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5화 〉55회. 1부 리그 승강전 (55/297)



〈 55화 〉55회. 1부 리그 승강전

중요한 할 말이란 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벨리나의 입단과 관련된 말이 아닐까? 아니면 스폰서 관련?


하여튼 거절할 이유가 없으므로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예, 뭐 그러죠. 그럼 저는 경기 준비하러 이만 가보겠습니다. 벨리나, 어머니 잘 모시고"


"네, 경기 이기길 응원할게요"


벨리나가 손을 흔들어주자, 동국도 손을 흔들어주고서 홈 팀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며 비올렛이 벨리나에게 말했다.

"너가 보기에 오늘 이길 것 같니?"


"네, 이길게 분명해요...!"

벨리나의 말에 비올렛이 한숨을 내쉬었다.


"하, 이게 맞는지 모르겠다..."

경기를 시작하기 전 관중석을 살펴보니 동네 사람들이 많이 오셨다. 홈 경기장에 마땅한 관중석이 없어서 대부분 돗자리를 깔고 앉아 계시거나 서있으시다.

"진짜 숙소 뿐만이 아니라 경기장도 업그레이드를 해야 하는데..."

경기가 시작되고 마운드에 앤서니가 올라왔다.


'동국이 변화구 위주로 던지라곤 했는데, 오늘 컨디션도 좋으니 강속구를 던져볼까...?'


앤서니는 그렇게 생각하며 낮게 직구를 던졌고, 바로 중전 안타를 맞았다.

딱~

깨끗하게 1,2루 간을 가른 안타였다.


안타를 맞자 앤서니의 표정이 오묘해졌다. 그러고선 고개를 갸웃 거렸다.

'흠... 빠른거 같은데...'

다음 타자는 곧바로 번트 자세를 취했다. AI선수가 아닌 실제 선수지만 번트를 대는데 망설임이 없다.

틱~

번트는 적절하게 2루쪽으로 굴러갔다. 2루수는 공을 잡고선 1루 주자를 태그 하려고 했으나 주자가 살짝 피하면서 태그에 실패했다. 그 사이 타자 주자는 무사히 세이프가 되면서 벌써 무사 만루의 위기가 되었다.

그러자 바로 마운드로 방문한 동국.


"앤서니~! 변화구 위주로 던지라니깐...!"


동국이 화가 난 듯 얼굴을 붉히며 말하자, 앤서니가 미안해 했다.

"미안해, 동국~ 왠지 오늘 컨디션이 좋아가지고, 충분히 통할 줄 알았어..."

앤서니가 의기소침해 하자 동국이 그녀의 어깨를 토닥였다.

"점수 내주는 거에 연연해 하지 말고 변화구 위주로 하자. 알겠지?"


"응, 알았어..."


동국이 마운드를 방문하고 난 뒤, 앤서니는 커브로 스트라이크를 잡고, 직구를 유인구로 던졌다. 그 결과 타자는 무리하게 변화구를 때리려 다가 내야 뜬공으로 물러났다.

중요한 3번 타자를 아웃시키자, 동국은 수비수들을 전진 배치 시켜 실점하는  방지하고자 했다.


"이번 위기만 넘기면 1회 말에 분명 찬스가 온다.."


동국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초조하게 경기 상황을 지켜봤다.

4번 타자가 타석에 들어서고, 앤서니는 초구, 둘째 구를 모두 커브로 던졌다. 커브가 존을 통과할 것이 눈에 보이자, 타자는 방망이를 휘둘러봤지만, 모두 파울이 되고 말았다.


"이번엔 유인구다.."


앤서니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커브를 낮게 떨어트렸다. 그러나 타자는 가까스로 배트를 돌리지 않았다.
그 모습에 슬쩍 웃은 앤서니는 이번엔 존을 통과하는 커브를 던졌다.

슈욱~

공이 아슬아슬하게 존을 통과할 것처럼 보이자 타자는 황급히 공을 커트 하려 했다.

틱~

그러나 공은 파울 라인을 벗어나지 못하고 2루수 정면으로 향했다. 전진 배치 되어 있던 2루수는 바로 공을 잡고 홈으로 던졌고, 홈에서 2루 주자를 아웃 시킨 포수가 1루로 송구해, 타자 주자까지 아웃시켰다.
병살타로 이렇게 위기를 벗어나자 앤서니는 글러브를 주먹으로 때리며 환호했다.

