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5화 〉35회. (35/297)



〈 35화 〉35회.

그리고 타석에 1번 지아.


탁~!


지아의 잘 맞은 타구! 그러나 외야수들이 전진 배치 되어 있어, 우익수가 빠르게 잡고선 1루로 던졌다. 우익수가 거의 야구의 2루수 위치까지 다가와 있어서 아무리 지아의 발이 빨라도 어쩔 수가 없었다.

까딱 잘못했다간 외야 뜬공도 장타로 연결될 수 있는 극단적인 전진배치였지만, 평호 팀은  이상의 실점은 허용하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배치를 한것이다.


"아이... 아쉽네..."

동국은 덕아웃으로 들어온 지아를 위로하였다.


"잘 맞은 타구였는데, 아쉽다~!"


"뭐, 다음에 잘 치면 되지 뭐~"


지아도 이젠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모양새다. 흠, 너무 신경 쓰지 않으면  안되는데...?

2회 말, 선두 타자의  맞은 타구를 지아가 빠르게 달려 나와 잡았다. 안타성 타구를 지아가 빠른 발과 타구 판단으로 잡아낸것이다.
앤이 모자를 들어 지아에게 고마움을 표시했고, 지아 역시 화답했다.

앤은 지아의 호수비에  입어 다음 타자를 풀카운트 승부 끝에 삼진 처리 하였다.
그리고 타석엔 1번 타자 윤재영.

앤은 윤재영 마저 뜬공 처리하며 2회 말도 깔끔하게 처리하였다.

3회 초, 선두타자가 우익수 앞에 안타를 치고 나갔다. 그리고 다음 타자가 볼넷으로 출루하며 무사 만루의 찬스가 펼쳐졌다.


동국은 번트를 지시할까 하다가 투수가 힘이 떨어졌다고 보고 강공으로 나갔다.


틱~!


빗맞은 타구가 높게 날라가 우익수가 잡아냈다. 2루 주자는 태그업 해 홈으로 들어왔으나, 1루 주자가 뛰기에는 무리였다.
그렇게 1점을 더 달아나 점수는 3대 0이 되었다.


5번 타자가 2루 뜬공으로 물러나고 타석에는 지아가 나타났다.
지아는 초구부터 배트를 휘둘렀으나 좌익수인 윤재영의 호수비에 막혀 뜬공 처리 되었다.

뭐랄까, 지아가 호수비를 보이니 자기도 호수비를 보인다 랄까? 하여튼 발키리 쪽 더그아웃을 힐끗 쳐다보는걸 보면 약간 그런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앤서니, 나중에 저 윤재영이가 타석에 들어서면 일단 몸쪽 직구부터 던져, 알겠지?"


동국의 말에 앤이 주먹을 불끈 쥐고선 고개를 끄덕였다.


"응, 알겠어~!"


3회 말, 선두 타자를 땅볼로 처리한 앤서니는 다음 타자에게  안타를 내주었다.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깔끔한 안타였다.
평호 팀 감독은 바로 타자에게 번트를 지시했다. 아무래도 병살타의 위험을 만들지 않으려는 것 같았다.


'흠... 그래도 점수가 3점차인데... '

그렇게 2사 2루가 되고, 타석에는 5번 타자가 들어섰다. 아마 평호 팀 감독은 여기서 타자가 안타를 내주기를 바랬을것이다.
그러나 타자는 허무하게 땅볼을 치고 말았고, 그렇게 이닝이 끝이 났다.

"오우~! 앤서니~! 아주 상대 팀이 기를  펴~!"

"히히~! 내가 좀 하지~!"

이기는 팀의 더그아웃은 이렇게 화기애애했다.


4회 초, 발키리 팀의 공격은 방금  평호 팀의 공격과 유사하게 흘러갔다. 선두 타자를 삼진으로 잡은 상태에서 다음 타자에게 실책으로 출루를 허용한 것이다.


내야 깊은 타구였는데, 2루수의 포구 실패로 타자 주자가 살아가게 되었다. 동국이 봤을  내야 안타인  같았으나, 기록에는 실책으로 되었다.


"쯧쯧, 어째 저 팀 2루수는 계속 저 모양이야?"


