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75화 〉75회. (75/297)



〈 75화 〉75회.

2회 초에도 앤서니의 활약은 대단했다. 압도적인 실력으로 AI타자들을 돌려 세우며 빠르게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었다.


그 때문에 양곡 팀 투수 한아지는 별로 쉬지도 못하고 마운드에 오르게 되었다.


1회에만 벌써 3점을 내준 상황에서 양곡 팀 감독은 경기를 포기했는지, 아니면 그래도 AI 투수보다는 낫다는 생각인지, 한아지를 마운드에 올린  이다.


"흠... 상대 팀 감독이 경기를 포기 한건가...?"

동국의 중얼거림에 양 옆에 앉은 리사와 벨리나가 각자 의견을 냈다.

"아마 그렇지 않을까요...? 앤서니가 저렇게 잘 하는 상황에서 3점이면 거의 뒤집기 어려운 점수죠.."

"뭐, 그런 것도 있겠고, 마땅한 투수가 없으니 그렇겠지. 토너먼트에서는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해야 하는데 말이야. 아마 한 가닥 실낱같은 희망을 기대하는 거겠지. 저 투수가 다시 잘 했으면 하는 희망 말이야"


그런 상대 팀 감독의 희망이 살아나는지 한아지는 선두 타자를 1루수 땅볼로 처리하였다. 그녀의 표정 역시 좀 밝아진 것 같았다.

그러나, 다음 타자에게 바로 안타를 허용하고 말았다. 상대  감독은 바로 마운드를 방문해 투수를 교체 하였고, 결국 한아지는 어두운 표정으로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쯧쯧~  됬다, 이 년아~ 그보다, 오빠~ 어서 특훈실 가야지~"


교체되어 마운드에서 내려가는 한아지의 뒷모습을 보고 고소해 하던 지아가 동국을 향해 손짓했다. 이제 5번 타자의 차례이니 바로 다음이 그녀의 타석인 것이다.

"아, 그래. 가서 찐한 시간 보내자고"


동국이 그렇게 지아와 같이 특훈실로 향하자 리사와 벨리나는 그런 둘의 뒷모습을 부럽게 바라보았다.

5번 타자가 AI 투수에게 안타를 뽑아내며 1사 만루가 된 상황.


상기된 얼굴로 특훈실에서 나온 지아는 타석에 들어서서 큼지막한 타구를 외야로 날려 보냈다.


그 타구에 더그아웃에 있던 선수들 모두 일어나서 타구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좌익수의 호수비에 잡히고  타구. 그러나 좌익수가 다이빙 해 캐치한 덕에 주자들이 태그업 하기에는 충분했다.

"아, 아쉽네~ 저걸 잡아 버리네~"

지아가 아쉬워 하며 더그아웃으로 돌아왔다. 비록 안타가 되진 못했지만 타점은 올려서 그런지 얼굴은 밝았다.

동국을 비롯한 선수들 역시 그런 지아에게 박수를 보내줬다.

"그러게~ 저번 경기에서도 저 좌익수가 여러번 호수비를 했었는데 말이야. 오늘도 저러네"


"그래도 벌써 점수가 0-4야. 이미 경기는 기울었어"


상대 팀도 그걸 알았는지 더욱 적극적으로 타석에 임했다.

3회 초, 선두 타자로 나선 2번 타자는 자신의 몸에 바짝 붙는 공에 피하지 않고 그대로 맞아버렸다.


 모습에 순간적으로 인상을 찡그린 앤서니.


"오우... 아프겠다~"

그러나 그녀는 묵묵히 1루로 향했을 뿐이었다.

앤서니가 그녀에게 살짝 인사를 하자, 마주 인사를 한 그녀는 마치 2루로 도루할 것처럼 이리저리 움직이며 앤서니의 시선을 끌었다.


그에 앤서니가 주자를 가리키며 동국을 바라보자, 동국은 신경 쓰지 말라고 손짓을 했다. 고개를 끄덕인 앤서니는 주자에게서 신경을 끄고 타석에 서서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3번 타자에게 집중했다.


