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5화 〉95회.
그녀는 흥분된 마음을 이끌고 자신의 집으로 되돌아 왔다. 그러고는 곧바로 컴퓨터를 켜서 동국에 대해 검색했다.
[창단팀이 우승에 이르기까지...]
[돌풍의 발키리! 2부 리그 우승에 이어 승격까지..!]
[벨벳 그룹 외동딸, 한 오구 팀 감독과 결혼해...]
[승격팀이 컵 대회에 우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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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에 대해 검색을 하니 주로 발키리에 대한 기사가 떴다.
그런 기사들을 하나하나 읽어본 지은. 그러다가 재은이 처음 작성한 기사에서 동국이 지아와 앤서니랑 함께 찍은 사진을 발견했다.
"으... 내 이상형이 이미 결혼을 했다니... 이럴수가..!"
기껏 발견한 이상형이 이미 유부남이란 사실에 그녀는 고개를 숙이곤 부들부들 떨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외마디 비명을 지르곤 고개를 번쩍 쳐들었다.
"그래..! 동국씨도 여러 명이랑 결혼을 했으니 나 역시 가능하겠지..!"
그녀의 눈에서 안광이 새어나왔다. 동국에 대한 호칭도 어느새 동국'씨'로 변경되었다.
지은은 동국에 대한 정보를 계속 수집해, 그의 나이가 25살이고, 올해에 처음으로 오구 팀을 창단한것, 그리고 현재 아내가 3명이란 사실을 알아냈다. 하지만 그의 고향이라던가 가족에 대한 정보는 일절 없었다. 물론 지은은 이러한 점을 전혀 수상하게 여기지는 않았지만...
"어떻게 해야 내가 접근할 수 있을까..? 그냥 찾아가면 될려나..? 아니지, 마침 발키리는 포수가 없다고 하니 이 참에 팀을 옮기는게 더 좋겠어... 여기 호수공원도 좋긴 하지만 내 이상형이 먼저지... 기다려요, 동국씨..!"
중얼거리며 왔다 갔다 거리던 지은은 이내 침대에 철썩 누웠다. 그러고선 자신의 가슴에 손을 얹었다.
"하... 이 떨림... 이 심장박동..! 이런 느낌은 처음이야..!"
그렇게 두근거림을 느끼던 지은은 이내 벌떡 일어났다. 그러고선 다시 나갈 채비를 했다.
"그래, 내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 발키리에 입단을 하려면 우선 내 실력부터 뽐내야겠지. 흐흐 내 실력을 보고 한 눈에 반하도록 만들겠어..!"
진한 미소를 지은 지은은 이내 다시 경기장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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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이 일산 레이크걸즈는 완전 포수 원맨팀이란 말이지..?"
동국은 서재에서 다음 경기 상대인 일산 레이크걸즈에 대해 분석하고 있었다.
동국이 레이크걸즈를 분석했을때, 이 팀은 다른 선수들의 기량은 상대적으로 떨어지지만 포수 1명의 능력으로 승승장구 하고 있었다. 이는 작년 성적과 올해 성적을 비교해보면 확연히 드러났다. 작년엔 중 하위권이었던 리그 성적으로 갑자기 우승을 해버렸으니...
"그리고 이 포수는 상당히 마음에 들고..."
신지은. 대체로 흰색인 머릿결 끝에 분홍색으로 물든 헤어스타일을 한 그녀는 특이하게 눈도 분홍색이었다. 현실에선 이런 스타일이 있기 힘들었으나 여기는 가상현실 속이니 이런 스타일도 있는거겠지.
하여튼 그런 흰색과 분홍색이 섞인 머리 색에 분홍색 눈동자, 거기에 풍만한 몸매. 몸매는 거의 리사랑 앤서니랑 비교할 수 있을 만큼 풍만했다.
그녀가 포수 장비를 착용하고 있으면 가슴 때문에 장비가 약간 떠 있을 정도였다.
동국 역시 지은에 대해 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녀의 실력이 상당히 뛰어남과 동시에 괴짜라는 사실도. 그리고 올해로 다시 FA가 된다는 사실도 말이다.
