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9화 〉39회. (39/297)



〈 39화 〉39회.

"아, 알았어. 내가 최소한 출루라도 할게"


그리고 지아는 땅볼로 아웃됐다....


"...."


"..."

".."

지아가 아웃 당하고 돌아오자 셋 다 아무 말이 없었다... 그렇게 3회초는 삼자범퇴로 이닝이 끝났고, 3회 말이 될 때까지 아무도 말을 못했다.

3회 말에 2사 2루의 위기에서 신도연이 또다시 땅볼을 치며 발키리 팀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동국이 슬쩍 마우리 팀 더그아웃을 보니 감독이랑 그녀랑 서로 싸우고 있다. 동국은 오늘 지아와 앤서니가 약간 부진하고 있지만 저렇게 화를 내지는 않겠다고 다짐했다.


물론 지아나 앤서니가 못하면 화가 나긴 하겠지만, 감독이, 연인이 되서 화만 낼 순 없었다. 그리고 엄밀하게 말하면 오늘 지아와 앤서니가 그렇게 못하는 건 아니였다. 다만 그 전 경기들에서 너무 잘했을 뿐이었다.

4회초, 볼넷으로 선두 타자가 출루하자 동국은 진짜 마지막으로 다음 타자에게 번트를 지시했다. 주자를 2루로 보내기만 하면 다음 타석은 지아이기 때문에 1점은 낼  있다는 판단이었다.

그리고 타자는 동국의 바램에 힘입어 2루 땅볼로 주자를 없앴다. 2루, 1루의 병살타가 될뻔했으나 간발의 차로 겨우 타자 주자가 살았다.

"...."


"동국~! 내가 번트 대지 말자고 했지~!"

계속된 번트 작전 실패에 앤서니가 약간 답답한 말투로 동국에게 말했다.


앤서니의 말에 순간 짜증이 확  동국이었지만, 앤서니의 얼굴과 가슴을 보고 참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하, 알았어. 니 말대로 앞으로 무조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강공으로 갈게..."

그러고선 타석에 들어설 준비를 하는 지아에게 다가가 확 끌어 안고선 찐하게 키스를 하였다.

"웁..! 쪽...!"


평소보다 격한 혀 놀림에 지아는 저도 모르게 표정이 살짝 풀렸다.


"안타 치고 와"

"하... 아, 알았어..."


동국의 박력 넘치는 말에 지아는 살짝 얼굴을 붉힌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발그레한 표정으로 타석에 들어서는 지아에게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사랑의 힘을 보여줘~!"


"휘유~! 예쁘다~"

남주시 홍보 잡지를 본 사람들인지 동국이 농담 삼아 이야기 한 사랑의 힘을 보여주라고 소리치는 관중들.


지아는 관중들의 응원에 힘입어 바깥쪽 직구를 가볍게 밀어 쳐 1사 만루를 만들었다.


그리하여 1사 만루의 상황.


"동국~? 알지~?"

"어, 알지..."


평상시라면 번트를 지시했을 동국이었지만, 앤서니가 팔짱을 끼고선 동국을 쳐다보고 있었다.
동국은 팔짱으로 인해 부각된 앤의 가슴을 힐끔거리며 쳐다봤다. 앤서니도 동국의 눈길을 알아챘는지 은근히 팔을 살짝 씩 움직이며 가슴을 출렁거렸다.

"앤서니...? 어디 구석에 가서 잠깐..."


동국이  모양을 가슴 만지는 형태를 취하고선 앤에게로 슬금슬금 다가가자 앤이 고개를 저었다.


"동국~! 여기 너무 개방되어 있잖아~"

앤의 말대로 여기 더그아웃은 너무 개방되어 있다. 그래서 키스까지는 할  있더라도 가슴을 만지는  하기 힘들었다.


"그럼 나중에 집에 가서..."

동국의 은근한 말에도 앤서니는 고개를 저었다.

"나 오늘 등판해서 안될 것 같아~ 팔을 좀 쉬어야지~"

앤서니의 거절에 동국이 낙담하는 순간 관중들의 환호성과 탄식이 터져 나왔다. 황급히 고개를 돌리는 둘.
거기에는 2루 주자가 홈을 밟고선 사라지는 광경이 보였다.

