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3화 〉93회.
2회 초엔 아연이 안타를 치고 나갔지만, 후속타가 터지지 않으며 득점 없이 끝이 났다.
1아웃 상황에서 지아가 투수 땅볼로 물러나고, 아연 역시 투수의 체인지업에 땅볼을 쳤지만, 코스가 좋아서 안타로 이어졌다.
다만 다음 타자가 1루 땅볼을 치며 바로 분위기를 역전 시키지는 못했다.
2회 말.
1번 타자와 2번 타자를 뜬공과 땅볼로 잘 돌려세운 앤서니. 하지만 강하게 던진 직구가 가운데로 몰리자 큰 타구를 허용하고 말았다.
따악~!
제대로 잡아 당긴 타구는 좌익수 방면으로 날라갔고, 지아가 끝까지 쫓아가 펜스를 밟고 점프까지 하였으나, 공은 지아의 키를 훌쩍 넘기는 홈런이 되고 말았다.
"오... 저런..."
"맞는 순간부터 홈런이였어..."
타구가 날아가는 걸 더그아웃에서 바라본 동국과 리사는 타구가 그대로 담장을 넘어가자 망연자실했다.
"자, 자. 뭘 그렇게 기운이 없어요! 아직 2점밖에 내주지 않았잖아요~! 이 정도면 리사 언니가 대타로 나서서 금방 따라잡을 수 있는 점수에요!"
벨리나의 외침에 동국이 리사의 손을 꼭 잡았다.
"리사... 해줄 수 있는거지..? 지아랑 아연이 출루하면 너가 만루 홈런을 때려줄 수 있는거지?"
동국의 간절한 눈빛에 리사가 식은땀을 흘렸다.
"하하... 내가 홈런 친다고 칠 수 있나..."
리사의 대답에 동국이 그녀의 손을 잡고 일으켜 세웠다.
"그럼 그 때를 위해서 내가 힘을 내야지. 자, 따라와. 벨리나, 너가 봐서 앤서니랑 다른 선수들도 나에게 보내줘. 알았지?"
동국이 리사의 손을 잡고 더그아웃 뒤편에 마련된 복도로 나가려고 하자, 벨리나가 리사를 부러운 눈으로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제가 알아서 보낼께요"
그렇게 복도로 나온 둘은 원정팀 락커룸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잠시 후 락커룸에서는 여자의 신음 소리가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2회 말을 끝내고 앤서니가 오자, 벨리나는 앤서니를 락커룸으로 보냈고, 3회 초에 5번 타자의 차례가 되자 지아를 보냈다.
지아가 땅볼로 아웃되자, 벨리나는 앤서니를 데리러 락커룸으로 향했다.
"앤~! 이제 나가야 될 시간이야~!"
락커룸에 들어서자 벨리나를 반기는 이 야릇한 공기. 벨리나가 들어갔을 땐 마침 동국이 앤서니의 목구멍에다가 사정을 하고 있었다.
"웁...! 음...!"
옆에는 리사가 거의 알몸으로 긴 의자에 누워 있었다.
"으... 잘 쌌다. 앤서니, 잘 하고 올 수 있겠지?"
"으응~ 동국의 밀크도 마셨으니 기운내볼게"
"그래, 좋아."
동국은 앤서니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선 널브러져 있는 리사에게 다가갔다.
"자, 리사. 한방을 위해서 다시 힘내자고."
"으으..."
아직 수그러지지 않은 자지를 그대로 리사의 보지에 쑤셔 넣은 동국.
그 모습을 벨리나는 살짝 얼굴을 붉힌 채 바라보고는 앤서니를 데리고 락커룸을 나섰다.
동국의 밀크가 효과가 있었는지 앤서니는 선두 타자에게 안타를 내주긴 했지만, 다음 타자를 병살타로 처리, 2번 타자를 외야 뜬공으로 처리하며 처음으로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었다.
하지만 마땅한 공격 찬스가 만들어지고 있질 않았는데, 4회 초에 선두타자로 나선 아연이 땅볼로 아웃되는걸 시작으로 나머지 두 타자 역시 내야 땅볼로 이닝이 끝나고 말았다.
"하... 이거 걱정이네... 어떻게든 출루에 성공을 해야 리사를 대타로 세우던가 할텐데..."
벨리나가 알려준 경기 소식에 동국은 턱을 쓰다듬으며 고민을 했다.
벨리나는 동국이 고민하는 걸 보고선 힐끔 의자에 널브러져 있는 리사를 쳐다보았다.
리사는 의자에 기대서 다리를 벌리고 있었는데, 그 사이에선 정액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으... 저 표정 좀 봐... 완전 뿅 간 얼굴이야...'
