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8화 〉58회. 결혼준비
"그, 그렇게 많이 시키게...? 그거 다 못 먹을 거 같은데...?"
비올렛이 당황해 하며 앤서니에게 말했지만, 앤서니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다 먹을 수 있어~!"
"그, 그래 그럼... 그렇게 시키자"
그렇게 종업원을 불러 음식을 시키고 난 다음, 비올렛이 동국을 바라봤다.
동국은 양 옆에 꼭 붙어 있는 지아와 벨리나와 함께 웃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씁... 바람둥이에게 벨리나를 보내기엔 아까운데... 그래도 어느 정도 능력도 있고, 벨리나가 좋아해서 일을 진행 하려고는 한다만...'
하긴 비올렛 자신이 봐도 동국은 괜찮은 남자였다. 자신이 10년 전이었다면 아마 노려보지 않았을까...?
비올렛은 20대 후반에 우연히 벨리나의 아버지를 만났다.
당시에 그는 성공한 중견 사업가로 아내와 사별하고 딸인 벨리나와 같이 살고 있었다. 야망이 있었던 비올렛은 그에게 접근했고, 그는 뛰어난 외모와 몸매, 똑똑한 그녀에게 쉽게 빠져들었다.
그렇게 40대 아저씨와 결혼하게 된 비올렛. 그녀는 그 뒤 사업에 소질을 보이며 회사 일을 도왔고,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점차 회사에 대한 영향력을 키워나가며 자신의 야망을 실현시켜 나간 비올렛은 비록 결혼 생활은 그렇게 행복하진 않았지만, 회사를 키워 나가는 재미로 살아왔다.
남편이 처음과는 다르게 회사 일에 관여하기 시작한 비올렛을 부담스러워 하며 점차 소원해진 것과는 다르게 그의 딸인 벨리나는 비올렛과 친하게 지냈다.
그렇게 지내던 도중 남편이 교통사고로 숨졌다는 소식을 듣게된다. 비가 오는 날에 사업 차 방문한 지역에서 술에 취한 운전자가 그의 차를 그대로 들이 받은것.
그 일이 있고 난 뒤, 그의 재산은 비올렛과 벨리나에게 분배되었다.
비올렛은 벨리나가 유산 상속에 대해 법적 분쟁을 할 거라고 예상했지만, 예상 외로 벨리나는 비올렛의 회사 경영을 응원해 주었다.
그 일을 계기로 비올렛 역시 벨리나를 진정한 가족으로 여기기 시작했다.
'죽은 남편보다 지금 동국씨가 더 매력적이긴 하지...'
죽은 남편은 사업 능력이 뛰어나다는 면 말고는 그렇게 장점이 있는 사람은 아니였다. 오히려 어떻게 그런 아버지 밑에서 벨리나가 자라났는지 의문일 정도였다.
"감독님. 이제 1부 리그로 승격 하셨으니, 우리 벨리나랑 어떻게 하실건가요?"
비올렛의 말에 동국이 뭘 그런걸 묻느냐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당연히 저희 팀으로 입단시켜야죠."
"그럼 남녀관계에서는요?"
비올렛의 말에 동국이 당황했다. 아직 그런 것까진 생각해보지 않았기 때문.
"벨리나가 입단을 하게 되면, 필히 감독님과 관계를 가지게 되겠지요..?"
"네, 뭐, 그렇죠.."
비올렛이 관계를 언급하자 벨리나의 얼굴이 붉어졌다.
한켠에 있던 재은은 둘이 그렇고 그런 사이라서 저런 이야기를 하나 어리둥절했다.
"그러면 둘의 관계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연인관계?"
비올렛이 진지하게 묻자, 동국도 진지하게 대답했다.
"네, 저는 이미 연인 관계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머님"
동국의 말에 벨리나의 표정이 더욱 붉어졌지만 한편으론 동국이 저렇게 어머니 앞에서 확답을 하니 마음이 놓였다.
"벨리나, 너도 그렇게 생각하니...?"
"네... 이미 말씀드렸잖아요. 전 동국 오빠를 좋아해요"
갑자기 분위기가 상견례처럼 돼버리자 동국 옆에 붙어 있던 지아는 물론 재은까지 어색해 했다.