주자가 열심히 그녀의 신경을 건드렸지만, 그게 오히려 타자에게 부담이 되었는지 결국 유인구로 떨어지는 커브에 헛스윙을 하고 만 타자. 그렇게 주자를 진루 시키지도 못한채 삼진으로 물러나고 말았다.


3번 타자가 삼진 처리 되고 나서도 주자는 계속해서 앤서니의 신경을 건드렸다. 그 필사의 노력이 통했는지, 앤서니는 살짝 밋밋한 실투를 던지고 말았다.


딱~


비교적 정타가 된 타구는 그대로 좌측 외야로 날라갔고, 그곳에선 호수비를 선보일 각오가 되어 있는 지아가 버티고 있었다.

빠르게 낙구 지점을 포착한 지아가 열심히 달려나왔고, 2루수와 좌익수 사이에 떨어질 안타를 그대로 잡아 냈다.

"와아아~!!"


그 호수비에 관중들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1루 주자는 안타인줄 알고 빠르게 2루 베이스로 뛰고 있었는데, 관중들의 환호소리와 감독의 애타는 손짓에 상황을 살피니, 이미 다이빙 캐치를 하느라 엎어져 있던 지아가 빠르게 일어나 1루로 송구를 하고 있었다.

"아웃~!"

망연자실하게 1루를 바라본 주자는 이내 고개를 떨구고선 힘없이 원정팀 더그아웃으로 걸어갔다.


"으하하~ 이것이 나의 복수다~"

"지아, 엄청 멋있어~!"

"으히히~ 그렇지이~"

의기양양하게 웃으며 들어오는 지아와 옆에서 그런 지아를 칭찬해 주고 있는 앤서니.


그 둘의 모습에 동국이 밝게 웃으며 그녀들을 반겼다.

"좋아, 좋아~! 이대로 순탄하게 가자~!"


"예에~!"

상당히 신이난 그들의 모습에 리사가 흐뭇하게 바라봤다.

"여기는 진짜 팀 분위기가 좋군..."


리사의 중얼거림에 옆에 앉아 있던 벨리나가 의아한듯 리사에게 물어봤다.


"다들 그러지 않나요....?"

벨리나의 물음에 리사는 고개를 저었다. 그러고선 자신의 깁스한 다리를 쳐다봤다.


"아니, 다 그렇진 않지. 특히나 내가 있었던 드라고니안 팀은 더 그랬지. 서로 시기, 질투, 견제 하기 바빴어. 누구 하나 잘 해도 기뻐하질 않고, 실수하면 대놓고 질책했지"


"어머... 상당히 안 좋았겠네요.."


"그에 비해 여기는 상당히 좋아. 가족같은, 아니 실제 가족 관계이니 더 좋을 수 밖에 없나..."


리사의 말에 벨리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을 해보니 발키리 팀은 완전 가족 오구팀이었다. 남편에 선수인 부인들 여러명. 거기에 애인 1명.


'생각해 보니 엄청 이상하네...'

벨리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특훈실로 향하는 앤서니와 동국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3회 말은 삼자범퇴로 끝이 나는가 싶었다.
3, 4번 타자가 각각 뜬공과 땅볼로 아웃 되고 5번 타자가 타석에 들어 섰을 때 지아는 딱히 동국과 스킨십을 하지 않았다. 그저 글러브를 손에 끼우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타자가 2루수 방향으로 땅볼을 쳤을 땐 이미 수비 하러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타구가 절묘해 아슬아슬하게 2루수의 송구보다 타자의 발이 빨라 내야 안타가 되자, 지아는 황급히 타석에 들어설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오빠, 뽀뽀!"

"쪽~!"


서둘러 동국과 뽀뽀를 하고 타석에 들어선 지아. 그런 지아는 투수 땅볼로 아웃 되서 다시 더그아웃으로 돌아왔다.


"힝~"


"거,  그렇게 서둘러 수비 준비를 했어~"

"그러게 말이야..."


수비를 하러 나가는 지아의 뒷모습을 혀를 차며 바라보는 동국. 그런 동국에게 리사가 궁금한 점을 물어봤다.

"그러고 보면 이제 타석에 들어서기 전에 동국과 스킨십을 하는건 타격 루틴이 되버린건가?"


