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71화 〉71회. 리사 (71/297)



〈 71화 〉71회. 리사

"어휴... 너무 피곤한데 우선 너네 집에서 자고 가면 안될까?"


"잠깐만... 어머니께 전화 해보고요"


공항에서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는 숙소로 바로 가기 보단 벨리나네 집에 들리기로 한 동국. 새벽에 전화를 받은 비올렛은 약간의 짜증을 냈지만, 그래도 따듯하게 반겨줬다.

"장모님~ 저희 왔습니다..."

"안녕하세요.."

피곤한 표정이 역력한 동국과 그녀들의 표정에 졸린 눈을 한 비올렛이 측은하게 바라보았다.


"벨리나, 너가 손님 방으로 안내를 해주거라. 난 계속 잘련다"

그렇게 비올렛이 자기 방으로 돌아가고, 벨리나는 각자 손님 방을 지정해 주었다. 이 넓은 집에 가정부까지 포함, 단 셋이서 살기에는 너무 넓어 손님 방은 많았다. 아무데나 들어가 한숨 푹 자고 일어나니 비올렛은 이미 출근을 한 상황이었다.

가정부 아주머니가 차려 주신 점심을 먹고선 두근거리는 마음을 가지고 숙소로 향했다.

홈 구장에 가까워지자 다들 기대를 하였다.

"잘 증축 됬겠지...?"

"설마 아직도 공사하는 건 아니겠지?"

"날 믿어~"

그리고 멀리서 숙소가 보이기 시작하자 다들 감탄하기에 바빴다.

오구공을 본뜬 것 같은 둥근 모양의 건물 디자인에 건물을 둘러싼 마당은 상당히 아름답게 꾸며져 있었다. 거기에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입구까지 있었다.

주차장 입구에 들어서자 차단기가 자동으로 구단 버스를 인식해 입구를 개방했다. 지하로 들어가자  몇 대는 놓을만한 주차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다들 어안이 벙벙한 상태로 케리어를 커낸 일행들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올라갔다. 1층 문이 열리고 드러난 집 내부의 모습에 다들 감탄사를 터트렸다.

거실은 2층까지 뚫려 있어 상당히 개방된 느낌이었다. 또 창문이 2층까지 통 유리라서  그랬다.


"집이 진짜  되있다... 근데 쇼파가..."

"그러게... 너무 안 어울린다...."

"새로 사야겠네"


집안 여기 저기를 둘러보며 감탄하던 일행은 각자 자신의 방을 정하고는 짐을 정리했다.
동국 역시 2층에서 가장 큰 방을 선택했다.

"이제 이 방에 맞는 커다란 침대를 구해야 겠네.."

여러명이서 한꺼번에 할 수 있도록 대형 침대를 구해서 설치하면 앞으로 편할것이다.

그렇게 남은 8월 동안 이것 저것 필요한 가구들을 사며 어수선할  리사의 치료가 끝이 났다는 소식이 들렸다.


동국은 소식을 듣고 바로 다음날 리사의 집이 있는 강릉으로 향했다. 거기서 리사의 부모님과 인사를 나누고 리사를 데리고 왔다.

"여기가 발키리 숙소...?"

리사가 처음 숙소를 봤을 때의 느낌은 마치 선수 숙소가 아닌 부잣집 같은 느낌이었다. 자신이 알기로는 이제 막 1부 리그로 승격한 신생 팀인데 이렇게 좋은 숙소라니...

그에 반면에 경기장은 상당히 초라해 보였다. 숙소는 저렇게 잘 해놨으면서 정작 중요한 경기장은 저 모양이라니... 왠지 서로 비교가 돼 더 볼품없어 보인다.

"숙소에 비해서 경기장이 좀 그렇지...? 이번에 숙소는 증축을 했는데, 아직 경기장은 그대로라서..."


차에서 내려 풍경을 살펴보는 리사에게 사정을 설명했다.


동국은 저번과는 다르게 반말로 말을 했는데, 오는 동안 말을 편하게 하기로 해서 반말로 말했다.