'아, 뭐지... 갑자기 왜 분위기가 이렇게 된거지... 그냥 승격 축하하는 자리가 아니였나...'
'습... 이거 분위기가 이상해지는데... 설마 동국이가 벨벳 그룹 사위가 되는건가... 그럼 난 뭐지...! 동국은 날 어떻게 바라본거지...?'
이 상황에서 앤서니만이 오로지 고기가 언제 오나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비올렛 언니~ 고기 언제 와~? 나 배고픈데...?"
진지한 분위기에 갑자기 앤서니가 칭얼거리자 분위기가 확 깨졌다.
"응..? 어, 고기가 다 구워져서 나와서 오래 걸리는거야. 그래도 조금만 있으면 나올꺼니깐 조금만 참자.."
"응, 알았어~"
앤서니 주변을 보니 이미 밑반찬들이 다 먹고 없었다. 많이 배고팠나보다.
"그럼 둘이 결혼은 언제 할건가요?"
"네, 결혼이요...?"
결혼이란 말에 어색한 분위기 속에 물을 마시던 지아가 살짝 사례가 걸렸다.
그리고 재은의 표정이 오묘해졌다.
"결혼은 아직 이르지 않나 싶네요. 지아와 앤서니의 의견도 들어야 되고요... 그래도 둘이랑 먼저 만났는데 결혼도 더 일찍 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아직 벨리나가 어린데..."
동국은 그렇게 말하며 벨리나를 바라보니 벨리나는 부끄러워만 할뿐, 그렇게 싫은 기색이 아니였다.
그 표정에 동국은 둘이 사전에 이야기가 되어 있었음을 깨달았다.
"그럼 감독님, 아니 동국씨는 괜찮단 말인가요?"
"네, 저야 벨리나와 다른 얘들이 괜찮다고 한다면 언제든지 좋습니다. "
"그럼 지아와 앤서니는 어떠니...? 둘은 언제 결혼할꺼니?"
비올렛의 말에 앤서니가 바로 대답했다.
"난 일요일에 결혼해도 괜찮아~! 근데 내일은 내가 좀 피곤해서 안 될 것 같애.."
앤서니의 순진한 말에 피식 웃은 비올렛은 어안이 벙벙한 지아를 바라봤다.
"지아는 어떠니...? 넌 언제 결혼할거니?"
"어... 제 나이가 아직 20살밖에 안 됐는데, 벌써 결혼 하는건 좀..."
지아의 말에 동국도 속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갑작스럽게 비올렛이 결혼을 진행하려고 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
물론 동국이야 좋지만 말이다.
"지아야, 잘 생각해보렴. 일단 너가 나중에 다른 남자를 만날 것 같니?"
"그, 그런 모르는 일 아닐까요..?"
지아의 말에 동국이 슬쩍 지아의 옆구리를 꼬집었다.
'어딜 지금 내 앞에서 말이야...!'
동국의 째려봄에 지아의 표정이 어색해졌다.
"일단 내가 봤을 때 지아가 다른 남자를 만나려면 팀을 옮겨야 만날 수 있을 것 같은데, 팀을 옮길 수 있나요?"
"아뇨... 계약 상 이적은 어려워요.."
지아는 그렇게 말하며 동국을 바라봤다. 그러고 보니 처음에 왜 계약을 이렇게 했나 싶었는데 다 생각이 있었다.
"내가 봤을 때 지아와 동국씨가 헤어질 일은 별로 없을 것 같애. 그러니 그냥 이참에 다같이 결혼식을 하는건 어떨까? 합동 결혼식을 하는거지. 내가 결혼식 비용이랑 신혼여행 비용도 다 대줄게~"
비용을 모두 대 준다는 말에 솔깃한 지아. 그녀는 이 참에 더 뜯어내기로 했다.
"그, 그럼 신혼집은요? 결혼하려면 신혼 집도 필요한데요?"
"후후~ 애초에 벨리나가 숙소에 들어가 살기엔 숙소가 너무 좁으니 숙소를 확장시켜 줄려고 그랬단다. 내가 너네가 결혼하면 숙소 확장 비용도 지원해줄게"
비올렛의 통 큰 말에 지아는 물론 같이 듣고 있던 동국도 입이 쩍 벌어졌다.
