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8화 〉38회. (38/297)



〈 38화 〉38회.

주말에 동국은 여러 모임으로 바빴다.
우선 토요일에는 지아와 함께 지아의 집에 방문해서 인사를 드렸다.

"그래, 우리 지아의 어떤 부분이 마음에 들었나요?"


당연히 얼굴이 마음에 들었지만, 그렇게 말할  없었고, 그냥 성격이나 그런 부분에 대해 말을 했다.

"말씀 편하게 하세요. 그리고 지아는 항상 밝게 행동해서 그런 부분이 참 좋았습니다. 저까지 밝아지게 되더군요"

"흠... 그런가..?"

동국의 말에 옆에 있던 지아는 쑥스러워 고개를 숙였다.


"근데 아무리 법이 허용을 한다고 해도 여자가 여러명인건 좀..."

"엄마, 그건 내가 괜찮아. 그리고 앤서니도 좋은 아이야"


어머님의 말씀에 지아가 끼어들었다. 지아가 그렇게 말을 하니 지아의 부모님들도  이상 별 말은 안하셨다.
그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가 동국은 밥 먹고 가란 말에 지아의 방을 구경하며 기다리기로 했다.

지아의 방은 그럭저럭 평범했는데, 고교 시절 유니폼이 한쪽 벽에 걸려 있었다.
그렇게 지아의 방을 둘러보고 있다가 동국은 문득 교복 생각이 떠올랐다.

'교복...! 교복 입고 하면 참 꼴릴텐데..'

"지아야, 너 교복 있어?"

동국의 말에 지아는 교복이 어디 있는지 생각하다가 순간 동국의 의도를 파악하고 동국을 살짝 째려봤다.

"오빠, 설마...?"

"음, 왜, 뭐"

"교복 입고 하자, 뭐 그런건 아니겠지...?"

지아의 말에 동국은 지아를 슬쩍 백허그를 했다.


"지아야, 교복 입고 하면 뭔가 색다르지 않겠니...? 아니면 여기서 짧게 한판...?"


찰싹~!


"오빠, 미쳤어~?!"

슬금슬금 가슴으로 향하는 손을 찰싹하고 때린 지아. 그러나 조금 있다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중에 내가 챙길게..."


"역시 우리 지아야~!"


동국은 기뻐하며 지아의 볼에 쪽쪽 뽀뽀를 했다.

그때 문이 벌컥 열리며 지아의 어머니가 들어왔다.

"어서 나와서 밥 먹어.... 흠... 내가 노크라도 할껄~"


애정행각이 들켜 지아의 얼굴이 빨개졌고, 동국 역시 민망해 헛기침만 큼큼해댔다...

일요일 날에는 남주시 2부 리그 구단 관계자들과 점심 약속이 있었다.
원래 동국은 발키리가 속한 2부 리그 구단 관계자들만 초청을 하기로 했었는데, 어쩌다 보니 남주시에 속한 다른 2부 리그 관계자들도 오게 되었다.
인원이 많아져서 오늘 밥값을 내기로  동국만 울쌍이었다.

'씨... 안 그래도 돈이 부족한데... 진짜 인간들 더럽게 많이 왔네...'

그나마 인원이 많이 온다는 소식에 애초에 생각했던 고급 음식점 말고 그래도 저렴한 음식점에서 만나기로 해 다행 아닌 다행이었다.

"어이구, 리그 1위의 돌풍의 팀, 발키리 감독 아니야~?"

"하하, 오셨습니까, 석현  감독님"


입구에서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을때, 석현 팀 감독이 동국에게 인사를 했다.
그는 웃으며 말했다.


"아, 홍보 잡지 잘 봤어~! 알고 봤더니 선수들이랑 연인 사이라며~?"


"아, 예. 그렇죠"

"어쩐지, 경기 할 때 얼마나 찰싹 붙어서 물고빠는지.. 보기 민망했어~"

"하하하하..!"

석현  감독의 말에 주위 사람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동국과 경기를 치뤄 그 광경을 목격한 감독들도 있고, 목격하지 못했지만 들은 사람들도 많았기 때문이다.


