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7화 〉87회.
리사가 당황해서 급히 아연에게 동국을 소개했다.
"아연아, 이 사람은 기사님이 아니라 우리 구단 감독님이야."
"아, 그래...? 난 또 기사님이 따로 계시는 줄 알았지... 안녕하세요, 감독님"
아연은 별다른 미안한 기색 없이 동국에게 다시 인사를 했다.
"아, 예. 타시죠"
동국은 그냥 그러려니 하고선 넘겼다. 뭐, 오해할 수도 있기 때문.
아연은 숙소로 가는 내내 자신이 여기까지 오는 여정에 대해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내가 진짜 너랑 통화를 하자마자 바로 버스 타고 구포역으로 간 거 아니겠니. 가니까 ktx 시간표를 보고 제일 빠른..."
얘기를 들어보면 그만큼 자신이 절박하다는걸 어필하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넌 진짜 나에게 부상 회복하는 방법 알려줘야돼. 알겠지?"
"아, 그래. 알겠으니깐 이제 조용히.. 아, 다 왔다. 여기가 우리 숙소야"
리사의 말에 아연은 숙소를 바라보곤 깜짝 놀랐다.
"아니 숙소가 왜 이렇게 좋대...? 시골에 있어서 그런가...?"
아연의 중얼거림에 동국이 대꾸했다.
"여러명이 함께 사니깐 그렇죠. 자, 들어가서 일단 밥부터 먹죠. 아직 식사 안 하셨죠?"
"아, 네... 그렇긴 한데.."
같이 밥 먹자는 얘기에 의외로 그녀는 약간 송구스러워 했다.
집 안으로 들어가자 아연이 온다는걸 알고 있었던 얘들이 인사를 하였다.
"안녕하세요"
"아, 안녕하세요"
설마 마중 나올 줄은 몰랐는지 약간 당황한 아연이었다.
그녀는 솔직히 숙소에서 리사와 둘이 만날 줄 알았기에 이렇게 팀 전체가 자신을 맞이할 줄은 몰랐다.
그러나 그녀들은 아연이 자신의 팀으로 입단하는 걸 기정 사실화 하고 있기에 이렇게 그녀를 맞이하는것이었다.
"자, 우선 밥부터 드시죠"
동국이 미리 식사가 준비되어 있는 식탁으로 그녀를 안내했다. 그녀는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숙소를 구경하다가 미리 준비된 음식들에 매우 송구해 했다.
"아, 예... 감사히 먹겠습니다..."
자리에 앉아 식사를 하면서 동국이 아연에게 음식에 대해 물었다.
"음식은 어떠세요? 맛은 있나요?"
"아, 예. 상당히 맛있네요... "
"그래요? 다행이네요"
그렇게 눈치를 보며 식사를 하던 중 옆에 앉은 리사가 아연에게 작게 소곤거렸다.
"이거 동국, 아니 감독님이 하신 음식이야. 몰랐지?"
"어, 진짜...?"
리사의 말에 깜짝 놀란 아연. 그녀는 감독이 이런 저녁을 차릴 줄은 정말 몰랐다. 그녀가 보아온 감독들은 항상 권위적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이렇게 선수들이 숙소에서 같이 생활한다는 거 자체가 별로 없는 일이었다. 다 각자 집에서 출퇴근을 하기 때문. 그래서 그녀는 항상 경기장 근처에서 자그마한 원룸을 얻어 생활을 해 왔었다. 항상 제대로 된 밥을 못 먹었는데, 이렇게 집 밥을 먹게될 줄은 몰랐다.
"근데 그 회복 방법은 언제 알려줄거야..?"
계속 밥을 먹던 중 안달이 난 아연이 리사에게 작게 소곤댔다.
"아, 밥 다 먹고"
하지만 리사는 상당히 느긋했다. 그에 아연만 안달이 났다.
그렇게 식사를 다 하고 나서 얘들이 뿔뿔이 흩어지고 나서 본격적으로 리사가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너가 나에 대한 기사를 봤는지 모르겠는데..."
"어, 봤어. ktx 타고 오면서 봤어"
중간에 말을 끊는 아연에 리사가 인상을 살짝 썼지만 계속 말을 이어갔다.
