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3화 〉103회.
"지은씨, 어때? 우리 팀에 들어오는 거에 대해서. 다들 의견들 좀 내봐."
숙소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동국이 지은에 대한 의견을 선수들에게 물어보았다. 지은의 성격이 상당히 특이한만큼 같이 살 선수들의 의견이 중요했다.
동국은 선수들의 의견이 부정적이면 지은이 자신을 좋아하고, 실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다시 생각을 해볼 생각이었다.
"음... 일단 실력 면에서는 더 말할 필요가 없지. 타격 능력이야 나랑 비슷할 정도인데, 나는 1루수지만 그 년, 아니 지은 언니는 포수니깐 더 가치가 있지. 거기에 타자들의 약점을 잘 파악해서 투수 리드를 잘 한단 말이지. 어쨌거나 이런 실력적인 면만 보면 오히려 제발 우리 팀에 와 달라고 애원을 해야 되는 선수란 말이야..."
리사의 말에 다들 동의를 했다. 확실히 지은만한 선수를 찾기 힘들었다. 대부분의 1부, 그리고 지역 리그, 심지어 전국 리그에서도 지은이 온다 하면 버선발로 맞이할 팀들이 있으니깐 말이다.
"다만 동국, 너가 말 하고 싶은건 과연 지은 언니랑 같이 살 수 있을까, 이거지?"
"그렇지. 어찌됬든 팀에 합류를 하게 되면 숙소에서 같이 살아야 될테니깐. 물론 정 안되면 따로 살게 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일단 논외로 치자고."
동국의 말에 다들 지은이 왔을때 과연 생활이 괜찮을지 생각을 해보았다.
"우선 시도때도 없이 동국에게 달라 붙어 있을것 같아."
"누군가 가까이 다가가면 째려볼거 같고."
"심지어 섹스할 때도 옆에서 보고 있을거야..."
"흠..."
만약 지은이 숙소에 들어왔을때의 상황을 이야기 하던 중, 벨리나가 동국에게 물었다.
"근데 오빠가 가장 귀찮을거 같은데... 오빠는 괜찮겠어요? 사람 한 명이 계속 붙어다니는거잖아요?"
"어? 그렇네..?"
벨리나의 말에 다들 공감을 했다. 아무리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계속 자신을 따라 다니면 생활이 상당히 불편할게 뻔했다.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수가 없는것이다.
"어, 음... 그렇긴 한데, 일단 지은 누나가 내 말을 잘 따르니 괜찮치 않을까? 내가 봤을때 그렇게까지 막무가내로 행동할 거 같지는 않아."
"그럼 관건은 과연 지은 언니가 얼마만큼 동국 오빠의 통제에 따르느냐 겠네요..."
"그렇지. 거기에 따라서 앞으로의 일상 생활이 달라지겠지."
그렇게 말한 동국은 슬쩍 백미러로 선수들의 반응을 살폈다. 지은의 합류에 대해 의외로 별로 부정적인 반응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너희들은 괜찮을거 같아?"
"일단 좀 생각을 해봐야 겠는데, 뭐, 괜찮을거 같아. 오빠가 얼마나 그 언니를 컨트롤 할 수 있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저도요. 팀의 전체 전력이 상승하는거에 비하면 그 정도 불편은 감수 할 수 있을거 같아요. 그래도 혹시 모르니 1년 계약만 하는건 어때요?"
벨리나의 제안에 동국은 괜찮은 생각이라고 생각했다. 확실히 1년 정도 지내면 지은과의 생활을 계속 할 수 있을지 판단을 내릴수 있을것이다.
반대로 지은이 1년 만에 떠날수도 있겠지만, 동국은 그녀의 마음을 계속 사로잡을 자신이 있었다.
"동국아, 그러면 너네 지은 선수랑 연결된거 내가 기사로 써도 돼..?"
재은이 조심스럽게 묻자, 동국은 잠시 생각을 해보았다.
"음... 일단 바로 쓰는건 좀 그렇고 지은 누나랑 이야기 해보고 확정적이면 말해줄게. 그래도 어느정도 확정이 되야 모양새가 좋지."
