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8화 〉48회. 리사
다음날, 리사의 부상과 그녀의 방출 소식이 공식 기사로 쓰여졌다. 바로 팬들은 난리가 났다.
코치의 잘못된 판단으로 슈퍼 스타가 부상을 당했는데, 재활은 커녕 그대로 방출이라니. 구단에서는 리사의 부상에 대해서 사과도 하지 않았고, 책임도 지지 않았으며, 그저 혹시 모를 선수의 미래를 위해 완전 자유 선수로 풀어주었단 말만 되풀이 했다.
구단의 이런 성의 없고 무책임한 행태에 인터넷 상은 물론 언론에서도 그리 곱게 보지는 않았다.
[리사! 뼈가 부러지는 큰 부상 입어 잠정 은퇴!!]
[리사 이대로 은퇴하나?]
[강릉 드라고니안의 무책임한 태도! 코치의 사과도 없어...]
[리사 팬들, 드라고니안 홈 구장에서 단체 시위!]
[드라고니안의 리사 완전 자유 선수 방출. 은퇴 당한 선수 우롱하나...]
저번 주 경기에서 리사 선수는 무리한 주루 코치의 태그 업 지시에 2루로 슬라이딩을 하다 그만 2루수와 충돌, 그대로 쓰러졌다.
당시 일어나지 못하고 그대로 쓰러져 응급실로 실려가 팬들의 걱정을 샀고, 결국 오늘 공식적으로 부상 소식이 발표되었다.
부상 정도는 생각보다 심각해 거의 은퇴해야 할 정도라고. 그러나 여기서 구단의 무책임한 행태가 일어났다. 선수를 그대로 방출시킨다는것.
구단에서는 선수가 다른 팀으로 이적할 수 있도록 완전 자유 선수로 풀어 준다고 하였지만, 부상으로 팀에서 내보내는 선수를 입단 시킬 구단이 있을까.
때문에 일부 팬들은 구단에서 리사 선수를 우롱하는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물론 리사 선수가 극적으로 재활에 성공해 다른 팀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다.
하지만 그 전에 팀에서 재활을 도우려는 노력을 해야 하지 않을까?
더군다나 부상을 입게 된 원인 중 하나인 주루 코치의 무리한 태그업에 대해 당사자인 주루 코치는 물론 구단에서도 어떠한 사과 한마디 나오지 않고 있다.
구단 프런트 역시 별다른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아서 팬들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다.
-기자 : 이재은]
-주루 코치는 당장 사과하고 사퇴하라!!
-팀의 프랜차이즈 선수를 이렇게 방출시키다니... 구단은 각성하라!!
-리사 선수 너무 불쌍하네요...ㅠㅠ
-진짜 그때 주루 코치는 뭔 생각으로 주력도 느린 선수를 무리하게 태그업 시키냐... 제정신이냐?
동국은 쇼파에 누워서 휴대폰으로 리사 관련 기사를 쓴 재은과 통화를 했다.
"네, 누나. 기사 잘 봤어요"
"그래? 제목을 자극적으로 써서 그런지 조회수가 많아... 기사를 의뢰한 언론사에서 많이 좋아 하고 있어서 앞으로 자주 의뢰가 올 것 같아"
"오, 그래요..? 이거 축하해요. 그럼 앞으로 누나 기사 많이 보겠네"
"뭐, 그러면 좋겠다"
'흠.. 이렇게 누나도 기레기가 되는건가...'
동국은 속으로 이런 생각을 했지만, 그래도 아는 누나가 기뻐하니 기분은 좋았다.
"근데 진짜 주루 코치는 뭔 생각으로 그랬대요..?"
동국이 궁금한 점을 물어보자 재은이 한심하단 말투로 사건의 전말을 이야기해주었다.
"그 코치가 사실 리사 선수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대. 리사 선수가 어린 나이부터 잘 나가서 약간 오만한 성격이거든?
그래서 그런지 주루 코치랑 사사건건 부딪쳤다고 그러더라고. 사실 코치랑 선수랑 싸운다는거 자체가 말이 안 되지만, 리사가 그 팀에서 얼마나 영향력이 있니.
