만 지은이란 년이 먼저 아기를 가지려고 하니까 그러는거지.


"아기이~? 둘이 무슨 이야기 해~?"

비올렛의 목소리가 조금 컸는지 앤서니가 고개를 내밀며 궁금증을 표시했다. 다른 여자들도 아기란 말에 다들 관심을 보였다.


"언니들, 왜? 누구 임신했어?"


지아가 궁금해 하며 말하자, 조수석에 앉아 있던 지은이 고개를 획 돌렸다.

"뭐! 누가 임신했다고?! 누구야! 나보다 먼저 임신한 사람이..!"

"뭐, 뭐야... 누가 진짜 임신한거야..?"

상황이 엉망진창이 되자 동국은 골이 아팠다. 누가 임신하긴  임신한단 말인가... 와전된 말들을 정리를 해야 하지만, 재은의 집에  와서 동국은 재은을 맞이해야 했다.

동국이 버스를 정차하고 운전석에서 내리는 동안 상황은 점차 혼란스러워졌다.
지은은 누가 임신을 한 줄 알고 잔뜩 흥분했다.


"누가 나 몰래 먼저 임신한거야! 내가 먼저 임신하려고 그랬는데!"


"엉..? 언니, 언니가 임신을 하면 어떡해..? 언니는 팀의 주전 포수이자 타잔데. 언니가 임신을 하면 안되지!"

지은의 말에 아연이 놀라 소리쳤다. 아니 연봉을 10억씩이나 받는 양반이 임신을 하겠다니..! 이건 완전 책임감이 없는 먹튀였다..! 물론 실제로 받지는 않지만...


"맞아, 지은 언니. 언니가 우리 타선에서 가장 핵심적인데, 언니가 임신을 하겠다고 그러는 건 조금 무리지 않을까."


아연의 말에 리사도 동감을 했다. 자신이 2번을 치고, 지은이 3번을 해야 하는데, 어딜 임신을 한단 말인가.

"웃기지 마..! 우리 자기가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했단 말이야! 니들이 뭔데 이래라 저래라야!"


"어, 진짜 지은 언니가 임신 하는거야..? 그럼 나도 할래, 임신~!"


지은이 흥분에 가득 찬 목소리로 소리치자, 앤서니가 천진난만하게 자기도 임신을 하겠다고 외쳤다. 앤서니도 예전부터 아이를 가지고 싶었는데, 그동안 동국이 말리고 있었다. 그런데 지은이 아기를 가지겠다고 하니, 자신도 가지려고 하는 것이다.

"앤서니..! 넌 진짜 빠지면 안돼..!"

그런 앤서니를 지아가 말리는 동안, 이러한 난장판을 멍하니 지켜보던 비올렛이 서로 싸우고 있는 지은과 리사, 아연을 말렸다.


"자, 자. 얘들아. 진정들 하렴. 지은이 너도 진정하고."

한편 버스 안에서 여자들끼리 말다툼을 하고 있는 동안, 밖에서는 동국이 재은의 짐을 버스 짐칸에다가 싣고 있었다.

"장인, 장모님은 잘 계시지?"


"어머, 벌써부터 장인장모니? 우리 아직 결혼 안 했어, 얘."


동국의 너스레에 재은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그래도 기분은 나쁘지 않아 보였다.


"뭐, 별 일 없지~ 아, 우리 어머니가 결혼 언제 할거냐고 묻기는 하더라."

"그래..? 누나는 언제 했으면 좋겠어? 난 이번 겨울이 어떨까 싶은데."


"글쎄에~ 누가 프러포즈를 안 해서  모르겠네에~"

재은이 그렇게 말하며 버스 문을 열자, 동국이 피식 웃었다. 다시 또 열심히 프러포즈를 준비해야 되는 것이었다.


재은이 버스에 들어올 즈음에 비올렛이 상황을 정리하고 있었다.

"자, 자. 우선 아무도 임신하지 않았으니깐, 지은이 너는 흥분을 가라앉혀. 그리고 지은이 아기를 가지고 싶어서 동국에게 부탁한건 사실이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야."

아직 아무도 임신하지 않았다는 말에 지은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반면에 동국이 진짜로 지은의 임신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말에 다른 여자들은 놀랐다.

"얘들아, 안녕. 비올렛 언니랑 지은 언니도 안녕하세요."


재은이 버스에 올라타며 그녀들에게 인사를 했지만, 그녀들은 별로 인사를 하질 않았다. 오히려 운전석에 타는 동국을 바라보았다.

"언니, 안녕~"


"언니, 왔어?"

"오셨어요?"

오로지 나이가 어린 편인 동국의 부인들만 재은의 인사를 받아주었다. 그에 재은이 그녀들에게 다가 가서 지금 분위기에 대해 물었다.


"얘들아, 지금 분위기 왜 이래..? 우리 즐겁게 단풍 구경 가는거 아니였어..?"


"그게 말이죠..."


벨리나가 재은에게 여태까지의 말들을 이야기 해주는 동안, 리사가 동국에게 지은의 임신에 대해 따졌다.

"동국. 지은 언니의 임신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사실이야..? 지금 지은 언니가 전력에서 이탈한다는  무슨 의미인지 아냐고."


운전석에 타자마자 리사가 전투적으로 동국에게 따지자, 동국은 당황해 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는게 맞아."

"헐... 주전 포수가 빠지는게 어떤 의민줄 알면서 그러는거야..?"


"자, 자. 진정들 하고 내 말을 들어봐. 우선 내가 봤을  지은이 없어도 1부 리그 우승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해. 다들 그렇게 생각하지?"

동국의 말에 리사와 아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자신들이 합류한 발키리는 1부 리그 전력이 아니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동국. 지역 리그 승강전은 위험할 수 있다. 함부로 승격한다고 장담할 수 없어."

"그래, 그렇긴 하지. 그래서 우익수를 빨리 구해야 하고, 또 벨리나가 이번 겨울에 매일 특훈을 하기로 했어."


동국의 말에 리사와 아연의 시선이 벨리나에게로 향했다. 동국과의 특훈을 매일 한다니... 어찌 보면 그것도 힘든 일이었다...

"이제 잘 알아 들었지! 내가 임신을 해도 된다는 걸 말이야!"

동국의 설명에 지은이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 그녀들을 보며 턱을 치켜들고 으쓰대자, 배알이 꼴린 비올렛이 동국에게 충동적으로 말했다.

"동국, 나도 아기 가질까?"

비올렛의 말에 리사와 아연은 놀란 표정을 지었고, 지은은 눈을 크게 뜬채, 입을 떠억 벌렸다.

동국 역시 그녀의 말에 놀라긴 마찬가지 였다. 대외적으론 비올렛과 동국은 장모와 사위 관계인데, 아기를 가지겠다니...

"누님, 정말로..? 정말 아기를 가지고 싶어?"


"어, 요즘에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어."


비올렛의 말에 지은의 얼굴이 울긋불긋 해졌다. 지은의 계획에  경쟁자가 나타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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