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9화 〉59회.
"스폰서 계약은 내가 나중에 직원보낼게. 잘 얘기 해 놓을테니깐 잘 상의해봐"
"네, 장모님"
"그나저나 숙소는 언제 확장시킬거야?"
비올렛의 말에 동국이 어색하게 대답했다.
"일단 스폰서 계약을 하고 난 다음에 확장을 할려고 그랬죠.."
"어머, 그래요? 그럼 빨리 스폰서 계약을 해야 겠네..."
옆에서 대화를 듣고 있던 벨리나가 동국에게 다시 고기 한 점을 먹여주며 말했다.
그 모습에 비올렛은 기가 찼다. 벌써부터 챙기는 모습이 아주 눈꼴시렵다.
"내가 둘이 결혼하면 신혼 집으로 숙소를 확장시켜 준다니깐..?"
"아, 그랬었죠... 지아가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니까 그럼 제가 숙소 가서 지내는 건 지금은 좀 무린가요?"
벨리나의 말에 동국이 잠시 생각을 해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도 약간 불편한 감이 있어서... 자려면 거실에서 이불 깔고 자야돼"
그 말에 벨리나가 낙담하자 비올렛은 어이가 없었다.
"벨리나, 그렇게 나랑 같이 살기 싫니~?"
"아, 아니요~ 그럴리가요... 다만 빨리 적응하고 싶어서~"
비올렛은 삐진 척을 했고, 벨리나는 그걸 알면서도 비올렛을 달랬다.
동국은 그 모습을 웃으며 바라보았다.
식사가 그렇게 끝이 나고 각자 많은 고민을 가진 채 집으로 돌아갔다.
지아는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동국과의 결혼에 대해 고민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어린 나이에 결혼하는 거 같애..."
지아의 중얼거림에 운전을 하던 동국이 맞장구를 쳤다.
"그렇긴 하지... 근데 너가 지금 고민하는게 뭐야? 그냥 너무 어린 나이에 결혼을 하는 것 같다? 아니면 우리 사이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벌써 결혼하는 건 좀 이르다?"
동국의 말에 지아는 자신이 뭐 때문에 망설이고 있는지 생각을 해봤다.
'그냥 사회 통념 상 너무 어린 나이에 결혼해서...? 뭐, 그것도 있고... 그리고 동국 오빠랑 너무 일찍 결혼한다는 점...? 그럼 나중에 동국 오빠랑 헤어질 날이 올까...?'
지아는 가만히 그 점을 생각해 봤다.
성격 차 때문에 헤어진다...? 여자 문제 때문에 헤어진다? 돈 문제...?
솔직히 대부분의 커플들은 연애 때는 괜찮다가 신혼 때 많이 싸운다. 생활 패턴이 완전히 다른 두 사람이 함께 산다는 건 생각보다 많은 충돌이 일어나기 때문. 그럴 때 별의 별거로 다 싸우는데 심지어 화장실 휴지 놓는 위치 때문에 싸우기도 한다.
그런데 지금 둘의 상황은 동거라도 봐도 무방하다. 그런 상황에서 둘은 한 번도 싸운 적이 없었다.
'애초에 내가 집안일을 안 하니까 싸울 일이 없지....'
모든 집안일은 동국이 다 하니 지아는 그저 밖에서 연습하고, 섹스하고, 먹고 자는 일밖에 없다. 뭐라 투덜거리는거 자체가 민폐였다.
'여자문제...? 이건 지금도 문젠데...?'
지금 옆에서 멍 때리고 있는 앤서니도 동국의 애인이고, 지금 이 고민을 하게 만든 장본인인 벨리나도 이제 동국의 연인이고, 재은 언니는 동국과 거의 썸 타고 있는 썸녀다.
싸웠을 거면 진작에 싸웠겠지만, 지아는 별로 그럴 마음이 없었다.
'희안하게 그렇단 말이지... 마지막으로 돈문제는...'
벨리나와 결혼하면 거의 문제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이렇게 생각을 해보니 그냥 사회 통념 상 너무 일찍 결혼하는 거에 약간 눈치가 보인 것 때문인 것 같다. 동국과의 관계야 결혼을 한다고 해서 그닥 달라질게 없을 것 같았다.
