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09화 〉109회. (109/297)



〈 109화 〉109회.

"야! 너 왜 나에겐 니 특성에 대해 말 안했냐?"


재은 누나는 동국을 보자마자 섭섭함을 토로했다. 그녀의 말에 동국은 고개를 갸웃했다.


'내가 말을  했나..?'

곰곰히 생각을 해보니 말을  한거 같았다. 처음엔 그녀가 기자라서 말을 안 한거 같았고, 나중엔 알고 있다고 착각을 하고 있었다.

"뭐, 말 해야지 하면서 까먹고 있었네. 많이 섭섭했어?"

"어, 그런것도 있고, 벨리나 말을 듣다가 깜짝 놀랐잖아. 아니, 글세..."


그러면서 벨리나가 해주었던 이야기를 동국에게 들려주었다. 동국은 재은의 말을 들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지금 동국이 위치한곳은 한 음식점이었다. 여기서 동국의 부인 3명과 재은과 재은의 어머님이 카페에서 수다를 떨다가 저녁을 먹으러 온 것이다.

"음... 하긴 벨리나 말만 들으면 내가 이상하게 보이겠네."


"그렇지! 그래서 나랑 우리 어머니랑 듣다가 깜짝 놀랐잖아~ 아니 어떻게 처음 보는 여자에게 섹스를 해야 한다고 말해~"

그녀는 다시 생각해도 황당한지 피식 웃었다. 동국은  테이블에 앉아 열심히 떠들고 있는 재은의 어머니와 그의 부인들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어머님은 어떻대? 사이 좋아 보이는데 다들 괜찮게 보시지?"


동국의 물음에 재은은 일행이 있는 테이블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을 많이 했는데, 예상 외로 상당히 관계가 좋아졌다.

"어, 어머니가 아마 우리 관계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생각하실것 같아."

"그거 참 다행이네... 어머니! 저, 왔어요!"


재은의 말에 한켠에 남아있던 불안감이 없어진 동국은 웃으며 그녀의 어머니에게 외쳤다.


*
*
*


"흠... 추석 때 어떻게 해야 하나..?"

동국은 모레인 화요일이 추석인걸 생각하며 고민에 빠졌다. 동국에겐 게임상으론 부모가 없으므로 그냥 부인들끼리 지내면 되긴 한데 벨리나와 지아가 문제였다.

벨리나는  전까진 새어머니인 비올렛과 둘이 살았기에 지금은 비올렛 혼자 있는것이고, 지아는 외동딸이라 이제는 부모님끼리 지내야 하는 것이다.

동국은 일단 벨리나에게 가서 어떻게 하고 싶은지 묻기로 했다. 만약 그녀가 비올렛의 집에 가서 제사를 지내고 싶어 한다면, 동국은 그녀를 보내줄 생각이었다.

동국은 벨리나의 방문에 노크를 했다.


"벨리나, 들어갈게."


"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차분한 스타일의 그녀의 방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리고 벨리나는 침대에 걸터 앉아 통화를 하고 있었다.

"네, 네, 알겠어요. 지금 동국 오빠가 옆에 있는데 바꿔 드릴까요? 아, 네. 오빠, 저희 어머니세요."

"아, 그래?"

벨리나가 동국에게 자신의 휴대폰을 넘기자, 동국이 건네 받았다. 그러고 보면 비올렛과 만난지 꽤 된거 같다.

"여보세요?"

"사위~ 요즘 너무 소식이 뜸한거 아니야~? 나 섭섭해~"


비올렛이 섭섭하단 말투로 말을 했다. 하긴 전화 통화를 한지도 며칠이 지났다. 그녀와 관계가 깊어졌는데, 정작 소식이 별로 없으니 많이 섭섭할만도 했다.

"아, 누님. 미안해. 내가 많이 연락을 못했지?"


"어~ 내가 바빠서 못하기도 했지만, 앞으로  더 신경 써줬으면 좋겠어~ 아님 이미 다 잡은 물고기다 이거야~?"

"허허, 그런게 어딨어~"

비올렛의 말에 동국이 웃었다. 그러고보니 비올렛에게도 이번 추석때 어떻게 지낼지에 대해 물어봐야 겠다.