리사의 해롱해롱 거리는 표정을 약간 부러운 눈빛으로 쳐다본 벨리나. 그런 벨리나의 모습에 동국이 슬쩍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 보니 만약 우리 팀이 5회 초에 역전을 하면 마무리로 벨리나를 올려야 하는데, 그럼 미리 준비를 하고 있을까..?"
"네, 넷..! 그, 그러는게 좋겠네요..."
동국의 말에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한 벨리나였다.
4회 말, 슈거걸즈의 중심 타자인 3번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운 앤서니는 4번, 5번 타자 역시 땅볼로 아웃시키며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수비를 마무리 지었다.
그리고 발키리의 마지막 공격인 5회 초.
다 이겼다는 마음가짐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건진 모르겠지만, 투수의 공이 갑자기 제구가 잘 되질 않았다.
3볼 1스트라이크로 몰린 상황에서 발키리의 AI타자는 큼지막한 장타를 때려냈고, 단숨에 2루로 내달렸다.
생각지도 못한 AI타자의 장타에 관중들은 술렁겨렀고, 투수 역시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가자~! 마지막 절호의 찬스다~! 지아, 화이팅~!"
동국의 외침에 지아는 한껏 좋아진 컨디션을 느끼며 타석에 들어섰다.
'일단 내 뒤에 아연 언니랑, 리사 언니가 있으니 타점보다는 출루에 중점을 두자..!'
그렇게 생각한 지아는 투수의 초구가 아주 절묘하게 제구가 잘 된 체인지업이 들어오자 생각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음... 이거 제구가 갑자기 좋아진건가..?'
고개를 갸우뚱 하며 잠깐 생각에 빠진 지아는 이윽고 공 1개를 더 보기로 했다.
슈욱~
이번엔 몸쪽으로 빠른 공을 찔러 넣는 투수. 2구 역시 제대로 제구가 잘 된 공이었다.
2스트라이크로 몰리게 되자, 지아의 마음이 급해졌다.
마침 내야수들의 수비 위치가 번트나 실점에 대비해 전진 배치 하고 있었기에 지아는 공을 제대로 컨택 해서 내야수의 키를 살짝 넘기기로 마음 먹었다.
'그래. 힘 들이지 말고 컨택에 집중하자..!'
배트를 짧게 쥐고선 투수를 노려보는 지아. 그런 지아에게 3구가 날라왔다.
타자의 헛스윙을 유도하는 체인지업에 지아의 배트가 정확히 공을 때려냈다.
딱~
짧게 밀어친 타구가 그대로 전진 배치 되어 있던 1루수 키를 살짝 넘기며 떼굴떼굴 1루 라인을 따라 굴러갔다.
2루 주자는 그대로 홈인, 그리고 타자 주자는 1루수와 우익수가 공을 잡으러 허겁지겁 뛰어가는 사이에 2루에 슬라이딩을 하였다.
"우와아아~!!"
"예쓰~!! 지아가 해냈어~!!"
"지아, 짱이다~!"
애매한 타구를 빠른 발을 통해 2루타로 만들어내자 관중들은 환호했고, 발키리의 더그아웃 역시 흥분에 빠졌다.
지아가 원정팀 더그아웃을 향해 세레머니를 하는 동안 슈거걸즈 더그아웃에서 투수코치가 마운드를 방문했다. 둘은 쑥덕쑥덕 거리더만 다음 타자인 아연을 고의사구로 내보내 비어 있는 1루를 채웠다.
그러자 동국은 곧바로 리사를 대타로 내세웠다.
"슈거걸즈가 리사 너를 까먹었는지, 아니면 우습게 본건진 모르겠지만, 가서 사랑의 힘을 보여줘~!"
동국이 그녀의 등을 팡팡 두드리자, 리사가 고개를 돌려 동국을 바라봤다.
"저기, 그만 좀 칠래..? 안 그래도 너가 많이 싸서 정액이 새어 나오려고 하잖아."
리사의 말에 동국이 그녀의 엉덩이를 한번 보고는 음흉하게 웃었다.
"그래, 내가 정액 주사도 한방 놔 줬으니, 너도 한방 때리라고."
그러면서 리사의 엉덩이를 웅켜쥐자, 리사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기대하고 있어."
대타로 리사가 타석에 들어서자 마운드에 있던 투수의 표정이 살짝 바뀌었다. 그 표정 변화에 리사는 고개를 갸웃했다.
'뭐지..? 진짜 내가 대타로 나설 줄 몰랐나..? 하여튼 나에겐 찬스인거지...'
리사가 초구를 기다리며 눈을 반짝이고 있자, 투수는 표정을 굳히고서 공을 던졌다.
"파울~"
체인지업이 생각보다 더 떨어져서 파울이 되자, 리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흠... 그래. 이 정도면 지역 리그에서도 뛸 정도는 되겠어...'
