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01화 〉101회. (101/297)



〈 101화 〉101회.

지은을 저렇게 보내면 안되겠다 싶어서 동국은 그녀에게 다가갔다.

"흑... 저리 비켜요..!"


가까이 다가가자 그녀는 주위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나갈려고 하고 있었는데, 정작 길이 열려도 나가질 않고 말로만 외치고 있었다. 그에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하는게 보였다.


그러면서 뒤를 힐끔 거리는게 아무래도 동국이 잡아주길 원하는거 같았다.

'아이고...'

그 모습에 동국은 기가 찼지만 그녀가 원하는데로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

"이거 놔요..!"

말은 그렇게 하며 동국의 손에서 빠져 나갈려고 하지만 정작 팔에 힘은 안준다. 그녀의 표정 역시 말과는 다르게 살짝 기대하는 표정이었다.


속으로  숨을 내쉬며 그녀에게 말했다.

"저기요, 서로 오해가 많은거 같으니 어디 조용한데 가서 얘기나 합니다."

동국의 말에 순간 지은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지만, 이내 다시 표정 관리를 하더니, 슬픈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제 마음은 이미 거절 당했는걸요... 흑..."

그러면서 슬쩍 슬쩍 동국의 표정을 곁눈질 하는 지은.

"거절 안 할테니 같이 가요."


"앗, 정말로요! 진짜죠!"

"그래요, 진짜로요."


동국이 확답을 하자 지은은 신이 나서 동국의 팔에 팔짱을 꼈다. 갑자기 자신에게 달라붙는 지은의 모습에 동국은 움찔했지만, 이내 내버려 두었다.


"전 동국씨가 제 마음을 받아줄거란걸 알고 있었어요! 이건 운명이거든요..!"

그러면서 동국의 얼굴을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지은의 모습에 리사와 아연은 기가 막혔다.


"진짜 미친년 같아..."

"그러게... 근데 이렇게 되면 내가 못 혼내주는데..."

아연의 중얼거림에 리사가 콧웃음을 냈다. 그녀가 보기에 지은에게 덤비지도 못할 년이 계속 이렇게 말하는게 웃겼다.

"덤빌수나 있고? 맨날 부상 입을까봐 걱정하는 년이..."

"크흠... 말이 그렇다는거지..."

그렇게 사건이 일단락 되자 구경꾼들도 하나 둘 각자 하던 일일 하기 시작했고, 그제야 지아와 앤서니도 동국에게 다가올 수 있었다.

"어? 동국 옆에 있는 여자는..?!"


"오늘  포수잖아~?"

동국 옆에 신지은이가 찰싹 달라붙어 있는 모습에 지아와 앤서니가 당황하자 리사가 방금전에 있었던 일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그 사이 동국과 지은은 근처 벤치에 앉았다. 벤치로 가는 그 짧은 시간에 지은이 어찌나 동국에게 들이대는지, 동국은 절로 엉거주춤 할 수 밖에 없었다. 특히나 지은이 부드러운 트레이닝 복을 입고 있어서 그녀의 가슴이 더  느껴졌다.

"크흠... 너무 달라 붙는거 아닙니까..?"

동국이 뭐라 한 마디 했지만, 지은에게는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그녀에게는 지금 동국의 옆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너무 흥분해서 다른 말은 잘 들리지도 않았다.

"저... 그럼 이제 설명을 해보세요. 저에 대한 것들을 말이죠..."

동국의 말에 지은은 동국의 어깨에 자신의 머리를 기대며 천천히 이야기를 시작했다.


"제가 동국씨를 처음 알게 된건 며칠 전이었어요. 그때 발키리에 대한 감독님의 소개때 우연히 동국씨의 사진을 보게 된거죠. 전 동국씨의 사진을 보는 순간 느꼈어요! 아! 이 남자가 내가 찾던 운명의 남자구나! 동국씨에게 첫 눈에 반해버린거죠..."