동국의 말에 재은은 아쉬워하며 입맛을 다셨다. 이런 특종을 좀 더 묵혀야 한다니... 그러면서 휴대폰으로 오늘의 경기에 관한 기사들을 확인해 보았다.
'흠... 주로 지은 선수의 홈런 세레머니에 대한 말들이 많네...'
[일산 레이크걸즈 신지은, 과도한 홈런 세레머니로 눈살을 찌푸리게 해!]
["사과의 의미로 선수를 교체해..." 일산 레이크걸즈의 과감한 결단!]
[[돌풍의 팀, 발키리. 아쉽게 탈락해...]
올해 창단해서 바로 1부 리그로 승격한 팀인 발키리가 경기 지역 예선 2차전에서 아쉽게 탈락하고 말았다.
발키리의 선발 투수는 이번에 처음으로 선발로 나선 벨리나(23)였다. 벨리나는 1회 말 2사 2루, 2회 말 2사 만루의 위기를 잘 넘겼으나 결국 3회 말의 1사 만루의 위기를 넘지 못했다.
1사 만루의 상황에서 전 타석에서 각각 2루타와 볼넷을 얻어낸 신지은이 만루 홈런을 때려내고 말았다. 결국 계속된 위기를 넘기지 못한 것이었다.
반대로 공격에서는 팀의 중심 타자인 장아연이 4타수 무안타로 침묵하며 점수를 1점밖에 얻어내지 못했다. 그 1점도 4회 초 1사 상황에서 최지아가 장타를 뽑아내 얻은 득점이었다. 전반적으로 최지아의 분투만으로 경기를 뒤집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경기 후반 마땅한 찬스 상황이 나오지 않으면서 발키리의 히든 카드인 리사 선수의 대타 카드는 써보지도 못한채 컵대회를 마무리 하게 되었다.
한편 레이크걸즈의 신지은 선수가 홈런을 치고 나서 한 세레머니가 논란이 되고 있다. 이에 대해 레이크걸즈 팀은 코치가 세레머니 후 바로 발키리의 더그아웃으로 향해 사과하였으며, 사과의 의미로 선수를 교체했다고 밝혔다. ]
- 발키리, 졌잘싸다... 1부 리그 팀이 이정도까지 올라온게 놀랍다.
- 진짜 5회 초에 리사 선수 대타로 왜 안 내보냈냐? 거기서 홈런이면 동점인데...
- 경기 영상 보니깐 진짜 신지은이 완전 미친거 아니냐? 어떻게 상대팀 더그아웃을 향해 손가락질이냐!
- 선발이 앤서니였으면 이길수 있었을까..?
- 진짜 장아연 2번 타자면서 4타수 무안타... 감독은 뭔 생각으로 데리고 왔냐.
아직까지 지은 선수가 왜 세레머니를 했는지에 대한 기사는 나오지 않고 있었다. 그냥 지은 선수의 돌발 행동을 레이크걸즈가 잘 마무리 했다는 정도만 나오고 있는 상황이었다. 반대로 왜 지은이 그런 행동을 했는지에 대한 레이크걸즈의 해명은 나오고 있지 않은 상황이어서 지은만 열심히 욕을 먹고 있었다.
'아마 레이크걸즈에서 지은이 재계약을 안 할거란걸 알고 있는건가..?'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지은이 욕받이가 되고 있는 상황을 방치할리가 없었다. 지은은 레이크걸즈 전력의 거의 30%가 넘는 그야말로 팀의 핵심 선수다. 이런 선수를 옹호하지 않는다는건 지은과의 재계약을 포기한거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동국아, 지금 지은 선수에 대한 욕이 넘쳐나고 있거든? 이거 내가 한번 기사를 써볼까?"
"누나가 어떻게 쓰게? 사실은 지은 선수가 발키리의 감독을 너무 좋아해서 그 마음을 표현한거다? 이렇게?"
동국의 말에 재은이 피식 웃었다. 아마 그렇게 적었다간 헛소리 하지 말라고 네티즌들에게 가루가 되도록 까이겠지.