"저, 저기. 어머님. 너무 무리하시는 거 아닌가요...? 애초에 왜 이렇게 결혼을 서두르시는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동국이 비올렛에게 이유를 묻자 비올렛이 웃으며 설명해주었다.
"어차피 할 결혼이라면 일찍 하자는거지요. 벨리나가 입단하게 되면 동국씨랑 물고 빨고 다 할텐데 나중에 어떻게 딴 남자랑 결혼을 하나요. 안 그래요?"
비올렛의 말에 동국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거의 동거를 하는 수준이니...
물론 요즘에는 이혼녀가 뭐가 대수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의외로 비올렛은 그런 부분에서 상당히 보수적이었다.
애초에 비올렛 자신부터가 성과 남녀 관계에 대해 보수적이어서 그녀가 풍기는 뇌쇄적인 분위기와는 다르게 그녀의 남편이 첫 남자일 정도였다.
그러니 벨리나에게 동국의 특성에 대해 들었을 때 상당히 우려하고 승격 같은 상당히 힘든 조건을 내건것이다. 비올렛에게 그건 벨리나의 입단 조건일 뿐만 아니라 사윗감을 테스트하는 일인것이다.
동국은 이러한 비올렛의 생각까지는 잘 모르고 그냥 그런갑다 하고 넘겼다.
애초에 벨리나와의 결혼은 동국에게 안 좋을게 하나 없었다. 대기업의 사위라는 점만 해도 그랬다. 그리고 벨리나가 어디 뭐 하나 빠지는 부분이 없는 여자인 것도 동국에겐 좋았다.
"뭐, 그밖에 돈을 지원하는 부분에 있어서도 더 편하고 세간의 시선도 있고, 뭐 여러 이유가 있지요."
"에~ 그럼 앞으로 장모님이라고 부르겠습니다. 말 편히 하세요"
동국의 말에 비올렛이 흐뭇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나도 앞으로 사위라고 부르겠네"
둘이서 하하 호호 거릴 때 종업원이 룸에 들어와 고기를 차리기 시작했다. 배가 고팠던 앤서니는 고기가 차려지기 무섭게 집어 먹기 시작했고, 뻘쭘하게 있던 재은 역시 고기를 먹기 시작했다.
"저, 저는 좀 생각을 해볼게요. 부모님이랑도 이야기를 나눠봐야 되서..."
동국과 비올렛의 눈치를 보던 지아가 결혼 문제에 대한 대답을 했다.
지아의 말에 비올렛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내가 너무 성급했네. 천천히 잘 생각해보고 벨리나를 통해 알려주렴"
음식이 다 차려지자 대화를 하며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대화에 끼지 못하고 어색하게 있던 재은은 동국의 결혼 얘기에 마음이 싱숭생숭 하면서도 특집 기사를 쓰기 위해 지아와 앤서니에게 여러가지를 질문했다.
그리고 동국은 비올렛과 스폰서 계약에 대해 이야기 했다. 벨리나는 그런 동국 옆에서 동국에게 고기를 먹여주고 있었다.
"스폰서 계약은 메인 스폰서로 하는게 어때~? 벨벳 발키리 팀이 되는거지"
비올렛이 친근하게 묻자 순간 동국은 가슴이 두근거렸다. 비록 비올렛과 동국의 나이 차이가 10살 정도 나지만 비올렛은 넘칠 정도로 매력이 있는 여성이다.
"오빠, 아~ 하세요"
그 순간 벨리나가 동국의 입에 고기를 갖다 댔다.
"어, 어. 고마워"
벨리나가 준 고기를 먹은 동국이 우물우물 씹으며 비올렛의 제안에 고개를 끄덕였다.
"음.. 저는 나쁘지 않습니다. 근데 메인 스폰서면 지원을 많이 해주셔야 되는거 아시죠?"
동국의 말에 비올렛이 웃었다. 그러고선 자신도 고기 한 점을 입에 넣었다.
"우물우물.. 가족끼리 지원을 많이 해줄 수도 있지. 앞으로 돈 걱정은 하지 마"
그녀의 말에 동국은 순간 그녀의 얼굴 뒤에서 후광이 비추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