"하여튼 거기에 보면 내가 부상을 당했을 때 여기 감독님이 나에게 스카웃 제안을 했다고 했잖아"
"어, 그래서?"
"그 때 내가 왜 당시에 2부 리그 팀이었던 발키리에 들어가겠다고 했을까?"
그녀의 물음에 아연은 인상을 찌푸렸다.
"아, 쫌..! 뜸 드리지 말고 빨리 얘기해. 나 안달 나게 하지 말고"
"쯧쯧.. 호들갑 떨기는.. 그 때 감독님께서 내 부상을 회복시킬 수 있다고 하셨기 때문이야"
그녀의 말에 아연의 눈이 동그레졌다. 리사의 경이로운 부상 회복의 원인이 이 팀의 감독에게 있단 말인가...!
그녀는 반사적으로 설거지를 하고 있는 동국의 뒷모습을 쳐다보았다.
'저 숙소의 식모 같은 감독에게 그런 능력이 있단 말이야...?'
새삼 동국이 다르게 보이는 아연이었다. 그저 잘생겨서 바람둥이처럼 보이던 감독이었는데...
"좀 더, 좀 더 자세히 말해봐. 그 방법이 뭔데..?"
"흐음... 이건 기밀이라서 함부로 알려줄순 없는데~"
아연의 애가 탄 표정에 괜히 뜸을 드리는 리사. 그런 리사의 태도에 아연은 화가 났다가, 이내 사정하기 시작했다.
"아니, 그러지 말고....! 너도 내가 얼마나 절박한줄 알잖아.. 내가 진짜 어디 가서 이야기 하지 않을게...! 응..?"
그녀의 태도에 리사가 웃으며 말했다.
"그럼 너가 우리 팀에 들어오겠다고 약속하면 알려줄게"
리사의 제안에 아연은 별 생각 없이 고개를 열심히 끄덕였다. 지금 자신이 있는 팀 역시 자신을 별로 좋게 보질 않고 있었기에 다른 팀을 알아봐야 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자신을 영입하겠다고 하면 오히려 좋았다. 그래도 팀에 친구가 있어서 적응할 때 수월하기도 하고 말이다.
"그래, 알았으니깐..."
"비법은 말이야..."
리사가 작게 소곤대자 리사의 얼굴에 귀를 가까이 대며 집중하는 아연이었다.
"바로 우리 감독님이랑 섹스하는거야"
"뭐...?"
순간 벙 찐 아연은 자신이 제대로 들은게 맞나 싶었다. 뭐 물리 치료나 아니면 약재를 섭취하는건줄 알았는데 뜬금없이 섹스라니... 그것도 감독이랑.
아연의 황당해 하는 표정을 보고 리사는 그녀를 이해 했다. 자신도 처음엔 믿기가 어려웠으니깐.
"믿기 힘들겠지만 사실이야. 나도 동국, 감독님이랑 섹스를 하니깐 의사도 놀랄 만큼 다리가 회복이 됬잖아. 그러니 너 같은 잔부상 정도야 빠르게 회복할 수 있지"
리사의 설명에도 아연은 어안이 벙벙했다. 섹스를 통해 부상을 회복한다는 소리는 여태껏 한번도 들어본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부상 회복은 부수적인 효과고, 원래는 선수의 능력을 향상 시켜주는 효과가 있어"
"뭐라고...? 그런 사기적인 능력이 있다고...?"
황당해 하는 아연에게 리사가 지아와 벨리나의 사례를 들려주었다. 그녀들의 급격한 실력 증가, 특히 지아의 경우에는 그 성장세가 확연했기에 아연은 믿기 힘들었지만 어떻게든 납득은 했다.
"근데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거지...?"
"이게 바로 감독님의 특성인거지. 섹스를 통해 여성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주는거"
동국의 특성이란 말에 아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자신도 전국 리그 팀들에는 유용한 특성을 지닌 사람들이 있다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었기에 어느 정도 이해가 갔다.
"그, 그럼 나도 저기 감독님이랑 섹스를 해야 되는거야...?"