"뭐야...? 지아야, 뭔 상황이냐~?"

동국이 2루 주자로 원정팀과 가까이에 있는 지아에게 소리쳐 묻자 지아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오빠, 감독이란 사람이 상황을 모르면 어떡해?"


지아의 잔소리에 동국은 머리를 긁적였다.

"그래서 뭔 상황인데...?"

지아의 말에 따르면 타자가 투수 바로 옆을 가로지르는 내야 안타를 쳤다고 한다. 번트에 대비해 내야수들이 전진 배치가 되어 있어서 땅볼 성으로 천천히 굴러간 공을 잡는데 시간이 걸렸고, 그 사이 타자 주자가 세이프 됐다고 한다.

번트 대신 강공으로 나가 동점을 만들자, 앤서니의 콧대가 높아졌다.

"동국~ 우리 팀은 무조건 닥공이야~ 알겠어~?"

"아, 알았어..."


앤서니는 동국이 고개를 끄덕이자 팔을 끌어 올려 가슴을 더욱 부각시켰다.
동국은 그런 모습에 그저 침만 꼴깍 삼킬 뿐이었다....

이후 3번 타자가 1타점 땅볼을 치며 지아가 득점에 성공했다. 3-2로 역전에 성공한 것이다.

동국과 앤은 득점에 성공하고 더그아웃으로 금의환향하는 지아에게 하이파이브를 하며 가라 앉았던 분위기를 끌어 올렸다.

"이대로 점수를 지키기만 하면 3연승이다, 연승 가자~!"

"예에~!!"


앤서니는 역전의 기세를 이어가 4회 말에 두 타자 연속 삼진을 잡았다.
하지만 너무 기세를 올렸던 걸까, 사구와 안타를 내주며 다시금 2사 만루의 위기에 빠졌다. 주자가 득점권에 있는게 몇 번째인지 햇갈릴 정도로 오늘 경기에서는 위기가 많았다.

그러나 타석에는 3번 타자, 신도연이 들어섰다. 거의 발키리의 숨은 팀원 이라고 할 수 있는 그녀는 역시 기대를 져버리지 않고 뜬공으로 위기를 해결 시켜 줬다.

'쯧쯧, 또 싸우네...'

동국은 상대 편 더그아웃을 바라보며 속으로 혀를 찼다.

그 후 5회 초에, 무사 2루에서 지아가 1타점 땅볼을 기록했고, 이어서 사구와 실책으로 1사 만루의 상황이 되었으나, 내야 뜬공과 땅볼로 더 이상의 득점은 올리지 못했다.


동국은 점수가 2점차이고, 타순도 하위타순부터여서 투수 교체를 감행했다. 그리고 AI투수는 오늘 경기 발키리의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며 깔끔하게 경기를 끝냈다.

최종 스코어 4-2의 승리. 그러나 역전의 재역전의 드라마 같은 경기였다. 또한 지아와 앤서니가 그렇게 좋아 보이는 컨디션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이겼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컸다.

앤서니는 4이닝동안 2자책점을 기록하며 기존 성적과 비교했을 때 가장  좋은 결과를 내긴 했다. 3개의 탈삼진을 잡는 동안 2개의 사사구를 내줬는데, 아무래도 제구가 흔들린게 문제였던 거 같다.

지아는 5타수 2안타로 생각보다 자기 몫은 했다. 특히 1타점에 2득점을 올려 팀에 도움이 되었다. 다만 동국의 기대가 점점 커져서 이제는 5타수 4안타 정도 하지 않으면 아쉬워 하는 상황이 되고야 말았다.

발키리의 숨은 영웅, 마우리의 3번 타자인 신도연은 4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그나마 1개의 타점을 올린게 소득 아닌 소득.

"하, 오늘 경기 상당히 아쉽구만..."