그래서 맨날 주루 코치는 베이스 러닝을 좀 전력으로 하라고 하고, 리사는 자기가 어차피 걸음도 느린데 굳이 아웃 당할 타구에 전력 질주 해야 하냐고 항의하고 그랬대…
그러다 보니깐 그날 경기에서는 주루 코치가 약간 무리하게 지시를 내렸나봐. 그게 어떻게 운이 안 좋아서 그렇게 큰 부상을 당한거지"
"헐... 그래서요?"
재은이 들려주는 흥미진진한 사건의 전말에 동국이 집중해서 들었다.
어느새 주위에 있던 지아와 앤서니도 동국의 양 옆에 바짝 붙어서 대화를 엿듣고 있다.
"그래서긴 뭐가 그래서야. 리사는 부상으로 나가리가 됬고, 그 때문에 그 주루 코치가 잘못한게 있지만, 주루 코치는 계속 있을 사람이니깐 그대로 묻어두는거지.
구단의 한심한 행태에 리사 선수만 안타깝게 됬지. 아마 팬들의 항의가 생각보다 심하면 대충 형식 상으로 사과 하고 끝내지 않을까?"
재은의 말에 동국은 혀를 찼다.
"쯧쯧... 뭐 그렇게 구단을 운영한대요"
"뭐, 구단에서 돈이 많았으면 그래도 재활이나 그런 거에 신경을 썼을 수도 있는데, 강릉 구단이 그렇게 자본이 많지도 않고 팀 성적도 이제 떨어질게 눈에 보이니까 돈을 많이 아끼려고 그러는거지.
이래서 선수들은 몸이 재산이란 말이 나오는거야. 리사 선수 실력도 좋고, 외모도 뛰어나니 이대로만 가면 진짜 전국구 스타가 되는 건데 말이야..."
"쩝, 그러게요..."
재은과의 전화 통화를 끝내자 마자 통화를 엿듣고 있던 지아와 앤서니가 화를 냈다.
"아니 그 팀은 왜 그따위로 일을 한대?!"
"그러게~! 완전 짜증나~!"
그러면서 힐끔 동국을 쳐다보는 둘.
그 시선에 동국은 황당했다.
"아니, 날 왜 봐~! 나만큼 선수들에게 잘 해주는 사람이 어딨다고! 이번에 강릉 여행 때 내가 돈을 얼마나 쓴 줄 알아?!"
동국의 외침에 둘은 배시시 웃으며 동국의 양 팔에 팔짱을 꼈다.
"히히, 오빠가 열일 하는거 잘 알지~"
"마자마자~ 우리 동국은 그럴 사람이 아니지~"
둘의 태세 전환에 동국은 어이없단 미소를 지었다.
"허허, 거 참.."
"그러고 보면 진짜 리사 언니는 어떻게 참았대. 나 같으면 바로 언론 인터뷰 했을텐데.."
"맞아, 나 였으면 바로 동국 불알을 물었을텐데~"
앤서니의 말에 동국이 황당해 했다.
"아니, 내 불알을 왜 물어~"
"히히, 말이 그렇다는거지~"
앤서니가 가슴에 팔을 부비적 거리며 애교를 부렸다. 그 행동에 동국의 표정에 자기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어휴~ 가슴만 비벼도 바로 화가 풀리는 것 좀 봐... 진짜 한심하다 한심해~"
지아가 한심하다는 눈길을 주자 동국이 그녀를 째려봤다.
그러자 이번엔 지아가 자신의 가슴을 동국의 팔에 비볐다. 그 뭉클한 촉감에 동국은 헛기침을 했다.
"험험... 아마 리사 선수는 우리 팀에 입단하기로 해서 조용한 거 아닐까? 만약 내가 접근하지 않았다면 분명 그 성격에 일을 크게 벌렸겠지"
동국의 말에 지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하긴 그럴수도..."
*
*
*
5월이 끝나고도 발키리 팀은 1위를 수성했다. 그러나 상당히 위태로웠다. 2위 팀인 석현 팀이 바짝 뒤쫓아 왔기 때문.
