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1화 〉51회. 1부 리그 승강전 (51/297)



〈 51화 〉51회. 1부 리그 승강전


2회 초. 선두 타자가 초구 변화구를 건드렸다가 땅볼로 아웃 되자 지아가 타석에 들어설 차례가 되었다.
찐한 키스를 하고 나서 동국은 지아에게 차분히 말했다.

"너무 1루수 의식해서 힘이 들어가게 스윙 하지 말고, 가볍게 넘기는거야, 알겠지?"


동국의 말에 헬멧을 쓰던 지아가 황당하게 쳐다봤다.

"가볍게 넘기라고...? 그게 말이야 방귀야..."

그래도 동국의 충고에 가볍게 배트를 휘두르려고 노력한 지아.

그 결과 가볍게 친 타구가 내야를 벗어 나지 못하고 내야 땅볼이 되고 말았다.

"...."

지아가 더그아웃으로 돌아와 헬멧을 벗으며 슬쩍 동국을 째려봤다.

"뭐 임마"

동국은 괜히 한 소리 하고선 시선을 경기장으로 돌렸다.
왠지 뒤통수가 따가운 동국이었다.


패스트볼과 포크볼의 조합으로 나머지 타자도 땅볼로 처리한 상대팀 선발 투수.

2회 말.


앤서니는 직구와 커브의 조합으로 선두 타자를 땅볼로 처리 했다.
그리고 다음 타자에게 초구 직구를 던져 스트라이크를 잡고, 이번엔 커브를 던졌다.

딱~!

그러나 타자가 커브를 노렸는지 제대로 장타가 나왔다.


그리고 지아는 타구음이 들리자 마자 뒤로 뛰기 시작했다.

'이건 펜스까지 간다...'


앤서니가 어떻게 던졌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타구만 봤을 땐 상당히 멀리 가는 타구였다. 아마 2루까지 충분히 갈만한 타구.
그러나 지아가 최초 타구 판단을 빠르게 해서 공을 빨리 잡았고, 강한 어깨로 그대로 2루로 송구했다.
2루까지 가려던 타자 주자는 화들짝 놀라 1루로 귀루했다.

"아아아..."


2루타인줄 알고 환호하던 관중들은 1루에서 주자가 멈추자 아쉬움의 탄식을 냈다.

마운드를 방문한 동국이 앤서니에게 말했다.

"앤서니, 긴장했어?"


"음... 딱히~?"

"그래, 직구, 커브 말고도 슬라이더도 던져. 알겠지?"

"너클볼은~?"


"너클볼은 아직. 긴장하지 말고 평상시 대로 해"

"알았어~"

앤이 고개를 끄덕이자 동국이 엉덩이를 한번 툭 치고선 덕아웃으로 돌아갔다.

덕아웃으로 돌아온 동국은 내야수들을 전진 배치 시켜 번트에 대비하였다.
그리고 상대 타자 역시 번트 자세를 취했다.

'흥~ 번트 대고 싶으면 대라지~'


앤서니는 타자가 번트 자세를 취하자 높은 코스의 직구를 던졌다.

"스트라익~"


타자가 번트를 대려고 했으나 배트에 공이 맞지 않았다.

틱~

"파울~"

이번에도 같은 코스로 직구를 던진 앤서니. 이번엔 배트에 공이 맞았으나 뒤로 가는 파울이 되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번트 자세를  타자는 정상적인 타격 자세를 취했다.


틱~


앤서니는 이번엔 직구 대신 커브를 던졌고, 직구 타이밍에 배트를 휘두른 타자는 땅볼로 물러났다. 다만 1루 주자는 2루로 진루에는 성공했다.

이렇게 2사 2루가 된 상황에서 2번 타자가 타석에 들어섰다. 다음 타자가 실제 타자임을 생각한다면 이번 타자를 반드시 막아야 하는 상황.


'이번엔 슬라이더다~'

앤서니는 초구로 오늘 경기에서 던지지 않았던 슬라이더를 던졌다. 가운데에서 몸쪽으로 휘는 궤적에 공이 방망이에 빗맞았고, 그대로 2루 땅볼이 되고 말았다.

"좋았어~"


동국은 더그아웃 입구로 마중 나와 앤서니와 하이파이브를 했다. 그리고 지아에게 어깨동무를 했다.

