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4화 〉114회.
다음날, 동국과 부인들, 그리고 비올렛까지 구리의 땅을 보러 갔다. 비올렛도 온다는 게 의외였는데, 그래도 자기가 살 집을 지을 땅을 보는거니깐 자신도 보고 싶다며 따라 왔다.
우선 구리 시청으로 가서 오구장 부지를 함께 보러 갈 직원을 구했다. 재은의 아버지가 구리 시청에 전화를 걸어 직원 1명을 붙여 준다고 한것이다. 시청으로 가서 보니 시청 입구에서 공무원 명찰을 한 남자가 서성이는 게 보여 동국이 다가가 물었다.
"혹시 오구장 부지 안내해 주실 공무원 분?"
"아, 예! 맞습니다. 그럼 동국 구단주 님 되십니까?"
구단주란 말에 동국이 뒤통수를 긁으며 쑥스러워 했다. 보통 감독 님이라고 많이 부르는데 구단주란 말은 또 처음 듣는 거 같았다.
"하하, 예. 맞습니다. 자, 바로 차에 타시죠."
그는 동국의 구단 버스를 보더니 살짝 놀랐다. 그래도 일반 승합차 일줄 알았는데 작은 버스였던 것이다. 조수석에 타서 안에 있던 여자들과 인사를 나누는 그에게 동국이 어디로 가냐고 물었다.
"자, 주무관님. 어디부터 갈까요?"
"아, 우선 구리한강시민공원 바로 옆에 부지가 있습니다. 일단 거기부터 가보시죠."
첫 번째로 본 땅은 한강 바로 옆에 있는 부지였다. 구리한강시민공원이 바로 옆에 있는 부지로, 입구가 같았다.
버스를 공원 주차장에다가 대고 차에서 내린 일행들은 주변을 한번 둘러보았다.
"어... 음... 여긴 진짜 오구 연습장만 딱 있을 곳인데..?"
"그러게... 여긴 좀 그렇다."
일행들의 반응은 좋지 못했다. 첫 번째로 공원이 바로 옆에 있어 너무 개방적이란 게 문제였다. 자전거 도로로 사람들과 자전거들이 지나가고 있어서 오구를 할 때는 문제가 없겠지만, 같이 살 숙소도 짓는 건 문제였다.
두 번째로 좀 시끄러웠다. 부지 위로 도로가 지나가고 있어서 차들이 쌩쌩 거리는 게 너무 컸다.
"그렇긴 해도 여기가 땅값이 쌉니다. 한 80억에 여기 일대를 다 사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주변이 주택가가 아니라서 민원이 들어올 일도 없고, 바로 옆에 IC가 있어서 교통도 편리합니다. 구리 시내랑도 가깝고요."
그렇지만 동국은 고개를 저었다. 여기 땅은 다른 문제점들을 다 제외하더라도 부지가 가로로 길게 나 있는 부지라서 오구장을 짓기엔 폭이 좁았다.
"여긴 좀 아닌 거 같습니다. 다른 곳으로 가시죠."
"아, 예..."
여기 있는 빈 땅을 팔아버리고 싶었던 주무관은 아쉬워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으로 향한 곳은 좀 더 남쪽에 있는 부지로 여기도 바로 옆이 한강이었다. 주차장에다가 버스를 대고 내려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오호... 여기는 꽤나 좋군요."
"그렇죠? 바로 앞이 한강이긴 하지만 어느 정도 거리가 있고, 또 바로 뒤가 산으로 되어 있는 곳이죠. 주변 건물들이랑도 떨어져 있어서 상당히 조용하기도 하고요. 교통도 좋습니다. 다만 여기는 방금 전에 보여드렸던 곳보단 조금 더 지가가 셉니다."
"얼마정도 할까요?"
"알단 전체 면적으로 하신다면 270억 정도 하는데, 굳이 그렇게 넓은 면적이 필요 없으시다면 절반만 하셔도 됩니다. 그럴 경우 한 150억 정도 할겁니다."
여기 전체 면적의 절반만 하더라도 경기장이랑 숙소를 짓기엔 문제가 없었다. 거기에 주차장도 축구장 넓이로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동국은 전국 리그 팀들 수준의 대형 경기장을 이왕이면 짓고 싶었다. 그리고 그만큼 팬들도 많이 올 거라 생각을 하고 말이다.
