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0화 〉40회. 벨리나 (40/297)



〈 40화 〉40회. 벨리나


동국은 그녀의 허락에 웃었다.

"그럼 함께 가실까요"


"네, 잠시만요"


동국은 주섬주섬 짐을 싸는 그녀를 보며 속으로 웃었다. 사실 그녀가 무심한 표정을 지었지만, 눈꼬리가 파르르 떨리고, 입꼬리가 씰룩거리는  보고야 말았기 때문이다.

'은근 귀엽네'


그렇게 벨리나와 함께 원정팀 더그아웃으로 돌아가자, 지아가 깜짝 놀라 소리쳤다.


"어머, 벨리나 언니~! 오늘 경기 구경왔었어요~?"


"아, 안녕. 오늘 경기 잘 봤어"


"에이... 오늘 벨리나 언니 오는 줄 알았으면  잘하는건데..."

지아가 허풍을 떠는 동안, 앤서니가 벨리나를 가리키며 동국에게 물었다.


"동국~ 이 여자는 누구야~? 동국의 새로운 애인이야~?"

앤서니의 말에 벨리나는 얼굴을 붉혔다.

"애인이라뇨...! 초면에 실례군요..!"

"실례~? 난 오줌 안 쌌는데~?"


"아니  실례가 아니라...!"

앤서니의 대답에 벨리나가 황당해 하며 말하자, 동국이 중간에 끊었다.

"자! 앤서니,  분은 내가 발키리에 영입을 할려고 노력하는 선수야, 이름은 벨리나고 나이는 23살"

"아, 저번에 말했었어~! 그 언니야였구나~"


앤서니의 말에 동국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우리 팀이 승격하면 입단하기로 했지. 그리고 여기는 앤서니, 우리 팀의 새로운 좌완 투수입니다. 나이는 20살이에요"


"네.. 처음 뵙겠어요, 벨리나라고 해요"

"응, 잘부탁해, 언니야~"


존댓말에 반말로 앤서니가 응수하자, 순간 벨리나의 얼굴이 붉어졌으나, 이내 흥분을 가라 앉혔다.
동국이 그녀에게 이해해 달라는 표정을 지었기 때문에 그냥 별 말 없이 넘겼다.


짐을 다 정리하고 앤서니가 차를 향해 뛰어가자 동국이 벨리나에게 양해를 구했다.


"우리 앤서니가 약간 어린 아입니다. 이해해 주세요"

"아, 네..."


그제야 벨리나는 앤서니의 행동을 이해했다.

벨리나는 차에 거의 다 와가지고는 차의 크기에 놀랬다.


"차가 거의 버스만 하네요?"


그녀의 말에 동국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예, 미니 버스라고 보면 됩니다. 내부는  넓죠"


동국의 말에 기대감을 가지고 차 내부로 들어가니, 과연 버스라는 말 답게 상당히 넓었다.
차량 내부를 둘러보던 벨리나는 차 뒤에 마련된 문에 의아해 하며 동국에게 물었다.


"감독님, 여기  뒤쪽에 있는 이 문은 뭔가요? 트렁큰가요?"


"하하, 거기는 특훈실입니다"

동국의 말에 벨리나의 얼굴이 붉어졌다.

"서, 설마 그 특훈 말인가요?"

"하하, 예. 나중에 원정 가거나 할 때 사용하려고 특별 주문했죠. 버스 개조한다고 돈이 많이 들었습니다. 하하"

"그, 그럼 오늘도...?"


벨리나가 붉어진 얼굴로 은근히 기대감을 가지고 묻자 동국은 고개를 저었다.


"아뇨, 오늘은 시간이 없어서 못 했습니다. 원래 오늘 차량을 인수해서 개시를 할까 했는데, 시간이 부족하더라구요"

벨리나는 그 말에 은근히 아쉬움을 느꼈고, 곧 그런 자신에게 놀랬다.

'미쳤어?!  그런 거에 아쉬워 해...!'


그러나  있어서 차량  특훈실 침대에서 뒹굴고 있을 자신과 동국의 모습이 상상돼 붉었던 얼굴이 원 상태로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음란한 상상과 내적 싸움을 하던 벨리나는 어느새 발키리  숙소에 도착을 했다는 말에 정신을 차렸다.