"그냥 그만큼 친했다고 해명하는거지. 이렇게 해명해야 나중에 지은 선수가 발키리에 입단할때 모양새가 더 좋지 않을까? 지은 선수가 비호감 이미지면 발키리에게도 안 좋잖아."
재은의 제안에 동국이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지은이 발키리에 합류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발키리가 나서서 지은을 비난해야 하지만, 지은이 발키리에 합류할게 거의 기정 사실인 이상, 지은의 이미지를 관리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 일단 한번 지은 누나에게 전화를 해볼까."
동국이 지은에게 전화를 걸자마자 지은이 바로 전화를 받았다.
"동국씨~! 내가 보고 싶어서 전화를 한거에요~?! 저도 동국씨가 너무 보고 싶어요! 그냥 짐 싸서 바로 남주시로 갈까요? 동국씨도 그게 좋겠죠?"
지은이 폭풍같이 말을 이어가자, 동국이 어색하게 웃었다.
"하하, 뭐, 저도 지은씨가 보고 싶어요. 아, 근데 다름이 아니라 혹시 인터넷 기사 봤어요?"
"아니? 안 봤는데요..? 전 원래 인터넷 기사 안 봐요~"
"음... 그렇구나. 아니, 지금 지은씨가 홈런 후에 한 세레머니에 대해 저희처럼 오해를 하고 있어서 정정 기사를 써도 될지 물어볼려구요. 재은 누나가 그 기사를 써도 될까요?"
"그러면 제 마음이 만천하에 공개가 되는건가요? 좋아요, 그럼! 그럼 전 바로 발키리로 이적해도 상관 없어지는 거겠죠? 내 사랑을 쫓아 이적하는 거니깐!"
지은의 말도 안되는 헛소리에 동국은 속으로 식은땀을 흘리면서 그녀를 말렸다.
"아, 그렇게 기사를 쓸건 아니고요, 그냥 지은씨가 전부터 우리 팀이랑 많이 친해서 그랬다고 기사를 내보낼려고요. 그리고 레이크걸즈와의 계약이 아직 안 끝났잖아요, 그러니 아직은 우리 팀에 올 수가 없죠."
"뭐야... 그렇게 적을거에요..? 뭐, 동국씨가 그러고 싶으면 그렇게 해요. 그나저나 선수들은 뭐래요..? 제가 가도 괜찮겠대요?"
"일단 좀 더 생각은 해 보겠는데, 긍정적인거 같아요. 아무튼 잘 자고, 나중에 다시 전화 할게요."
"그래요~ 동국씨도 내 꿈꿔요~!"
정신 없었던 지은과의 통화가 끝이 나고 동국은 재은 보고 기사를 써도 괜찮다고 허락했다. 그러자 재은은 휴대폰으로 정신없이 기사를 써내려 가기 시작했다.
"휴대폰으로 기사를 쓸 수가 있어..?"
동국이 그녀의 모습을 신기하게 쳐다보자, 재은이 기사를 쓰면서 대꾸했다.
"뭐, 어느정도 숙련되면 이정도는 다 하지... 흐흐, 기사료 많이 받겠네~"
재은은 히히낙낙 거리며 기사를 적어 나갔다. 아무래도 재은의 기사만 지은의 입장이 포함되어 있으니, 조회수가 높을수밖에 없었다.
"자, 누나네 집에 다 왔네. 그럼 모레에 약속을 잡아 놓은거지?"
"어, 그렇지. 너네들 까먹으면 안된다~?"
재은이 졸고 있는 그녀들에게 다짐하자 지아가 반쯤 졸린 말투로 재은에게 뭐라 했다.
"언니들이라고 해야지, 재은 동생..."
"끄응... 그래, 언니들. 까먹지 마."
"크큭, 잘 가, 누나."
"어, 그래. 너네도 잘 쉬고."
재은을 배웅하고 나서 동국은 버스를 돌려 숙소로 향했다. 몇 십분을 더 달려 도착한 숙소는 주위에 딱히 광원이 없어서 그런지 숙소 주위만 밝았다.
"어휴... 그래도 정원에 조명들이 있어서 그나마 났네... 자! 다들 일어나! 집에 다 왔어!"
동국의 외침에 졸던 선수들이 다들 비몽사몽간에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