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92화 〉92회. 경기 지역 컵 대회 예선 (92/297)



〈 92화 〉92회. 경기 지역 컵 대회 예선

분당에 위치한 슈거걸즈 경기장으로 이동한 발키리 선수들.

"자, 오늘 상대가 만만한 팀은 아니지만, 최선을 다해서 높은 곳까지  보자고!"


"오우~!"


"파이팅~!"


동국 말대로 분당 슈거걸즈 팀은 남주시보다 실력이 더 뛰어난 성남 컵대회에서 우승한 팀으로 객관적으로 봤을때, 우리보다 한 수 위라고 평가 받는 팀이다.


지역 리그 급 선발 투수 2명에 지역 리그  2, 3번의 중심타자, 거기에 준수한 나머지 타자들까지. 선수들은 발키리도 밀리지 않고 오히려 살짝 우위지만 아직 모든 선수들이  채워지지 않았기에 여기저기 구멍이 많았다.


오늘 슈거걸즈의 선발 투수는 우완으로 리그는 물론 컵 대회에서도 뛰어난 성적을 기록했다. 지역 리그에서도 충분히 활약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

구종은 주로 120km대의 빠른 강속구와 구속 차이가 상당히 나는 체인지업이 주무기로 타자들이 강속구에 정신이 팔려 있을 때 체인지업을 섞어서 타자들을 요리하는 타입.

"상대 투수는 주로 강속구로 카운트를 잡은 다음에 결정구로 체인지업을 던진다. 그러니 초반엔 빠른 공에 포커스를 맞추고, 나중엔 체인지업을 노려봐. 알겠지?"


"어, 알았어. 내가 꼭 출루하고 올게"

과연 동국의 말대로 초구엔 빠른 직구가 날라왔다. 다만 제구는 좀 부족한지 낮은 볼이 되었다.


'일단 동국 말대로 직구를 노리자..!'


지아는 그렇게 노림수를 가져가며 투수를 노려보았다.


'왔다..!'

그리고 초구가 볼이 된 게 마음에  들었는지, 이번엔 제법 가운데로 날라오는 공이었다. 자신 있게 배트를 휘두르는 지아.

'앗..!'


하지만 직구인줄 알았던 공이 점차 느려지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과감하게 던진 체인지업이었던 것이다.
지아는 황급히 방망이를 컨트롤해 어떻게든 공을 때려냈다. 타구는 애매하게 2루수 방향으로 흘러갔고, 지아는 빠르게 1루로 뛰었다.

2루수가 황급히 대쉬해 공을 잡고선 1루로 던졌지만 지아의 빠른 발이 먼저였다.


'하아 하아... 초반부터 과감하게 체인지업이라니... 생각했던 것과 다르잖아..!'

괜히 원망의 눈길을 동국에게 보내는 지아였다.

한편 발키리의 더그아웃 역시 투수가 초반부터 체인지업을 던지자 고개를 갸웃했다. 미리 준비한 전력 분석과는 다르게 투구 패턴을 진행한 것이다.


"끙... 이러면 골치 아픈데..."


"아연을 믿어봐라. 그래도 재능 하난 뛰어난 아이야. 저 정도는 공략해  수 있어."

리사의 아연에 대한 믿음에 동국은 아연을 간절하게 바라보았다. 여기서 최소한 진루타라도 쳐 줘야지 경기가 편안하게 진행된다.
상대  포수의 어깨가 좋은 편이라서 지아가 도루를 감행하기엔 불안감이 있어서 더욱 그렇다.

한편 아연은 오랜만에 타석에 들어서서 기분이 좋았다. 거기에 발키리의 루틴이라는 동국의 찐한 스킨십까지 더해지니 컨디션이 확 오른 느낌이었다.

'이제 여기서 이적 첫 타석을 홈런으로 장식하는거지... 흐흐... 그러면 동국이 기뻐해 주겠지..?'


아연은 바로  거 한 방을 노리며 초구를 기다렸고, 이번에는 초구를 체인지업으로 던진 투수였다.


부웅~

"스트라잌~"

다만 직구를 노리고 있던 아연은 체인지업에 크게 헛스윙 하였다. 몸을 한 바퀴 돌은 아연은 멋쩍게 장갑을 조였다.