"지아, 너가 2루타를 막아서 정말 다행이다"

"에헴~ 내가 쫌 수비를 잘하지~"


지아가 우쭐대자 동국이 아련한 표정을 지었다.


"아, 진짜 첫 번째 경기에서 실책 하고선 울먹이던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이렇게 수비를 잘 한다는 말이 나오다니...
감개 무량하다"

"씨이~"


동국의 말에 지아가 동국의 배를 툭 치고는 앤서니 옆에 앉았다.


"지아, 너가 홈런 치고 와서 동국에게 우쭐대봐~"

앤서니의 말에 지아는 슬그머니 자리를 옮겼다...

상대 팀 선발은 여전히 막강해 3회 초가 삼자범퇴로 빠르게 정리되었다. 아마 앤서니를 상대하던 상대 팀들의 마음이 이랬을까.
오히려 앤서니가 먼저 흔들리기 시작했다.

3회 말. 선두 타자로 나선 강종연을 뜬공으로 잘 처리한 앤서니는 후속 타자에게 안타를 맞았다. 그 이후 풀카운트까지 가는 승부 끝에 볼넷을 내주고  앤서니.


결국 마운드에 동국이 방문했다.


"앤서니, 볼넷을 주면 어떡해"


"힝~ 스트라이크 존에 넣는다는게 살짝 빠졌어~"

고개를 숙이며 앤서니가 아쉬워 하자 동국이 어깨를 다독였다.

"그냥 빠르게 승부한다고 생각해. 니 공이면 AI 타자들이 쉽게 못쳐. 그러니 자신감을 가지고 던져. 알겠지?"


"응, 알겠어"

동국이 내려가고 나서 앤서니는 씩씩하게 연거푸 공을 스트라이크 존에 꽂아 넣었다.
그러나 다음 타자에게 안타를 허용해 결국 선취점을 내주고 말았다.


'아이씨... 직구가 계속 맞는 거 같네... 변화구 위주로 던져야 겠다..'

이러한 앤서니의 투구 패턴 변화가 성공을 거두었는지 2번 타자에게 병살을 유도하면서 이닝을 끝냈다. 그러나 선취점을 내주면서 경기가 힘들게 되었다.


4회 초. 선두 타자로 지아가 나서게 되었다.
동국이 슬쩍 지아에게 어깨동무를 하고선 조용히 말했다.

"지아, 너의 책임이 막중하다. 일단 무조건 출루하고, 그 다음에 도루해. 알겠지?"

"어, 알았어"

지아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자 동국이 피식 웃었다.
그러고선 주위를 슬쩍 둘러보고서 어깨동무  손을 밑으로 내려 지아의 엉덩이를 한번 주물렀다.


"그렇다고 너무 긴장하진 말고"

타석에 들어선 지아는 공을 제대로 배트에 맞춘다기 보단 좋은 코스로 공을 보내고자 마음먹었다.

'2루쪽 깊은 코스로만 보내면 내 주력이면 충분히 내야 안타를 만들 수 있어...!'


지아는 2구째에 바깥으로 직구가 들어오자 그대로 밀어쳤다. 공은 그대로 1,2루간으로 굴러갔고, 2루수가 빠르게 대쉬해 공을 잡고선 1루로 던졌지만 살짝 지아의 발이 앞섰다.

"예쓰~!"

선두타자가 출루에 성공하자 원정팬들의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지아는 벤치를 향해 주먹을 불끈 쥐고선 하늘을 향해 뻗는 세레머니를 하였다.


"좋냐~?"

그 모습에 1루수인 강종연이 비꼬았다.

"그래, 이년아. 난 너랑 다르게 안타 쳐서 기분이 좋다~"

지아가 슬금슬금 1루 베이스에서 멀어지며 대답하자 종연은 슬쩍 투수에게 견제 싸인을 보냈다.

"아이고, 우리 팀이 이기고 있는데 참 좋겠네..!"


말이 끝남과 동시에 투수가 몸을 돌려 견제구를 던졌다. 지아는 바로 1루 베이스로 몸을 던졌고, 1루 베이스에 손이  빨리 닿았다.


"세잎"


세잎 선언이 되고 나자 종연은 혀를 한번 차고선 투수에게로 공을 던졌다.
그 모습을 보고선 다시 슬금슬금 거리를 벌리는 지아.

