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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5화 〉45회. 강릉 여행 (45/297)



〈 45화 〉45회. 강릉 여행

아직 5월 이라 그런지 바닷가에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동국은 지아와 앤이랑 팔짱을 끼고서 바닷가로 향했다. 벨리나는 셋을 그저 부럽게 바라보며 뒤에서 따라왔다.

"우와~! 진짜, 바다야~!! 나 바다 처음 와봐~!"


거의 모든  처음인 앤서니가 팔짱을 풀고서 바다를 향해 뛰어갔다. 팔 한쪽이 비자 뒤에 있던 벨리나가 곧바로 팔짱을 끼었다.


팔짱을 끼고선 웃는 모습에 지아가 미소를 지었다.

"언니, 오빠랑 팔짱 껴서 좋아요?"

"으, 응..? 아, 아니 그게..."

지아의 말에 당황해서 허둥지둥 대는 벨리나. 방금 전 자신이 보인 행동이 부끄러운지 팔짱을 살짝 빼려고 하자, 동국이 그런 그녀를 잡고선 다시 팔짱을 꼈다.

"어허, 어딜 갈라고. 가만히 있어"

동국이 그렇게 꽉 팔짱을 끼자, 벨리나는 배시시 웃었다.


"어휴~ 별꼴이야~"

지아는 그런 둘의 모습에 자신의 가슴을 슬쩍 동국의 팔에 문지르며, 자신의 존재감을 어필했다.

그렇게 동국은  여사 사이에서 행복해 하며 바닷가를 뛰어다니는 앤서니를 구경했다.

따사로운 햇살 아래에서 여유롭게 바닷가를 거느리니 삶이 상당히 여유롭게 느껴졌다.


"앤서니~!  젖지 않게 조심해~!"


"응~ 알았어~"


동국이 그렇게 소리쳐도, 앤서니는 계속해서 파도와 술래잡기를 하며 왔다 갔다 뛰어다녔다.
동국은 그 모습을 사진으로 찍었다.

찰칵 찰칵~

휴대폰을 확인하니 상당히  나왔다.


"오~ 잘 나왔는데~? 여기 사진 좀 봐봐"

지아와 벨리나가 옆에 붙어서 사진을 보니, 과연 한 폭의 화보같이 잘 나왔다. 특히 앤서니의 순수한 웃음이 포인트였다.
물론 동국은 출렁이는 움직임도 포인트로 생각했지만..

"너네도 저기 서봐. 내가 사진 찍어 줄게"


동국이 바닷가 한 쪽을 지목하며 말하자, 둘이서 나란히 섰다.

두 미녀가 그렇게 서 있자,  잘 어울렸다.


그렇게 동국과 셋은 사진을 찍으며 돌아다녔다.


바닷가 뒤편에는 소나무 숲이 마련되어 있었다. 동국은 잠시 쉴 겸 해서 그녀들을 이끌고 나무 그늘 아래에 있는 정자로 향했다.

"히히~ 바닷가 너무 좋다~ 나중에 물놀이도 하자~!"

앤서니가 신이 나 외치자, 동국이 웃음을 지었다.

"나중에 여름에 다시 오자고. 그 때는 이렇게 바닷가만 걷지 않고 물놀이도 하고 그러자"


동국의 말에 앤서니의 미소가 커졌다.


"약속이야, 동국~!"


"그래, 그래.."


적당히 좋은 날씨에 바람이 솔솔 불자 절로 나른해진다. 동국은 신발을 벗고 정자 위로 올라가 정자 바닥에 들어 누웠다.

"어흐~ 졸린다~"

그 모습에 앤서니도 동국 옆에 누웠다.

"히히~ 나도 누울래~"

그러며 동국 옆에 찰싹 달라붙자 벨리나가 바로 반대편에 누웠다.

"나, 나도~!"

지아는 벨리나의 몸놀림에 어이없이 쳐다보았다.


"어, 언니..."


"미, 미안... 그치만.."


지아의 눈길에 벨리나는 민망해 했지만, 그래도 양보하진 않았다. 오히려 더 바짝 옆에 붙었다.


양 옆에서 느껴지는 살결에 동국은 행복했다. 자리가 없어 머뭇거리는 지아에게 동국이 말했다.

"지아야, 내 위에 누워"

"오빠, 위에?"

동국은 언젠가 여자들에게 둘러싸여 보고 싶었다. 양 옆에 여자들이 누워 있고, 자신의 몸 위에도 여자가 있는 것이다.

