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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2화 〉52회. (52/297)



〈 52화 〉52회.

동국의 말대로 직구를 과감하게 포기하기로 한 앤서니는 변화구만 던지기로 마음 먹었다.
우선 초구로 커브를 던졌다.


"스트라익~"

역시 타자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아마 이 타자도 직구를 노리는 게 분명했다. AI 타자 주제에 이런 노림수를 가지는 게 괘씸해 앤서니는 삼진으로 잡기로 하였다.
이번엔 슬라이더를 한번 던져 보았다. 바깥쪽에서 존으로 들어오는 공의 궤적에 타자가 움찔했다.


'헹~ 볼 인줄 알았지~?'


앤서니는 이번에도 슬라이더를 던졌다. 이번엔 가운데에서 몸쪽으로 떨어지는 궤적을 그렸고, 타자는 그대로 헛스윙 하였다.

"스트라익 아웃~!!"


심판의 삼진 선언과 함께 앤서니는 크게 주먹을 불끈 쥐었다.

"좋았어~!"


한층 자신감을 가진 앤서니는 커브와 슬라이더를 섞어 던졌고, 방망이에 빗 맞은 공은 앤서니에게로 굴러왔다.
빠르게 대쉬한 앤서니는 공을 잡고선 그대로 홈으로 던졌고, 2루 주자는 홈에서 아웃되었다.


"아웃~!"


"아아아...."


"우와아아!!"

2루 주자가 홈에서 아웃 되자 대다수의 관중들이 아쉬움의 한숨을 내쉬었고, 일부 원정 팬들은 실점의 위기를 막아내 환호성을 내질렀다.
앤서니 역시 자신도 모르게  땀을 손으로 닦으며 웃었다.

'그래! 할 수 있어!'

그리고 마지막 타자를 뜬공으로 처리하며 무사 만루의 위기를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예~스~!!"

높게 뜬 타구가 2루수의 글러브 속으로 들어가자 두 팔 벌려 환호한 앤서니는 당당하게 더그아웃으로 돌아왔다.

"그래! 할 수 있잖아! 앤서니!!"


동국이  팔을 벌리며 앤서니를 맞이하자, 앤서니가 그대로 동국의 품 속으로 뛰어 들어와 안겼다.

"동국~ 내가 해냈어~!"

"그래, 그래... 장하다.."

지아 역시 이번 만큼은 둘을 질투 어린 눈빛으로 보지 않고 따뜻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5회 초. 발키리의 마지막 공격 기회.


선발 투수가 초구를 던졌다. 포크볼을 던졌는데 이제 어느 정도 힘이 딸리는지 약간 손에서 풀린 공이 날라갔다.

밋밋한 포크볼에 타자의 방망이가 그대로 돌아갔고, 정타가 되었다. 타구는 쭉쭉 뻗어 라인 안쪽에 떨어졌고, 그대로 펜스까지 굴러갔다.


지아만큼 뛰어난 수비 실력을 갖추지 못한 광호 팀의 AI 좌익수가 공을 던졌을 때는 이미 타자 주자가 2루에 거의 도달한 상황이었다.

"우와아아!!"


위기 뒤에 기회가 온다는 말처럼, 무사 만루의 위기를 실점 없이 막아낸 발키리 팀은 4회 초와 마찬가지로 무사 2루의 절호의 찬스를 맞이하게 되었다.

"지아야, 4회처럼 알지? 내야 깊은 타구를 만든다는 느낌으로"


"알았어. 내가 타점 올리고 올게"

지아의 차례가 다가오자 동국이 지아를 안아주며 말했고, 지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땅볼을 친다는 느낌으로 가볍게...!'

지아는 그렇게 생각을 하며 땀을 흘리며 긴장하는 투수를 노려봤다.
초구, 선발 투수는 이번 경기에서 처음으로 커브를 던졌다. 투수의 비장의  수에 공이 빗맞았고, 그대로 뒤로 가는 파울이 되었다.
생각지도 못한 커브에 지아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커브라니... 나름 비장의  수가 있었구만...!'

다음 공으로 높은 직구가 들어오는  그대로 받아친 지아가 작게 중얼거리며 1루로 뛰었다.