"그러고 보니, 누님. 화요일이 추석인데 누님은 어떻게 지낼거야?"


"추석 때~? 안그래도 내가 그거 때문에 벨리나에게 전화를 했잖니~ 벨리나가 너에게 결혼하는 바람에 졸지에 집에 나밖에 없게 됬잖니~ 그래서 이번 추석 땐 너네 집에서 머물려고 그러는데, 어때~?"


"으음? 우리 집에~?"

"그래, 너네 집에~ 가서 오랫만에 얘들도 보고, 또 우리 사위도 봐야지이~"

비올렛의 말에 동국은 괜찮다는 생각을 했다. 안 그래도 벨리나가 어떻게 할지 물어볼려고 그랬었는데, 비올렛이 숙소로 오는것도 상당히 좋은 아이디어였다.


비올렛과 섹스를 한지도  오래됬으니, 이참에 한번 섹스라도 해야 겠다. 아마 그녀도 몸이 달아올라 있지 않을까?


"그거 참 좋은 생각인데? 안 그래도 벨리나 보고 추석때 어떻게 할건지 물어볼려고 그랬었거든. 벨리나가 여기 있으니 우리 누님이 많이 외로울거 아냐. 차례도 혼자 지내야 되고. 그래서 걱정했는데 누님이 일로 오면 딱 좋네."


옆에 앉아서 통화하는 동국을 바라보고 있던 벨리나는 동국의 말에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동국이 벨리나와 비올렛을 생각했다는 말에 새삼 그가 다르게 보였다.


"그리고 누님, 나랑 못한지 오래 됬잖아. 오랫만에 만나서 회포나 풀어야지."

음... 다시 평상시의 동국처럼 보였다. 벨리나는 전의 그 식당에서의 섹스가 생각나 얼굴이 빨개졌다.

"후후~ 그러게~ 사실 우리 사위 만난지 너무 오래되서 몸이 아주 근질근질 해~ 나 저녁에 출발할건데 그럼 어떻게, 오늘 밤에 콜~?"


"콜~! 아주 그동안 밀린 욕구, 내가 다 없애줄게. 그럼 저녁에 봐요, 장모님~"


"그래요, 우리 사위~"

통화를 끊고선 벨리나에게 휴대 전화를 돌려주었다. 동국이 건내준 휴대폰을 받으며 벨리나가 동국에게 물었다.


"어머니가 저녁에 오신대요?"


"어, 그렇다네. 아마 추석때까지 머무신다는데, 잘 된 일이지. 안 그래도 이번 추석때 장모님 혼자 계실거 걱정 많이 했는데. 이렇게 오신다니 한  덜었지."

"신경써줘서 고마워요, 동국 오빠. 진짜 말만 들어보면 사이 좋은 사위장모 관곈데..."


벨리나는 그렇게 말하며 슬쩍 동국을 노려봤다. 벨리나의 눈빛에 동국은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 난 이만 지아에게 가볼게. 지아도 어떻게 할지 물어봐야지."

동국이 벨리나의 눈치를 보며 방을 벗어나자 그녀는 그런 동국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푸흡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지아는 거실에서 앤서니와 같이 쇼파에 앉아 티비를 보고 있었다. 티비에서는 한창 예능 프로그램 재방송이 나오고 있었다.

"저거 봤던거잖아."

동국이 거실로 들어서며 말하자 지아가 대꾸했다.

"볼게 이거밖에 없어..."

 말에 동국은 나가서 오구 연습이나 하라고 잔소리를 할까 하다가 말았다. 어차피 비시즌 기간은 길고, 지금은 컵대회가 끝난지 얼마  된 시간이니깐.


쇼파에 앉으며 앤서니를 바라보니, 앤서니는 한번 본 프로라도 재밌게 보고 있었다. 아주 집중해서 보는 모습에 동국이 작게 미소를 지었다.


"지아야, 너 추석 때 본가로 가고 싶니?"

"음..? 그게 무슨 말이야?"

