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화 〉50회.
마음 같아서야 동국이 지원을 해주고 싶지만, 그럴 능력은 아직 안됐다. 발키리 팀을 밀착 취재 한다고 해도 과연 2부 리그 팀에 대한 기사를 누가 볼까?
물론 선수들 외모를 보면 당연히 팬이 생길 수 있지만, 미약한건 사실.
뭐, 그런 것도 있고, 재은의 집도 어느 정도 잘 사는 것처럼 보이니 괜한 오지랖일 수도 있다.
그런 생각들을 하다 보니 고기가 남은 게 별로 없다.
"뭐야, 누가 다 먹었어...!"
동국이 놀라 소리치자 지아가 슬쩍 앤서니를 바라본다.
"우물우물... 모자라면 더 시켜~"
앤서니는 아주 평온하게 더 시키라는 말을 했다. 지금도 5명이서 먹기엔 상당한 양을 시켰는데 말이다.
동국은 그냥 된장찌개를 시켜서 말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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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이 끝나며 4개월 간의 2부 리그가 끝이 났다.
발키리는 32경기에서 18승 5무 9패로 승점 59점을 획득하며 당당히 리그 우승을 차지하였다.
2위인 석현은 발키리에 2승이 모자란 16승 5무 11패로 승점 53점을 획득하였다.
그밖에 한주 팀이 14승으로 3위, 평호 팀이 9승으로 4위를 차지하였고, 마우리 팀이 8승만을 거두며 승점 32점의 최하위를 기록하였다.
지아는 타율 0.429에 출루율 0.493, 장타율 0.571을 기록하며 OPS가 1.064이다. 엄청난 기록으로 다른 선수들보다 5푼 정도는 더 높았다.
예를 들면 석현 팀의 이영애는 타/출/장이 0.367/0.400/0.577로 지난 시즌과 비슷하게 상당한 성과를 기록했다.
그러나 리그 최고의 선수에게 주는 MVP는 앤서니가 가지게 됬다.
앤서니는 평균 자책점이 0.64로 1경기당 1점도 채 내주지 않는 기록이다. 15경기에 나와 14승 1패로 리그 최다승을, 탈삼진 56개로 최다 탈삼진을 기록했다.
리그가 끝나고 남주시 시청에서 1,2부 리그 시상식이 열였다.
대강당으로 가니 몇몇 아는 얼굴들이 보였다.
"어여~ 1등 팀 왔어~"
"안녕하셨어요, 감독님"
같은 2부 리그 관계자들에게 인사를 한 동국은 구석에 있는 재은에게 다가갔다.
"누나 있었네요?"
"아, 그렇지. 그래도 내가 남주시 스포츠 기자야. 외주긴 하지만..."
동국과 재은은 잠깐 떠들다가 행사가 진행되려 하자 지정된 자리에 지아와 앤과 함께 앉았다.
"여기서 상금을 받는거야?"
지아의 말에 동국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이 행사에 대해 설명했다.
"리그 우승 상패 같은 걸 시상하면서 상금도 같이 주는거지. 그리고 리그 MVP도 시상하고"
리그 MVP란 말에 지아가 동국 반대편에 앉은 앤서니를 바라봤다.
"리그 MVP면 뭐 줄려나?"
"뭐 트로피랑 상금 준대"
남주시 시장이 등장하면서 행사가 시작됬다.
시장은 우선 인사말을 하고 나서 1부 리그부터 시상을 했다.
그리고 각 2부 리그를 시상을 했는데, 발키리가 속한 리그는 앞서 두 리그가 시상을 하고 나서 마지막으로 시상했다.
"마지막으로 남주시 동부 2부 리그를 시상하겠습니다. 우선 올해의 리그 1위 팀은 발키리 팀입니다. 발키리 팀은 올해 처음 창단된 팀이지만 엄청난 실력을 지닌 선수들의 활약에 힘입어 1위를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박수로 축하해 주시기 바랍니다. "
사회자의 소개가 끝나자 셋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대표인 동국이 시장이 주는 상패와 상금을 받았다.
"축하합니다. 감독님"
"감사합니다. 시장님"
상패를 건네 받고선 시장과 함께 서자, 재은이 다가와 기념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나서 이번엔 MVP 시상이 이어졌다.
"이번엔 MVP를 수상하겠습니다. 리그 MVP는 평균자책점, 승리수, 탈삼진 부분에서 1위를 차지한 앤서니 선수입니다. 다들 박수로 축하해 주십시오"
"자, 앤서니. 연습한 대로 받아 오기만 하면 돼"
동국의 말에 앤서니가 고개를 끄덕이고선 자리에서 일어났다.