"좋았어~!"

그러고선 싱글벙글 더그아웃으로 돌아갔다.

"앤서니, 거봐~! 커브만 던져서 병살타를 만들었잖아~!"


"진짜 변화구 위주로 던지니까 좋은 결과가 나오네~"


그렇게 위기를 벗어난 것에 기뻐하던 동국이지만 마음 한편에는 앤서니의 직구를 어떻게 해야 더 위력적일지 고민이 들었다.


1회 말.
지아는 타석에 들어서며 마운드에 서 있는 한아지를 노려보았다. 한아지 역시 그런 지아를 노려봤다.

'니 공은  쳐주겠어...!'

'흥~ 지아 주제에 어림없지~'


지아가 알기로 한아지는 고교 시절 공의 제구가 좋은 걸로 유명했다. 다만 딱히 변화구가 없어서 약점으로 꼽혔었다. 하지만 2부 리그에 와서는 체인지업을 구사하긴 했다.


'그깟 체인지업....'


지아는 모조리 다 쳐내겠다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한아지가 와인드업을 취하고선 초구를 던진다. 바깥쪽으로 존에 아슬아슬하게 걸칠 것 같은 코스다. 지아는 이 공을 굳이 건들지 않았고, 공은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았다.

'제구가 더 좋아진 것 같긴 하군... '

그러나 공의 위력은 그렇게 강해 보이지 않았다. 지아는   있다고 생각하며 다음 공을 기다렸다.

슈욱~


이번엔 몸쪽으로 날라오는 직구. 지아는 슬쩍 몸을 뒤로 빼며 피하는 동작을 취했고, 공은 볼이 되었다.

'날 맞추려고 그러면 나야 땡큐지...'

위력이 그렇게 강하지 않은 공에 맞아봤자 부상 당할 위험도 적어 보이고, 출루하면 도루에 성공해 2루까지 갈 자신이 있었다.

3구 높은 직구에 방망이를 휘둘러 봤으나 뒤로 가는 파울이 되었다.

'자, 와라...!'


그리고 4구째. 낮게 들어오는 공에 지아가 기다렸다는 듯 방망이를 휘둘렀다.

'엇...! 체인지업...!'

그러나 공은 지아의 생각보다 더 떨어지는 체인지업이었고, 결국 방망이에  맞추고 말았다.
그렇게 땅볼로 물러나며 지아는 다음을 기약했다.


자신과 악연인 지아를 잡아서 기분이 들뜬걸까.
한아지는 다음 타자에게 볼넷을 내주고 말았다. 풀카운트에서 결정구로 체인지업을 던졌는데 이게 제구가 안되면서 원바운드로 떨어지고 말았다. 그런 어림없는 공에 AI타자는 미동도 하지 않았고, 그렇게 출루하게 되었다.


"칫...! 마지막에 체인지업이 제구가 되질 않다니... 내가 너무 흥분했나..."

한아지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다음 타자를 맞이했다. 그리고선 가뿐하게 내야 뜬공을 유도해 주자를 1루에서 묶었다.

"자, 빨리 끝내고 쉬자고~"


2아웃이 되자 긴장이 풀린 한아지. 그녀는 빨리  생각을 하며 초구를 던졌다.

'앗, 실투닷..!'


초구로 던진 체인지업이 제대로 되질 않았다. 체인지업이 아닌 배팅볼이 되어 공은 타자에게로 날라갔고, 타자는 이 공을 놓치지 않았다.


딱~!

그대로 밀어친 타구는 우익수 키를 넘겨 펜스까지 굴러갔고, 타자 주자는 여유롭게 2루까지 서서 들어갔다. 그 사이 1루 주자는 홈을 밟아 득점에 성공했다. 발키리가 선취점을 얻는 순간이었다.


"그래! 원래 위기 뒤에 기회가 온다고... 이렇게 우리가 먼저 선취점을 가져가는구만. 앤서니, 잘 막아낼  있겠지~!"


홈 팬들의 박수 소리를 들으며 동국이 기뻐했고, 앤서니는 동국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12타자 연속 삼진을 잡고 올게"


"오우, 그거 대단한걸~"


앤서니의 허세 섞긴 농담에 동국이 웃었다.


2회 초, 2번 타자가 유인구로 던질 의도였으나 살짝 몰린 직구를 받아쳐 안타를 만들어 냈지만, 앤서니는 3번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 세우며 위기를 벗어났다.