동국의 제안에 지아는 머뭇거렸다. 아무래도 오빠가 자신의 몸무게를 너무 얕보는  같았다.

"저, 저기 오빠....? 나 생각보다 몸무게 많이 나가는데... 괜찮겠어..?"


지아의 말에도 동국은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저 160도 안되는 여자애가 몸무게가 많이 나가면 얼마나 나간다고...'

"신경 쓰지 말고 위에 누워"


"그, 그럼.."

지아가 조심스레 동국의 몸 위에 엎어졌다.

'억...! 답답해...!'


가슴팍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움도 잠시, 동국은 심히 답답함을 느꼈다. 그러나 바로 양 옆에 앤서니와 벨리나의 얼굴이 보여, 크게 티를  수도 없었다.


그렇게 동국은 여체들에 파묻혀 누워 있었다....

 동안 그렇게 여유롭게 바닷가를 활보하다가 넷은 주위가 어둑해지자 근처 횟집을 방문했다.


"어우... 가격 좀 봐.. 넷이 먹기엔  비싸네.."

"동국~! 나  처음 먹어 보니깐 많이 먹을래~!"

앤서니의 순진한 말에 동국은 속으로 생각했다.

'보통 처음 먹어 보면, 조금만 먹어보지 않나...?'


하여튼 동국을 제외한 나머지 셋은 운동선수들이니 보기보다 많이 먹는다. 엄청난 식비가 들것이 예상되자 눈 앞이 깜깜 해진 동국.
그러다 문득 벨리나와 떠들고 있는 지아가 눈에 들어왔다.

'그러고 보니 지아는 나에게 연봉을 받아서 한번도 안 썼잖아...'

비록 최저 연봉을 받긴 했지만, 지아는 여태껏 숙소에서 먹고 자고 했다. 그러니 돈을 거의 안 썼을 것이 자명했다.

앤서니처럼 그녀가 받는 연봉을  자신에게 주는 것도 아니면서 한번도 돈을 안 쓰다니... 동국은 갑자기 괘씸해졌다.

"그러고 보니, 지아야.  내가 준 연봉 다 어떻게 했니...?"

동국의 갑작스러운 물음에 벨리나와 대화를 나누고 있던 지아가 눈을 깜빡였다.

"응...? 갑자기 그건 왜...?"


지아의 물음에도 동국이 대답을 안하고 계속 응시만 하자, 지아는 떨떠름하게 대답했다.

"일단 엄마 말대로 적금 들었는데... 왜...?"


지아의 대답에 동국은 침음을 흘렸다. 연봉을  은행에 저금했다면 현재 지아가 가지고 있는 돈은 별로 없을 터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지아 보고 밥값을 내기에도 애매했다.  왠지 그 동안 밥값을 안 냈다고 내라고 하기엔 쪼잔해 보였다.

동국이 그렇게 속으로 아쉬워 하고 있는 동안 앞에서 그런 동국을 바라보고 있던 벨리나는 동국이  고민하고 있는지 알아챘다.

"지아야, 너 혹시 지금까지 어디 놀러 가서  한 푼도 안 썼니...?"

벨리나가 동국이 못 듣도록 귓속말을 하자, 지아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그건 왜? 언니~?"


지아가 눈치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뭐가 잘못됐는지 모르는 눈으로 쳐다보자, 벨리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지아야, 남녀 사이에 돈을 안 쓰면 어떻하니..."


그녀의 말에 지아는 그제야 '아...!' 하고선 벨리나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깨달았다.


그러고 보니 지아는 동국이 돈 계산을 하는걸 너무나 당연히 여겼다.

"지아야, 동국 오빠가 너네 부모님은 아니잖니. 근데 그렇게 동국 오빠가  쓰는  너무 당연하게 여기면 어떻하니."

"그, 그렇네...."


"그렇다고 너가 앤서니처럼 연봉을 안 받는 것도 아니잖니. 연봉은  받으면서 생활비도 안 내고... 이제 다 큰 어른이잖니.  정돈 생각해야지"


벨리나는 그러며 어떤 회를 먹을까 고민하는 앤서니를 힐끔 바라보았다.

"너가 앤서니는 아니잖니."


벨리나의 충고에 지아는 자신의 잘못을 깨달았다. 그러고 보면 숙소 생활도 애초에 지아 자신이 편하라고 동국이 데리고 온 것이 아닌가.

