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83화 〉83회. (83/297)



〈 83화 〉83회.

"그게 무슨 말이야... 너네 어머니랑 동국이 애인 관계란 말이야?"

리사의 말에 벨리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런거 같아...."

벨리나의 충격적인 말에 다들 어안이 벙벙했다. 물론 벨리나의 엄마인 비올렛이 상당히 예쁘고, 몸매도 좋지만, 그래도 장모인데 그런 사이라니...


"그, 근거는? 그렇게 생각하는 근거가 있을 꺼 아니야"

"일단 내가 방금 전에 엿들은 동국과 어머니의 통화. 내가 오빠가 어디 있나 찾다가 우연히 안방에서 오빠가 통화하는 내용을 들었거든? 거기서 우리 어머니에게 누님이라며 편하게 대화하더라고..."

벨리나의 증거에 다들 고개를 갸웃했다. 그냥 단순히 나이 차이가 얼마 안 나니 친하게 지내는 거 일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거 가지고 그렇게 추측하는건 너무 나간거 아닐까...? 그냥 편하게 부르기로 한거일 수도 있잖아. 저번에 오빠가 우리 반지 고르러 갔을 때 언니 엄마랑 같이 골랐다고 그랬는데, 그때 서로 친해진거 일수도 있지"

지아가 그렇게 반문하자, 벨리나가 고개를 저었다.

"그렇긴 한데, 통화 내용 중에 '누님을 천국으로 보내주겠다' 라고 말하기도 했어"


천국이란 단어에 다들 다시 의심이 들었다. 보통 천국이란 단어는 절정에 이르는 걸 비유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벨리나는 그러면서 자신이 들었던 통화 내용을 다 말해주었다.


통화 내용을 다 전해 들은 그녀들은 살짝 인상을 썼다. 확실히 의심을 할만 했다.


"그리고 또 둘이서 서재 방에 있을 때 내가  보니깐 분위기가 이상한거 있지~ 보니깐 옷차림들이 살짝 흐트러져 있고, 오빠의 얼굴에는 물기가 있었어. 바닥에도 어느정도 물방울이 떨어져 있고"


둘의 관계를 의심하는 상황에서 그런 전황은 더욱더 의심을 하게 만들었다. 물론 더워서 땀을 흘렸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지금은 선선한 9월달 이었다.


"내가 억지로 이야기를 같이 들으려고 그러니깐 그냥 몇마디 하고선 대화를 끝내더라고. 보니깐 대화 내용도 별거 없는데 그걸 가지고 30분 넘게 방에 있었다? 이건 거의 100프로지..."


벨리나의 말에 둘의 관계가 심상치 않다는 의심이 거의 굳어져 갔다.


"근데 이렇게 의심하지 말고 그냥 동국에게 물어보면 되는거 아니야~?"


그 때, 대화를 듣고 있던 앤서니가 그렇게 쉽게 말을 하자 지아가 반문했다.

"야, 오빠가 그렇게 쉽게 대답을 하겠어?"

"할꺼 같은데~? 애초에 동국이 남들 시선 신경 썼으면 이렇게 여러 여자랑 결혼하진 않지~"


앤서니의 말에 지아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거의 대부분 일부일처인 상황에서 혼자 당당하게 일부다처제를 하고 있는 동국을 보면 주위의 시선을 전혀 신경을  쓴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리고 여자를 늘리는데 있어서 걸리는게 없다는것도.

"그래, 그럼 동국이 벨리나의 새엄마랑 연인 관계로 발전 했다고 치고, 벨리나 너는 어때? 괜찮아?"


리사의 질문에 벨리나는 쉽게 답을 하지 못했다. 비록 비올렛이 새엄마라서 호적 상 남남이라지만, 그래도 자신이 엄마로 생각하는 존재이다. 그런데 남편이 자신의 엄마랑 애인 사이다...?


"난  모르겠어... 한번도 그런 생각을 해보지 않아서... 물론 우리 어머니께서 아직 나이가 젊으니 새로 시집을 가야 하시긴 하지만, 그 상대가 오빠다? 이건 좀..."