'씁... 오랜만이라서 그런가 궤적이 좀 다르군...'

특히나 발키리의  투수가 모두 체인지업을 던지지 않아서 더 그런 것도 있었다. 경기를 자주 안 나가다 보니 체인지업의 궤적이 눈에 익질 않은것이다.


체인지업을 신경쓰다보니 투수가 던진 하이 패스트공에 아연은 대처를 할 수가 없었다. 눈 높이로 날라오다보니 반응은 했는데, 늦게 돌아간 배트로 인해 결국 높게 뜬 공은 그대로 포수의 글러브 속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음... 아직까진 좀 시간이 걸릴  같군..."


"..."

털레털레 걸어오는 아연을 바라보며 동국이 중얼거리자 리사는 그저 입을 다물고 아연을 안타깝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  나머지 3, 4번 타자들 역시 뜬공으로 아웃 되며 1회 초가 마무리 되었다. 선두 타자인 지아가 출루에 성공했지만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이지 못했다.


"앤서니! 상대 타자들이 실력이 좋긴 하지만, 그래도 너보단 못하니까 편하게 마음 먹고 던져! 알았지~?"


"응~ 알았어~"

동국의 외침에 앤서니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마운드로 향했다.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동국은 마음이 듬직해지는걸 느꼈다.

"하긴 앤서니는 언제나 여유로웠지."

"너무 여유로워서 훈련도 여유롭게 하지만 말이야..."

동국의 중얼거림에 리사가 덧붙히자, 동국은 뭐라 앤서니를 옹호해줄 수 없었다. 그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맞아..."


슈거걸즈의 1번 타자는 앤서니가 던진 초구 직구를 바로 노리고 쳤다. 다만 앤서니의 구위에 눌려서 그런지 약간 먹힌 타구가 되었고, 그래서 그런지 2루수와 좌익수 사이에 떨어질  같았다.


"으라차~!"

하지만 아연이 자신의 키를 넘어가는 타구를 뒤로 돌아 잡아내는 호수비를 펼쳤다.

"오우..!"


"이야아아~!!"

그 모습에 달려오던 지아가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고, 관중들은 아연의 호수비에 환호했다.

이런 놀라운 호수비를 보인 아연은 정작 유니폼에 흙이 들어가서 짜증을 내고 있었다.

"언니, 최고에요!"

"어? 어, 그래. 고맙다... 근데 이거 유니폼에 흙이 들어가서 엄청 거슬리네..."


계속해서 흙을 털어내는 아연의 모습에 지아는 뭐라  감탄하지 못하고 그대로 자신의 수비위치로 돌아갔다.


다음 타자 역시 앤서니의 초구부터 방망이를 휘둘렀는데, 2루쪽으로 날아가는 파울이 되었다. 타자들이 계속 적극적으로 배트를 휘두르자, 앤서니는 이번엔 아래로 떨어지는 유인구를 던졌다.


틱~

땅볼이 되긴 했지만, 그래도 공에 힘이 실렸는지 빠르게 앤서니쪽으로 타구가 굴러왔다.


"앗!"

앤서니가 황급히 잡으려고 했지만, 오히려 공은 글러브를 맞고서 2루쪽으로 튕기고 말았다. 아연이 공을 잡았을 땐 이미 타자는 1루 베이스를 통과한 상태였다.

"아이... 아쉽네..."

타자가 살아나가자 앤서니는 아쉬움에 자신의 글러브를 한번 쳐다보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연은 혹시나 앤서니가 실책 아닌 실책에 흔들릴까 봐 앤서니의 얼굴을 주의 깊게 살폈지만, 그녀가 보기에 앤서니는 깊게 생각 안 하고, 잊어버린 것 같았다.


'확실히 멘탈이 좋네... 나 같으면 계속 생각날텐데...'


몸 만큼이나 마음 역시 연약한 아연으로선 저런 여유만만인 앤서니의 멘탈이 오히려 부럽기만 했다.

1사 1루 상황에서 타석에 슈거걸즈의 중심 타자인 3번 타자가 타석에 들어섰다.


앤서니는 1, 2구를 모두 패스트볼로 던져서 1볼 1스트라이크 상황을 만들었다.