오늘만 벌써 2개째 실책을 저지르는 평호 팀의 2루수였다. 슬쩍 상대 편 더그아웃을 보니 감독이 길길이 날뛰고 있다.
팀이 지고 있는데 저렇게 실책을 하면 짜증이 날만도 하다.

'하긴 1회   년 때문에 결국 지아가 타점을 올렸었잖아? 날뛸만도 하네'

아마 동국이 저 상황이었어도 당연히 날뛰었을것이다...

틱~!


동국이 상대 팀 감독을 측은하게 바라볼 때 타자가 땅볼을 쳤다. 공이 제법 빨라 1루수가 겨우 잡아내었다. 그 사이 1루 주자는 2루로 거의 다 도착했고, 1루수는 타자 주자만 아웃시켰다.

그렇게 3회 말과 똑같이 2사 2루에 5번 타자가 들어섰다.

"우리 팀은 다르다는  보여 줘라~!"

동국이 AI 타자에게 소리쳤고, 타자는 동국의 외침에 화답하듯 평호 팀과 똑같이 땅볼로 아웃되고 말았다.


동국은 머쓱해졌고, 동국의 외침을 들은 관중들은 웃음을 터트렸다.


"에잉~ 썩을 년..."

4회 말이 되어 앤서니가 마운드로 향하려고  때 동국이 소리쳤다.


"앤서니, 4회까지만 던지게 할꺼니깐 전력투구 하고 와! 알겠지~!"


"오케이~! 알았어~!"


과연, 앤서니는 전력 투구를 하여 윤재영을 상대로 강속구만 던져 삼진을 만들어냈다. 아마 구속이 110~120km는 되보였다.

"오우야... 엄청 빠르네.  저 공을 잡지도 못하겠다..."

아마 타석에 섰던 윤재영도 어안이 벙벙할것이다. 기존에도 빠른데 여기서 더 빨라졌으니 말이다.

앤서니가 전력투구를 하며 구속이 올라간 대신 제구가 좀 떨어진 것 같았지만 AI 타자들을 상대하는데는 무리가 없었다.
땅볼과 삼진으로 4회 말을 삭제하며 앤서니는 오늘 경기를 마쳤다.


"수고 했어, 앤서니. 이제  쉬어"

"아이고~ 힘들다~ 히히"


앤서니는 웃으며 아이싱을 준비했다.

5회 초, 발키리의 마지막 공격이 시작됬다.


"지아야, 할 수 있지?"

"출루하고 올게"

지아의 대답에 동국이 흐흐 거리며 웃었다.

"출루 못하면, 관중들 앞에서 찐하게 스킨쉽 할 줄 알아"

동국의 말에 지아가 사색이 되서 나갔다. 아마 부끄럼에 얼굴이 터지지 않으려면 출루에 성공해야 할터였다.

동국의 협박 아닌 협박에 지아는 깔끔하게 안타를 치고 나갔다. 왠지 지아가 1루 베이스를 밟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것 같았다.


틱~

다음 타자는 투수의 변화구에 공을 제대로 맞추지 못했다. 마치 번트같이 타구가 느리게 굴러갔다.


"어어...?"


투수와 2루수가 허둥대다가 투수가 공을 잡고 1루에 던졌으나 송구가 부정확해 타자가 살았다.
이 어이없는 상황에 홈 관중들이 야유를 보내기 시작했다.


"우우우~!!"

"경기 이따위로 할꺼면 집어 치워라~!!"


"실책이 오늘 벌써 몇개째냐!!"

상대  더그아웃을 보니 상대팀 감독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다. 아마 열불이 나서 담배 피러 가지 않았을까?

하여튼 무사 만루의 기회가 찾아왔다.
투수는 흔들리는지 연속으로 높은 볼은 내주었다.

"흠... 이대로 밀어내기 볼넷 가나..?"


딱~!


동국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타자가 높은 공을 받아쳐 좌익수 방면으로 날렸다.
순간 3볼 상황에서 기다리지 않고 공을 때린 상황이 짜증이 났으나, 생각보다 타구가 멀리 날라가자 동국은 내심 기대감을 가지고 일어나 타구를 바라보았다.