동국은 앤서니의 MVP 수상에 혹시나 뭔 일이 생길까 봐 미리 연습을 시켰다. 다행히 별다른 일 없이 시상이 끝이 났다.
앤서니가 자리에 앉자, 지아가 작게 앤서니에게 상금이 얼만지 물어봤다.
"앤서니, 상금은 얼마야?"
"음... 이게 얼마지..."
"백만원이래"
앤서니가 상금 봉투에서 5만원권을 일일이 세자, 동국이 미리 알고 있던 상금 액수를 말해줬다.
"우와~ 많네.."
셋이서 조용히 떠들다가 단체 사진을 찍는다는 말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1, 2부 리그 관계자들과 시장을 비롯한 시청 관계자들과 단체 사진을 찍으면서 행사가 끝났다.
"누나, 1층 카페에서 기다릴게요"
"응, 잠깐만 기다려"
재은의 일이 조금 남은 것 같자, 셋은 1층 카페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음료를 주문하고 나서 지아가 앤서니에게 상금에 대해 물어보았다.
"앤, 그 돈 어디다가 쓸거야?"
"음... 글쎄...? 잘 모르겠어~"
앤서니가 잘 모르겠다고 하자, 동국이 앤서니에게 말했다.
"그럼 일단 가지고 있다가 나중에 써"
"아, 오빠. 그럼 이번 리그 우승 상금은 어디다가 쓸거야?"
지아의 말에 동국은 잠깐 생각하고선 대답했다.
"뭐, 일단 모아야지. 그리고 나중에 선수들 계약할 때도 사용해야 하고, 숙소도 확장해야 하고 그렇지..."
숙소 확장이란 말에 지아와 앤서니의 눈빛이 반짝였다.
"진짜? 숙소 확장하게? 할 수는 있어?"
"아, 할 수 있지... 다만 돈이 많이 드니깐 그러지.."
선수들이 얼마나 들어 오냐에 따라 숙소 크기가 달라질거고, 그러면 비용도 달라질것이다.
말하는 사이 음료가 나와서 음료를 받아 테이블로 돌아가다가 재은이 카페로 들어오는게 보였다.
"어, 누나! 여기!"
동국이 재은을 부르자, 두리번 거리던 재은이 동국에게로 다가왔다.
"누나, 가서 음료 시켜요"
"음, 알았어"
잠시후, 재은이 테이블에 와서 동국 옆 의자에 앉았다.
"이제 1부 리그 승강전이 남은건가?"
"뭐, 그렇죠. 거기서 이겨야 진정한 승자가 되는거죠"
"남부리그에서는 양곡 오구단이, 서부 리그에서는 광호 오구단이 각각 1위를 차지했어. 반대로 이번에 강등권인 1부 리그 팀이 전력이 약해져서 아마 너네 팀 포함, 세 팀 중에 한 팀이 승격하게 될거야"
재은의 말에 음료를 마시던 지아가 움찔했다. 동국은 약간 의아했으나 그냥 넘겼다.
"그래요? 자세히 좀 말해줘요"
"그럼, 저번 저녁 때 하던 취재 계속해도 되지?"
재은이 그렇게 말하며 취재 수첩을 꺼내자, 동국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누나, 마음에 걸렸었구나~?"
"난 계산이 확실한 여자란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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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번째 주에 남주시 1부 리그 승강전이 개최되었다. 그리고 월요일, 서부 리그의 우승팀 광호 오구단과 경기를 치르게 되었다.
광호 팀 홈 구장으로 이동하며 지아가 고교 시절 악연에 대해 이야기 했다.
"그랬단 말이야? 앤서니, 나중에 그 타자 나오면 머리에 맞춰버려~!"
동국이 소리치자 앤서니가 굳은 얼굴을 하고선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내가 꼭 맞춰버릴게!"
농담으로 말했는데, 앤이 진담으로 받아드리자 동국이 어색하게 만류했다.
"그렇다고 진짜로 맞추진 말고, 농담인거 알지...?"
"응? 농담이었어?"
"그냥 삼진 처리 해버려"
"쩝~ 알았어~"
남주시에서 서쪽에 위치한 경기장에 도착한 셋.
경기를 준비하며 지아와 상대 팀 타자, 강종연은 가끔 눈이 마주치면 서로 기 싸움을 하곤 했다.