"그래~? 난 좋을  같은데... 새엄마가 진짜 가족이 되는 거잖아~ 그리고 그러면 같이 살지 않을까?"


앤서니의 말에 지아가 손가락을 좌우로 까딱거렸다.

"얘는... 그러면 벨리나랑 관계가 이상하게 되잖아~ 그리고 그렇게 되면 우린 뭐라고 불러? 언니라고.... 그러고 보니깐 처음 만났을 때 우리 보고 언니라고 부르라고 그랬었네... 설마 그때부터...?!"

지아가 말하다 말고 깜짝 놀랐다. 그러고 보니 처음 만났을 때 자신을 언니라고 부르게 했던 비올렛. 그냥 나이 차이가 얼마 나지 않아서 그렇게 부르라는 줄 알았는데 설마 동국과 연인 사이라서 그랬던걸까?

"헐~ 소름~"

다들 설마 설마 하면서도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연인 사이였던걸까?

여러 말들이 오갈수록 벨리나의 머릿속은 복잡해져만 갔다.

"나 왔어~"

그 때 동국이 재은을 데려다 주고 왔다.
다들 옹기종기 모여 앉아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길래 동국은  일인지 의아했다.

"왜 그렇게 모여 있어? 심각한 표정을 하고서?"

"동국~! 혹시 비올렛 언니랑 연인 사이야?"

동국의 말에 앤서니가 바로 물어봤다. 앤서니의 돌직구에 지아와 벨리나, 리사가 긴장하며 동국의 대답을 기다렸다.


한편 동국은 얘네들이 어떻게 그 사실을 알았는지 당황스럽긴 했지만, 어차피 공개 할 문제라서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 맞아. 나랑 누님이랑 관계가 많이 깊어졌지"


동국의 인정에 다들 충격에 빠졌다. 다른 여자는 그렇다 치더라도 벨리나의 새엄마라니...


반대로 동국은 그러한 사실을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뭐, 비올렛이 벨리나의 친엄마도 아니고, 법적으로, 호적상으로 서로 남남인 상황이었다. 물론 그런걸  떠나서 애초에 동국은 가상현실 게임을 하고 있는 거기 때문에 설사 벨리나가 친엄마라도  상관이 없었을것이다.


"동국 오빠..."

그러나 이러한 동국의 생각을 그렇게 직접적으로 말할 순 없었다.

벨리나의 표정을 보아하니 상당히 충격을 받아 보였다. 하긴 자신의 새엄마랑 남편이랑 그런 사이라니. 마치 야동에서나 나올법한 일이었다.

"벨리나. 많이 놀랐지?"

"네... 좀 그래요..."


"그래, 그럴 수 있어."

"어떻게 그럴수있어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우리 어머니라니..."

벨리나가 흥분해 동국에게 따지자, 동국이 그녀를 안아 주었다. 그러면서 벨리나의 등을 토닥였다.

"그래,   충분히 이해해. 어머니랑 나랑 연인 사이란게 충격이겠지. 하지만, 벨리나. 비올렛의 마음도 한 번 생각해줄래? 그리고 나중에 한 번 비올렛이랑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보자"


동국의 달램에 벨리나의 흥분이 가라앉았다.


'그래, 언제 한번 만나서 어머니의 생각을 들어봐야 겠어...'

*
*
*


다음날이 되서 벨리나는 바로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다.

"여보세요"


"어머~ 너가 웬일로 전화를 다 했니~?"

비올렛의 간드러지는 목소리에 벨리나는 조용히 말했다.

"어머니와 동국 오빠 간의 관계 때문에 한번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어요"


"...."


벨리나의 말에 한동안 말이 없던 비올렛은 이내 한숨을 내쉬고선 말을 했다.

"휴~ 그래. 점심  회사 앞에서 볼까?"

"네, 그래요. 오빠랑 같이 갈게요"


"그래, 그럼. 조심해서 오렴"

점심 약속을 잡고 나서 동국과 벨리나는 벨벳 그룹 본사로 향했다. 현관문을 나서는 둘의 모습을 지아와 리사는 걱정스럽게 바라봤다.