물론 섹스를 할려고 데리고 온 것도 있어 보이지만, 어쨌든 동국이 식비나 생활비를 책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렇다고 앤서니처럼 완전히 자신의 연봉을 동국에게 주는 것도 아니고 돈은 돈대로 받으며 누릴건  누리는 생활을 해왔던 것이다.


'그렇네... 앤서니는 동국을 완전히 가족으로 여기고 있는데, 나는 그러지 못했어...'

지금 셋의 상황을 보면 결혼만 안 했지 같이 동거하는 생활이다. 그런 상황에서 자신만 생활비에 보탬이 되지 않는 건 이상했다.

'내가 어리석었어... 이러다 나중에 다툼이 생길 뻔 했어..'


동국이 맨날 돈이 없다고 징징댈 때 그저 웃기만 했던 과거의 자신을 반성하며 지아는 굳은 얼굴로 동국을 바라보았다.


"오빠...!"


"으, 응...? 왜 그래..?"


앤서니가 메뉴를 고민하는 모습을 보며 저녁 값 걱정에 안절부절 못하던 동국은 지아가 진지한 얼굴로 동국을 부르자 당황했다.

'설마 자기도 비싼 걸 시킬려고...!'

동국이 그런 걱정을 하는 사이 지아가 말을 이었다.

"그동안 내가 생활비 같이 돈을 보태지 않아서 미안해. 오빠와  사이는 감독과 선수 이전에 연인 사이인데 내가 너무 어렸어.
숙소로 돌아가서 내가 받은 연봉, 다 오빠에게 줄게."


"그, 그럴래...? 그래, 고맙다.."


지아의 말에 동국은 어안이 벙벙했다. 그러고 보면 동국 자신이 너무 혼자서 쓰긴 했다. 물론 굳이 안 해도 되는 숙소 생활을 자신이 지아를 따먹기 위해 반쯤 억지로 밀어붙여서 그런 면도 있다.
그러나 지아의 말대로 지금은 서로 연인 사이이다. 같이 동거 하는 사이인데 혼자서만 생활비를 내고 있긴 했다.


이렇게 되면 그동안 팍팍했던 살림이 한결 여유로워진다. 물론 지아가 들어놓은 적금을 깨야 하지만 말이다.

"그 적금 언제 들었어?"

동국의 말에 지아가 곰곰이 생각을 해보았다.

"글쎄... 엄마가 들어서 잘 모르겠는데,   아마 이자율이 낮아서 1년만 했다고 그랬어.."


그녀의 말에 동국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면 굳이 안 깨도 되겠네..'


"동국~ 빨리 시키자~!"

앤서니의 재촉에 결국 모둠 회를 시킨 동국. 10만원이 넘는 금액에 속으로 눈물을 흘렸지만, 산지에서 바로 잡아서 그런지 회 맛은 좋았다.

"우와~! 진짜 맛있어~!"

앤서니가 호들갑을 떨며 회를 마구 먹었다. 지아나 벨리나도 배고팠는지 허겁지겁 먹었다.
동국은 그 모습을 그래도 흐뭇하게 바라보다가 회가 점점 줄어들자 동국도 정신 차리고 젓가락질을 하기 시작했다.

여자들이 많이들 먹긴 했지만, 금액이 금액인 만큼 다들 배부르게 먹었다.

그렇게 회를 먹고 나오니 벌써 하늘이 어두워졌다.

"벌써 8시네..."


"그러게. 이제 피곤하다. 그만 호텔로 돌아가자~"


호텔방에 들어가서는 다들 의자나 침대에 앉았다. 그러고선 티비를 시청하거나 서로 떠들었다.
그러던 중 호텔의 안내 책자를 보던 지아가  부분을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 지하에 노래방 있대! 한번 가볼까?"

지아의 외침에 앤서니가 다가왔다.


"노래방~? 어디어디~"


그러고선 같이 안내 책자를 봤다.

"우와~! 온천도 있어~!"

둘이 그렇게 안내 책자를 보다가 티비를 보던 동국에게 달라붙었다.

"우리 밑에 내려가서 구경 가자"


"맞아, 맞아~! 같이 온천가자~!"

앤서니의 말에 동국이 그녀를 쳐다보았다.


"앤, 남자랑 여자랑 따로 들어가는거 알지..?"

"엥~? 그랬어...?"

동국이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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