발키리는 고작 승점을 10점 밖에 획득하지 못했다. 리그 공동 3위지만 4위가 없어 사실상 최하위로 승점을 획득하였다.
8경기에서 3승 1무 4패로 크게 고전했다. 특히 2위 팀인 석현 팀과의 홈 2차전에서 모두 패배한 게 큰 원인이었다.
반대로 석현 팀은 5월 한달 동안 승점을 16점을 획득하며 압도적인 모습을 보였다. 5승 1무 2패로 상당한 뒷심을 발휘했다.
5월까지 발키리 팀의 총 승점은 45점, 석현 팀의 승점은 42점으로 상당히 아슬아슬한 상황이 이어졌다.
6월 4째주.
발키리는 석현 팀과 원정 경기를 앞두고 있다.
현재 발키리 팀의 총 승점은 52점, 석현 팀은 50점 이다. 여기서 발키리는 석현, 평호와의 4경기가 남아 있고, 석현 팀은 발키리와의 2경기가 마지막이다.
여기서 발키리는 석현 팀과의 경기에서 1승을 챙기거나 4경기에서 2경기를 이기기만 하면 우승을 확정 짓는다.
반대로 석현 팀은 발키리와의 경기에서 모두 승리하고, 발키리가 남은 평호전에서 연승을 못하기만 하면 1위가 되거나 승점이 동점이 된다. 만약 승점이 동점이라면 최종전을 치루어서 1위를 결정하게 된다.
하여튼 발키리에게는 물론 석현 팀에게도 매우 중요한 한 주이다.
"비록 홈에서 우승을 확정 짓는 게 더 모양새가 좋긴 하지만, 그렇다고 이길 수 있는 경기를 지는 건 더 이상하지! 오늘 이겨서 그대로 우승을 확정짓자고!"
동국의 외침에 지아와 앤서니가 소리를 질렀다.
"오우~!"
"발키리 팀 화이팅~!"
오늘 경기가 중요한 만큼 벨리나뿐만 아니라 재은 누나도 구경을 왔다. 동국은 관중석에 있는 둘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해주었다.
확실히 석현 팀에 중요한 경기라서 그런지 관중들이 평소의 2배 정도는 더 많이 왔다. 아마 이 많은 관중들 중에 우리 발키리를 응원하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1번 타자인 지아가 타석에 나서기 전에 루틴대로 동국은 지아에게 찐한 스킨십을 했다. 관중들의 환호와 야유에도 불구하고 이제 지아는 부끄러워 하지 않고 당당히 스킨십을 즐겼다.
이 짓도 오래 하다 보니 적응을 한 모양이다.
"가서 홈런 때리고 와"
동국이 지아의 엉덩이를 찰싹 두드리며 말하자 지아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선 타석에 들어섰다.
"내가 지금 홈런이 2개 정도밖에 안되는데 홈런을 치라니.... 바로 관중분들께 홈런 볼을 날리고 올게"
석현의 선발 투수 루밍은 현재 2점대의 평균 자책점을 보이고 있다. 한 경기 당 2점은 준다는 소리. 앤서니가 점수를 거의 안 주니 점수만 내면 우리 팀이 확 유리해지는거다.
지아는 타석에 들어서며 직구만 노리기로 했다.
'직구만 들어와라... 바로 날려버리지..!'
그리고 바로 가운데로 직구가 들어온다고 생각한 지아는 배트를 크게 휘둘렀다.
틱~
높이 떠오른 공은 그대로 2루수 글러브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위험한 타자를 쉽게 처리한 루밍은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었고, 지아는 황망하게 2루수를 쳐다보다가 털레털레 더그아웃으로 들어왔다.
"지아야, 관중분들 말고 2루수에게 공을 선물하면 어떡하냐.."
동국의 말에 지아의 얼굴이 빨개졌다.
"시끄러워...!"
그러고선 구석에 쭈그려 앉는 지아의 모습에 피식 웃은 동국은 계속해서 관중들은 안 보이는 각도로 앤서니의 엉덩이를 주물러댔다.
"앤서니 엉덩이는 너무 탄력적인거 같애..."
"히히~ 내 엉덩이가 좀 그렇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