경기장에는 승강전인 만큼 많은 관중들이 몰려 왔는데, 홈 팀인 광호 팀을 응원하는 관중들이 압도적이었다.
그리고 관중들 중에는 벨리나와 재은도 있었다. 그래도 아는 사이라고 약간은 어색하지만 같이 앉은 둘.
"발키리가 이기겠죠...? 언니?"
"발키리가 광호 팀보다 투수 1명이 부족하긴 하지만, 어차피 단판 승부라서 별로 상관이 없을테고, 워낙에 지아와 앤서니가 실력이 뛰어나서...
아마 무난하게 이기지 않을까? 물론 오구에 무난한건 없지만 말이야"
1회 초, 발키리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선두 타자는 역시 지아이다.
상대 팀 선발 투수는 지아의 성적을 아는지 초구에 유인구를 한번 던져봤지만, 지아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흐, 내 실력을 보여주겠어...!'
1루에 있는 강종연을 힐끔 쳐다본 지아가 다시 마운드에 서 있는 투수를 노려봤다.
2구째에 몸쪽 직구가 들어왔고, 배트를 한번 휘둘러 봤으나 빗 맞아 파울이 되었다. 아쉬워한 지아는 다시금 타격 자세를 잡았다.
이번엔 바깥쪽으로 들어오는 직구에 지아가 다시 힘차게 배트를 휘둘렀다.
틱~!
그러나 배트 끝에 맞았는지 공은 내야를 벗어나지 못했고, 그대로 2루수가 잡았다.
"아이씨..."
지아는 아쉬움과 쪽팔림에 고개를 떨구고 더그아웃으로 돌아갔다. 왠지 강종연이 그녀를 비웃고 있을 것 같다.
그 뒤 3번 타자가 안타를 치긴 하였으나 후속타가 불발 되면서 1회 초가 끝이 났다.
1회 말, 마운드에 선 앤서니.
앤서니는 초구로 커브를 던져 타자의 헛스윙을 유도해 냈다. 그리고 다음 공.
딱~!
상당히 큰 타구가 파울 라인 밖으로 떨어졌다.
'어휴~ 큰일날뻔 했네~'
살짝 손에서 빠진 공을 그대로 타자가 잡아 당겼는데 살짝 파울 라인 밖으로 벗어났다. 앤서니는 고개를 살짝 흔들고선 다시 와인드업을 했다.
높은 곳에서 아래로 뚝 떨어지는 커브에 타자는 공을 빗맞췄고, 앤서니는 가볍게 굴러오는 공을 잡고선 1루로 던졌다.
"아웃~!"
그래도 깔끔하게 선두 타자를 아웃 시킨 앤서니.
타석에 2번 타자가 들어섰다. 바깥쪽 직구를 던지자 배트를 휘두르는 타자. 그러나 1루쪽 관중석에 떨어지는 파울이 되었다.
'내 직구를 노린단 말이야~?'
앤서니는 다시 한번 직구를 던졌다. 120km를 살짝 넘는 강속구에 타자는 배트를 내밀 생각을 하지 못했지만 살짝 높고 말았다.
"볼"
이번엔 아래로 떨어지는 커브를 던져본 앤서니. 그러나 타자는 별 반응을 하지 않았다. 다시금 직구를 던지자 이번엔 배트를 휘둘렀지만 뒤로 가는 파울이 되었다.
'확실히 직구를 노리네... 그렇다면...!'
앤서니는 힘차게 와인드업을 하고선 공을 던졌다. 높은 코스로 날아오던 공은 그대로 떨어져 스트라이크 존으로 향했고, 타자는 배트를 휘둘렀다.
틱~
공은 천천히 1루수에게로 향했고, 가볍게 아웃되었다.
그리고 타석엔 지아의 악연, 강종연이 타석에 들어섰다.
'흥~! 못생긴게 성격까지 못되다니...!'
순간 몸에 맞춰버릴까 생각이 들었지만 그랬다간 동국이 싫어할 것 같아 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몸쪽으로 던졌는데 맞으면 할 수 없는 거라고 생각했다.
초구 커브로 스트라이크를 잡은 앤서니는 또다시 커브를 던졌지만 이번엔 존 아래에 떨어지며 볼이 되었다.
'직구를 노리겠지...? 이번에도 커브닷~'
다시금 날라오는 커브에 강종연은 배트를 휘둘렀지만 타구에 힘이 없었고, 그대로 1루수 글러브 속으로 빨려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