"오늘 보니깐 상대 팀 2번 타자가 컨디션이 좋네. 벌써 볼넷과 안타야."


동국이 2회 초가 끝나고 더그아웃으로 돌아오는 앤서니에게 상대 팀 타자에 대해 말했다.

"응~ 눈빛도 매서워~"

"반대로 3번 타자는 뜬공, 삼진이고.. 일단 2번 타자만 잘 막으면 되겠다"

동국의 말에 앤이 고개를 끄덕였다.

2회 말.
선두 타자로 지아가 타석에 들어섰다.

'체인지업을 노린다...!'

오늘 지아가 보기에 한아지의 체인지업이 제구가 제대로 되질 않았다. 애초에 체인지업의 위력이 그다지 좋지 않았던 한아지 지만 연투 때문에 체력적으로 문제가 있는 건지 오늘은 더 좋지 않았다.


그렇게 체인지업을 기다렸고, 1볼 2스트라이크 상황에서 지아가 기다리던 체인지업이 날라왔다. 아마 한아지는 결정구로 던진다고 던졌겠지만, 체인지업을 노리던 지아에게는 그저 치기 좋은 먹잇감 이었다.

딱~!

제대로 맞은 타구는 그대로 좌익수의 키를 넘겼고 지아는 여유롭게 2루 베이스를 밟았다.

'아, 당겨칠껄 그랬나... 그러면 홈까지 노리는건데..'


지아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더그아웃에서 환호하고 있는 동국과 앤서니에게 엄지 척을 날렸다.


'아휴... 짜증나...'


그리고  모습을 한아지는 짜증을 내며 지켜봤다. 하필이면 최지아 앞에서 체인지업이 말을 듣지 않는다니...

그 뒤 지아는 다음 타자의 땅볼 타구 때 홈을 밟아 득점에 성공했다.

"오우, 지아. 잘했어~! 체인지업을 노린거야?"


더그아웃 입구에서 지아를 기다리고 있던 동국이 지아와 포옹하며 타석 때의 상황을 묻자 지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오늘 보니깐 체인지업이 별로더라구"

"흐흐, 아마 체력적인 부담도 있겠지..."

한아지는 지아 이후  타자를 모두 범타로 처리했으나, 1회 말에 장타를 허용했던 4번 타자에게 또다시 장타를 허용했다. 그 다음 5번 타자가 외야까지 가는 타구를 만들긴 했으나 좌익수의 호수비로 겨우 실점을 막아냈다.

3회 초. 앤서니는 변화구만 던져 땅볼을 유도해 냈다. 타구는 번트를  것처럼 포수 앞에서 굴렀다. AI포수는 그 공을 주워서 1루로 송구하였는데, 그만 송구가 부정확했다.
포수 실책으로 선두 타자가 출루하게 되자 동국의 표정에 짜증이 서렸다.

"아, 진짜... 이럴 때 실책이 나오냐..."

하지만 앤서니는 포수의 실책에도 흔들리지 않고, 다음 타자를 삼진으로 처리하였다.
그렇게 1사 1루의 상황에서 오늘 컨디션이 좋은 2번 타자가 타석에 들어섰다.


'이번엔 막아야지...!'

앤서니는 초구로 오늘 자주 던지지 않은 몸쪽 슬라이더를 던졌다. 가운데에서 몸쪽으로 휘는 공에 타자의 배트가 헛돌았다.

"스트라익~"


'히힛~'


타자의 헛스윙에 기분이 좋아진 앤서니는 이번엔 바깥쪽 커브를 던졌다. 바깥쪽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떨어지는 공에 타자의 방망이는 또 헛돌았고, 그렇게 2스트라이크가 되었다.


'이젠 뭘 던지지...? 슬라이더? 커브? 아니면 한번 빼볼까..?'

타자의 표정은 들어오기만 하면  칠 것 같은 얼굴을 하고선 앤서니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러면서 방망이를 살살 흔드는 모습에 앤서니는 유인구를 던지기로 하였다.

'그래, 아래쪽으로 떨어지는 슬라이더를 던지자고'

던질 코스랑 구종을 정한 앤서니가 투구 자세를 취하고선 공을 던졌다.

슈욱~

타자의 바깥쪽에서 휘면서 가운데 존 아래로 날아가는 궤적에 타자의 타격 자세가 유연하게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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