"오빠, 여긴 괜찮은 거 같애~! 조용하기도 하고, 또 넓기도 해."
"나도 괜찮은 거 같다. 서울 바로 옆이기도 하고 교통도 좋고."
지아와 비올렛의 반응에 동국은 다른 사람들의 반응도 확인 했다. 벨리나도 표정이 좋아 보이고, 앤서니는 마구 뛰어 다니고 있었다.
"누님, 여기 절반이 150억에 전체가 270억 정도 된답니다."
동국이 가격을 이야기 하자 그녀의 눈썹이 약간 씰룩거렸다. 생각보다 가격이 많이 나가는 것이었다.
"그래..? 부지가 넓어서 그런지 가격도 비싸네... 자기는 어떻게 하고 싶은데? 내가 봤을 땐 절반도 넉넉할 거 같은데..."
"난 여기 전체를 다 사고 싶어. 당장 내년만 해도 1부 리그에서 바로 승격할 가능성이 99%인데, 그럼 지역 리그 팀이야. 먼 미래도 아니고 당장 몇 년 뒤부터 생각을 하면, 절반은 좀 작지 않을까?"
"흐음..."
동국의 말에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침음성을 냈다. 확실히 그녀도 발키리가 지역 리그로 승격할걸 확신하고 있었다. 지금 전력으로도 운이 좋다고는 하지만 지역 컵 대회까지 올라갔는데 지은을 비롯해 전력을 더욱 확충한다면 여유로운 것이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집을 팔면 어느 정도 충당이 되긴 해. 다만 그러면 경기장이랑 집은 무슨 돈으로 지을거야? 건축비가 없어. 혹시 지금 있는 땅이랑 건물 팔아서 짓겠다는 생각이야?"
그녀의 말에 동국은 까먹고 있던 남주시 땅에 대해 생각을 했다. 그러고 보면 홈 구장을 이전을 하게 되면 지금 있는 남주시 땅이 비게 된다. 거기가 시골이긴 해도 면적이 있으니 몇 십억은 나올것이다.
그러나 동국은 게임 시스템으로 돈 안 드리고 홈 구장이랑 숙소를 이전할 수 있기 때문에 건축비 걱정은 하지 않았다. 오히려 남주시 땅을 팔아서 구장을 업그레이드 할 계획이 떠올랐다.
"아, 누님. 이전 비용은 걱정하지 마세요. 저번에 신세 졌던 건축 회사에서 무료로 해주기로 했어요."
"엥? 무료로..?! 그게 가능해... 아, 알았어. 그럼 다행이고."
무료로 가능하단 말에 의아해 하던 그녀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멍해지더니 이내 납득을 해버렸다. 아마 게임 시스템이 그녀를 강제로 납득하게 만든것일거다.
동국은 그녀의 모습에 쓴 웃음을 짓고선 주위를 둘러 보았다. 동국의 생각에 이만큼 적절한 부지가 있을까 싶었다.
동국은 여성진들을 힐끔힐끔 바라보는 주무관에게 다가갔다. 그는 동국이 다가오자 시선을 돌리고선 헛기침을 했다.
"크흠... 부인분들이 상당히 미인입니다..."
"하하, 예. 주무관 님도 나중에 저희 팀 경기를 보러 오십쇼. 저희 선수들은 미모 뿐만이 아니라 실력도 뛰어나니깐요."
"아, 예. 나중에 자주 보러 가겠습니다."
"그보다 더 볼 부지가 있습니까?"
동국의 말에 그는 맞은편의 산 쪽 골짜기를 가르켰다.
"저쪽 산에도 부지가 있긴 합니다. 다만 거기는 여기의 한 절반 정도 됩니다. 가격은 한 125억 정도 합니다. 가격도 여기보단 싸고 면적도 어느 정도 있는 곳이죠. 한번 보러 가시겠습니까?"
주무관의 말에 동국은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 부지가 마음에 들긴 하지만, 굳이 안 보러 갈 필요는 없었다.
동국과 일행들은 바로 걸어서 산골 부지를 보러 갔다. 짧은 산길을 따라 올라가니 그래도 넓은 공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여기는 산에 둘러싸여서 소음 걱정도 없고, 대체로 아늑한 분위기죠. 면적도 꽤 넓고요."