불현듯 자신의 유리 몸을 고치려면 감독과 섹스를 해야 된다는 사실에 얼굴이 빨개진 아연이었다. 처음 본 사람이랑 섹스를 해야 된다니...
"후후, 걱정하지마. 동국은 상당히 좋은 사람이야. 섹스도 잘 하고. 여기 있는 선수들은 다 동국의 부인들이야. 참고로 난 애인이고"
리사의 설명에 아연은 상당히 놀랐다. 그 예쁜 선수들이 다 감독의 아내라니..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신의 친구인 리사가 감독의 애인이라는 점이 놀라웠다. 항상 오만하게 남자들을 찼던 그녀가 유부남의 애인을 자처하다니...
그 때, 설거지를 다 끝낸 동국이 리사의 옆에 앉았다.
"리사, 이야기가 어느 정도 진행됬어?"
"아, 다 설명해 줬어"
리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동국이 아연을 바라보며 악수를 청했다.
"다시 인사 드리죠, 벨벳 발키리 팀의 구단주이자 감독인 동국이라고 해요"
"아, 네.. 현재 김해시 1부 리그 소속 선수인 장아연 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 드립니다.."
"그래요, 리사와 동기면 나이가 25살 이라는 거겠죠? 저랑 나이가 같으니 앞으로 서로 편하게 불러도 되겠죠?"
동국의 말에 아연은 당황해 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감독이 자신에게 반말하는 경우는 거의 대부분이었지만 선수가 감독에게 반말을 하는 경우는 또 처음이었다.
"그래, 리사에게 설명 다 들은거 맞지?"
"어? 어..."
"뭐, 궁금한 점 없어?"
동국의 질문에 아연은 조심스레 질문했다.
"근데 정말 내 부상을 치료할 수 있는거 맞아...? 그 방법이 섹스인거고..?"
"그래, 맞아. 거의 강제 은퇴 수준이었던 리사의 부상도 이렇게 치료가 될 정도니 너의 잔부상 정도는 충분히 치료할 수 있지"
동국이 장담하자 그제야 인상이 환해진 아연이었다.
그동안 자신의 유리몸 때문에 얼마나 고생을 해 왔었던가. 지역 리그 팀에서 기대를 한 몸에 받다가 이내 차가워진 시선들.
거기에 복권 긁듯이 데리고 와 놓고선 치료 비용이 많이 든다고 자신에게 따가운 시선을 보낸 구단 관계자들. 그리고 자신에게 제대로 된 대우도 안 해준 선수들까지.
아연은 리사가 짧은 시간 겪은 고통을 그보다는 정도가 덜 하지만 상당히 오랫동안 겪어온 것이다. 그런 그녀에게 이제 정착할 팀이 생긴것이다.
"자, 우리 팀에 입단할 마음이 확실한거지?"
동국의 질문에 아연은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응, 제발 입단하게 해줘"
그녀의 태도에 씩 웃은 동국은 속으로 상당히 흐뭇해 했다.
'성격이 상당히 예민하고 안 좋은 편이라고 했는데, 막상 보니 나쁘지 않은 거 같네..'
걱정했던 것에 비해 성격이 모난 거 같지 않아 동국은 한숨은 덜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한마디 해주는 걸 잊지 않았다.
"아연. 리사에게 듣기로는 너의 성격이 상당히 예민한 편이라고 했는데 사실이야?"
동국의 직접적인 질문에 아연은 리사를 살짝 째려보고는 작게 대답했다.
"어, 음... 내가 좀 예민한 면은 없지 않아 있는데.. 그건 부상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서 말이야... 앞으로 안 그럴게..! 내가 약속해...!"
아연의 해명에 동국과 리사는 그녀의 설명이 어느 정도 이해가 갔다. 하긴 잦은 부상 때문에 주위의 시선이 그다지 곱지 않았을 테니 그녀의 성격이 예민한 것도 납득이 갔다.
"그래, 알겠어. 앞으로 너가 숙소에서 생활할 테니 나를 비롯해서 선수들이랑 같이 생활 할 때 서로 배려하고 존중해 줬으면 좋겠어. 알겠지?"
"응, 알았어"
아연이 다짐하듯 고개를 끄덕이자 그제야 마음이 놓인 동국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