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16화 〉116회. 지은 (116/297)



〈 116화 〉116회. 지은

경기 지역 컵 대회 예선 결승전이 월요일  열렸다. 일산 레이크걸즈와 수원 리그 출신인 장안 캐슬걸즈의 경기이다.

장안 캐슬걸즈는 두루 뛰어난 선수들의 활약으로 예전부터 강력한 예선 우승팀 후보 중 한 팀으로 부전승까지 당첨되며 상당히 무난하게 결승전까지 올라왔다.

동국은 이번 결승전을 직접 보러 가기로 했다. 동국이 봤을때, 레이크걸즈가 이기기 힘들다고 봤기 때문이다.

레이크걸즈가 비록 지은의 눈부신 활약으로 결승전까지 올라오긴 했으나, 캐슬걸즈는 그런 지은만큼 활약할 수 있는 선수들이 더 많았다. 그런 만큼 웬만큼 운이 따라주지 않는다면 레이크걸즈가 우승하긴 힘든것이다.


그러니 동국은 지은의 마지막 경기를 보러 간다고 생각했다. 물론 오구는 알  없기에, 레이크걸즈가 이길 수도 있었다. 다만 이길 확률이 적을 뿐이지...

"여보세요, 지은씨."


"네에~ 동국씨~ 저 응원 할려고 전화 주신거에요~?"


동국은 일산으로 출발하기 전에 먼저 지은에게 전화를 걸었다. 거의 매일 통화를 하지만 지은은 언제나 밝은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아, 예. 오늘은 제가 직접 경기를 보러 갈려고요."

"어머! 정말로요~! 동국 씨가 직접 응원을 하러 와준다니..! 그럼 오늘은 제가  멋진 모습을 보여줄수 있겠네요~! 나중에 도착하면 다시 연락해요. 알았죠?"


동국이 직접 경기를 보러 온다는 말에 그녀의 목소리가 한층 더 높아졌다. 어쩌면 동국의 응원으로 그녀가 경기를 이겨버릴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네, 그럼 도착해서 다시 전화할께요."


전화를 끊으며 동국은 지은이 팀에 빨리 합류하는 것도 좋지만, 결승전에서 이겨서  늦게 합류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레이크걸즈가 결승전에서 이겼다는 말은 그만큼 지은이 엄청난 활약을 했다는 것과 거의 동일시 되니깐 말이다. 그러면 나중에 지은이 발키리로 이적을 하는 게 그만큼 화재가 될것이다. 그러면서 발키리의 인지도가 더 높아지고 말이다.


"그럼 나 갔다 올게. 벨리나, 리사랑 아연이 좀 잘 챙겨줘."


어제 근 일주일 만에 다시 숙소로 돌아온 리사와 아연은 그동안 쌓인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 맹렬히 동국에게 달려들었고, 장렬히 산화하였다. 그래서 아침이 다 됐는데도 아직도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걱정마시고,  갔다가 오세요."


동국의 당부에 벨리나가 웃으며 동국을 배웅했다. 지아와 앤서니 역시 옆에서 같이 동국을 배웅했다.


"늦게 오면 저녁은 피자 시켜 먹을꺼야~"

"하하, 알았어, 앤서니. 간다~"

"잘 갔다 와, 오빠~!"


그녀들의 배웅을 받으며 지하 주차장에 주차된 차에 올랐다. 내비에 레이크걸즈의  구장 주소를 찍고선 차에 시동을 걸었다.

오랜만에 혼자서 어딜 간다는 사실에 동국은 약간의 새로움을 느꼈다. 원래는 식구들이랑 갈까 했으나, 그녀들은 지은이 자신들까지 오면 분명히 싫어할 거라며 극구 거절을 해, 동국 혼자 가기로 했다. 아마 그녀들 역시 아직까진 지은을 꺼려하는것 같았다.


그래서 재은에게도 한번 연락을 했으나, 재은 역시 가기 싫다고. 그리하여 몇 달? 아니 거의 처음으로 동국 혼자서 움직이게 된것이다.