"벨리나씨? 내려요. 다 도착했어요"

"아, 넷! 알겠습니다.."


벨리나가 버스에서 내려 숙소를 보니 아담했다. 숙소 내부로 들어가니 더욱 그랬다. 집 크기가 자신의 방만 했다.

'여기서 3명이서 잔단 말이야...?'


어릴 적부터 부잣집 딸내미였던 벨리나는 자신이 이런 집에서 살수 있을까 걱정이었다.


"잠시만 기달려요. 금방 밥 할께요"


동국의 말에 그녀는 깜짝 놀랐다.


"아니, 감독님께서 요리를 하세요?"

"아, 네. 물론이죠. 제가 할 일이 선수들 케어하는 일인데요. 잠깐 쇼파에 앉아 게세요"

그녀가 쇼파에 앉아 거실을 두리번 거리는 동안 지아와 앤은 화장실로 들어갔다.
잠시 후 들리는 꺅꺅 소리에 그녀는 저 둘이 부러웠다.

'벌써 저렇게 친해진 걸까... 부럽네...'

 때부터 부잣집 딸내미였던 벨리나에겐 물론 친구가 있었다. 어릴 때부터 친했던 소꿉친구도 있다. 다만 저렇게 같이 샤워를 할 정도로 친한 친구가 있나 물으면 고개를 젓게 만든다.

어릴 적부터 받아온 교육과 벨리나의 도도한 외모, 그리고 성격이 친구와 항상 거리를 두게 만들었다.
그래서 저렇게 금방 친해진 둘이 부러웠다.

'나도 저렇게 친해질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던 벨리나는 고개를 돌려 저녁밥을 차리고 있는 동국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앞치마를 입고선 칼질을 하고 있는 동국의 뒷모습이 그녀는 왠지 듬직하게 보였다.


'동국씨는 결혼 해서도 저렇게 집안 일을 할까...? 어머, 나 뭐래니...'

순간 동국과의 결혼 생활을 상상한 벨리나는 그렇게 혼자 얼굴을 붉혔디.

그렇게 저녁밥이 다 완성되고, 씻었던 둘이 나오면서 저녁 식사를 했다.

"이렇게 저희 숙소로 오신 손님은 벨리나씨가 처음이네요. 차린건 별로 없지만 맛있게 드셔 주세요"


"하하, 차린게 별로 없다뇨.  맛있어 보이는데요. 그럼 감사히 먹겠습니다."

비록 그녀가 매일 먹던 음식들보단 떨어지지만 동국이 만든 음식이기에 그녀는 맛있게 먹었다.


"히히, 소시지 맛있다~"


"앤서니 너 먹으라고 했어. 많이 먹어~"


"히히, 알았어~"

맛있게 소시지를 먹는 앤서니를 쳐다보다 그녀의 흉부에 벨리나는 깜짝 놀랬다. 생각보다  크기가 상당히 컸다.

'저렇게 크다니.... 그에 비해 난...'

살며시 옆을 보자 지아가 맛나게 밥을 먹고 있다. 그래도 지아는 벨리나, 자신과 비슷해서 다행이었다.

'그나저나... 앤서니는 속옷을 안 입었잖아?!'

아닌게 아니라 그녀의 가슴 위에는 유두가 눈에 띄게 보였다. 그래서 인지 동국도 밥을 먹다 말고 계속 옆을 힐끔거렸다.

 모습에 벨리나는 기분이 나빠졌다.


'나는 저렇게 힐끔거리지 않으면서 가슴  앤서니는 저렇게 계속 본다 이거지...! 역시 남자들은 가슴만 좋아해...! 그것보다 앤서니, 저 년은 일부러 저러는건 아니겠지...?'


"벨리나씨는 요즘에 어떻게 지내셨어요?"

동국이 그녀의 근황을 묻자, 은근히 앤서니를 질투하던 벨리나는 화들짝 놀랐다.

"네, 넷~?"

"음...?  그렇게 놀라요...? 혹시 야한생각?"


동국의 농담에 그녀는 얼굴이 빨개지며 황급히 부인했다.

"그, 그럴리가요?! 그나저나 뭐라고 하셨죠?"