"이번 추석 때는 장인장모님 두분이서 차례를 지내야 하잖아. 자식이라곤 너 하나밖에 없느니 두 분이 아쉬워 하실수 있잖아. 그래서 하는 말이지."


동국의 말에 지아는 침음에 잠겼다. 지아는 동국의 말을 듣고 나서야 화요일이 추석이란걸 떠올렸다. 그리고 부모님이 이번 추석 땐 두분이서만 지내야 한다는것도.

"오빠 말은 미리 갈거냐는 거지? 월요일쯤에?"

"어, 그렇지. 물론 차례 지내고 나서 가긴 갈거지만, 넌 미리 가서 차례 준비도 돕고 차례도 같이 지내고 싶어 하나 해서."

"흠..."


확실히 지아는 이제 동국과 결혼을 했으니 마땅히 여기서 차례를 지내는게 맞았다. 하지만 동국은 딱히 차례에 대해 크게 의미 부여를 하지 않았기에 이렇게 지아에게 배려를 해주는것이었다.

"나아 우리 부모님께 가보고 싶긴 하지... 가본지도 꽤 됬고... 근데 오빠는 괜찮겠어? 내가 차례 준비 안하고 친정에 가도?"

"난, 뭐. 괜찮아. 어차피 차례에 대해 크게 생각하지 않고... 원래는 이번에 그냥 기분만 낼려고 했는데, 비올렛이 온다고 해서 한번 지내게."


"벨리나 언니 어머니? 아, 하긴  분도 이제 혼자구나."


지아는 말하면서 비올렛에 대한 호칭이 헷갈렸다. 비올렛은 분명 벨리나의 어머니 이지만, 그녀는 자신을 언니라고 불러달라고 했으며, 남편인 동국의 애인 관계였다.

하여튼 지아가 추석을 부모님과 지내고 싶어하자 동국은 상황을 정리해보았다.


"그럼 지아 너는 월요일날 갈거야?"

"어? 어, 그러지 뭐."

"그럼 넌 월요일날 가고, 리사와 아연은 오늘 출발한다고 했고... 이렇게 3명이 가고 비올렛이 오는거네."

동국이 말을 끝내자마자 짐을  싼 리사와 아연이 2층에서 내려왔다. 캐리어를 끌고 내려오는 그녀들의 모습에 쇼파에 앉아 있던 동국과 지아, 앤서니가 일어났다.

"짐 다 챙겼어? 뭐 빠트린건 없고?"

"어,  확인했어. 이제 출발하면 돼."

그녀들이 떠나려 하자 앤서니가 물었다.

"둘이 가서 언제 돌아올거야~?"


"음... 그거야 동국이 마무리 캠프를 언제 여느냐에 따라 다르겠지. 동국, 말 나온 김에 마무리 캠프는 언제 열거야?"

마무리 캠프란 말에 지아와 앤서니의 얼굴이 어두워 졌다. 마무리 캠프라니... 듣기만 해도 뭐가 훈련을 많이 할거 같은 단어였다.


"어, 음... 글세. 아직 생각은 못 해봤는데... 그래도 아마 10월 말에서 11월 초에 하지 않을까..?"


동국의 애매모호한 말에 리사가 얼굴을 찡그렸다. 아직 일정도 제대로 정해지지 않았다니... 동국은 뭔가 마무리 캠프를 너무 거창하게 생각하고 있는거 같았다. 그냥 그걸 핑계로 다시 숙소에서 생활하려는 거였는데...

"동국, 그냥 추석 끝나고 다음주에 하자고."

"그렇게 빨리..? 그래도 캠픈데 여기 말고 다른데서 해야 되지 않을까..?"

동국의 말에 리사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애초에 마무리 캠프는 우리가 다시 숙소로 되돌아오기 위한 핑계였잖아. 너무 거창하게 생각하지 마."

리사의 발언에 캠프 걱정을 하던 지아와 앤서니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래, 알았어. 그럼  얘네들 데려다 주고 올게."

"어, 잘 다녀와~"

동국이 버스키를 들고 그녀들과 함께 나서자, 다시 편안한 얼굴이 된 지아와 앤서니가 그들을 배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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