"만나가지고 서로 머리채 잡고 싸우면 어떡하지...?"

"설마 그러겠나..."

지아의 걱정에 리사는 손을 내저었다. 그러고선 자신의 턱을 쓰다듬었다.

"내가 봤을 땐 벨리나가 생각이 깊고, 이해심이 넓어. 아마 둘의 관계를 인정할거 같아"


리사의 의견에 지아의 눈이 커졌다.


"진짜로...? 난 우리 엄마가 동국과 그런 사이라면 진짜 어이가 없고, 배신감이 들것 같은데..."


지아의 말에 리사가 쇼파에 앉으며 말했다.

"야, 그거랑은 다르지. 벨리나의 어머니는 새어머니에 싱글이잖니. 근데 너네 어머니는 남편분도 계시고, 친어머니인데. 완전히 다르지. 만약 그랬다간 그건 바람이잖아"

"하긴 그렇네..."

"으이그~ 지아는 바보래요~"

지아가 리사의 설명에 수긍을 하자 옆에 있던 앤서니가 그런 지아를 놀렸다.


"야,  일로와~!"

"히히~ 싫은데~"


언제나처럼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 셋이었다.


*
*
*


어느 한식집의 개인 룸에서 동국과 벨리나, 비올렛이 식사를 하기로 했다.


주문을 하고 나서 말이 없는 벨리나에 동국과 비올렛도 말 없이 가만히 있었다. 그저 동국은 벨리나의 잡은 손을 만지작 거리기만 했다.

주문한 음식들이 차려지고 종업원이 나가자, 그제야 입을 떼는 벨리나.


"어머니는 언제부터 오빠에게 호감을 가지게 됬나요?"

벨리나의 차분한 말투에 비올렛은 슬쩍 컵에 담긴 물을 마시고선 대답했다.

"아마 동국이 나와 한 약속을 지켰을 때부터 약간의 호감이 생겼었지. 아, 이 남자는 미래가 밝고 능력이 있구나..."

그녀의 말에 동국은 속으로 놀랬다. 엘리베이터에서 충동적으로 한게 아니라  전부터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니...
동국은 새삼스럽게 비올렛을 바라봤다.

"거기에 잘생겼고, 성격도 나쁘지 않지. 여자를 좋아하긴 하지만, 그래도 책임질 줄 알지. 사회 분위기  여러 여자랑 만나는 건 좀 그렇긴 하지만, 책임을 지니 오히려 책임감이 있어보였어."


비올렛의 말에 벨리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 역시 이러한 동국의 장점 덕에 어느새 그를 좋아하게 되었으니깐. 더군다나 비올렛은 능력 있는 남자를 좋아했으니깐. 자신이 봐도 거의 모든 부분에서 부족했던 아버지를 능력을 보고 결혼했었으니, 그보다 더 좋은 동국에게 당연히 눈길이 갔었을것이다.

"그러다가 우리의 관계가 급격히 가까워진 계기가 생겼지..."

"그게 뭔가요...?"

어느새 비올렛의 이야기에 저도 모르게 집중하게 된 벨리나였다.

동국은  옆에서 눈치를 보며 슬쩍 음식들을 집어 먹었다. 고급 한식집이라서 맛있는 음식들이 많았다.


"전에 동국과 같이 반지를 보러 갔었을때였지...  때 엘리베이터를 탔었을 때 사람들이 너무 많이 탔단다. 그래서 동국과 나는 착 달라붙게 되었지..."


"아..."

비올렛의 이야기에 몰입한 벨리나가 그 상황을 상상했다. 남녀가 밀폐된 공간에서 서로 착 달라붙게 되다니... 벨리나의 볼이 살짝 빨개졌다.

"그런 상황에서 내 배를 찌르는 무언가가 있었어"

"설마...?"

"그래, 바로 동국의 발기된 자지였지"

비올렛의 말에 벨리나가 슬쩍 고개를 돌려 동국을 쳐다봤다.  시선에 슬그머니 젓가락을 내려놓는 동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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