지은의 고백에 동국은 이걸 기뻐해야 하는지 아닌지 헷갈렸다. 분명 지은 같이 얼굴도 예쁘고, 몸매도 좋고, 거기에 실력까지 뛰어나면 당연히 좋아 해야 하지만, 그녀의 성격을 보면 왠지 꺼려지는게 사실이었다.


"그래서 전 계획했어요! 동국씨에게 제 실력을 보여주기로! 그래서 동국씨가 절 원하도록! 동국씨 곁에 있는 쓸모 없는 것들보다 제가  뛰어나다고!"

"으음..."

"오늘 경기에서  제 실력을 마음껏 동국씨에게 뽐냈죠. 저 허수아비 같은 타자들을 꽁꽁 묶어 냈고, 타석에선 홈런도 때렸어요! 그리고 홈런을 치고 나서 동국씨에게  마음도 표현 했는데... 정작 동국씨는 여기서 여자들이랑 하하호호 거리고 있었다니..!"


어느새 자신의 말에 흥분을 했는지 씩씩대는 지은의 모습에 동국은 서둘러 그녀를 달랬다.

"그, 그럼! 홈런 치고 나서 저희 팀 더그아웃으로 윙크한거랑 손가락 총을 날린게 바로 절 향한 마음을 표현한거라고요?"

"그래요! 동국씨를 향한 저의 애절한 마음을 표현한거였는데..!"

"저, 전! 그렇게 생각하질 못했어요!"


흥분할려는 지은의 말을 끊으며 동국이 황급히 말을 이었다.


"저는 지은선수가 저희를 도발한다고 생각했어요!"

"네에..?! 어떻게 윙크한게 도발이라고 생각할 수 있죠..?"


자신은 전혀 몰랐다는 말투에 동국은 골이 땡기는걸 느꼈다. 괴짜라 하더만 진짜 괴짜, 아니 이건 그냥 앤서니처럼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어 보였다.

"후... 지은 선수. 보통 홈런을 치고 나서 상대 팀 더그아웃을 향해 뭔갈 한다는거 자체가 도발로 받아드려질 수 있어요. 그게 설사 지은 선수는 그럴 의도가 아니였다고 해도요. 그래서 저를 비롯한 저희 팀 선수들도 지은 선수의 행동에 크게 화가 났구요."

"어머, 어머... 정말인가요..! 전 그럴 의도가 아니였는데..."

지은은 동국의 말에 안절부절 못했다. 자신의 행동 때문에 동국의 미움을 받게 된것 같아 그녀는 크게 불안했다.

'어쩌지... 보아하니 동국씨가 그래서 날 싫어하는거 같은데... 나보고 넌 필요없다고 뭐라 그러면 어떡하지... 아, 안돼..! 사랑하는 남자에게 버림 받다니...'

그녀가 울먹일려고 하자, 동국은 차분하게 그녀를 달랬다. 비록 성격에 문제가 있어 보이지만, 그녀는 동국의 영입 리스트에 포함되어 있는 선수였다. 지은의 말대로 동국이 그녀에게 접근을 할려고 했던 것이다. 지은의 세레머니만 아니였으면...

"그래요, 지은 선수의 의도는 잘 알겠어요. 그게 그런 의미가 아니였다는건 잘 알겠으니 울지 말아요."


그녀의 등을 토닥여주자, 지은이 동국을 끌어 안고선 고개를 숙여 동국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흑... 혹시  미워하게 됬나요..? 제발 아니라고 말해줘요."


울먹거리는 눈빛으로 동국을 올려다보자, 동국은 속으로 감탄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그녀는 예뻤던 것이다.

"아니요, 괜찮아요. 지은 선수가 그럴 마음이 없다는걸 알게 됬으니 이젠 상관 없어요."


"다행이다..."

동국의 말에 그녀는 안도하며 동국을 꽉 끌어 안으며 동국의 체취를 느꼈다.

"저, 발키리에 입단하고 싶어요. 허락해 줘요."

"전 괜찮지만, 다른 선수들이 걱정이네요. 다른 선수들은 아직도 지은 선수가 우리 팀을 향해 도발한걸로 알고 있거든요. 선수들에게 해명을 할 수 있나요?"