"하하, 보기 민망하셨다면 죄송합니다"

동국이 민망함에 뒤통수를 긁적이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석현  감독은 손사래를 쳤다.


"에이, 뭐 그런건 아니고, 부러워서 그렇지~! 부러워서~! 어, 발키리 팀 선수들이 아주 실력도 뛰어나지만, 또 외모는  뛰어나잖아?"

"맞아, 맞아. 난 맨 처음에 봤을  무슨 연예인 인줄 알았어~"

"그것도 그렇고, 우리 팀 선수들이  민망해 하더라고.. 그래도 20대 처녀들이잖어. 아직은 순수해서 그런 장면 보면 경기에 집중을 못해"

그 장면을 본 여러 감독들이 한마디 씩 했다.


"아, 설마 일부러 우리 선수들이 흔들리라고...?!"

"헐...? 그거 말 되네~"


"진짜 그런거야~? 이거 우리 발키리 감독, 젊다고 무시하면 안되겠어~!"


감독들의 농담 섞인 말에 동국은 웃기만 했다.

그 뒤 동국은 식사를 하며 이것저것 묻기도 하고, 말하기도 하면서 친분을 쌓아나갔다.


*
*
*


월요일날.
1달이 지나 다시금 마우리 팀과의 2연전이 시작됬다. 이번엔 마우리 팀의 경기장에서 펼쳐지는 원정전.
동국과 선수들은 기존에 타고 있던 렌터카 대신 새로  구단 차를 타고 경기장으로 향했다.


"오빠, 의자 너무 편하다~"

"맞아, 맞아~! 그냥 잠도 잘 올 것 같아~"


둘은 내부가 너무 좋다며 난리다.
동국 역시  개조가 잘 이루어져서 마음에 들었다. 차 뒤편에 마련된 침대석, 일명 특훈실도 푹신하게  되어 있어서 나중에 차에서 할 때가 기대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짧게 할까..?'


특히나 오늘이 원정길이니 함 개시를 할까 싶었으나 아쉽게도 오늘 차 인수 때문에 살짝 늦게 출발해서 특훈실을 사용할 시간이 부족했다.
그렇게 동국은 다음을 기약하며 경기장에 도착했다.

마우리 팀은 현재 리그 4위에 랭크되어 있다. 작년엔 리그 4위로 이번 시즌 신생팀인 발키리와 더불어 꼴지 후보였으나 의외로 평호 팀이 8경기에서 1승밖에 챙기지 못하며 승점 5점으로 리그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나 평호 팀은 꼴지 싸움을 하고 있는 마우리와의 2연전에서 승리 없이 1무 1패를 한 것이 치명타였다.


하여튼 마우리 팀은 선수가 1명 밖에 없고, 그 선수 마저도 실력이 그렇게 뛰어나지 않지만 평호 팀의 삽질로 꼴찌를 면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발키리는 1위를 사수하려면 반드시 마우리 팀에게 연승을 거두어야 됬다.

1회 초,
선두 타자로 나선 지아가 깔끔하게 안타를 치고 나갔다.
무사 1루의 상황이 되자, 동국은 바로 다음 타자에게 번트를 지시했다.

그러나,


"파울~"

"파울~"

연속된 번트 실패로 결국 번트를 포기하고 강공으로 전환, 동국은 제발 병살만은 피해 달라며 기도했다.
또한 지아에게는 여차하면 도루를 시도 하라고 사인을 보냈다.


틱~

타자가 배트를 휘두르자마자 지아는 2루로 뛰었다. 공은 떼굴떼굴 1루수로 향했고, 1루수 신도연은 공을 잡고 2루를 쳐다보았으나 지아는 이미 도착해 있었다.
하는 수 없이 타자 주자만 처리, 1사 2루가 되었다.


동국은 이번에도 타자에게 번트를 지시했고, 지아에게는 바로 뛸 준비를 시켰다.

그러나,


"파울~"

파울~"

또다시 번트를 실패하자 동국은 열불이 터졌다.


"아니,  새끼들은 왤캐 번트를 못 대~! 어휴, 속터져~!!"