선발 투수가 그런 지아를 한번 보고선 투구 자세를 잡았다. 그리고 공을 던지려는 순간 지아가 뛰었다.


타다다닥~!!

주자를 의식해서 인지 변화구인 포크볼 말고 빠른 직구를 던진 투수.  공을 받아 바로 2루로 도루 저지를 하려던 포수는 그만 공을 글러브에서 한번에 잡질 못했다.
 사이 지아는 여유롭게 슬라이딩을 해 도루를 성공시켰다.

"우아아아~!!"


원정 팬들의 함성이 더욱 켜졌고, 발키리 더그아웃에서도 동국과 앤서니가 더그아웃 울타리에 몸을 기대서 열심히 환호하였다.

"역시 지아다~!! 잘했어, 지아야!!"

"지아 예쁘다~"


동국과 앤서니의 환호에 지아는 몸에 뭍은 먼지를 털고선 손을 흔들어 줬다.

무사 2루의 상황에서 상대 투수는 그래도 침착하게 다음 타자를 상대하여 땅볼을 유도해 냈으나 지아가 득점하는건 막지 못하였다.
이렇게 지아의 발로 만들어낸 점수로 동점이 되었다.

"아, 지아. 아주 멋있었어. 내가 이렇게 잘 할 줄 알고 지아 너를 뽑았지~"


동국이 너스레를 떨며 지아를 맞이하자 지아가 피식 웃었다.

"아, 그랬어? 내 외모를 보고 뽑은 건 아니고?"

그 말에 동국이 슬쩍 지아의 허리를 감고선 같이 벤치에 앉으며 조용히 귓속말을 하였다.

"물론 그것도 있고.."


"치~"


지아는 괜히 동국을 한대 때렸다.

 후 광호 팀 선발 투수는 후속 타자들에게 외야로 가는 타구를 맞긴 하였으나 다 외야수 정면으로 가는 타구여서 뜬공 처리 되었다.


"우째 공이 다 우익수 정면으로 가냐..."


"그러게.. 아쉽다"

특히 마지막 타자가 친 공은 제대로 맞은 타구였으나 우익수 정면으로 날라가 그대로 잡히고 말았다.
그렇게 아쉬움을 남긴채 4회 초가 끝이 났다.

4회 말.
 한번의 큰 위기가 찾아왔다. 오늘 직구의 제구가 잘 안되는지 유인구로 직구를 던진다는게 다 가운데로 몰리고 말았다.
타자는 이런 실투를 놓치지 않았다.

딱~!

그대로 내야를 빠져나간 타구를 지아가 잡고 2루로 던졌다.
고개를 살짝 갸우뚱거린 앤서니는 초구 커브로 스트라잌을 잡았다.


"스트라잌~"


그리고 이번엔 하이 패스트볼을 던져 타자의 헛스윙을 유도하려고 하였다.


'앗..!'


그러나 공은 생각보다 높게 날라가지 않았고, 타자가 휘두른 방망이에 걸리고 말았다. 다시 지아 앞에 떨어지는 타구.
그리하여 연속 안타를 허용한 앤서니.


무사 만루의 상황.

다시 한번 동국이 마운드를 방문했다.


"이게 몇 번째 방문인지 잘 모르겠다...앤서니, 오늘 보니깐 직구 제구가 잘 안되는 것 같은데 그냥 직구 던지지 말고 커브랑 슬라이더만 던져"

"그래도 될까...?"

계속된 위기에 의기소침 해진 앤서니가 고개를 숙이고선 작게 중얼거렸다.
그 모습에 안타까워진 동국이 그녀의 굽은 어깨를 팡 하고 쳤다.


"앤! 할  있어! 내가 오늘 이기면 진짜 찐하게 섹스 해줄게"

동국의 말에 그제야 고개를 든 앤이 피식 웃었다.


"그건 동국이 원하는 거 아니야?"


"어쨌든, 너도 좋잖아"


"그래, 알았어~ 한  무실점으로 막아 볼게~"

동국이 마운드를 내려오고 앤서니는 그런 동국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크게 한 숨을 내쉬었다.

"푸 하~ 그래, 난  수 있어...!"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은 앤서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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