"하하, 아주 재밌는 경기였습니다, 감독님"

"쯧, 이긴 사람만 재밌지 뭐... 다음에 보자고"

"예, 다음에 뵙겠습니다"


팀이 역전패하고 중심 타자는 4타수 무안타로 침묵해 언짢은 마우리 감독과 인사를 나누고선 숙소로 돌아갈 준비를 하던 동국은 관중석에서 일어나는 벨리나를 우연찮게 알아보았다.


"어, 벨리나씨~!"


동국이 손을 흔들며 벨리나에게 다가 갔다. 동국의 부르는 소리에 관중석을 빠져 나가던 벨리나가 걸음을 멈추었다.

"벨리나씨, 오셨으면 연락을 주시지 그러셨어요"


동국이 약간 서운한 티를 내자, 벨리나가 어색하게 웃었다.


"하하, 그냥 조용히 관람하고 갈려고 했습니다. 요즘에 상당히 바쁘신 것 같은데 제가 폐를 끼칠 순 없죠.."

'흠...? 뭐지? 왜 이렇게 어색해 하지?'


동국은 그녀의 약간 어색해 하는 태도에 의아했다.


"벨리나씨, 뭔가 불편한 일이 있나요? 아, 혹시 빨리 가보셔야 되는데 괜히 제가 불러 세운겁니까?"


동국이 조심스레 묻자, 벨리나는 화들짝 놀라며 손을 내져었다.

"아, 아뇨. 그럴리가요... 다만 이번에 새로 좌완 에이스를 구하셨길래, 혹시나 제가 필요 없으신가 해서...."


벨리나는 아무래도 자신이 필요 없어진게 아닌가 걱정이  것 같았다.

사실 벨리나는 앤서니의 등장에  충격을 받았다. 모든 사람들이 원하는, 지옥에서 라도 데리고 온다는 좌완 파이어볼러. 거기에 제구까지 어느 정도 되는 투수.


그에 비해 자신은 가끔 씩만 던지는 스크류볼 말고는 별다른 장점이 없다. 어디서 갑자기 저런 에이스를 데리고 오니, 혹시 자신은 필요 없어진 걸까 하는 걱정이 들기 시작한 것.

거기에 자신 같이 스크류 볼 말고는 장점이 없는 그저 그런 투수가 주제도 모르고 1부 리그로 승격하면 입단하겠다고 조건을 내걸었으니, 혹시 밉보인건 아닌가 안절부절 못했다.

그녀의 양어머니인 비올렛은 그런 벨리나를 한심하게 바라봤지만, 벨리나는 그런 비올렛도 살짝 원망스러웠다. 비록 스폰서 계약을 해준다고는 했지만 괜히 조건을 내걸었다고 말이다.

 후 오늘 경기에서 직접 새로운 선발을 눈으로 확인하고자 했다. 그리고 4이닝 2실점이란 준수한 성적을 내는걸 보고선 낙담했다. 자신은 1이닝에 2실점을 하는데, 저쪽은 못 던진게 4이닝 2실점이니 말이다.
그렇게 우울한 기분으로 돌아가려던 찰나 동국이 그녀를 발견하고 아는 척을 해온것이다.

동국은 그녀의 이러한 속사정까지는 당연히 몰랐지만, 얼추 그녀가 불안해 하고 있는건 눈치를 챘다.


"하하, 그럴리가요. 저희 팀이 지금 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는 원동력  하나가 바로 벨리나 선수의 영입 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오히려 제가 더 걱정이죠.
혹시나 승격을 못하게 되면 어쩌나 싶죠"

동국의 말에 벨리나의 표정이 환해졌다. 다만 이내 큼큼 거리며 표정 관리를 하는 벨리나. 그런 모습에 동국은 그녀가 귀엽게 보였다.

'흐흐, 순진한 면도 있구만... 이렇게 걱정도 다 하고..'

"아참, 이왕 이렇게 된 거 혹시 저녁에 시간 있으신가요?"

동국의 물음에 그녀는 잠깐 생각하다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그럼 저희 숙소에 가서 저녁이라도 하시는게 어떻습니까? 이번에 새로 온 앤서니랑 안면도 틔고, 숙소도 구경도 할겸."


동국의 제안에 그녀는 속으로 좋아했지만  표정으론 무심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요,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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