"그냥 너무 일찍 결혼을 한다는 거에 사람들 눈치가 보일까 봐 그런거 같애..."
"그런거면 어쩔 수 없지... 천천히, 그리고 신중히 생각해봐. 부모님이랑도 상의해보고. 절대 내 눈치나 벨리나 눈치 보지 마"
"이해해 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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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재은은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탄 채로 동국의 결혼에 대해 생각에 잠겼다.
'동국이 결혼을 한다니... 근데 왜 이렇게 가슴이 답답할까...'
사실 동국과의 관계는 상당히 애매했다. 친한 사이긴 하지만 미묘한 감정의 교류가 있는... 그런 사이.
'아무래도 유부남이 되면 이런 사이는 더욱 힘들어지겠지...'
아무리 중혼이 가능하다고 해도 미혼과 기혼은 그 느낌이 다르다.
아마 재은이 봤을 때 회장도 이런 점을 노렸을것이다.
'그럼 나도 이참에...? 아, 아니,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람...'
그렇게 얼굴이 붉어진 채로 창 밖을 바라보는 재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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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도착해서 비올렛은 벨리나에게 자신이 궁금했던 점을 넌지시 물어봤다.
"근데 사위는 그렇게 여려 명이랑 같이 살면 안 힘들대?"
"음...? 그게 무슨 소리에요? 힘들다니...?"
"아니, 성생활이 말이다. 너네 아버지는 나 하나도 힘들어 했었는데, 사위는 너까지 하면 3명이잖니~ 근데 힘들지 않을까 싶어서~"
비올렛이 음흉하게 웃으며 말하자, 벨리나의 얼굴이 붉어졌다.
"아이, 참~ 뭘 그런걸 궁금해 해요~"
그러게 말하면서도 벨리나는 비올렛에게 작게 속삭였다.
"둘이 동시에 해도 둘이 죽는데요..."
"어머...! 셋이서 해도 여자들이 죽어나간다고...?!"
비올렛은 벨리나의 말에 깜짝 놀랐다. 아니, 그렇게 정력이 강하다니...?!
비올렛의 반응에 벨리나가 말을 이었다.
"그래서 경기 전날에는 일부러 살살한대요... 경기에 지장을 줄까봐.."
"어머어머... 이것 참, 나도 끌리는데...?"
벨리나의 말에 비올렛이 자신도 모르게 호기심을 드러냈다.
"엄마! 지금 사위를 노리는거야...?!"
벨리나가 빽 하고 소리치자, 비올렛이 당황해서 허둥댔다.
"아, 아니... 농담이야, 농담~ 뭘 그런걸 가지고 그렇게 정색을 하니, 넌. 호호, 난 옷 갈아 입으러 가야 겠다~"
비올렛은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방으로 사라지며 동국에 대해 호감을 느꼈다.
'그렇게 정력이 강하단 말이야...?'
벨리나는 자신의 방으로 가는 비올렛의 뒷모습이 왠지 불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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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올렛이 결혼 이야기를 꺼낸 이후 지아가 부모님과 상의를 하기 위해 동국과 함께 본가에 방문했다.
거기서 동국은 현재 상황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했다.
"그러니깐, 자네의 또 다른 애인이 그 벨벳 그룹 딸이라고...?!"
"네, 그렇게 됬습니다..."
"허, 거참... 그렇단 말이야...?"
두 분의 표정이 떨떠름해졌다. 그러더니 동국에게 잠깐 바람 좀 쐬고 오라고 하신다.
"우리끼리 상의 좀 하게 자네는 잠깐 바람 좀 쐬고 오게"
"아, 예. 결정 내리시면 전화 주십시오"
동국이 밖으로 나가자 지아의 어머니가 지아에게 조심스레 물어봤다.
"혹시 그 여자가 임신한거니? 그래서 그렇게 결혼을 서두르는거래?"