"안타는 못 쳐도 타점만 올리면 된다...!"


멀리 날아간 공은 그대로 외야수에게 잡혔지만, 2루에서 태그업 한 주자가 홈으로 들어오기엔 충분한 시간을 벌어주었다.

아무래도 스트라이크가 아닌 하이패스트볼이다 보니 약간 빗맞아서 타구에 힘이 실리지 못했다. 그러나 지아의 희생플라이로 점수 2-1, 발키리가 역전에 성공하였다.

"이제 우리가 역전했다...!"


"칫~!"

1루에서 타구가 아웃당한걸 확인한 지아가 1루수 종연에게 중얼거렸고, 종연은 지아의 말에 작게 혀를 찼다.

5회 말. 광호의 마지막 공격.
이대로 5회 말에 점수를 내지 못하면 경기가 끝나는 상황. 광호 팀 입장에서는 어떻게 해서든 역전에 성공을 하던지 최소한 동점이라도 만들어 연장전에 돌입하게 해야 했다.

이대로 탈락 할 수 없다는 마음일까. 선두 타자로 나선 강종연이 앤서니의 커브를 받아쳐 깔끔한 안타를 만들었다.
희망의 불씨를 살려낸 광호 팀은 이어 다음 타자  진루타를 쳐 주자를 2루로 보냈다.


1사 2루의 상황.
타자들이 이번엔 노림수를 바꿔 변화구를 노린다는걸 알아챈 앤서니가 높은 직구를 던졌다. 타자의 배트에 빗 맞은 공은 그대로 높이 떴으나 내야를 벗어나지 못하고 2루수 글러브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그래!"

2사 2루가 되자 홈 팀 팬들은 낙담했고, 원정  팬들은 기대감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딱!


하지만 긴장감이 풀어진걸까. 앤서니는 다음 타자에게 안타를 허용하고 말았다.  팬들은 기적 같은 동점 적시타에 기뻐하며 소리를 질러댔고, 원정팬들은 허탈함에 자리에 주저 앉았다.

"하.... 정말..."

안타를 허용하고 나서 앤서니는 허탈감에 하늘을 쳐다보았다.

2번 타자를 삼진으로 처리하며 이닝을 종료한 앤서니가 더그아웃으로 돌아왔다.


"자자, 너무 낙담하지 말고! 또 점수 내면 돼!"

동국은 약간 처진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박수를 치며 외쳤다.

"맞아, 내가 홈런 치고 올게!"


지아 역시 동국의 말에 맞장구를 치며 앤서니를 위로했다.

"하아... 지아~ 진짜 홈런 칠 수 있어~?"

앤서니가 슬그머니 고개를 들어 지아를 바라보자 지아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음... 아마도...?"

거짓말은 못하는 지아였다...


6회 초. 연장전이 시작되었다. 연장전까지 가서 그런 건지 투수의 제구가 약간 불안해 보였다.
풀카운트까지 가는 승부 끝에 볼넷으로 선두 타자가 출루하자 광호 팀 벤치에서는 바로 투수를 교체하였다.

적절한 투수 교체 덕분일까. 바뀐 투수는 5번 타자에게 땅볼을 유도해 1루 주자를 처리하였다. 비록 병살타까지는 만들지 못했으나 주자를 2루로 보내 득점권의 위기 상황을 막아냈다.

"끄음... 지아야. 이제  때가 됐다! 안타를 하나 더 때릴 때가 됐어!"


동국의 말에 지아가 허리 스트레칭을 한번 하고선 타석으로 걸어갔다.

"의자의 온기가 사라질 때까지 돌아오지 않겠어..."

진지한 얼굴로 타석에 들어선 지아.


'일단 초구를 노린다...!'

보통 투수들이 초구를 스트라이크로 잡으려는 부분을 공략하기로  지아.
그리고 지아의 생각대로 투수는 스트라이크를 잡기 위해 공을 던졌고, 깔끔하게 밀어쳤다.

딱~

공은 그대로 좌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가 되었고, 1사 만루가 되었다.
1루 베이스를 밟으며 지아가 종연에게 인사했다.