'으흠... 뭐지?  반응을 안하지..?'


처음  타자들과는 다르게 반응을 하지 않는 타자의 모습에 앤서니는 의아했다. 혹시나 싶어 이번엔 커브를 연달아 던졌지만, 타자는 요지부동이었고, 오히려 볼 카운트만 늘리게 되어 앤서니에게 불리하게 되었다.

'뭘 노리는 거지..? 슬라이더?'


3볼 1스트라이크로 몰리게 되자 앤서니는 가장 자신 있는 130km짜리 직구를 던졌고, 타자는 방망이를 휘둘러봤지만 구위에 밀려 뒤로 가는 파울이 되었다.


풀카운트 상황. 앤서니는 직구를 하나 던졌으니 다시 커브를 던졌고, 타자 역시 풀카운트 상황이라 당연히 배트를 휘둘렀다.

딱~


비교적 제대로 맞은 타구가 그대로 1, 2루간을 뚫고선 안타가 되었다.


1사 만루의 위기 상황이 되자, 동국이 마운드를 방문했다.

"앤서니, 뭐 문제 있어?"


"아니, 없어..."

"흠... 그래? 앤서니, 내가 처음에 자신감을 가지라고 했잖아. 타자가 노리는 공을 던지지 않으려고 하지 말고, 너가 자신 있는 공을 던지자. 알았지?"


동국의 말에 앤서니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응, 알았어~"

"그래, 무실점으로 틀어 막고 보자고"

동국은 그녀의 엉덩이를  치고는 다시 더그아웃으로 되돌아갔다.


'그래! 두 타자 모두 삼진으로 잡아내자고..!'


다시 마음을 다잡은 앤서니가 타석에 타자가 들어오자 힘차게 공을 뿌렸다.


빠르게 날아간 공에 타자는 움찔하며 배트를 내밀 수조차 없었다.


"볼~"

'쩝... 힘이 들어갔나..?'

구속은 빨랐지만, 제구가 약간 높게 되자, 앤서니는 마음을 가다듬고서 느린 커브를 던졌다. 빠른  다음에 느린 커브가 들어오자, 타자는 움찔하면서도 반응할  없었고, 그저 공이 존을 통과하는  바라만 보았다.

"스트라익~"


타자가 반응을 하지 못하자 다시 한번 커브를 던진 앤서니. 다만 곧바로 후회할 수 밖에 없었다.

따악~


제대로 맞은 타구가 내야를 빠져나갔기 때문. 2루 주자는 여유롭게 홈으로 들어왔고, 발이 느린 1루 주자는 홈까진 가지 못하고 2루에서 멈췄다.


스코어 0-1로 슈거걸즈가 선취점을 얻어내고야 말았다.


잇따라 커브를 던져서 안타를 허용하자, 앤서니는 강속구 일변도로 투구 패턴을 바꾸었고, 그녀의 구위에 밀린 타자가 2루쪽으로 밀린 타구를 날려보냈다.


2루 라인 선상에서 공을 잡은 아연이 바로 2루 베이스를 밟고선 1루로 공을 던졌다. 타자가 빠르게 뛰어보았지만, 아연의 송구가 먼저였다.


"좋았어~!"

"우와~! 아연 언니, 최고~!"

병살타로 타구를 마무리 하자, 아연은 글러브를 때리며 환호했고,  광경을 조마조마 하게 바라보던 앤서니 역시 기뻐하며 아연에게 엄지척을 날렸다.

비록 선취점을 내주긴 했지만, 계속된 1사 만루의 위기를 병살타로 마무리한 것이다.

수비에 나섰던 선수들이 더그아웃으로 돌아오자, 더그아웃에 있던 동국과 리사, 벨리나가 이들을 맞이했다.


"좋아, 좋아. 비록 1점 내주긴 했지만, 충분히 따라 잡을  있어!"

"맞아, 맞아! 지아랑 아연이  건 해줄거야"

동국과 리사의 외침에 지아가  웃었다.


"기다려 보라고. 내가 오랜만에 홈런을 치고 올테니깐."

지아의 호언장담에 동국이 아연을 바라보자, 아연도 엉겁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럼... 나도 질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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