"그렇군요.."

"너도 반말 하라니깐. 어차피 동갑이잖아. 이제 서로 같이 살건데 친해져야지"


동국의 제안에 리사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천천히 하죠"

"쩝... 뭐, 그러던지. 그보다 들어가자고. 얘들이 널 기다리고 있어"

동국이 앞장서서 걷자, 리사가 그 뒤를 따랐다. 리사는 목발을 짚고 있었는데, 다리가 치료만 됐지 아직 완전하진 않았다. 점차 나아지긴 하겠지만, 여기서 동국의 특훈이 없다면 그녀는 일상생활만 겨우 할  있을터였다.

1층 주차장에서 나와 마당을 가로질러 현관에 도착했다. 마당에는 여러 나무들이 심어져 있어 상당히  꾸며져 있었다.

집 안으로 들어가니 얘들이 리사를 환영해 주었다.


"어서와요, 언니"


"안녕~ 언니야~!"

"앞으로  지내봐요"


얘들의 인사말에 리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앞으로  지내보자"

동국이 말을 놓으라고 했을  놓지 않다가 그녀들에겐 바로 말을 놓는 그녀였다.

집안 소개와  배정을 마치고, 그녀가 자신의 방에 짐을 내려놓으며 동국에게 물었다.


"그래서, 그 특훈은 언제 할 계획이죠? 기왕이면 빠르게 해주었으면 좋겠는데..."

리사의 말에 동국은 그녀를 바라봤다. 아직까지 낯설어 하는 그녀와 바로 하는건 좀 그랬다.
이왕이면 좀 더 친해졌을 때 하는게 더 낫다고 생각했다.


"조금 있다가. 우리가 좀 더 친해지면,  때 하자"

하지만 리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지, 살짝 인상이 찡그려졌다.


"전 빨리 선수로써 복귀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 이 팀에 합류를 한거고요"

"흠... 리사, 너 섹스 해본 적 있니?"

동국의 물음에 리사는 고개를 저었다. 리사가 처녀라는 사실에 동국은  마음을 굳혔다. 첫 경험을 이렇게 하는건 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동국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리사의 태도는 완강했다. 결국 타협을 해서 일주일 뒤에 섹스를 하기로 합의했다.


9월달이 되서 남주시  대회가 개최되었다. 동국은 당연히 2부 리그 팀으로 참가하는 줄 알았으나, 이미 승격이 되었기에, 2부 리그 우승 팀이 결정되면, 그 팀이랑 경기를 치르게 된다고.

 대회는 토너먼트 형식으로 치뤄지고, 보통 2단계로 나뉜다. 첫 단계는 2부 리그 15개 팀들이 서로 토너먼트 경기를 통해 우승팀을 정하는거다.


이 경우 4번에 걸쳐서 경기를 치루게 되어 총 2주가 걸린다.
팀들이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부전승으로 올라가는 팀이 생기는데,  때문에 경기 대전은 추첨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렇게 우승팀이 결정되면 그 팀은 상금 5천만원을 받게 된다.

첫 단계가 끝이 나면 다음으론 남주시 1부 리그 5개 팀과 2부 리그 우승팀이 경기를 하게 된다. 여기서 발키리 팀은 승격 팀이기에 우승팀과 경기를 치르게 된다.

 3번의 경기를 통해 최종 우승팀이 정해지고, 여기서의 상금은 자그마치 20억이나 된다.

그 뒤로 지역 컵대회, 한국 컵대회, 그리고 오구 월드컵이 있지만 아직은 먼 나라 이야기이다.


일주일 동안 리사는 얘들과 썩 잘 어울리지 못했다. 아직 서로 어색한 것도 있겠지만, 리사의 성격도 한몫 했다.


"지아. 스윙을  때는  더 공을 쳐다보려고 노력해"

"이렇게...?"