확실히 주변이 산, 정확히 말하면 숲으로 둘러싸여 있어 주위 시선 걱정은 안 해도 될 듯 했다. 다만 처음 올라올 때의 길이 좁은 게 흠이었다.
"주무관 님. 여기 올라올 때 길이 좁은 듯 한데 나중에 시에서 넓혀 주실 수 있습니까?"
"아, 네. 가능합니다. 그 정도는 해줄 수 있지요."
주무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동국은 주위를 둘러보고 있는 비올렛에게 다가갔다.
"누님, 여긴 어때요? 난 뭐, 나쁘진 않은데 좀 좁은 느낌도 있네."
"하긴 니가 생각하는 면적에 비하면 좁긴 하지. 저쪽 부지에 비해서 한 절반 정도 할려나..? 경기장이랑 숙소 짓고 나면 땡이겠네. 다만 지금 있는 곳이랑 비슷한 분위기이긴 하다."
주위를 얼추 둘러본 동국이 주무관에게 다가갔다.
"주무관 님. 근데 저희가 구리로 이전을 하면 시에서 뭐 지원 같은 건 없습니까?"
동국의 말에 그는 곰곰이 생각을 해보더니 답을 했다.
"제가 결정을 할 수는 없지만, 원하신다면 경기장을 저희 시에서 짓고, 대신 매년 대여비를 내는 쪽으로 하실 순 있을겁니다. 아니면 부지를 임대하는 형식으로 하실 수도 있고요. 저희도 발키리 같은 발전 가능성 있는 팀이 온다는 것에 많은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도로 확장이나 버스 노선 같은 것도 당연히 지원 가능 하고요. 시에서도 전폭적으로 밀어줄겁니다."
작은 소도시인 구리에는 마땅한 오구팀이 없는 게 현실이었다. 그나마 있는 게 지난 리그에서 2위를 차지한 수도 오구단. 그밖에는 1, 2개의 2부 팀이 있었다.
그래서 수도 오구단에 많은 지원을 해주고 있지만, 매년 우승을 못하고 있어 시에서 많이 아쉬워 하고 있는게 사실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남주시 컵 대회를 우승한 발키리가 이전을 한다고 하니 이렇게 공무원까지 보내줘서 관심을 보이고 있는것이다.
"흠... 그렇습니까..?"
하지만 동국에게는 주무관이 말한 지원이 좀 아쉬웠다. 주무관이야 일반적인 관점으로 경기장을 짓는데 몇백억이 드니 이를 대신 지어줄수 있다고 했지만, 동국은 무료로 이전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필요가 없었다.
"음... 저희 팀이 구장 건축은 충분히 할 수 있어서 그러는데, 땅값 할인 같은 건 없나요?"
"땅값 할인이요..? 으음..."
동국의 제안에 그는 침음성을 흘렸다. 잠시 생각을 해보던 주무관은 이내 대답을 했다.
"그 문제는 제가 결정하거나 확답을 드릴 순 없고요, 위에다가 말을 드리긴 하겠습니다. 그럼 땅은 다 보신건가요?"
주무관의 말에 동국이 일행들을 둘러보았다. 이제 얼추 다 본 거 같자 동국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다 본 거 같습니다. 더 볼 곳이 있나요?"
"아뇨, 이젠 없습니다. 잘 생각해 보시고 나중에 연락 주세요. 저희 시에서도 발키리에 대해 어떤 지원을 해줄 수 있는지 한번 논의를 해 보겠습니다."
이렇게 홈 구장 이전 부지를 다 본 동국과 일행은 주무관을 다시 시청에다가 내려주고는 식당에서 늦은 점심을 먹기로 했다.
음식들이 나오는 걸 바라보며 동국이 일행들에게 부지를 살펴본 소감을 물어보았다.
"너희들은 어느 부지가 제일 좋은 거 같아?"
동국의 물음에 밑반찬들을 집어 먹던 앤서니가 먼저 대답했다.
"웅~ 난 다 좋았어~! 첫 번째 부지도 바로 옆에 공원이 있어서 좋았고, 두 번째 부지는 조용해서 좋았어. 마지막 곳은 지금 우리가 있는 곳이랑 분위기가 비슷해서 좋았어~!"
아무래도 앤서니는 그냥 자신의 느낌적인 느낌만 판단한거 같다. 앤서니의 옆에 앉아 있던 지아가 동국에게 부지들의 가격에 대해 물어보았다.