동국의 말에 그녀는 입을 앙 다물고선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그년들이 오해를 하던 말던 상관 없지만, 동국씨가 말하니 어쩔수 없었다.

"그리고 제 부인들과 연인들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녀들과 사이좋게 지내야 해요. 할 수 있나요?"


동국이 제일 중요한 부분에 대해 묻자, 지은은 순간 대답을 할  없었다. 그녀는 동국의 여자들과 사이 좋게 지낼 자신이 없었다.

그녀가 머뭇거리자, 동국이 단호하게 말했다. 여기서 확실히 대답을 들어야 그녀를 받아줄  있기 때문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나중에 분란이 일어날게 눈에 훤했다.

"지은 선수, 아니, 지은씨. 지은씨가 제 여자들을 인정하고 잘 지내야 제가 지은씨를 받아줄 수 있어요. 그렇게 할 수 있겠어요?"


"그, 그 말은...  동국씨의 연인으로 받아 준다는 말인가요..?"

지은이 떨리는 목소리로 동국에게 묻자, 동국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아..!"

그러자 지은은 벅차오르는 감정에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동국씨도 자신과 같은 마음이었다니..! 역시 동국씨와 자신은 운명의 천생연분이었다.

"그래요, 동국씨의 연인이 되기 위해서는 그정도는 감내할  있어요..! 흑..! 사랑해요, 동국씨!"


지은이 감격의 눈물을 흘리자 동국은 그런 그녀를 토닥여 주었다.


한편 동국의 일행들은 동국과 약간 떨어진 곳에 옹기종기 모여서 동국과 지은의 행동을 바라보고 있었다.


"쟤네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걸까..?"

"언니들, 방금 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알려줘봐."


지아와 앤서니가 궁금해 하며 묻자, 다른 곳에 있었던 벨리나와 재은 역시 귀를 기울였다.

"아, 그게 말이야..."

리사와 아연이 방금 전에 있었던 일에 대해 설명을 했다. 설명이  끝이 나자 다들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저 멀리에 있는 지은을 바라보았다.


"그럼 뭐야, 저 사람이 우리 오빠를 좋아했었다고? 그래서 그렇게 행동을 했다?"

"말 들어보니깐 그런거 같던데..?"


"허, 참. 어이가 없네..."

자신의 마음을 알리기 위해서 그런 행동을 한다니. 그녀들은 확실히 지은이란 사람이 어떠한지에 대해 알 수 있었다.

"근데 뭔 말을 하길래 저렇게 끌어 안고 있는거지..?"

리사가 동국과 지은을 바라보며 중얼거리자, 벨리나가 대답했다.

"음... 아마  선수가 원래 영입 리스트에 있었으니깐, 영입할려고 그러는거 아닐까요?"


"오... 만약 영입하면 꽤나 조회수가 오르겠네~"


재은은 이 와중에 기사감을 찾아서 기쁜지 슬쩍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취재 수첩에 무언가를 적기 시작했다.


잠시 후 동국과 지은이 그녀들에게 다가왔다. 지은은 동국의 팔을 꼬옥 붙잡고 있었다.  모습에 그녀들의 인상이 안 좋아진 가운데, 동국이 지은을  쳤다.


"자, 지은씨. 어서 사과하세요."

"크, 크흠... 오늘 경기에서 홈런 치고 세레머니를 한것에 대해 사과하겠습니다. 도발 할려는 의도가 아니였는데, 그렇게 오해 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 점 사과의 말씀 드립니다."


지은이 사과를 하자 다들 떨떠름하게 그 사과를 받아 주었다.

"흠... 뭐, 네. 사과를 받아 드릴게요..."

"그래요, 뭐... 알겠어요..."


가장 흥분을 했던 리사와 아연이 사과를 받아드렸고, 벨리나나 다른 선수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리고 다음 시즌부터 발키리에서 뛰고 싶습니다. 동의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지은의 말에 다들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놀랐는지 살짝 웅성거렸다.

"헐... 진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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