다만 그녀의 외모랑 실력이 뛰어나긴 하지만 과연 그녀가 발키리에 올까 라는 생각엔 의문이 들긴 하지만, 어쨌거나 동국은 그녀에게 슬쩍 제안을 해 볼 생각이었다.
혹시 또 아나? 그녀가 일산 호수 공원에 꽂힌 것처럼 그녀가 발키리 홈 구장의 시골 풍경에 꽂힐줄... 물론 그럴 일은 별로 없어보였지만...
동국은 벨리나와 다음 경기에 대해 상의하기 위해 그녀를 찾아 경기장으로 향했다. 경기장에서는 오늘도 어김없이 훈련이 진행되고 있었다.
"흠..."
앤서니가 던지는 공을 아연이 상대하고 있었고, 마찬가지로 벨리나가 던지는 공을 지아가 상대하고 있었다. 그리고 리사는 옆에 서서 그녀들에게 잔소리를 하고 있었고.
"훈련은 어때?"
동국이 리사의 옆으로 다가가 묻자 리사가 고개를 돌려 동국을 쳐다봤다.
"뭐, 괜찮다. 솔직히 말하면 벨리나가 과연 다음 경기에서 뛰어난 성적을 낼것인가엔 좀 의문이 들긴 하지만, 그거야 어쩔 수 없는 노릇이지. 내가 봤을 땐 우리 팀은 실력 그 이상의 성적을 내고 있으니..."
리사의 냉정한 시선에 동국 역시 동의했다. 사실 동국이 봤을 때 컵대회 우승 자체가 운이 좋았다. 부전승으로 결승에 올라간 것도 그렇고, 결승에서 이긴 것도 그렇고. 물론 지금이야 아연이 새로 합류를 했으니, 충분히 이길 자신이 있지만 말이다.
지금도 역시 마찬가지다. 레이크걸즈 팀이 다른 예선에 진출한, 그리고 우리 발키리의 선수들에 비해 약간 떨어진다고 해도, 발키리보다 선수들이 더 많았고, 그건 전체적인 능력은 더 뛰어나다는 걸 뜻한다. 발키리는 아직까지 포수와 우익수, 그리고 1루수가 AI선수이니 말이다.
그리고 벨리나의 실력은 동국이 봤을때, 아직까진 1부 리그 급이었다. 그녀의 실력으론 레이크걸즈의 타선, 특히 지은을 막기엔 역부족일터였다.
그러나 승패가 뻔히 보여도 동국과 발키리 선수들은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게 그들이 해야 할 일이니깐. 다만 동국은 그렇게까지 프로 의식이 있지는 않지만...
"자, 자! 오늘은 일찍 훈련을 끝내고 상대 팀 분석에 들어가자고! 다들 훈련은 그만해!"
동국의 외침에 선수들이 훈련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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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은은 요즘 계속 어떻게 해야 부모님을 설득시킬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했다. 동국이 컵대회 때문에 바빠서 그녀 말고는 고민을 할 사람이 없었다.
그녀는 슬쩍 그녀의 어머니에게 동국의 부인들과 한번 만나보는게 어떠냐고 제안했다.
"동국씨 부인들과 한번 만나보라고?"
"네, 어머니. 한번 만나보면 게네들이 어떤 얘들인지 아실거에요. 게네가 얼마나 착한 얘들인데요."
재은의 제안에 그녀의 어머니는 약간 부담스러워했다. 남편의 여친의 어머니와 부인들이 만난다니... 그녀가 생각하기엔 너무 뻔뻔스러워 보였다.
"아무리 그래도 내가 그... 부인들과 만나는건 너무 이상하지 않겠니..?"
"아이, 그렇지 않다니깐요. 일단 컵 대회가 있으니 지금 당장은 안되고, 다음에 한가해 지면 제가 약속을 잡아 볼게요. 그럼 한번 만나 보시는거에요?"
재은의 재촉에 결국 고개를 끄덕이는 어머니. 하지만 그녀는 못내 찜찜한지 영 표정이 그랬다.
'하아... 그래, 내가 그래도 한 번 확인을 해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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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날이 되서 예선 2차전이 펼쳐졌다. 경기 장소는 고양에 위치한 일산 레이크걸즈의 홈구장.
일산으로 가면서 동국은 뭔가 아쉬웠다.