여유롭게 라디오를 듣거나, 아니면 노래를 부르며 일산으로 향한 동국은 점심 때가 되서 레이크걸즈  구장 근처에 도착하게 되었다.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며 주위를 둘러보니, 이미 많은 차들이 주차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사람들 많이 왔네... 이게  몇명이야..."

아마 몇 천명은 족히 모이지 않았을까? 경기 지역 컵 대회이지만 예선이라 입장료는 받지 않아 관중 수입은 없지만, 그만큼 주위 지역의 상권은 활기를 띄게 될것이었다. 아직 경기가 시작되기 전이니 여기에 주차를 해놓고서 다들 점심을 먹으러 갔을것이다.

지금도 경기장 입구 근처에서는 노점상들이 간단한 간식들이나 응원 도구를 팔고 있었다. 그런 모습들을 바라보며 동국은 휴대폰에 지은의 연락처를 누르며 혼잣말을 했다.


"이래서 진정한 오구는 지역 리그부터 라고 하는거지... 관중 수입 뿐만 아니라 유니폼 같은 물품들도 팔 수 있으니... 거의 KBO리그랑 비슷하다고 보면 되지."


"여보세요~! 동국씨~! 이제 도착했어요~?"

"아, 네. 지금 주차장에 있어요."

"그래요~? 그럼 지금 제가 갈게요~!"


지은이 온다는 소리에 동국이 약간 우려를 표했다. 경기를 앞두고 연습 대신 동국과 만나는게 과연 괜찮은 건지 걱정이 든것이다.

"괜찮겠어요? 경기 준비는 다 한거에요?"

"동국씨랑 만나는게 제일 큰 준비에요! 조금만 기다려요. 제가 금방 갈게요~!"

지은이 전화를 끊자, 동국은 머리를 글적였다. 어쩌면 그녀에게는 자신을 만나는게 가장 큰 버프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에서 내려 휴대폰을 보니 점심 때 였다. 동국은 아침을 제대로 먹지 못했기에,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들리는거 같았다.

배를 쓰다듬으며 주위를 둘러보니  멀리서 지은이 선수 유니폼을 입은 체 달려오는 게 보였다.


"도오옹~ 구우욱~ 씨이~!"

그녀가 뛸 때마다 가슴이 출렁거리는게 감춰지지 않을 정도였다. 그 움직임 때문인지, 아니면 그녀가 홈 팀의 선수라서 그런지 주위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헥헥... 많이 기다렸어요?"


"아뇨,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는걸요. 천천히 오지 그랬어요."

그녀가 몸을 숙이고선 가쁜 숨을 몰아쉬자, 동국이 그녀의 등을 쓰다듬었다. 동국의 손길 덕분인지 그녀는 이내 호흡을 가다듬었다.


"동국씨, 점심 안 먹었죠? 제가 맛있는 집을 알아요."

"지은씨, 점심 안 먹었어요?"

"네! 동국 씨랑 같이 먹으려고  먹었어요. 그래서 지금 배고파 죽겠어요."


자신의 배를 쓰다듬으며 헤헤 웃는 그녀의 모습에 동국은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혹시나 자신 때문에 그녀가 루틴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하는지 걱정스러웠다.

"선수들 중에는 경기 전에 밥을  먹는 선수들도 있다는데, 지은 씨는 상관 없나요?"

"아, 전 딱히 루틴 없어요~ 최근에 생긴 루틴이 있긴 한데..."

그러면서 슬며시 동국에게 바짝 붙은 그녀는 동국의 귓가에 속삭였다.

"바로 경기 직전에 동국씨 사진을 보고 뽀뽀하는 루틴이요..."


그녀의 루틴에 동국은 어이없어 하다가 이내 생각을 바꾸었다. 그러고 보면 발키리 선수들이 타석이나 마운드에 들어서기 전에 동국과 스킨십을 하는 거에 비하면 상당히 양호한 편이었다.

"흐흐, 저희 팀 선수들은 타석에 들어서기 전에 저랑 찐한 스킨십을 한답니다."

"아, 맞아요! 저희랑 경기할 때도 그랬잖아요! 저, 그때 그거 보고 얼마나 부럽고 질투가 나던지..!"