엄마의 말에 지아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하하, 아니야, 그런거~ 그 언니는 아직 오빠랑 하지도 못했어~ 그냥 그쪽 어머님께서 이왕 결혼 할꺼면 빨리 하는게 좋다는 주의라서 그런거야"
지아의 설명에 그녀는 고개를 갸웃했다.
"아니, 뭐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대...? 보통 웬만하면 결혼을 신중하게 생각하지 않나...? 그렇지않아, 여보?"
"어, 뭐, 그렇지..."
그녀의 동의에 지아의 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뭐, 그렇긴 한데 사람마다 가치관이 다르니깐... 그런가보지, 뭐.."
"하여튼 그래서 결혼을 지금 하는게 좋을까...?"
"에휴, 나는 반대다... 니 나이가 지금 20살인데 벌써 무슨 결혼..."
지아의 물음에 그녀의 엄마는 바로 부정적인 의사를 표했다.
"근데 지금 결혼하면 결혼식이랑 신혼 여행이랑 신혼 집까지 싹 다 해준대"
"어, 진짜...?"
그러나 이어진 지아의 말에 그녀의 표정이 오묘해졌다.
"당신, 설마... 돈 때문에 마음이 바뀌는 건 아니지...?"
그녀의 표정을 보고 지아의 아버지가 황당해 하며 묻자, 지아의 엄마가 헛기침을 했다.
"여보, 결혼식이니 신혼여행이니, 혼수니 그런게 얼마나 돈이 많이 드는데..."
"그렇긴 하지만... 돈 때문에 딸의 결혼식을 섣불리 결정하는 건 아니지"
그렇게 두 분이서 서로 티격태격 하시다가 지아의 엄마가 지아에게 물었다.
"그래서, 넌 어떻게 하고 싶어? 니 생각이 가장 중요하지"
그녀의 말에 지아가 진지한 표정으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 했다.
"나는 괜찮다고 봐. 결혼한다고 해서 생활이 크게 바뀔 것 같지도 않고, 그냥 너무 일찍 결혼하는거 아니냐는 주위의 시선만이 좀 걸릴뿐이지.."
지아의 말에 두 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니 생각이 그렇다면야... 그렇게 하자. 그럼 가서 니네 서방이나 불러와라"
엄마의 서방 소리에 지아의 얼굴이 붉어졌다.
"아, 알았어..."
지아는 동국에게 전화를 하지 않고 나가서 찾기로 했다.
1층으로 내려가서 주위를 둘러보니 앞에 있는 공원 벤치에 동국이 앉아 있었다.
"오빠~!"
지아가 동국을 부르자 동국이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봤다.
"어, 이야기 다 끝났어?"
"응, 오빠"
고개를 끄덕이며 지아가 동국의 옆에 앉았다.
"나 그냥 결혼 하기로 했어.."
지아의 말에 동국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를 안아주었다.
"신중하게 결정한거지...?"
"응..."
"그래, 그럼 우리 결혼하자"
동국이 포옹한 상태에서 말을 하자 지아가 포옹을 풀고선 동국을 바라봤다.
"오빠, 혹시 이거 지금 프로포즈야...?"
지아가 굳은 얼굴로 동국을 쳐다보자 동국이 황당해 하였다.
"야, 당연히 아니지... 프러포즈는 나중에 할꺼야"
동국의 말에 지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휴~ 혹시나 했네.."
"짜식~ 설마 내가 그러겠어~ 자, 들어가자"
동국은 지아의 머리를 헝클어뜨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렇게 둘은 손을 잡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 뒤 둘은 지아의 부모님과 결혼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결혼 날짜는 언제가 좋겠나?"
"9월 달에 컵 대회가 있으니 그 전에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
"그렇게나 빨리...?"
"8월달 정도에 안 하면 겨울에 해야 합니다."
"흠.... 그쪽에선 어떻게 하고 싶다던가...?"
"아마 일찍 하고 싶어 하지 않을까요?"
동국의 말에 두 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쪽이랑 상의 해보고 알려주게. 아무래도 그쪽에서 모든 준비를 다 해준다니 우리가 뭐라 이야기를 할 수가 없을 것 같구만..."
"상의 해보고 빠른 시일 내에 알려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