"다시 왔다 이년아"

"꼴도 보기 싫은 년..."

1사 만루의 위기에 짜증이 나는지 종연은 지아의 얼굴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지아는 그런 종연의 태도에 피식 웃고선 언제든 병살을 피하기 위해 타석에 집중했다.


딱~

방망이에 맞은 공이 멀리 외야로 향했고, 지아의 간절한 기대와 종연의 불안한 눈빛을 받으며 공은 날라갔다.


"뛰어~!"

그러나 타구는 그대로 좌익수의 글러브 속으로 들어갔고, 좌익수는 바로 2루로 공을 던졌다. 혹시나 타구가 안타가 되면 바로  생각이었던 지아는 2루로 태그업 하지 못하였으나, 2루 주자가 태그업 하기엔 충분했다.


"와아아!!"


다시금 발키리가 1점을 도망가자 몇 번이나 환호해 목이 다 쉰 벨리나와 재은이 서로를 껴안았다.

"제발 이렇게 끝났으면 좋겠다..."

"그러게..."


서로 응원하며 친해진 둘은 제발 이렇게 발키리가 이겼으면 하는 바램을 이야기했다.

6회 말.
선두 타자로 타석에 들어선 강종연.

'다시 5회 말처럼 점수를 내준다...!'


각오를 다진 종연은 마운드에 선 앤서니를 노려보았다.

'저 못생긴 년이...!'


종연의 눈빛이 짜증이 난 앤서니가 그대로 몸쪽 직구를 던졌다.


"스트라잌~"

순간 맞는 줄 알고 식겁한 종연은 공이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했다는 심판의 판정에 어안이 벙벙했다.


'이 공이 말로만 듣던 크로스 파이어...!'

기가 팍 죽은 종연은 다음에 던진 슬라이더를 건드려 내야 땅볼로 물러나고 말았다.


4번 타자가 타석에 들어서자 지아는 다시 한번 크로스 파이어를 던졌다.

'앗..!'

그러나 제구가 제대로 되질 않아 살짝 가운데로 몰렸고, 타자는 그대로 공을 밀어쳤다.

딱~!


빠른 속도로 쏘아진 타구. 그러나 앤서니에게 다행스럽게도 타구가 1루수 정면이었다. 공은 그대로 1루수의 미트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말았다.

"아아..."

 맞은 타구가 1루수 직선타로 잡히자 광호 팀 팬들이 아쉬움의 탄식을 냈다. 반대로 벨리나와 재은은 크게 한숨을 돌렸고 말이다.

"이제 아웃카운트 1개 남았다...!"


앤서니는 혼신의 힘을 다해 강속구를 뿌렸고, 그대로 타자의 방망이가 헛돌았다.


"스트라이크~!"

"한번 더!"

"스트라익~!!"


다시 한번 던진 강속구에 타자는 얼어붙었는지 방망이를 내밀지도 못했다.


"마지막이닷~!!"


마지막 스트라이크 1개가 남자 앤서니는 젖 먹던 힘을 다해 자신이 가장 자신이 있는 직구를 뿌렸다.


틱~

 안으로 들어오는 공에 타자는 방망이를 휘둘렀지만, 공은 힘없이 앤서니에게로 굴러갔다.

"아웃~!"

"우와아아아~!!"

마지막 타자를 땅볼로 처리하며 경기가 끝이 나자 발키리의 팬들의 함성이 경기장을 가득 매웠다.


"이겼다~!!"


"우와아아!! 우리가 이겼다!!"


앤서니는 만세를 부르며 환호했고, 덕아웃에서 일어나서 마운드로 뛰어들 준비를 하던 동국은 경기가 끝이 나자 그대로 뛰쳐나와 앤서니를 끌어 안았다.
좌익수로 있던 지아 역시 마운드로 달려와 함께 끌어 안았다.


관중석에 있던 재은도 옆에 있던 벨리나와 서로 끌어 안고선 감격을 나누다가 황급히 정신을 차리고선 마운드에서 서로 끌어 안으며 환호성을 지르고 있는  사람을 카메라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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