"오빠, 그 부지들 가격이 어느 정도고 지금 우리가 쓸 수 있는 돈은 어느정도야? 일단 그걸 알아야지 땅을 사던지 말던지 하지."
"첫번째 부지는 80억 정도 하고, 두 번째 부지는 전체 면적은 270억, 절반 정도는 150억 정도 하고, 마지막은 125억이야. 그리고 지금 쓸 수 있는 돈은 어느정도죠, 누님?"
"집 팔고 그러면 270억도 낼 수는 있어."
동국이 말한 땅 가격과 비올렛이 말한 지원 금액에 지아와 앤서니의 눈이 커졌다. 생각보다 액수가 어마 어마 한 것이다.
"도, 돈이 그렇게 많이 든단 말이야..?"
"아, 그렇지. 일단 대지 자체가 크기도 하고, 또 그래도 서울이랑 가까우니깐. 그래서 지아, 넌 어디가 마음에 들어?"
동국의 물음에 그녀는 바로 대답했다. 아마 미리 생각을 해봤나보다.
"난 우선 첫 번째는 마음에 안 들어. 바로 옆에 공원이 있어서 앤서니는 좋다고 말했지만, 공원이 있으면 사람들이 많이 온다는 거잖아. 경기장만 있으면 모르겠는데, 우리 살 집도 지어야 되니깐... 좀 그렇지. 바로 앞에 한강이 있다는 것도 좀 그래. 여름만 되면 날벌레들이 아마 엄청날꺼야..."
"엥~? 그런거야~?"
지아의 말에 앤서니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녀는 그렇게 깊게 생각하지는 않을 듯 했다.
"그래, 이년아. 하여튼 첫 번째 부지는 별로고, 두 번째랑 세 번째는 괜찮았어. 두 번째는 넓기도 하고 위치도 좋아서 괜찮았고, 세 번째는 주위가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약간 좁은 면이 있긴 한데, 우리가 살걸 생각하면 좋은 거 같아."
"음... 그렇구만. 벨리나, 너는 어때?"
지아의 의견에 고개를 끄덕인 동국이 고개를 돌려 벨리나를 바라보았다. 벨리나는 동국의 물음에 천천히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 했다.
"저도 첫 번째는 지아가 말한 대로 좀 별로에요. 대지 자체도 폭이 좀 좁은 느낌이라서 오구장을 세우기엔 좀 그렇더군요. 세 번째 부지는 괜찮긴 한데 나중을 생각한다면 좀 좁은 느낌이죠. 그래서 전 두 번째가 제일 나은 거 같아요. 나중을 생각해 더 넓힐 수도 있는 것도 장점이죠."
자신의 생각과 비슷한 벨리나의 의견에 동국이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팀의 미래까지 생각하는 모습에 확실히 벨리나가 머리가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내 생각도 벨리나랑 같아. 첫 번째 부지는 제끼고, 세 번째 부지는 확장성이 없지. 지금 당장이야 그 정도 부지만으로 충분하지만, 난 우리 팀이 나중에 지역 리그나 전국 리그로 갈 수 있다고 생각하니깐 더 넓어야 된다고 생각하거든. 그래서 난 두 번째 부지가 제일 나은 거 같아."
"그럼 진짜로 전체 부지를 사고 싶니?"
동국의 말에 비올렛이 동국에게 의사를 물어보았다. 그에 동국은 고개를 끄덕였다.
"응, 난 전국 리그까지 봐야 한다고 생각해. 지금 전국 리그 팀들 홈 경기장 보면 다 이 정돈 한단 말이지. 홈 경기장 크게 짓고, 숙소도 짓고, 뭐 실내 연습장 같은 것도 지으면 이정도 크기는 해야돼."
동국의 단호한 말에 비올렛은 한숨을 내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우리 자기가 그러고 싶다는데... 어쩌겠어... 그럼 거기로 하는거야?"
"일단 좀 더 생각을 해보고, 리사나 아연의 의견도 들어 봐야지. 나중에 올 지은의 의견도 한번 물어보고."
"음, 하긴 다른 선수들의 의견도 물어보긴 해야지. 그래, 알았어. 나도 이제 집을 매물로 내놓아야 되겠다."
동국의 의견에 다른 사람들도 동의를 하면서 일단은 잠정적으로 두 번째 부지로 결정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