지아가 티 위에 공을 놓고 스윙을 하자 공이  멀리 날라간다. 하지만 리사는 마음에 안 드는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니. 그게 아니야.  아직도 공을 끝까지 쳐다보질 않고 있어!"

"흠... 다시 한번...!"

따악~

지아가 다시 한번 스윙을 하자 이번엔 더 멀리 날라갔다. 그럼에도 리사의 얼굴은 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쯧쯧...! 비켜봐~! 내가 한번 보여 줄게!"

우측 타석에서 자세를 잡는 리사. 지아는 리사의 계속된 잔소리에 인상을 찡그리며 리사의 스윙을 쳐다봤다.


"잘 봐둬!"


따아악~!

제대로 맞은 타구가 그대로 담장 밖으로 넘어갔다. 타구를 확인한 리사가 지아를 바라봤다.

"나는 끝까지 공을 보고, 넌 끝까지 공을 보지 않지! 이게 너의 타구는 외야까지 밖에 가질 못하는거다! 똑바로 해! 그래가지고 팀이 1부 리그에서 우승할 수 있겠나!"

리사의 말에 지아는 상당히 떨떠름해졌다. 분명 뭔가 가르쳐 주고 있긴 한데, 잘 모르겠다. 애초에 그 빠른 시간에 어떻게 리사가 공을 끝까지 쳐다보는지 안단 말인가...

그리고 우승이라니. 지아가 장담하건데 동국은 아마 그렇게까지 우승을 바라진 않을것이다. 이번이야 벨리나를 영입하기 위해, 그리고 운이 좋아서 열심히 노력했다만, 1부 리그 우승은 천천히 하지않을까?

그렇다고 이 열정녀에게 우승할 마음이 그렇게 없다고 하면 크게 잔소리를 들을게 뻔해서 그냥 입을 꾹 다문 지아.

그 뒤로 리사의 잔소리는 계속되었고, 멀리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앤서니와 벨리나는 딱하게 지아를 바라봤다.

하지만 곧 있어서 지아가 그녀들을 측은하게 바라봤는데, 리사가 이번엔 그녀들의 공을 쳐서 담장 밖으로 뻥뻥 날려댔기 때문이다.

"제구를 똑바로 하란 말이야~!! 그렇게 몰려서야 되겠어! 그리고, 벨리나! 너 그렇게 해서는 1부 리그에서 살아남지 못해!!"


리사가 이렇게 그녀들을 혼내고 있을때, 집안일을 하고 있던 동국이 리사가 훈련하는 걸 보고 깜짝 놀라서 뛰쳐 나왔다.

"리사~!! 목발 짚고 돌아다니는 얘가 무슨 타격 연습을 하고 있어~!! 당장 그만둬!!"


그랬다. 리사는 다리에 붕대를 감아 불안정한 자세에서도 그런 타격을 보여준 것이었다. 그만큼 리사의 타격 능력은 상당히 뛰어났지만, 이렇게 무리를 해서야, 나아가던 다리가 다시 망가질게 뻔했다.

"미안하다.. 하지만, 얘들이 연습하는걸 보니 몸이 근질근질 해서 말이야..."

이제 어느 정도 반말을 하는 리사였다. 아직 서로 그렇게 가까워 지진 못했지만, 같이 살면서 어느 정도 친해진건 사실이다.

리사가 동국에게 혼나는 동안 지아와 벨리나, 앤서니는 슬그머니 숙소로 도망갔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너, 그러다가 재활이 오래 걸릴 수 있다는 거 잘 알잖아! 혹시 컵 대회에 출전하려고 이러는거야?"


동국의 말에 리사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난 웬만하면 출전하고 싶다. 그래서 말인데 특훈은 언제 할건가? 이제 약속했던 일주일도 지났으니, 오늘 하면 어떤가?"

"쩝, 그래. 그러자고. 일단 들어가서 씻자"


동국의 확답에 얼굴이 환해진 리사. 동국의 특성이 재활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선수로 복귀할 시간이 단축된다는 것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다시 복귀하고야 말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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