"동국~ 쟤네가 저러는 게 한두번이야? 차라리 강공이 더 맘 편하지 않아~?"

옆에서 등판에 대비해 스트레칭을 하던 앤서니가 말했다.


결국 스윙 삼진 당하고 허무하게 물러나는 3번 타자.
이렇게 2사 2루가 되고, 분위기는 이대로 끝나가나 싶었다.

"볼넷~"

딱~!


하지만 마우리의 투수는 다음 타자에게 볼넷을 허용해 만루를 만들었고, 5번 타자에게 적시타를 허용해, 2루에 있던 지아를 불러드렸다.
선취점을 먼저 얻은 발키리팀.


"지아야, 주자들 다 불러드려서 앤서니 조금만 던지게 하자~!!"

"지아, 화이팅~!"

홈까지 뛰어 들어온 지아는 곧바로 배트를 들고 타석으로 향했다.
그런 지아를 응원하는 동국과 앤서니.

둘의 응원에 힘입어 지아는 힘차게 배트를 휘둘렀고,

"스윙~! 삼진 아웃~!"


허망하게 이닝을 끝내버렸다...


".... 지아야..."

동국이 지아를 허망하게 쳐다보자 지아가 얼굴을 붉혔다.

"아니... 주자로 뛰고 바로 타석에 들어서서 그런가봐... 그럴꺼야..."

지아의 변명에 동국이 계속 쳐다보자 지아는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좌익수 자리로 향했다.

1회 말, 앤서니는 선두 타자를 맞추고 말았다. 공이 손에서 빠졌는데, 그 이후론 어찌저찌 막아냈다.
그러나 3연투라 그런지 제구가 좀 흔들리는 모습이었다.

2회 초, 선두 타자 안타로 기분 좋게 출발한 발키리. 이후 번트 성공으로 1사 2루 상황.


동국은 한점  달아나기 위해 또다시 번트를 시도했다.


"파울~"

"파울~"


"....."


또다시 번트에 실패하자 동국은 할 말을 일었다. 결국 타자는 땅볼 하나 쳐보지 못하고 삼진 아웃 당하고 말았다.


"동국~ 그냥 무조건 강공으로 가~ 웬만한 땅볼만 나왔어도 점수 내는건데.."


"하.. 그러게. 앞으로 그래야 하나..."

동국은 답답한 마음을 가지고 다음 타자가 땅볼을 쳐 이닝이 종료되는 걸 지켜보았다...

2회 말, 위기가 찾아왔다.
앤서니가 또다시 선두 타자를 출루 시킨 것이다. 직구를 던졌는데, 밋밋한 실투였다.
그 뒤 1번 타자가 번트를 시도했다.


틱~

공은 2루쪽 파울 라인 근처에서 굴러갔다. 2루수는 파울이 될까 지켜보았지만, 결국 페어가 되었고, 그렇게 번트안타가 되었다.

무사 만루 상황에서 동국은 수비수들을 모두 전진 배치 시켰으나 번트를 막지 못했다.
결국 1-1 동점이 되었고, 상황은 아직도 1사 2루의 위기였다.


그리고 타석엔 신도연이 들어섰다. 올해에 극도로 부진한 그녀였다. 1회에도 땅볼로 물러난 그녀이기에 동국은 앤서니가 삼진을 잡기를 기도했다.


"제발 삼진 잡자...!"

그러나,

틱~

신도연은 페어볼을 쳤고, 비록 공은 땅볼로 처리됬지만, 2루 주자를 홈으로 들어오기엔 충분했다.

그리고 1-2로 역전을 허용했다.

앤서니는 마지막 타자를 땅볼로 처리하며 고개를 숙이고 더그아웃으로 걸어왔다.


"앤서니, 왜 이렇게 풀이 죽었어~! 기운내~! 너가 2점 실점해도 지아가 2점 더 올리면 이길 수 있어~! 그렇지 지아야?"

동국이 앤서니를 위로하며 타석에 들어설 준비를 하는 지아를 쳐다보았다. 동국의 말에 앤서니도 의기소침한 표정으로 지아를 바라봤다.


"지아~ 할 수 있겠어~?"

두 사람이 쳐다보자 지아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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