그녀의 강한 부인에 그녀를 제외한 셋은 그녀가 야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확신했다.

'흐흐 무슨 생각을 했을려나... 혹시 나랑 하는 생각...?'


'저 언니 은근히 밝히네...?'


'저 언니야도 같이 섹스하면 좋겠다~'


"요즘에 어떻게 지냈냐고요"


"아, 아~ 네, 뭐, 졸업 논문 쓰고 그러면서 졸업 준비 하고 있죠. 저희 엄마는 혹시 모르니 대학원 준비 하라고 난린데, 저는 발키리 팀이 1부 리그로 승격할 거라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그녀의 믿음에 동국은 웃었다.

"하하, 그 믿음에 꼭 부합하도록 할게요"


그러곤 다시 화기애애하게 밥을 먹는 셋.
벨리나는 그런 셋을 보고선 약간 소외감을 느꼈다.


'나도 저렇게 친해지고 싶은데...'


"큼큼, 저기.... 언제까지 저에게 존댓말을 하실건가요? 그냥 편하게 하세요"

벨리나의 말에 동국은 반색했다.

"그래도 될까?"


"아, 물론요. 저도 친해지고 싶은데 편하게 오빠라고 불러도 되죠?"


"하하, 물론이지"

"지아, 너도 편하게 불러"


벨리나는 동국에게는 물론 지아에게도 편하게 부르라고 했다.

"진짜? 편하게 불러도 돼?"


"그럼. 나도 너랑 좀  친하게 지내고 싶어"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지아.

사실 지아는 벨리나의 태도에 약간 걱정을 했었다. 이대로 가다간 그녀가 팀에 합류하게 되고 같이 살게 될 것 같은데 그녀의 성격이 저래서야 제대로 어울릴 수 있을까 우려가 됐기 때문.
그런데 그녀가 먼저 다가오니 한결 편해진 지아였다.

"언니야, 나는~?"


"넌,...  이미 편하게 부르고 있긴 한데, 편하게 불러"


"히히~ 고마워, 언니야~"


앤서니까지 편하게 부르기로 하면서 한결 가까워진 셋 이었다.

저녁을 다 먹고 이제 갈 시간이 되자 동국은 그녀를 태워다 주기로 했다.

그녀의 안내에 따라 이리저리 차를 몰아 서울에 있는 유명한 부촌에 도착했다.


"여기서 안쪽 언덕길로 쭉 올라가시면 되요"


"알았어... 근데 여기 집들이 다 으리으리 하네~ 휘유~ 이런 집은 얼마할려나~?"

동국의 중얼거림에 담담히 벨리나가 대답했다.

"여기는 초입이라서 별로 안해요. 한 5~60억 정도?"

그녀의 태연한 대답에 동국은 당황했다.

"아,  별로 안 하는구나..."

아무 생각 없이 대답했다가 동국의 태도에 당황한 벨리나가 황급히 말을 이었다.


"하하, 별로 안 비싼 건 아니죠... 하하... 5~60억이면 많이 비싼거죠..."

"그, 그래... 뭐, 별로 안 비쌀 수도 있지 뭐.."

어색해진 분위기에 벨리나는 속으로 자책했다.


'이 눈치 없는 년...! 돈 많다고 자랑하는 것도 아니고...!'

그녀가 그렇게 자책을 할 때 동국이 차를 멈춰 세웠다.

"벨리나, 여기에서 길이 끝나는데, 집이 여기야?"


동국의 말에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집에  왔다.

"아, 네 맞아요"

"어휴... 확실히 초입보다는 더 좋아보인다"


"하하..."

차에서 내린 둘.
동국은 벨리나에게 인사했다.


"그럼, 벨리나. 다음에 또 보자고"


동국의 인사에 그녀가 동국에게로 다가갔다. 동국이 의아해 하는 순간.

"쪽~!"

기습적으로 볼에 뽀뽀한 그녀가 황급히 대문 안으로 들어갔다.


"나중에 뵈요~!"

동국은 대문 안으로 사라진 그녀를 그저 멍하니 쳐다보았다.

"헐....?"

그러고선 그녀가 입 맞춘 볼을 슥 손으로 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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