그녀의 질문에 동국은 지아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 거의 그렇지. 그러니 그 서둘러야 되는 상황에서도 나에게 뽀뽀를 요구한거지"

"흠..."


동국의 대답에 리사가 고민을 하자, 웃으며 그녀의 옆구리를 툭 쳤다.


"왜, 너도 타격 루틴에 나랑 하는 스킨십을 추가하게?"


"어, 어? 그, 그게... 그렇다..."


동국의 농담이 진짜였는지, 살짝 부끄러워 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리사.
그런 리사가 귀여워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으이그~ 귀엽다, 증말. 그래, 앞으로 타격할  꼭 나랑 키스하고 나가. 알았지?"

"그, 그래..."


그리고 그런 둘의 모습을 벤치에 앉아서 바라보던 벨리나는 자신 역시 마운드에 가기 전에 동국에게 입맞춤을 요구하기로 마음 먹었다...

4회 초. 선두 타자를 삼구 삼진으로 돌려 세운 앤서니는 산뜻하게 다음 타자를 뜬공으로 처리하였다.


그리고 타석엔 오늘 첫 출루를 한 2번 타자가 들어섰다.

'전 타석에선 몸쪽 공을 피하지 않았지... 아팠을텐데... 근데 이번에도 또 그러면 어떡하지...?'


전 타석에서 몸쪽 공을 피하지 않고 그대로 맞은 2번 타자. 그녀의 눈에 비장한 각오가 서린 걸 본 앤서니는 결국 몸 쪽으로는 되도록이면 던지지 않기로 마음 먹었다.

따악~


그리고 그런 앤서니의 마음을 꿰뚫어 본건지 그녀는 앤서니의 바깥쪽 직구를 그대로 밀어 쳐서 안타를 뽑아냈다. 앤서니가 허용한 첫 안타였다.

'씨이.... 일부러 내가 몸쪽으로 안 던질꺼란걸 알아차린게 틀림없어...!'


안타를 치고 나가는 그녀의 표정을 통해 그녀의 노림수를 깨달은 앤서니.


 뒤 3번 타자에게는 오히려 몸쪽 위주로 승부를 했고, 살짝 흥분을 해서 그랬는지, 그대로 맞춰버리고 말았다.


"악~!"


몸쪽으로 날아오는 공을 피하면서 옆구리에 맞은 타자는 순간  소리를 내었다.

그에 흥분으로 인해 달아올랐던 열기가 식은 앤서니가 미안해 하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저기, 괜찮아~? 미안해..."

"아, 괘, 괜찮아..."


앤서니에게 괜찮다는 손짓을 한 그녀는 공에 맞아 아픈 부위를 손으로 문지르며 1루 베이스로 걸어갔다.

 사이 더그아웃에서 나온 동국이 앤서니에게 다가갔다.


"앤서니, 왜 그렇게 너 답지 않게 흥분했어?"


동국의 말에 앤서니가 2번 타자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내가 또 몸쪽 공에 맞을까 봐 일부러 그쪽으로 던지지 않았더만, 그걸 노리고 안타를 만든 거 있지~! 그래서 내가 화가 나가지고 다음 타자에겐 몸쪽 위주로 공을 던졌는데, 그만 맞추고 말았어... 히잉~ 아프겠지...?"


앤서니의 말에 동국은 2루 베이스에서 양곡 팀 감독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2번 타자를 바라보며 속으로 감탄했다.


'이야... 저번부터 봤는데, 아주 물건이구만... 얼굴만 예뻤어도 스카우트 하는건데...'

아쉽게도 그녀는 모든 운동을 다 잘 할 것 같은 얼굴이었다.

"앤서니, 흥분 가라 앉히고. 타자 몸에 맞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 그리고 나중에 2번 타자가 타석에 들어서면 몸쪽에 빠른 공을 던져버려. 맞으면 엄청 아플 것 같아서 저도 모르게 피하게 만들란 말이야"

"응~! 알았어~!"

"그래, 좋아."

동국이 앤서니를 다독이고  다음에 그녀는 4번 타자를 땅볼로 처리하며 실점 위기를 막아내고선 당당하게 더그아웃으로 되돌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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