두 번째 공은 이번 시합에서 간간히 던지던 슬라이더였다. 생각지도 못했던 슬라이더가 들어오자, 리사는 배트를 내밀지 못했고, 그대로 2스트라이크로 몰리게 되었다.
'쫌 한다 이거군...'
배트를 꽉 쥐고선 다음 공을 기다리자, 투수는 긴장했는지 높게 빠지는 직구를 던졌다. 순간적으로 포수가 잡지 못했더라면 그대로 폭투가 될뻔했다.
직구 컨트롤이 순간적으로 안되자 투수는 믿을건 체인지업밖에 없다고 생각했는지 다시 한번 체인지업을 던졌다.
그리고 이는 리사 역시 생각을 하고 있던 구종이었다.
'걸렸어..!'
그대로 밀어친 타구가 쭉쭉 뻗어가 그대로 펜스를 직격했다. 너무 잘 맞아서 그런지 홈런이 되지는 않았지만, 2루타가 되기에는 충분했다. 공이 펜스를 맞고선 우익수의 생각보다 더 튕기는 바람에 펜스 플레이가 제대로 되질 못했고, 그 덕분에 리사는 느린 걸음으로도 여유롭게 2루로 걸어갈 수 있었다.
홈 팀인 슈거걸즈가 역전을 당하자 관중석은 침묵에 빠져들었고, 몇몇 발키리를 응원하는 팬들만이 신나게 소리를 질러댔다.
"좋아~! 역시 리사가 해낼줄 알았어~!"
"이대로 이기자~!"
리사의 적시타로 역전에 성공하자 더그아웃에서 이 상황을 지켜보던 동국과 앤서니, 벨리나는 펄쩍펄쩍 뛰며 기뻐했다.
리사는 슬쩍 자신의 배를 쓰다듬으며 동국을 바라봤고, 동국은 그 모습에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엄지척을 날려 주었다.
리사의 역전 적시 2루타에 흔든린 투수는 다음 타자에게 몸에 맞는 공을 내주고 말았고, 결국 교체되고 말았다.
계속된 무사 만루의 위기 상황에 등판한 슈거걸즈의 두번째 투수는 5번 타자에게 병살을 유도했지만, 리사의 득점을 막을순 없었다.
그렇게 1점 더 달아나게 된 발키리는 지아와 아연이 연속 안타를 뽑아내 다시 2사 만루의 찬스를 만들어냈지만, 다음 타자였던 리사는 이미 교체되었기에 더 이상의 추가 득점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자, 이제 벨리나가 잘 막기만 하면 된다. 잘 할 수 있지?"
동국이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히며 말하자 벨리나가 다부진 표정을 지었다.
"네, 꼭 경기를 마무리 하고 올게요..."
벨리나가 마운드에 오르자, 선두 타자는 긴장을 했다. 투수가 스크류볼이라는 희귀한 공을 던진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타자는 스크류볼이라는 생소한 구종 대신 벨리나가 던지는 다른 구종, 직구와 커브를 노리기로 하였다.
초구. 커브로 보이는 공이 날라오자, 타자는 바로 배트를 휘둘렀다.
'아니..!'
틱~
하지만 몸쪽으로 들어오던 공의 궤적이 바깥쪽으로 휘어졌고, 공은 배트에 빗맞고 말았다. 데굴데굴 구르는 공을 그대로 잡아서 1루로 던지는 아연. 타자는 필사적으로 달렸으나, 공보단 빠를 순 없었다.
'흐흣. 타자들이 노리는 공이 뭔지 뻔히 보이는데 내가 그 공을 왜 던지겠어..?'
2번 타자 역시 벨리나의 스크류볼을 의식하다가 높은 직구를 건드려 내야 뜬공으로 아웃되었다.
그렇게 2아웃이 되고, 마지막으로 3번 타자가 타석에 들어섰다.
그녀는 벨리나가 던진 초구, 둘째 구의 스크류볼을 그냥 지켜만 보았다.
'흐음... 지켜만 본다... 그럼 뭘 노리는거지? 직구? 아니면 스크류볼의 궤적이 눈에 익었으니 스크류볼..?'
고민하던 벨리나는 그저 자신이 가장 자신 있는 공을 던지기로 마음먹었다. 크게 와인드업을 하고 던진 공이 벨리나의 손을 떠났다. 천천히 떨어지는 공에 타자의 배트가 휘둘러졌다.
"스윙~! 삼진 아웃~! 경기 끝~!"
"예쓰~! 좋았어!"
마지막 타자를 삼진 처리한 벨리나가 두 팔 벌려 환호했고, 2루에 있던 아연이 벨리나에게 다가와 껴안았다.
그렇게 예선 1차전은 발키리의 역전승으로 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