"되나, 되나, 되나...? 아, 잡히네.."


제법 깊숙이 날아가는 타구였지만 좌익수 윤재영이 빠른 발로 펜스 근처에서 공을 잡아냈다. 장타가 될뻔한 상황에 아쉬웠지만, 워낙 깊은 타구여서 주자들이 한 베이스 씩 진루 하기엔 무리가 없었다.


그렇게 1점을  추가해 4-0의 스코어, 상황은 1사 2루의 찬스가 계속되었다.


다음 타자가 공을 당겨 쳐 2루쪽 땅볼을 쳤다. 동국은 혹시나 2루수가 실책을 하지 않을까 내심 기대했으나 2루수는 여유롭게 타구를 처리해 타자 주자를 아웃시켰다.
관중석 여기저기서 한숨 소리가 나는  보니 아마 관중들도 조마조마 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 사이 2루 주자가 홈을 밟으며 점수는 5-0이 되었다. 5번 타자가 좌익수 쪽 큰 타구를 날려 보냈으나  한번 좌익수의 호수비에 막히면서 길었던 5회 초가 끝이 났다.


5회 말, 마운드에는 앤서니 대신 AI 투수가 올라왔다.
AI 투수와 앤서니의 실력 차이가 너무 나서 타자들이 편안해  것인지 선두 타자가 안타를 치고 나갔다. 1, 2루 간의 절묘한 코스로 굴러가는 공이어서 2루수가 잡고 송구를 시도했으나 타자의 발이 더 빨랐다.


"하아, 아쉽네.."

동국이 아쉬워 했지만, 아직까진 여유가 있었다. 5점의 점수 차는 웬만해선 따라잡기 힘들다고 생각했기 때문.

투수가 삼진을 잡아내자 동국은 더욱 더 편안해졌다.

"다음 타자가 윤재영이긴 하지만 뭐.. 안타 치고 나가도 기껏 해봐야 1점이지 뭐"


동국이 그 말을 하기 무섭게 윤재영이 직구를 받아쳐 가볍게 안타를 신고했다. 1사 만루의 상황.
동국은 순간 입을 다물었고, 옆에서 아이싱을 하던 앤서니가 그 모습에 웃었다.


"히히, 동국은 뭐라 말하면 안되겠다~"

"씁... 그러게... 그냥 가만히 있어야지.."


동국이 입을  놀려서 그럴까, AI 투수는 삼진과 땅볼로 실점 없이 위기를 극복하며 경기를 마무리 했다.

최종 스코어 5-0의 대승. 발키리 팀은 평호 전을 모두 승리로 장식하며 2연승을 달성했다. 또한 2부 리그 한달째에 모든 팀들이 각자 4주씩 경기를 치른 상황에서 승점 17점으로 16점의 석현 팀을 근소하게 따돌리고 리그 1위를 차지했다.

앤서니는 지난 월요일 경기에 이어 연투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완벽한 피칭을 선보였다. 4이닝 동안 던져서 3개의 탈삼진을 잡아내며 무실점, 승리 투수가 되었다.
지아 역시 5타수 3안타의 맹 활약을 하였는데 1타점에 2득점, 1개의 2루타를 때려내며 팀에 도움이 되는 타격을 하였다.

반면에 평호  타자 윤재영은 앤서니에게 꼼짝을 못하며 4타수 1안타의 성적을 냈다.


아마 나중에 경기를 치르더라도 앤서니에게 꼼짝을 못할것이다. 아니, 이렇게 실력이 점점 발전하고 있는 앤서니를 상대로 2부 리그에서  칠 수 있는 타자가 있을까?
동국은 앤서니의 언터쳐블 행보를 상상하며 웃었다.

지아 역시 최근 들어 연일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기본적으로 멀티 안타에 3안타, 4안타씩 때려내고 있으니 옛날 그 폐급 선수가 맞나 싶다.


하여튼 기분 좋게 경기가 마무리 되고 동국은 취재하러 왔다는 기자를 찾아 두리번 거렸다. 그  누군가 소리쳤다.

"여기요~ 여기~!"


고개를 돌리자 한 미모의 여성이 동국을 향해 걸어오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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