그녀는 그 때가 생각이 났는지 연신 자신이 얼마나 부러웠고, 또 얼마나 질투가 났는지에 대해 흥분을 하며 설명을 했다. 그녀가 흥분을 하자 동국은 하하 웃으며 그녀를 진정시켰다.


"진정해요, 지은씨. 어차피 저희 팀에 오면 질리도록 할텐데 말이죠. 아니면 오늘은 제가 있으니, 경기 하기 전에 예행 연습이라도 해볼까요?"

동국의 말에 그녀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헛..! 정말로요..? 정말 스킨십을 하는거에요..?"

"네, 일단 밥부터 먹고 나중에 경기 시작하기 전에 해요."

"아, 그래요! 빨리 밥부터 먹어야죠. 따라와요!"


그녀는 배가 고파서 그러는지, 아니면 빨리 밥을 먹고 스킨십을 할려고 그러는지, 동국의 손을 잡고선 빠르게 어디론가 달렸다. 동국은 손을 잡고 달리는 그녀의 귀가 새빨개져 있는걸 눈치챘지만, 모른  했다.


그녀가 동국의 손을 잡고 향한 곳은 작은 샌드위치 집이었다. 가게 앞에서 사람들이 주문을 하고 바로 만들어 주는 방식이었다.


"샌드위치? 지은씨, 샌드위치 좋아해요?"

"네~! 간단하니 먹기 편하더라고요. 동국씨는 샌드위치 혹시 안 좋아해요..?"

그녀가 동국의 눈치를 보며 묻자, 동국은 고개를 저었다. 동국도 딱히 샌드위치를 싫어하지 않았다. 오히려 좋아하면 좋아했다.


"아뇨, 저 샌드위치 좋아해요. 특히 치킨 샌드위치를 많이 먹죠."

"아, 그래요? 다행이다... 여기 치킨 샌드위치도  해요! 그럼 동국씬 치킨 샌드위치?"

"네,  그걸로 먹죠."

"그럼 저도 그걸로 먹을게요. 여기, 저희 치킨 샌드위치 2개 포장해 주세요!"

지은은 치킨 샌드위치를 주문하고 나서 만들어지기를 기다리며 슬며시 동국의 팔에 팔짱을 꼈다.

'히히~! 동국 씨랑 이렇게 같이 샌드위치를 기다리게 될줄이야..! 거기다 팔짱도 끼고 말이야..!'

그녀는 붉어진 얼굴로 슬며시 미소를 지으며 동국의 팔을 꽉 끌어 안았다.

동국 역시 팔에서 느껴지는 푹신한 감촉에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그녀가 팔을 끌어 당길수록 팔에서 느껴지는 감촉은 더욱 선명해졌다.

"자, 여기 치킨 샌드위치 2개 나왔습니다!"


"아, 네. 감사합니다."


계산을 한 지은이 샌드위치를 받아서 동국에게 건내주었다. 지은이 장담 한대로 샌드위치에는 치킨 텐더와 채소들이 가득 들어가 있었다. 그 모습에 동국이 침을 꿀꺽 삼켰다.


"이거 제가 사는거니깐, 맛있게 먹어요~!"

"그래요, 엄청 맛있어 보이네요. 잘 먹을게요."

동국의 말에 지은이 살짝 수줍어 하며 동국에게 볼을 내밀었다.


"그, 그럼 여기 볼에 뽀뽀해주세요..!"


한층 붉어진 그녀의 볼을 바라본 동국이 살며시 볼에 뽀뽀를 해주었다. 동국이 볼에 뽀뽀를 해주자 그녀는 히히 웃으며 기뻐했다.

"히히~ 좋다~! 저어기~ 벤치에 앉아서 먹을까요?"


그녀가 한쪽에 마련된 벤치를 가리키자, 동국이 고개를 저으며 샌드위치를 한 입 깨물었다. 입 안에 가득 퍼지는 샌드위치의 맛을 느끼며 동국이 말했다.

"아뇨, 그냥 차에서 먹죠. 우물우물..."

"네? 왜요? 저기가 주변 경치가 나쁘지 않는데..."


"지은씨, 우리 스킨십 하기로 했잖아요."


"!!!"


동국의 말에 다시 한번 그녀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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