'그러고 보면 버스 뒷부분에 특훈실을 만들어 놓고는 쓰질 못하는구나...'
원래는 원정 경기 때 사용을 할려고 거금 들여 만들었으나, 정작 쓸 일이 없었다. 원정 경기장에 일찍 가서 버스 안에서 특훈을 할 바엔 차라리 숙소에서 하는게 훨씬 더 편했다.
버스 내부에 있는 특훈실에서 하려면 이렇게 원정을 떠날 때 해야 하는데, 정작 버스를 동국이 모니 할 수가 없는것이었다.
'구단 매니저를 뽑아야 하나..?'
선수들이 점차 늘어나고, 구단의 위치도 점차 높아지니 동국도 슬슬 구단 직원을 뽑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국 혼자서 감당하기엔 너무 벅차진것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새 경기장에 도착을 했다. 사람이 많이 사는 도시라 그런지 구경 온 관중들도 꽤 많았다.
동국은 그 모습을 잠깐 부럽게 바라보고는 이내 차를 주차했다.
동국을 비롯한 발키리 선수들이 원정팀 더그아웃으로 들어오자 몸을 풀고 있던 지은이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아아... 실물이 더 잘 생긴거 같아..!'
동국의 실물을 보고선 황홀한 표정을 지은 지은은 조금 뒤 표정을 굳혔다. 동국이 선수들과 다정하게 행동하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두고 봐... 동국의 옆자린 이제 내 차지가 될테니깐... 그러기 위해선 내 실력을 한껏 돋보이고 다른 년들의 실력을 떨어뜨려야지...'
지은은 오늘 경기에서 발키리를 철저하게 박살내 동국이 그녀를 필요로 하게끔 느끼도록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경기가 시작되고 1회 초, 지아가 선두 타자로 나섰다.
상대 선발 투수의 실력이 그렇게 뛰어나지 않다는 동국의 분석에 그녀는 자신감을 가지고 타석에 들어섰다.
'흠... 아직 몸이 덜 풀린 것 같군...'
지아가 타석에 들어서자 지은은 지아의 모습을 한번 스캔하고는 투수에게 한가운데 직구를 요구했다. 그 황당한 사인에 투수는 어이가 없었지만, 만약 말을 안 들으면 곧바로 지은이 마운드를 방문할걸 알기에 체념의 한숨을 내쉬고선 직구를 던졌다.
'음..? 한가운데 직구..?! 실투인가..?'
지아는 이게 왠 떡이냐며 바로 배트를 휘둘렀다.
탁~
하지만 약간 반응이 늦었는지, 아니면 운이 없는 건지 타구는 1루수 정면으로 향했고, 그대로 잡히고 말았다.
"아이... 아쉽네..."
1루로 몇 걸음 뛰지도 못한 지아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선 더그아웃으로 되돌아 갔다. 그리고 그 모습을 지은은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았다.
'흥..! 어쩌다 동국의 눈에 들어서 실력이 상승하다니... 운 좋은 년..! 하지만 그것도 오늘까지다... 오늘 너의 진정한 실력을 까발려주마...'
지아의 뒷모습을 질투 어린 눈빛으로 쳐다본 지은은 타석에 들어서는 또 다른 선수들 보고 다시 인상을 찡그렸다.
'장아연... 김해에서 떠돌던 년을 동국이 직접 내려가 데리고 온 부러운 년..! 난 더 가까이에 있었는데 왜 나에게는 접근하지 않는거지..?! 내가 너 역시 쓸모 없다는 걸 다 까발리겠어..!'
지은은 투수에게 몸쪽 깊은 직구를 요구했다. 지은이 보기에 아연은 부상 때문인지 몸쪽 공에 약해 보였다.
투수는 지은의 사인에 맞춰 타자의 몸쪽 깊게 직구를 찔러 넣었다.
'앗..!'
공이 깊게 들어오자, 아연은 반사적으로 공을 막기 위해 배트를 휘둘렀다.
틱~
배트에 빗 맞은 공은 하늘 높이 떳고, 지은이 포수 마스크를 벗어 던지고선 그 공을 잡았다.
"아웃~!"
포수 팝 플라이 아웃으로 허망하게 아웃 되자 아연은 고개를 떨구고선 더그아웃으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